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이종원] 게임은 재충전이다.

원리 | 2011-03-31 18:37:19

 

많은 사람들은놀이를 삶에서 부가적인 것이어서,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상관없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놀이는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한 것이다. 아주 옛날부터 그랬다. 원시부족들은 축제 등의 공동놀이를 통해, 구성원들을 즐겁게 해주고, 또 부족의 유대를 발전시켜 왔다. 현재에도 형태는 다르지만, 놀이는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서 놀이는, 사람들을 재충전해주고, 또 구성원들의 연대감을 높이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놀이는 문화의 한 요소가 아니라 문화 그 자체가 놀이의 성격을 가지고 있고, 놀이에 따르고, 놀이에 승복하며, 놀이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인간 문명을 빛나게 한다고 주장한 요한 하이징와의 명저. 모든 문화 현상의 기원을 ‘놀이’에 두고 저자가 탐구해 온 예술사와 종교사 등 인류 문명에 관한 다양한 지식을 동원하여 인류의 문화를 놀이적 관점에서 고찰했다. '호모 루덴스'는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뜻이다. 
 

재충전은 삶에서 매우 중요하고, 꼭 필요한 것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힘든 일, 어려운 일을 겪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어려운 일로부터 얼마나 빨리, 또 얼마나 자주 재충전할 수 있는가는 성공적이고 행복한 삶을 위해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놀이를 통해재충전되는 걸까? 아마도 함께 무언가를 해냈다는 느낌일 것이다. 그게 함께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것일 수도 있다. 혹은 간지럼 펴 웃기기여도 좋다. 교감을 통해 무언가를 이뤄낸 느낌은 사람에게 일상의 고통을 벗고 생기를 충전할 기회를 준다. 온라인게임도 그런 면에서 공통점이 있다는 것 같다. 함께 해서 무언가를 이뤄냈다는 느낌을 제공하니까.

 

이런 느낌은 정말 중요하다. 가정에서 화목의 정도는 함께하는 놀이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보통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아빠, 엄마와 간단한 놀이를 자주 같이 하며 화목하게 지낸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아이들이 성장하고, 바빠짐에 따라 가족은 함께 하는 놀이를 잃고, ‘까르르하는 웃음소리도 잦아들게 된다. 친밀도는 급속하게 떨어진다.

 

사회생활 속의 팀과 회사도 마찬가지이다. 함께 하는 놀이를 가진 집단과 그렇지 못하는 집단의 생산성과 행복도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남녀관계의 형성과 발전도 놀이가 핵심역할을 하게 된다. 결혼이라는 가장 중요한 관계도, 데이트라는 놀이를 통하여 모든 것을 나누고, 인생을 함께하는 관계로 발전된다. 가장 생산적이 않게 보이는 놀이가 가장 생산적인 관계로 발전된다는 게 유쾌한 아이러니다.

 

사실 재충전을 놀이만 하는 것도 아니다. 함께 영화를 보는 것도 재충전일 수 있다. 하지만, 원시시대부터 전해 내려왔고,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경험했던 함께 하며 무언가를 이뤄낸다는 느낌에는 조금 아쉬운 면이 있다. 그건 아마도, ‘인터랙션’(상호작용)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온라인게임은 좀더 근원적인 놀이를 닮아있다고 생각한다. 퀘스트를 함께 해나가는 것 혹은 2:2로 대결을 펼치는 것 모두 함께 무언가를 이뤄낸다는 느낌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으니까. 재미와 함께 사람들을 더 좋은 관계로 발전시켜 줄 수 있는 장점이 있으니까.

 

좋은 놀이가 인간의 삶을 재충전할 수 있는 무척 의미 있는 일이라면, 좋은 게임 역시 삶을 행복하게 해주는 무척 의미 있는 삶의 요소라고 생각한다. 생산 없이 재충전만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듯, 재충전 이상으로 게임에 과몰입하는 것도 그래서 옳지 않은 것이고.

 

현재 평균적인 온라인게임은 한 개인을 재충전하고, 주위 사람들과 좋은 관계로 발전시키는 데 부족한 점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로부터 적지 않은 비판을 받고 있다. 온라인게임의 역사가 15년 남짓인 것을 생각하면, 앞으로 충분히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초기의 한국영화들은 현재 온라인게임 이상으로 많은 비판을 받아 왔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많은 영화들이 좋은 내용으로 감동을 주고 현재는 무척 수준 높은 콘텐츠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온라인게임도 앞으로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그렇게 될 것으로 믿고, 더 빨리 그렇게 만드는 것이 우리들의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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