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김동건] RPG의 '로망'을 말한다.

나크 | 2005-09-15 14:56:49

 

 

Side A> By gamer 나크

 

RPG는 역할놀이다.

 

이 명제는 순전히 어떻게 표현하는가에 따라서 다른 것 같다. 최근의 게임은 RPG의 규칙을 너무 쉽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하긴 우리는 여태까지 그렇게 받아들여 왔으니까…. “대미지 딜러, 탱커, 힐러를 해야 하지 않겠어?”라는 스테레오 타입에 묶여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파이널 판타지 6> 때는 주인공이 도둑이었다. 게이머는 자연스럽게주인공이 왜 도둑이고, 할 수 있는 액션이 무엇이고, 전투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이 무엇이고, 할 수 없는 행동이 무엇이다라고 생각하기 쉽다. 이 때난 원래 도둑이고 어떤 기술을 골랐으니까 전투에서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어!’라는 식의 무미건조하고 뻔한 방식으로 결론이 난다면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옛날의 고전 RPG들은 캐릭터 생성할 때도 그 캐릭터의 배경이나 직업의 설명이 꼭 나온다. 하지만 요즘의 관점에서 보면 그것도 너무 형식적이고 구차하다. 중요한 것은전투에서 어떤 스킬을 쓸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역할놀이의 재미와 특징이 우선시 돼야 하는 것이지어떤 직업이니까 꼭 이래야 한다는 접근은 너무 뻔하다. 사고의 순서를 바꿔서 역할놀이의 재미를 먼저 생각해 보면 좀 더 유연한 게임 캐릭터가 나오지 않을까? 무조건캐릭터를 만들 때 설명을 잘 읽어 주세요~”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것 같다.

 

 

Side B> By creator 나크

 

<마비노기>를 만들면서도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보통 MMORPG, 예를 들어 <에버퀘스트>같은 전형적인 파티플레이 게임은 진정한 롤플레잉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결국처음에 힐러니까 끝까지 힐러다는 식의 직업관과 역할에만 집중된 개념은 롤플레잉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

 

아무리 전통적인 힐러의 특징과 스킬을 강조한다고 해서 힐러의 생활을 체험하거나 캐릭터의 감정까지 이입이 되지 않는다. 원래 TRPG는 외국 문화라고 생각한다. 그럼 우리나라는 없을까? 인형놀이나 어렸을 때 보자기 목에 묶고 장난쳤던슈퍼맨놀이나소꿉장난, 사실 그런 것들이 역할놀이다. 그런 것들이 RPG의 기본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마비노기>에서는다른 사람의 역할을 플레이 해보는 경험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G1에서는 RP 던전에서 NPC의 입장에서 경험을 해보는 장치를 만들었다. G2에서는 팔라딘으로 변신하는 것은 보자기 쓰고 높은 데서 뛰어내리던슈퍼맨 놀이의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정말로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노력했다. 예를 들어전설의 3전사 이야기를 듣고 그 던전에 들어가서 3명의 역할을 분담해서 놀이를 한다.’ 이런 것이 정말 재미있는 놀이가 아닐까.

 

그렇다고 굳이 다양할 필요는 없지만 게임상의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하고 그 캐릭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면 RPG가 아니더라도 충실한역할 놀이를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메탈기어 솔리드>도 유저가 진정 솔리드 스네이크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면 그 역시 좋은 역할놀이인 것이다.

 

경험치나 체력 게이지, 스킬, 성장요소 등 RPG의 기본조건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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