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카드뉴스] 어느 게임 개발자의 인생 마지막(?) 작품

하노 (김규현) | 2017-03-14 10: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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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간혹 일생의 중요한 일을 두고 "죽기 전에 해야 할 일 xxx"식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삶의 방향을 가늠하기란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럴 것이다. 만약 나에게 살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없다면, 무슨 일을 할 것인가? 이 질문에 고민해야 하는 실제 상황에서 극적인 삶을 보낸 한 게임 개발자가 있다. /디스이즈게임 김규현기자​ 


   

 

2013년

형과 함께 인디 게임 회사를 운영하던 샘 코스터

형제의 게임은 회사를 근근이 먹여 살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다음 작품으로 모바일 러닝 게임을 준비하던 중,

샘은 고열과 체중 감량에 시달리다 정체불명의 혹이 자란 것을 확인한다.

 

정밀 검사가 끝나고, 샘의 젊은 나이에 흠칫한 의사의 진단

“T 세포/조직구 풍부 B 대세포 림프종 (비 호지킨 림프종), 4B 단계입니다.”

(번역)

"60대에 주로 발병하는 혈액암이 몸 곳곳에 퍼져 있습니다더 악화하기 전에 치료해야 합니다.”

 

예상 생존확률 7%

23세 게임 개발자에게 떨어진 날벼락

첫 번째 화학요법을 받고 돌아온 샘은 러닝 게임 개발을 재개하려던 형을 붙잡았다.

 

내가 죽기 전에 만들 게임이 이런 러닝 게임이 되게 할 순 없어.”

"이런 건 6분이면 유저들에게 잊힐 거야. 우리에게 돈 몇 푼은 벌어다 주겠지만,

 그 이상 관심을 받겠어?"

 

사람들의 기억에 남고 동시에 암 투병을 잊게 할

재밌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던 샘

 

결국 샘의 의견대로 형제는 현실의 경제 문제를 무시하고

대담하게 만들고 싶은 게임에 도전한다.


화학요법이 끝나면 샘은 병원 침대 위에서 미술 작업을 했고​,

게임 개발자 회의(GDC)에 참석하며 초기 버전의 게임에 대한 반응을 점검했다.

 

신기하게도 게임 개발하는 동안 치료는 수월하게 진행되었고​,

2014샘은 마지막 화학요법을 무사히 마치고 퇴원한다.

 

이제 남은 문제는 기억에 남을 게임으로 만드는 것​

인 줄 알았으나

​샘에게 암세포가 돌아왔다.

​...

재발한 암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전보다 더 큰 고통을 견뎌야 했다.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간 듯한 암담한 상황

하지만 샘 형제는 굴하지 않았다.

 

대학원을 졸업한 동생이 개발에 참여했고,

샘을 괴롭히던 암도 게임에 등장했다.

극히 어려운 상황에서 형제는 오히려 게임을 더 밝고 코믹하게 만들었다.

 

"우린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걸 좋아한다. 그것이 우리가 게임을 만드는 핵심이다."

-샘 코스터, Kotaku와의 인터뷰 중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샘은 다시 GDC에 가서 게임 테스트를 했고,

독한 약 때문에 골수조직이 파괴되어 개발이 멈춘 상황에도

하루 몇 분 짬을 내어 작업을 진행했다.

 

그렇게 암과 싸운 끝에 출시된 어드벤처 RPG

크래쉬랜드 (Crashlands)

 

그들만의 개성 넘치는 개그, 미술감각이 게임에 들어간 결과,

게임은 대박을 터뜨렸고, 2016년 '타임 지 선정 최고의 앱 50개' 중 하나가 되면서,

암세포에게 복수하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2016년 12월,

샘은 암에서 완전히 해방되었고, (2015년 완치 판정 후 재검사 결과)

이듬해 3월, GDC에서 자신의 파란만장한 게임 개발을 소개한 뒤, 강연을 이렇게 끝맺었다.

 

"여러분이 죽지 않았다면, 끝나지 않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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