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재해석을 넘어 원작 재현까지, IP 기반 모바일 게임의 진화는?

수기파 (김영돈) | 2018-04-13 17: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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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 동안 모바일 게임 시장은 IP(Intellectual Property, 지적 재산권)를 활용한 게임들의 춘추전국시대였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이플스토리 M>부터 <검은사막 모바일>, <리니지 M>까지 게임을 원작으로 한 모바일 게임은 이제 낯설지 않다.

 

시대가 변하면서 ‘원작의 인지도 활용’이라는 큰 틀을 지켜오던 'IP 기반 모바일 게임'(이하 IP 모바일 게임)도 변하고 있다. 단순히 이름만 빌려오던 방식에서는 더이상 경쟁력을 찾기 어려워진 것이다. 최대한 원작에 비슷한 경험을 주려는 게임부터, 모바일로 게임을 통째로 이식하는 깊이까지, 게임마다 IP를 활용하는 방법이 달라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임들 몇 가지로 변화의 흐름을 정리해봤다. /디스이즈게임 김영돈 기자


 

 

# 원작과 차이점 컸던 과거의 IP​ 모바일 ​게임

 

 

스마트폰 시대 초창기, IP 활용 모바일게임 대부분은 해당 IP와 원작과 다른 게임을 결합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당시 유명 게임 IP는 대부분 PC/콘솔에 있었고, 이런 게임들의 감성을 모바일로 옮기는 것은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때문에 스마트폰 시대 초창기에는 <마비노기 생활의 달인>처럼 원작과 다른 장르에 IP를 결합한 게임이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IP 활용 모바일게임의 흐름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웹젠의 <뮤 오리진>부터였다. <뮤 오리진>은 PC MMORPG인 원작 <뮤 온라인>과 비슷하게 ‘모바일 MMORPG’라는 장르를 표방했다. 기존 대부분의 IP 기반 모바일게임과 달리, 원작과 흡사한 장르를 선택한 것.

사실 냉정히 말해 <뮤 오리진>은 <뮤 온라인>이라는 IP를 충실히 살린 게임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게임의 화풍과 그래픽은 원작과 이질적이었고, 게임 내 시스템이나 세계도 원작을 연상시키는 요소가 희미했다. 원작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것은 <뮤 오리진>이라는 이름, 흑기사 등 원작의 캐릭터들이 그려진 일부 아트웍, IP의 상징과도 같은 ‘날개’ 장비 등 일부에 한했다.

하지만 이러한 낮은 싱크로와 달리, 게임은 한국과 중국에서 폭발적인 성공을 기록했다. 수년 전 원작을 즐겼던 유저들을 끌어들이는 ‘뮤’라는 이름과 이를 연상시키는 홍보용 아트웍, 그리고 (시스템은 원작과 다를지라도) 원작과 비슷한 장르에서 원작과 비슷한 ‘성장의 쾌감’을 선사한 덕이다. ​국내외를 아우르는 <뮤 오리진> 의 파격적인 성공은 모바일 게임에서 게임 IP 활용도를 재평가하는 계기가 됐다.

 


 

2016년 12월 출시된 <리니지2 레볼루션>은 조금 더 나아갔다. 원작의 이름만 따오는 수준이 아닌, 분위기와 외형까지 모바일에서 구현하려는 시도를 했다. 

<리니지2 레볼루션>에서 가장 먼저 화제였던 것은 원작 <리니지2>의 화풍과 그래픽 퀄리티를 모바일에서 그대로 구현했다는 점이다. 화풍 재현은 물론, 그래픽 퀄리티를 2003년 출시된 원작 이상으로 구현했다. 게임은 여기에 추가로 ‘마제스틱 세트’, ‘다이너스티 세트’ 등 원작의 유명 장비까지 그대로 구현했다. 또한 그래픽 외적으로도, 상아탑, 오만의 탑 등 던전 이름이 <리니지 2> 속 추억의 장소를 따르고 있는 부분도 원작의 향수를 더 한다.

물론 원작과 시스템을 비교한다면 장비 획득은 사냥이나 제작 대신 (사실상) 뽑기와 업그레이드 방식으로 바뀌었고, 게임성 또한 자동사냥이라는 모바일 RPG 특유의 장치 때문에 던전/파티 중심의 원작과 달라졌다.

<뮤 오리진>과 비교하면 <리니지 2 레볼루션>은 원작​ <리니지 2>​를 계승한 세계관과 그래픽 부분에서 보다 원작에 가까운 IP 게임이라 평가할 수 있지만, RPG의 핵심 요소인 성장 부분에서는 모바일에 문법에 집중한 모습으로 원작과 구분되는 ‘다른’ 경험을 주는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 

 


 

 

# 재해석을 넘어 원작의 재현을 추구하는 게임들

 

최근 IP​ 모바일 게임은 IP의 단순한 활용을 넘어, 원작의 재현 수준을 추구하고 있다. 대표 주자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포트나이트>다. 배틀로얄 장르라는 공통점을 가진 두 게임은 (조작감만 제외하면) 모바일에서도 원작과 매우 흡사한, 거의 같은 수준의 콘텐츠를 제공한다.

해외에서 서비스 중인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원작 콘텐츠와 화풍을 그대로 모바일로 옮긴 작품이다. <포트나이트>는 ‘크로스 플랫폼’으로 접근해, 아예 모바일에서도 원작을 플레이할 수 있는 개념이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지난 3월 말 기준, 100개 국 모바일 마켓에서 다운로드 1위와 무료게임 순위 1위를 기록했고, <포트나이트> iOS 버전은 출시 3주 만에 1,500만 달러의 수익을 거뒀다.

 


 

모바일 MMORPG 장르에선 <라그나로크 M: 영원한 사랑>(이하 <라그나로크 M>)이 원작의 그래픽과 시스템을 모바일에 거의 그대로 구현해 화제가 됐다.

<라그나로크 M>은 <라그나로크 온라인>을 떠올리게 하는 아기자기한 화풍의 그래픽과 커뮤니티 요소를 원작에 가깝게 재현했다. 게임은 원작의 2D 4~5등신 캐릭터를 3D로 재구성했다. 도트에서 3D로 그래픽이 바뀌긴 했지만, 원작 특유의 화풍은 그대로 유지됐다. 

시스템 또한 원작처럼 유저가 능력치와 스킬을 어떻게 찍었느냐에 따라 캐릭터의 특성과 성격이 확연히 달라지는 성장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캐릭터들의 스킬도 기기의 한계 때문에 간략화한 기존 다른 IP 기반 모바일 MMORPG와 달리, 원작의 다양한 스킬을 최대한 구현한 것이 특징. 이는 조작법이나 자동 전투처럼 모바일에 특화된 부분을 제외하면 최대한​ 원작을 재현한 것에 가깝다.

그 결과, <라그나로크 M>은 출시 3일 만에 양대 마켓 매출 순위 TOP 5에 진입했다. 게임은 한 달여가 지난 현재도 구글 매출 4위, 애플 매출 3위로 안정적인 성과를 기록 중이다.

 


 

이렇듯 모바일 게임이 IP를 다채롭게 활용할 수 있게 된 데는, 모바일 디바이스 발전의 영향이 크다. 기술이 허락하는 재미를 구현하는데 급급하던 모바일 게임은 이제 선택지를 늘려, 얼마만큼 그려낼 것인지를 정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 

우스개소리지만 <라그나로크 M>을 플레이하는 스마트폰이 PC <라그나로크>의 권장 사양을 뛰어 넘게 된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높아진 스마트폰 사양은 모바일 게임에 화려한 그래픽과 다양한 가능성을 선물했고, 빨라진 무선 인터넷은 싱글 플레이에 국한되던 게임을 실시간 대전, 더 나아가 MMO 장르까지 구현할 수 있게 했다.

 

PC 버전 <라그나로크>의 요구 사양.

 

그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정립된 모바일 게임의 문법과 노하우도 최근의 원작 재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일례로 초창기 모바일 FPS는 스마트폰이라는 이질적인 기기, 가상패드의 낮은 반응성 때문에 마니아들만 하는 장르였다. 하지만 그간 많은 게임이 나오며 컨트롤 방식이 최적화됐고, 가상패드의 반응성 또한 상당부분 개선됐다. 이제는 모바일 FPS를 하지 않던 유저도 과거에 비해 어렵지 않게 스마트폰으로 FPS, TPS를 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모바일 MMORPG 장르도 마찬가지다. 초기에는 낯설게 느껴졌던 자동 전투 등은 거듭된 개선으로 이제 모바일 게임만의 특징으로 받아들여지는 단계다. 개발사 또한 자동전투 같은 시스템을 맹목적으로 사용하기보단, 자동전투 패턴을 세팅하게 하거나 자동전투 후 캐릭터의 성장을 더 체감할 수 있게 하는 등 정립된 문법 내에서 변화를 꾀하고 있다.

변화하는 모바일 게임 시장의 흐름 속에서 IP 모바일 게임은 그동안의 제약에서 벗어나 점차 원작을 닮아가는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진화하는 IP 모바일 게임이 앞으로 어떤 '색다르고 낯익은' 경험을 줄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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