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캐주얼한 액션은 합격, 긴 반복작업이 옥의 티. 삼국블레이드 체험기

다미롱 (김승현) | 2017-01-23 10:33:28

<블레이드 for Kakao>의 뒤를 이어갈 수 있을까? <삼국블레이드>가 사전 오픈 하루 만에 iOS 게임 매출 8위, 정식 출시 4일 만에 안드로이드 게임 매출 8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게임은 출시 10일이 넘은 현재, iOS 게임 매출 4위, 안드로이드 게임 매출 6위라는 높은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전작과 똑같이 ‘블레이드’라는 이름도 썼고 똑같이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삼국블레이드>는 <블레이드 for Kakao>와 여러모로 다른 길을 추구한 작품이다. 게임은 콘텐츠의 폭은 액션뿐만 아니라 캐릭터 수집과 영지 경영으로까지 넓어졌고, 액션은 이전 작품보다 더 대중적인 방식으로 바뀌었다.

 

<삼국블레이드>의 이런 변신은 과연 얼마나 효과적이었을까? 그리고 얼마나 힘을 발휘할까? <삼국블레이드> 사전 오픈부터 지금까지 플레이하고 느낀 점을 정리했다.


 


 

<삼국블레이드>는 다양한 <삼국지> 캐릭터를 모으고, 이 중 캐릭터 3명으로 한 팀을 짜 스테이지를 돌파하는 캐릭터 수집형 액션 RPG다. 캐릭터 3명이 한 팀이긴 하지만, 화면에 나오는 캐릭터는 하나뿐이다. 유저는 전투 중 캐릭터 하나 만 조종할 수 있으며, 다른 2명의 캐릭터는 화면 속 캐릭터와 '교대'하는 방식으로 전투에 뛰어든다.

 

게임은 이외에도 모바일 전략게임처럼 자신의 영지를 발전시켜 재화를 얻거나 캐릭터들을 강화하는 ‘내정’ 모드를 함께 가지고 있다. 장수의 강함이 중요한 전투 콘텐츠와 달리, 장수들의 ‘정치력’에 따라 생산량이나 생산속도가 달라지는 일종의 서브 모드다.

 

 

 

# 타이밍 액션과 캐릭터 교체가 만드는 캐주얼한 ‘손맛’

 

<삼국블레이드>를 하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는 ‘손맛’이다. 게임에는 다른 모바일 액션 RPG처럼 ‘막기’나 ‘피하기’ 버튼이 없다. 여기에 등장 몬스터 또한 다른 게임처럼 위협적인 광역기를 뿌리거나 까다롭게 거리를 재지 않는다. 유저나 적 모두 공격 일변도다. 대신 게임은 연속으로 타이밍을 맞춰야 하거나, 사용 횟수가 한정된 필살기(?)같은 스킬을 배치해 ‘캐주얼한 손맛’을 강조했다.

 

먼저 <삼국블레이드>에선 유저가 캐릭터의 일반공격 콤보를 끝까지 성공시켰을 때, 특정 버튼을 타이밍 맞춰 누르면 발동하는 ‘연참’이라는 특수 공격이 존재한다. 유저가 연참에 성공하면, 화면 속 캐릭터는 전용 연출과 함께 평소의 2배 위력을 가진 추가 공격을 하고 일정 시간 동안 공격력과 공격 속도가 빨라지는 강화 효과를 얻는다. 만약 연속으로 연참에 성공했을 경우, 이 강화 효과는 누적돼 더더욱 강력해진다.

 

회피나 방어, 반격 등 자잘한 컨트롤 요소는 대부분 빼고, 연참이라는 타이밍 액션에만 집중한 셈이다.

 

 

이 연참이 손맛의 핵심이었다. <삼국블레이드>의 전투는 몬스터 AI 특성 상 유저 캐릭터 하나에 몬스터 십수 마리가 붙는 난전의 모습을 보인다. 이 난전 와중에 연참 한 번만 성공하면 전용 연출과 함께 몬스터 수 마리가 쓰러진다. 연참에 성공했을 때 울리는 휴대폰 진동은 이 연출의 강렬함을 배가 시켰다.

 

설사 연참으로 적들이 모두 쓰러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강화 효과 덕에 캐릭터가 강해지는 것이 눈에 보였다. 특히 연참이 주는 ‘공격속도 증가’ 효과는 유저가 한 번 흐름을 타면 연참을 쏟아 부을 수 있게 만들었다. 공격 속도가 빨라질수록 연참 타이밍도 까다로워지지만, 그만큼 강력한 공격을 자주 사용할 수 있고 캐릭터의 버프도 강해졌다.

 

연참 자체는 흔한(?) 타이밍 액션이었지만, 강렬한 연출과 점점 까다로워지는 발동 조건, 그리고 이에 반해 몇 배로 뛰는 효율로 성공했을 때의 기쁨을 극대화시켰다. 

 


 

물론 이런 구조는 전투를 단조롭게 만들기 쉽다. 아군과 적군 모두 이동이나 방어 요소 없이 공격만 하기 때문에 전투의 변수도 만들 수 없고, 이는 곧 전투를 액션이 아니라 ‘숫자’ 중심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삼국블레이드>는 이런 약점을 ‘캐릭터 교체’를 통해 해결했다. <삼국블레이드>는 유저가 하나의 장수만 조종하되, ‘태그 게이지’만 있다면 언제든 다른 장수로 교체해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다. 이런 태그 시스템에 게임 특유의 다양한 장수, 정확히 말하면 다양한 액션이 만났다. 유저는 이를 이용해 상황에 따라 조종하는 캐릭터를 1:1 특화, 1:다 특화, 군중 제어 특화 장수 등으로 교체하며 최적의 상황을 만들어갈 수 있다.

 

게임은 여기에 추가로 캐릭터를 교체할 때마다, 광역 기절이나, 몬스터 모으기 등 각종 특수 효과가 발동된다. 즉, 유저가 캐릭터 교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상황에 걸맞은 최적의 액션 스타일을 선택할 수 있음은 물론, 버튼 하나로 멀리 떨어진 적군을 한데 모아 일망타진하거나 보스를 연속 기절시켜 위기를 극복하는 등 전술적인 효과까지 얻을 수 있는 셈이다.

 

이런 시스템 덕에 전투 자체가 별 조작 요소 없이 공격 일변도로 이뤄짐에도 전투의 깊이가 얕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오히려 조작 요소가 강하지 않은 덕에, 그리고 버튼 터치 만으로도 추가 공격이나 특수 효과를 발동시킬 수 있어서, 가상 패드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쉽게 전투에 개입해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적어도 나 같은 아저씨(?) 유저에겐 말이다.

 

태그 스킬을 통해 기절이나 둔화 같은 특수 효과를 활용할 수 있다.

 

 

# 태생 4성이 적어도 괜찮아, 의외로 적은 뽑기 스트레스

 

캐주얼해진 액션처럼 뽑기나 결제로 인한 스트레스 또한 크지 않은 점도 인상적이었다. 일반적으로 ‘캐릭터 뽑기’가 있는 게임은 초반에 어떤 캐릭터를 얻느냐에 따라 게임의 재미가 달라진다. 만약 나쁜 캐릭터를 뽑는다면 게임을 처음부터 다시 하거나 아예 게임 자체를 그만둘 정도로….

 

하지만 <삼국블레이드>는 이런 부분이 거의 없었다. 장수들의 액션 구조, 게임의 팀 버프 시스템과 성장 시스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삼국블레이드>는 캐릭터들의 태생(?)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게임이다. 태생 4성과 태생 2, 3성 캐릭터 간 능력치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삼국블레이드>에서는 그것 이상으로 캐릭터 간의 시너지, 그리고 각 캐릭터의 현재 별(★)과 등급이 중요하다.

 

대표적인 것이 ‘팀 버프’ 시스템이다. 팀 버프는 유저가 팀을 어떻게 구성했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강화 효과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팀 버프는 캐릭터 능력치를 최소 10%, 많게는 30%까지 증가시킨다. 어지간한 태생 차이는 씹어 먹을 수 있는 강화 수치이다. 때문에 게임은 얼마나 좋은 캐릭터를 가지고 있느냐 보다, 어떻게 팀 버프 캐릭터를 조합했느냐가 더 중요하다.

 

게임은 여기에 추가로 팀 버프의 주역을 쉽게 얻을 수 있는 2~3성 캐릭터로 설정했다. <삼국블레이드>의 4성 캐릭터들은 그 강력한 성능에 반해, 만들 수 있는 팀 버프 조합은 한정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2~3성 캐릭터들은 만들 수 있는 팀 버프 조합도 많고, 캐릭터에 따라서는 스킬 자체가 팀 전체를 강화하기도 한다.

 

이렇게 강함의 비중이 캐릭터 하나가 아니라 조합과 시너지에 맞춰져 있고, 시너지의 중심조차 ‘별’이 낮은 캐릭터로 기획된 덕에 뽑기로 인한 좌절감이 적었다. 게임 자체가 초반 2~3일은 매일 한 번씩 10연속 뽑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캐쉬 보상이 후한데다가, 시너지의 주역인 2~3성 캐릭터는 (4성 캐릭터와 달리) 10연속 뽑기 1~2회 만으로 충분히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2~3성 캐릭터만 잘 키워도 충분히 잘 플레이할 수 있다. 장수 수가 적어 캐릭터들의 별을 키우기 쉬운 것도 플러스 요소.

 

게임은 여기에 추가로 태생 2~3성 캐릭터라고 할지라도 얼마든지 활약할 수 있게 만들어 뽑기로 인한 상실감을 더더욱 줄였다. 단순히 2~3성 캐릭터를 자주 얻을 수 있어 6성까지 쉽게 키울 수 있어서가 아니라, 순수하게 캐릭터의 성능 자체가 좋다는 의미다.

 

실제로 태생 3성 캐릭터인 하후연은 게임에 몇 없는 원거리 캐릭터라는 특징, 그리고 강력한 팀 버프 효과 덕에 지금도 심심지 않게 캐릭터 평점 TOP 5 안에 들고 있다. 심지어 태생 2성 캐릭터인 동탁(…)은 원작에서의 낮은 인기와 못생긴 외형에도 불구하고, 순수하게 스킬과 패시브 스킬 성능 덕에 무과금•소과금 유저의 희망으로 떠받들어지고 있다.

 

이처럼 팀의 주역이 2~3성 장수이다 보니 자연히 플레이 중 난관에 부딪혀도 내 캐릭터가 나빠서라는 생각 대신, 캐릭터 조합이 나쁘거나 성장이 모자라서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리고 이것은 자연히 뽑기 보다 행동력에 캐쉬를 투자하게 만들었고, 다음 플레이에 대한 동력으로 이어졌다. 계속 플레이하고 노력하면 벽을 넘을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태생도 좋지 않고 캐릭터 외형도 비호감이지만, 제대로 키우면 의외로(?) 밥값을 한다.

 

 

# 초반부터 만나는 긴 ‘반복작업​이 옥의 티

 

한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초반부터 만나는 무지막지한 '성장의 벽'이다. <삼국블레이드>는 3지역부터 스테이지 난이도가 급격히 오르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전투 대부분이 공격 일변도로 진행되는 게임 특성 상, '스펙'을 높여야만 수월하게 넘을 수 있는 벽이다. 그런데 이것을 올리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고, 또 빨리 다가왔다.

'캐릭터 등급'(ex: A, B, C) 성장이 대표적이다. 등급은 별(★)과 함께 <삼국블레이드> 캐릭터 육성의 핵심이다. 레벨 2~4개 오른 것보다 등급이 올라 스킬 하나 더 생긴 것이, 별이 올라 능력치가 오른 것이 더 체감되기 때문이다. 이 중 등급은 던전만 열심히 돌아도 업그레이드가 가능해, 실질적으로 게임에서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스펙 업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결코 만만치 않다. <삼국블레이드>에서는 캐릭터 등급을 성장시키기 위해 던전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가 필요하다. 이 재료를 구하기가 2~3일차 이후부터 급격히 힘들어진다. 캐릭터는 이제 겨우 4지역을 뚫은 시점에 업그레이드 재료를 주로 구할 수 있는 곳은 4지역 후반에 있는 등 파밍 구조 자체에서 한계를 부딪히기 때문이다. 유저는 자연히 성장을 위해 비효율적인 저레벨 스테이지를 반복해서 돌아야만 한다. 

문제는 이 시간이다. 일반적으로 유저가 처음 벽에 부딪히는 곳이 B등급 초입이다. B등급을 A등급으로 올리기 위해선 장비 6개를 각각 4번씩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업그레이드 한 번엔 재료가 몇십 개씩 필요했다. 재료 수집에만 최소 일(日) 단위의 플레이 타임을 요구했다. 자연히 앞서 이야기했던 ‘캐주얼한 손맛’이라는 강점도 흐려졌다.​

 

캐릭터를 키워도, 새 스킬을 얻어도, 다음 성장을 위해 자동사냥만 계속 하니 성장한 것을 체감하기 힘들다.

 

물론 이런 반복작업은 RPG에서(특히 자동전투까지 있는 모바일 RPG에선) 흔히 보이는 성장 과정이다. 오히려 이렇게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성장 구조는 뽑기 등 불확실한 수단에 기대어 스펙을 올리는 것보다 어떤 의미에선 더 건전(?)하다고도 볼 수 있다. 적어도 내가 시간(혹은 시간을 살 돈)을 얼마나 투자해 얼마만큼의 보상을 얻을 수 있을지 확실히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국블레이드>는 이 성장이 너무 길었고 또 너무 빨리 다가왔다. 앞서 말한 일 단위 반복 작업이 시작되던 때가 플레이 2~3일차 부근이다. 더군다나 담백한 성장 구도 덕에(?) 내가 얼마나 긴 시간 동안 반복 작업을 해야할지도 잘 보였다. 다른 게임에선 중반, 후반부에나 만날 법한 '높은 성장의 벽'을 <삼국블레이드>에선 초반부터 맞닥뜨린 셈이다.

게임 후반이었다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성장 과정이었지만, 초반부터 이런 긴 반복작업과 만나니 막막하다는 느낌을 먼저 받았다.

 


 

마지막에 아쉬운 소리를 하긴 했지만, <삼국블레이드>는 오랜만에 만난 잘 짜인 모바일 RPG다. 캐주얼한 액션은 자동 전투 중심의 모바일 RPG 트렌드와 위화감 없이 어울렸고, 스트레스 적은 과금 요소과 그 덕에 만들어진 담백한 성장 구조는 최근 모바일 RPG에선 보기 힘든 매력이었다. 

지적했던 느린 성장 템포도, 이를 이겨내고(?) 한 단계 성장하면 눈에 띄게 강해진 모습을 보여줘 긴 시간을 보상해 줬다. 만약 긴 성장 과정이 최소한 게임 중반부에만 만나게 됐어도, 이것을 아쉬움으로까지 지적하진 않았으리라. 모바일 RPG에서 캐주얼하게나마 손맛을 즐기고 싶은 유저, 운보다는 우직한 노력으로 성장의 기쁨을 체험하고 싶은 이들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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