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차이나랩] '소녀전선' 퍼블리셔의 한국 진출전략에 대한 문제점

모험왕 (김두일) | 2017-12-05 19:06:20

김두일(모험왕) 퍼틸레인 고문의 페이스북 글을 편집해 다시 소개합니다. 외부 연재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디스이즈게임 편집자 



 

서론

 

몇 년 전 중국 모바일게임 업계에 IP가 막 뜨기 시작할 무렵, 한국 모 회사에서 본인들의 유명 IP로 직접 모바일게임을 만들었다. 이후 중국 쪽에서 퍼블리싱 제안이 오면서 나에게 그 회사에 관해 물어본 일이 있었다. 

 

나는 한마디로 답했다. “과거 당신들의 온라인게임 사설 서버 운영을 통해 성장한 회사입니다.” 결국, 계약은 무마됐는데, 하필 한국에서 해당 모바일게임이 망하고 말았다. 이후 그냥 계약하게 내버려 둬야 했는지 살짝 고민이 들었다. 하지만 내 것을 훔쳐가 성공한 애들에게 다시 물건을 줄 수는 없지 않은가?

 

 

<소녀전선>과 롱청

 

최근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소녀전선>의 한국 퍼블리셔는 ‘롱청’이라는 중국회사이다. 롱청의 모회사는 신동이라는 회사이고, 한국에서도 유명한 <신선도>의 웹게임과 모바일게임을 통해 성장한 회사다.

 

 롱청(X.D. Global Limited).

신동의 자회사 중에서는 롱청 외에도 'TAP TAP(이하 탭탭)'이라는 마켓 서비스를 제공하는 即易玩(上海)网络科技有限公司(즉역완 (상해) 망낙과기 유한공사​)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롱청은 현재 본인들의 퍼블리싱 역량의 강점으로 탭탭의 서비스를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내 관점에서 보면 탭탭은 그들의 퍼블리싱 역량의 강점이 아닌 극악한 단점에 가깝다.

 

 

TAP TAP

 

탭탭은 중국에 존재하는 수많은 3자 마켓 중 하나인데 최근 급성장했다. 급성장의 배경에는 해외게임의 불법유포가 있다. 최근 몇 년 동안은 중국 게임유저들은 외국산 게임에 큰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탭탭도 별로 인기를 끌지 못했다. 그래서 그들은 중국이 아닌 대만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진행했다. 

 

그런데 비슷한 양산형 게임에 질린 중국 모바일게임 유저가 늘어나면서 해외게임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증가했다. 따라서 쉽게 게임을 다운로드받을 수 있고 해외 게임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탭탭의 중국 사용자 수가 증가했다. 그 결과 대만에서 중국으로 서비스의 초점을 바꾸었다.

 

현재 탭탭은 와레즈와 루리웹을 혼합한 모양이다. 그런데 2016년 탭탭의 재무상황은 매출 54만 위안에 손실이 무려 2,175만 위안이었다. 즉, 확보한 유저 숫자와 비교하면 아직 수익모델을 제대로 찾지 못한 셈이다. 

 

 

TAP TAP의 수익모델과 한국회사가 당면한 딜레마 

 

 

현재 탭탭이 추구하는 수익모델 중 하나가 불법유통에서 합법유통 쪽으로 서비스의 방향을 전환하는 것인데, 그 대상은 주로 한국의 중소 게임회사다. 구글피처드를 받거나 혹은 불법 업로드 게임 중에서 평점이 좋은 게임 위주로 개발사에 직접 연락을 취해 퍼블리싱 혹은 채널링을 제안하는 형식이다. 

 

개발사가 제안을 거부하면 불법 유통물을 모른 척 내버려 두는 것이고, 제안에 응하면 정식 판매라는 타이틀을 붙여서 서비스한다. 덧붙여 일부 마케팅 자원을 지원하여 유저를 확보하는 사업모델인데, 사실 한국회사들 입장에서는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TAP TAP, 함께할 가치가 있을까?

 

게임 개발사 입장에서는 어떨지 모르나, 개인적으로는 추천하지 않는다. 탭탭은 본인들과 계약한 정식 버전도 현재 판호 없이 그냥 올린다. 사실은 판호 없이 올릴 수 있다는 것을 일종의 세일즈 포인트로 삼고 있다.

 

하지만 중국 당국 입장에서 탭탭은 더이상 작은 소규모 불법유통플랫폼이 아니다. 사용자가 1억 명을 넘어가는 대형플랫폼으로 성장해 가는 중인데 ‘불법유통’까지야 모른 척할 수 있다 해도 판호까지 무시하는 것은 괘씸하게 볼 여지가 많다.

 

게다가 해외게임이 편법으로 대거 들여올 수 있는 통로인 것도 주목해야 한다. 현재 중국게임 점유율이 90%가 넘는 가운데 해외게임이 인기를 끌게 된다면? 중국 당국에서는 당연히 보기 싫은 결과일 것이다. 원래 이런 종류의 사업은 적당히 눈치를 보면서 해야 하는데 탭탭은 너무 드러내 놓고 하고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중국에서 탭탭은 ‘언제 서비스를 중단해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소녀전선> 이슈 


 

그리고 이런 회사의 형제 회사가 해외 퍼블리싱에 나서 한국에서 대박 난 게임이 바로 <소녀전선>이다. <소년전선>은 한국 규정을 무시하고 ‘덕심을 자극하는 야한 일러스트’를 백도어 업데이트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일부 유저들로부터 ‘갓겜’이라는 칭호를 듣고 있다. 

 

일반적으로 확률형 아이템에 무척 부정적인 한국 게이머들이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심의 규정을 무시한 일러스트 업데이트에는 상대적으로 관대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했다. 물론 전부터 유저들이 갖고 있었던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대한 불만이 다른 형태로 표현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고려해도 말이다.  

 

결국, 유저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고자 하는 것’이 기준이지 법과 도덕의 이슈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런 롱청의 위법이 한국에 지사가 없어서 가능한 것이라고 응원하는 일부 TIG 댓글에는 좀 실망했다. ​

 

 

하지만 나는 유저들을 비난하고 싶지 않다. 근시안적 판단으로 게임에 대한 정책과 규정을 결정하는 관료들에게 더 큰 문제가 있다. 커뮤니티에서 유저들이 하는 이야기를 ‘전체 게이머의 목소리’로 결론 내리기 전에,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에 담긴 뜻을 정확히 파악하고 정책을 결정하라는 이야기다.

 

 

<붕괴3>관련 에피소드와 중국 회사의 '상도덕'

 

한국에서 대박 난 또 다른 중국게임인 <붕괴3>의 서비스 과정도 매끄럽지는 않다. <붕괴3>의 개발사 미호요(Mihoyo)는 원래 한국 서비스를 위해 내가 알기론 최소 두 회사와 구체적으로 접촉하고 있었다. 물론 퍼블리싱 계약이라는 것이 계약서에 사인하기 전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 

 


 

하지만 최소한의 상도덕이 있다. 마치 계약을 할 것처럼 태도를 보이면서 ‘시장 정보’와 ‘운영 계획' 등 서비스에 대한 노하우를 충분히 듣고 나서 막바지에 직접 하겠다고 하거나, 운영 대리 형태로 최소한의 이윤만을 넘기고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한국 회사가 그랬다면 당장 업계에 소문이 나서 욕을 한 바가지 먹고 있었을 상황인데 중국 회사라 그런지 묘하게 조용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퍼블리셔 선정 막바지에 하필 롱청이 뛰어들었고 원래 협상하던 한국의 두 퍼블리셔는 물을 먹었다. <소녀전선>에 이어 <붕괴3>도 롱청에서는 본인들이 퍼블리싱 한다 주장하며 다른 게임의 세일즈 포인트로 삼고 있지만, 내가 추측하기로는 최소한의 이윤만 받고 마케팅 관리와 CS 처리만 하는 것으로 보인다. 

 

내 추측이 맞았다면, 롱청은 한국에서의 일반적인 퍼블리싱 계약과 채널링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사업모델로 시장 질서를 흔들고 있는 셈이다. 중국 회사인 데다, 아예 사무실도 중국에 두고 한국에서 매출만 뽑아감에도 한국에서는 어떠한 조치를 취할 수가 없다. 이미 그렇게 하는 회사들이 너무 많다. 

 

 

중국회사, 실체를 봐야 할 때

 

어쨌든 내 관점에서는 탭탭의 중국 서비스나 <소녀전선>의 한국에서의 편법적인 서비스 운영 모두 문제가 있다. 중국에서는 여러 형태로 법적, 도덕적 논란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아무런 문제 없이 능력 있는 회사로만 포장되어 시장의 판을 흔드는 것도 문제가 있다.

 

한국 회사들은 중국에서 시장환경과 각종 규제에 사업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중국 회사는 한국 콘텐츠를 갖고 중국시장에서 사업을 진행하거나, 중국 콘텐츠로 한국 회사에서 여러 가지 편법을 동원해 승승장구하고 있다. 마음이 편치 않다. 유저들에게 갓게임 평가를 받으면서 퍼블리셔까지 좋은 평가를 받는 모습을 보다 보니 더더욱 마음이 편치 않다. (이쯤 되면 뭣이 중한 것인지 진짜 모르겠다.)

 

 

마치며

 

마지막으로 정책당국과 한국 회사들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중국 회사가 하는 방식으로 우리도 중국에서 할 방법은 많다는 것이다. 중국처럼 법과 도덕적 비난을 받아가면서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실리적인 방향성을 찾으라는 이야기이고 정책당국은 그런 것들을 지원해주라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 타성에 젖어 ‘시간이 흐르면 또 기회가 오겠지’ 수준이라면 중국에서 한국게임, 나아가 한국 콘텐츠가 과거처럼 잘 될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본다. 

 

지금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인데 현재의 어려움에 여러 가지 사업기회를 지레 포기해버리는 풍조가 매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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