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허접칼럼] ‘게임쇼 유희낙락’의 ‘희희낙락’을 기대하며

시몬 (임상훈) | 2016-12-20 13:32:39

1,726일 만이다. SBS다. 공중파 게임쇼가 부활했다. 

 

2016년 12월 20일 오전 1시 SBS는 <게임쇼 유희낙락>을 방송했다.

 

# 마지막 공중파 게임 프로그램에 대한 기억 

 

2012년 3월 31일이었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던 공중파 게임 프로그램이 사라졌다. <게임쇼 즐거운 세상>(SBS)은 그날 500회를 채우고, ‘Game Over’했다.

 

 

선구적인 프로그램이었다. 2001년 2월 문을 열었다. 게임전문 케이블방송 온게임넷이 개국한 지 7개월 뒤였다. <뮤 온라인>과 <비엔비>, <라그나로크>가 나오기 전이었다. 2년쯤 흐른 뒤 다른 공중파 방송사도 쫓아왔다. 2003년 3월과 6월 MBC와 KBS2도 게임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희망의 시절이었다.

 

오래가지 못했다. 2년 남짓 흐른 뒤, <줌인 게임천국>(MBC)과 <게임스테이션>(KBS2)은 문을 닫았다. 2005년 5월 이후 <게임쇼 즐거운 세상>은 유일한 공중파 게임 프로그램이 됐다. 7년 가까이 혼자 버텼다.

 

외로운 프로그램이었다. 관심을 못 얻었다. 종영 당시 시청률은 0.7%(닐슨코리아). 새벽 2시에 방송됐다. 게임을 모르거나, 싫어하는 이들에게 시청률은 종영의 확실한 구실이었다. 게임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방송시간이 문제였다.

 

더 큰 문제가 바깥에 있었다. 게임 생태계는 내우외환을 겪고 있었다. 미디어 환경도 바뀌고 있었다.

 

한치 앞도 못 보던 국회는 셧다운제와 쿨링오프제, 기금 징수 등으로 게임 규제에 나섰고, 뉴라이트 등도 게임을 거세게 몰아붙이던 시절이었다. 공중파 방송국 내 게임 프로그램의 입지가 좁아졌다.

 

​[게임과 권력] ① 게임규제 법안의 역사 (과거형)

[게임과 권력] ③ 뉴라이트와 게임규제 (1/2)​ 

 

게임 업계는 자체적인 위기감이 팽배했다. 바로 전해 12월 오픈한 <리그오브레전드>가 PC방 점유율 40%를 장악했다. 그해 6월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지분을 샀고, 난파하던 넷마블은 방준혁 고문에게 SOS를 쳤다. 많은 게임회사들이 구조조정을 준비했고, 마케팅 비용은 확 줄어들었다.

 

2012년 초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수는 1,800만을 앞두고 있었다. 2008년 1월 한국에 들어온 유튜브는 계속 성장했다. 게임 영상은 유튜브에 많았다. 

 

그런 시절을 <즐거운 세상>은 버텨내지 못했다. 

 

 

# 새로운 공중파 게임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

 

SBS는 2016년 12월 다시 게임쇼를 소환했다. 

 

시대는 많이 바뀌었다. <즐거운 세상>의 초대 MC였던 박수홍과 김원희는 <미운우리새끼>(SBS)와 <자기야 - 백년손님>(SBS)으로 갔다. 

 

국회에서 게임에 대한 규제 이야기는 쏙 들어갔다. 게임 생태계의 위기에 한몫했던 국회의원들은 뒤늦게 장려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게임을 홀대했던 정권은 촛불에 녹았다.

 

카카오톡 게임센터가 오픈했고, 모바일게임 생태계가 갑자기 확 열렸다. 

 

게임생태계와 미디어환경은 여전히 팍팍하다. 게임업계 종사자의 수는 계속 줄고 있고, <리그오브레전드>에 이어 <오버워치>의 기세가 세다. 게임업계 허리가 가늘어지며, 양극화는 강화되고 있다.

 

도티, 양띵 등 스타를 내세운 게임 분야 MCN이 도약했다. 유튜브와 아프리카TV 등에는 게임 관련 영상이 넘쳐나고 있다. 

 

이런 시절 다시 등장한 <게임쇼 유희낙락>은 <즐거운 세상>과 달랐다. 

 



<즐거운 세상>은 MC와 함께 전용준, 정소림, 길수현, 정태룡, 이재진 등 게임 전문 캐스터나 기자가 출연해 정보성 콘텐츠 제공에 주력했다.

 

<유희낙락>은 정보 전달보다 예능에 포커스를 뒀다. 출연진부터 다르다. 게임 덕후로 알려진 ‘우주대마왕’ 김희철이 전면에 나섰다. 아나운서 배성재, 장예원과 함께 다수의 엔터테이너(홍진호, 이진호, 소혜(아이오아이), 다원(SF9))가 포진했다. 

 

▲게임토피아 ▲희철이네 게임단 ▲나도 게임PD 개발자들 ▲소다 랭킹 등으로 구성된 네 개의 코너도 예능 색채가 짙다.  

 

‘게임토피아’는 배성재, 장예원 아나운서가 뉴스를 진행하는 코너지만, 아이오아이 김소혜가 <오버워치> 캐릭터 한조를 인터뷰하는 것처럼 소프트뉴스 제공에 주력했다. 아이돌 게임단 섭외와 모집에 나선 '희철이네 게임단'이나 아이돌의 요청을 받아 게임을 기획하는 '나도 게임PD 개발자들' 역시 예능 프로그램의 포맷이었다.

 

이런 예능적 성격은 제작진이 내세운 프로그램 기획의도에도 드러난다.

 

‘건강한 게임문화로 온 세상을 즐겁고 신나게! 음지에서 양지로! 공부를 방해하는 사회악에서 창의력을 키우는 창조수단으로! 게임의 진정한 의미와 재미를 함께 찾는 프로그램’

 

 

게이머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쏟아지는 게임 정보의 시대에 방송사가 취할 수 있는 합리적인 선택 중 하나로 여겨진다.

 

 

호불호가 어떻든 공중파 게임 프로그램이 하나 정도는 유지됐으면 좋겠다. 4년 전 <게임쇼 즐거운 세상>의 종영 당시 김민철 PD는 이렇게 말했다.

 

"(10년 동안 게임쇼를 만들면서) 게임산업이 볼륨은 커졌는데, 정작 방송에서는 음악이나 영화에 비해서 크게 밀립니다. 그런 점을 극복하려고 노력했지만, 결과는 아쉽게 됐습니다." 

 

<게임쇼 유희낙락>의 첫 시청률은 0.7%였다. <게임쇼 즐거운 세상>의 마지막 시청률과 같다. 당장은 다음주 1%를 넘겼으면 좋겠다. 많은 이들이 본방을 사수했으면 좋겠다. 게임인과 게이머의 관심 없이 게임 프로그램이 공중파에서 살아남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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