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아타리쇼크 - <E.T>는 어떻게 게임 산업을 파괴했는가 Luckydays 04-30 조회 6,899 0

 최악의 게임을 뽑으라고 하면 어떤 게임을 뽑을 수 있을까요? 사람마다 기준은 다르겠지만, 보편적으로 잡는 기준은 존재하겠죠. 단순히 재미가 없는 게임, 시리즈중에 돋보이는 졸작, 스토리가 엉망진창인 게임, 기대만 부풀려놓고 결과물은 엉성한 게임 등등... 이런 게임들은 게임 자체의 평을 떨어트릴수도 있고 시리즈의 평가를 떨어트릴수도 있고 더 나아가서 회사의 평판과 주식도 나락으로 떨어트릴수도 있죠.

 하지만 이번에 소개할 <E.T> 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게임 자체의 평가는 물론이고, 회사에도 큰 타격을 주었을 뿐만이 아니라 북미 게임 시장 자체를 산산조각낸 위업아닌 위업을 이룬 게임이죠. 어떻게 <E.T> 가 산업 자체를 산산조각 냈는지, 지금은 아타리 쇼크라고 이름 붙여진 북미 게임 시장의 몰락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살펴보죠

 1. 아타리의 등장과 전성기

 비디오 게임이란 개념이 사람들에게 희미했던 시절, 아타리라는 신생 회사가 게임업계에 등장합니다. <퐁> 이라는 게임으로 단숨에 게임 업계를 휘어잡은 아타리는 아타리 2600이라는 독자적인 게임기를 개발하고 <스페이스 인베이더> 까지 성공시키면서 단숨에 게임 업계의 독보적인 존재로 성장했죠. 이 당시 아타리는 자회사를 라이벌 회사로 둔갑시킬 만큼 경쟁자도 장애물도 없는 그런 회사였습니다.

 

<갑자기 등장해서 순식간에 게임시장을 점령했습니다>

 

 2. 서드파티의 등장

 회사와 시장은 점점 커져갔지만, 개발자들에 대한 홀대는 너무 심했습니다. 박봉에 야근은 기본이고 게임 판매량에 대한 로열티 지급은 꿈도 못꿨고, 게임 크레딧에 개발진의 이름이 들어가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였죠.

 이런 홀대에 뿔난 몇몇 개발자들은 아타리를 나와서 독자적인 게임 개발 회사들을 만듭니다. 이 회사중 하나가 바로 "액티비전" 이죠. 아타리에서는 당연하게도 게임 개발을 독점하기 위해 소송을 걸지만 패소하고, 이런 독자적인 게임 개발 회사들은 아타리 2600을 기반으로 한 게임들을 개발합니다. 게임업계 최초의 서드파티였죠.

 3. 몰락의 전조

 서드파티들이 생겨나자 아타리 2600 게임들은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이 때의 게임시장은 말 그대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기 때문에, 수 많은 기업들과 사람들이 게임을 찍어내기 시작했죠. 아타리에서는 소송을 통해서 이런 양산형 게임들을 막으려 했지만, 패소한 후 통제권을 잃어버렸죠.

 몇몇 서드파티에서는 좋은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액티비전에서는 플랫폼 게임의 원조격인 <피트폴> 을 만들어서 크게 히트를 하죠. 하지만 이런 몇몇 명작들에 비해서 너무나도 많은 졸작들이 양산되어 갔습니다. 식품회사, 음반제작회사, 출판회사에서도 게임 부서를 만들어서 게임을 만드는 경우가 부지기수였죠. 이런 회사에서 나오는 게임의 퀄리티는 당연히 저질이였고요.

 


 

 4. <E.T> 의 탄생

 게임의 질이 점점 떨어지고, 경쟁기기도 우후죽순 등장하는데다가 PC까지 보급되면서 비디오 게임 시장은 점점 불안해지고 있었습니다. 이 와중에 등장한 게임이 바로 <E.T> 였죠.

 아타리를 인수한 워너브라더스는 스티븐 스필버그에게서 <E.T>의 게임화 판권을 어마어마한 돈을 주고 구입합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서 <E.T> 를 출시하려는 계획을 세우죠. 문제는 게임화 판권을 구입한 때가 7월이였다는 점이죠. 워너브라더스는 크리스마스때 게임이 출시되길 바랬고, 그렇다면 적어도 9월에 게임이 완성되어야 합니다. 즉 게임 개발에 걸리는 시간이 1달 남짓 했다는 거죠.

 개발이 힘들다는 아타리의 의견을 무시하고 워너브라더스는 개발을 강행합니다. 어찌어찌 억지로 크리스마스에 게임이 출시되지만, 짧은 개발 기간에 걸맞는 최악의 완성도를 보여주면서 대부분의 <E.T> 팩들은 반품처리 됩니다.

 5. 아타리의 몰락

 소비자들은 분노했습니다. 더 이상 이런 저질 퀄리티의 게임을 용납할 수 없었던 거죠. 아타리에서는 예상 수익을 낮춰서 발표했고 게임 업계의 대부분 주식들은 폭락했죠. 수 많은 게임 회사들이 도산했고 게임 산업과 게임 시장은 동시에 붕괴되었습니다. 아타리 쇼크라 불리는 북미 게임 시장 붕괴였죠.

 이런 과정을 다른 시각에서 보는 분석도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게임 소비량은 줄어들지 않았지만, 게임의 가격이 떨어졌다는 분석이죠. 게임 회사들이 도산을 하면서 순식간에 재고가 된 수 많은 게임팩들이 낮은 가격으로 시장에 공급되었고, 이런 낮은 가격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게임을 싼 가격에만 구입하면서 게임 회사들의 수익이 줄어들어 도산이 계속되는 그런 악순환이 지속됬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빨간 그래프가 미국 게임 시장 규모입니다. 1982년 이후 급락하는 것을 볼 수 있죠>

 

 6. 아타리 쇼크 그 이후

 초토화된 북미 비디오 게임 시장에 닌텐도라는 신생 일본 기업이 도전장을 내밀게 됩니다.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라는 용어로 위장한 닌텐도 게임기를 앞세운 닌텐도는 순식간에 북미 게임 시장을 점령해버립니다. 이후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과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가 나오기 전까지 세계의 게임 시장은 일본 회사들이 점령했었죠.

 7. 두 번째 아타리 쇼크?

 2010년대에 들어오면서 게임의 질이 다시 한 번 급격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비단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해외의 유명 게임 개발사에서도 수익을 위해서 게임의 재미를 반감하는 유료 DLC를 만드는 경우도 있고, 대형 기업들의 삽질도 점점 커져가고 있죠.

 우리나라 게임계 역시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수익을 위한 과도한 사행성 랜덤박스, 이해할 수 없는 게임 운영, 비슷비슷한 게임성을 비롯해서 패키지 게임은 완전히 몰락했고 모바일 게임 시장은 과포화상태가 되었죠.

 제 짧은 생각을 풀어보자면 그래도 아타리 쇼크 처럼 게임 산업이 단숨에 폭삭 주저앉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타리 말고는 딱히 대체품이 없던 과거 게임계와는 다르게 현재에는 대체할 수 있는 게임도 많고, 유저들의 충성심도 있는 편이라서 단숨에 게임 시장과 산업이 무너지진 않을겁니다. 다만 서서히 고통받으면서 천천히 무너질 가능성이 높죠.

 8. 결론

 아타리 쇼크는 단순히 게임계에서만 분석할만한 사건이 아닙니다. 게임 산업 전반에 거쳐서 일어난 대사건이다보니까, 경제학, 경영학, 윤리경영 같은 경제적 측면은 물론이고,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충분히 검토할 만한 사건이죠. 또 아타리 쇼크 이후에 북미 게임 시장에서 리뷰어, 필진, 웹진들이 우후죽순 등장했고, 이런 평가/평론 시스템이 잘 자리잡게 되는 계기도 되었죠.

 역사는 현재와 과거가 끊임없이 나누는 대화라고 합니다. 역사를 바라보고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해서 우리가 어디로 나아갈지 정해야 하죠. 아타리 쇼크란 역사를 보고 게임 업계와 게임 산업, 더 나아가서 산업 전반이 무언가를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반복되는 역사를 경험하고 싶지 않은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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