취재

공룡이 전부가 아니다! '야생의 땅 듀랑고' 3차 LBT 체험기

토망 (장이슬) | 2017-01-09 12:28:04

<듀랑고>는 공룡 세계에 떨어진 현대인이 생존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담은 모바일 MMORPG다. 2016년 12월부터 2017년 1월 16일까지 진행하는 3차 리미티드 베타 테스트는 공룡 길들이기, 부족 등 새로운 요소를 선보였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게임에 참여할 수 있는 베타키를 무한정 생성할 수 있고, 여러 국가에서 동시에 테스트를 진행했기 때문에 사실상 오픈 베타 테스트라고 봐도 무방하다. <듀랑고>의 재미는 무엇일까? 3주 동안 플레이한 소감을 정리했다. / 디스이즈게임 장이슬 기자


 

# 듀랑고에 살아남기? 생각보다 쉽다!

 

안락한 현대에서 <야생의 땅 : 듀랑고>로 떨어진 유저는 무일푼이다. 갈대와 나뭇잎을 엮어 보금자리를 짓고 생명력과 스테미너, 피로도를 관리하며 살아야 한다. 날씨부터 공룡까지 유저를 방해하는 것은 수없이 많다. 심지어 다른 유저조차도.

 

생명력은 캐릭터의 건강을 의미한다. 전투할 때 대미지를 입는 곳이며, 0이 되면 사망한다. 모닥불이나 집에서 쉬며 회복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시간이 필요하다. '환약' 요리를 먹으면 생명력이 즉시 회복되기에 긴급한 상황에서 유용하다.

 

스테미너는 채집, 제작, 사냥 등 무언가 일을 할 때 소모된다. 스테미너가 없는데 무리해서 일을 하면 생명력이 크게 깎인다. 여기에서 요리가 활약한다. 여러 번 가공한 음식은 많은 에너지를 채워주므로 그만큼 활동을 많이 할 수 있다. 

 


 

피로도는 험한 지역에서 얼마나 오래 활동했는지에 따라 오르내린다. 가만히 서 있으면 피로도는 오르지 않고, 앉아서 쉬면 조금씩 내려간다. 야생보다 사유지에서, 실외보다 실내에서, 불안정 섬보다 기반섬에서 피로도가 더 빨리 떨어진다. 궂은 날씨라면 피로도가 더 빨리 오른다.

 

피로도 상태는 주황색 게이지로 실시간으로 표시되고, 구체적으로 얼마나 활동 가능한지도 알 수 있다. 피로도가 위험 수준이 되면 쉬어야 한다는 경고 메시지가 뜨고, 피로도가 가득 차면 그로기 상태가 되서 걷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 

 

생명력, 스테미너, 피로도 관리가 듀랑고 생존의 핵심이다. 별다른 스킬이 없어도 최소한의 생명력은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초보 시절 멋모르고 활동하다 의문의 사망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면 생존 부담 없이 플레이할 수 있다. 더불어 패치를 통해 요리의 효율이 좋아졌기 때문에 <듀랑고>는 이제 '치열한 생존 게임'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워후! 침대다! 금속 나사를 얻을 수 있겠군!" 아니, 침대를 가져가면 안되는 거냐.

 

 

# 낯선 게임에서 <마비노기>의 기운이 느껴진다

 

생존에 익숙해지면 생활 수준을 올려야 한다. 천막에서 벗어나 누울 자리가 있는 벽집을 짓고, 더 좋은 재료를 얻어 고급 도구도 만들고, 맛있는 요리도 먹고 싶다. 그렇다면 이제 스킬로 눈을 돌릴 차례다. 

 

3차 테스트 기준으로 스킬은 11종이 있다. 레벨업으로 SP를 받아 스킬의 세부 항목에 투자하면 새로운 능력을 얻는다. 예를 들어 건축 스킬의 '바구니' 항목에 투자하면 제작 가능한 건축물에 바구니가 추가된다.

 

공격이나 채집, 제작의 성공 확률은 능력치, 관련 스킬 레벨, 투자한 재료와 시설 레벨로 결정된다. 어느 하나만 높으면 실패하기 쉽다. 스킬 레벨을 올리려면 공격을 성공시키는 등 관련된 활동을 많이 하면 된다. 이미 찍은 스킬을 취소하고 SP를 돌려받는 것도 가능하다. <마비노기>가 떠오르는 구성이다.

 

 성공하면 때랭↗땡♪ 하는 효과음이 들릴 것 같다

 

동물 포획, 제작, 전투 등 스킬은 많은데, 한 캐릭터가 쓸 수 있는 SP는 한계가 있다. 그러니 자신이 당장 하고 싶은 주력 스킬과 보조 스킬을 정해 '직업'처럼 전문화해서 육성하게 된다. 처음에는 전문화하는 편이 효율적이지만 고레벨로 갈수록 다른 스킬도 필요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시장과 수요를 형성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기자의 경우, 농사와 요리를 주력 스킬로 선택했다. 농사를 지으려면 '밭'을 만들어야 한다. 밭 재료인 '진흙'은 모든 레벨에서 유용한 자원이라 채집 경쟁이 치열하고, 상대하기 어려운 공룡 무리가 근처에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마침 옆집 사람이 근접 전투 주력이고, 레벨과 접속 시간대가 비슷했다. 같이 다녀줄 수 있냐고 물어봤다. "그럼 요리 좀 나눠 주실래요?" 부족의 탄생이다. 

 

전문화를 유도하는 육성 시스템이 커뮤니티를 만든다. 커뮤니티가 커지면서 더 많은 자원과 공동 재산이 필요해지고, 결국 <듀랑고>의 엔드 콘텐츠에 해당하는 전초기지까지 흘러간다. 유저가 자연스럽게 흐름을 따르도록 유도하는 점에서 노련미가 엿보이는 구성이다.

  

 너랑 나랑 듀랑 고! 그런데 듀는 누구야?


 

# 전투, 긴박하지만 쾌적하지 않다

<듀랑고>의 전투는 <마비노기>처럼 반턴제를 기반으로 한다. 공방을 주고받는 턴제에 스킬 쿨타임과 행동에 따라 턴이 더 빨리 혹은 늦게 돌아온다. 생태에 따라 지능적인 공격을 펼치는 '똑똑한' 동물도 전투에 긴박감을 더해준다. 

오비랍토르는 공격력도 높은데, 무리까지 지어 사냥한다. 사냥 대상은 주로 초보 유저들. 초식 공룡 트리케라톱스와 프로토케라톱스는 두 마리가 번갈아가며 돌진 공격을 하는 연계 플레이를 보여준다. 그럼 새끼를 노리자고? 새끼는 공격을 받으면 성체와 무리 쪽으로 도망치니 가급적 빨리 처지해야 한다. 


열대 오비랍토르. 유저들이 붙여준 이름은 '열대깡패'.

조류의 조상도 이렇게 똑똑한데, 영장류가 질 수 없다. 유저 역시 사냥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활, 검, 망치 등 무기에 따라 전투 스타일이 달라지고, 혼자서 버거운 적을 여럿이 함께 공격할 수도 있다. 부상을 입혀서 이동력을 떨어뜨리거나 기절시키고, 함정을 활용하는 등 전략의 선택지는 풍부하다. 

하지만 3차 테스트에서는 무기 간 밸런스, 랙으로 쾌적한 전투를 하기가 힘들었다. 고레벨로 갈수록 근접 무기의 활용도가 떨어지는데, 부족전마저 원거리 무기가 압도적으로 유리해 유저들의 불만을 샀다. 또 일부 부족전에서는 '버그를 악용한다'며 서로를 비방하기도 했다. 전투는 긴박감 있고 전략이 필요하지만, 쾌적하지 않은 것이 아쉽다.

 

 

 

# 부족, 풍족하거나 부족하거나

'부족'은 타 게임의 길드, 클랜과 같은 개념이다. 부족은 누구나 만들 수 있고 탈퇴도 자유롭다. 부족원이 열심히 활동해서 경험치를 얻으면 부족 경험치도 함께 차서 레벨이 오른다. 부족 레벨에 따라 채집 성공률 등 유용한 버프를 받고, T-코인을 모아 공동 기금을 마련할 수 있다. 이것 말고는 기반섬에서 할 수 있는 부족 콘텐츠는 없지만, 26레벨부터 입장 가능한 '전초기지'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반섬에서는 같은 부족이라도 다른 사람의 사유지에 있는 시설을 쓸 수 없다. 하지만 전초기지에 세울 수 있는 '영토'는 시설을 지은 사람이 누구든 함께 쓸 수 있고, 부족 창고를 통해 많은 물품을 쉽게 공유할 수 있다. 연구소를 지어서 부족원 전체에게 영구 버프까지 줄 수 있다.

더불어 전초기지는 최고 레벨 자원이 나오는 섬이다. 거기에 <듀랑고>에서 유일하게 PvP, RvR이 가능한 지역이며, 국가 제한 없이 외국인 부족도 들어올 수 있다. 고급 자원을 얻을 수 있는, 유저간 전쟁이 가능한 글로벌 서버? 기반섬에서는 생존하기 위해 사유지를 짓고 다른 유저와 협력했다면, 전초기지에서는 더 나은 것을 차지하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 이쯤 되면 공룡이 문제가 아니다.


부족에 가입하지 않고도 전초기지에 갈 수는 있다. 하지만 무소속 유저는 PvP 대상이 되어 보호를 받지 못한다. 어느 부족 사람을 공격하려면 부족장의 선전 포고와 응전 절차, 많은 코인과 자원이 필요하기에 개인을 목표로 부족전을 벌이는 일은 나오기 힘들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결국은 부족에 가입해야 한다는 뜻이다. 

전초기지만 보면 부족 플레이의 혜택이 크지만, 이면도 있다. 

섬마다 차이는 있지만, 글로벌 서버다보니 기반섬보다 훨씬 많은 유저가 몰린다. 테스트 오픈 초반 기반섬에서 볼 수 있었던 오류와 채팅 딜레이 등의 문제가 그대로 전초기지에서 벌어지고 있다.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PvP, 부족전까지 더해서 빈말로도 원활한 플레이가 된다고 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전초기지로 워프했는데 천국에 왔다

고급 자원의 메리트도 적다. 제작이나 사냥 성공률에 관여하는 요소는 자원의 레벨만이 아닌데다, 고급 재료라고 해도 내구도가 극적으로 늘어나지 않는다. 단순 레벨만 높은 셈이다. 또 사람이 몰리는 곳에서 항상 문제가 되는 자원 남획과 사유화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그래서 레벨은 조금 떨어져도 쉽게 자원을 얻을 수 있는 26레벨 불안정섬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부족전을 한다지만, 산지 자체를 사유화하면 당연히 공공의 적이 된다. <듀랑고>는 여러 부족이 한 부족에 선전 포고를 할 수도 있다. 누가 '한 부족'이 되고 싶겠는가. 그래서 자원 산지 주변은 오히려 공동화되고, 멀찍한 곳에 영토를 지어 자원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경향도 있었다. 부족전이 성립하기까지 복잡한 절차도 있어서, 3차 테스트의 부족전은 몰상식한 유저와 부족을 공동으로 배제하는 수단으로써의 성격이 더 강하다. 

물론 배제와 응징도 전쟁 동기 중 하나지만, 전초기지에 오는 주요 이유인 자원이 전쟁을 벌일 만큼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26레벨 자원으로 만족할 수 있는 부족이라면 굳이 올 필요가 없는데, 정작 부족 콘텐츠와 혜택은 전초기지에 몰려 있으니, 콘텐츠의 균형이 다소 부족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는 부분이다.




# 이상하고 아름다운 듀랑고 세상

<듀랑고>는 장점도 단점도 분명하다. 단점은 거의 기술적인 문제다. 캐릭터 생성조차 어려울 정도로 초반 서버 문제가 심각했다. 그 후 전초기지에 사람이 몰리자 똑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안전을 보장해야 할 사유지가 뚫리는 문제, 테스트 부족전에서 큰 논란이 된 울타리 통과 버그는 이 글을 쓰는 시점까지도 사라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많은 유저가 <듀랑고>를 놓지 않는 이유는 뭘까? 유니티로 구현된 듀랑고의 자연은 간소하지만 특징이 분명하게 살아 있고, 잘 구현된 동물 AI와 섬세한 풍경은 몰입감을 주기 충분하다. 야생과 현대가 공존하는 독특한 분위기, 잘 짜여진 플레이 흐름은 대체재를 찾기 힘든 게임으로 만든다. 

공룡이나 좀비, 잔혹한 유저들이 득실거린다는 생존 MMO가 꺼려진다면, 생활 콘텐츠가 좋은 게임을 찾는다면 <듀랑고>는 의외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넥슨 왓스튜디오가 개발 중인 <야생의 땅 : 듀랑고>는 1월 16일까지 3차 테스트를 진행하며, 정식 출시일은 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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