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게임은 즐기고 있지만 언제부터 인가 예전 같은 열의를 가지고 게임을 하지는 않게 되었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지금 와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럴 자격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2010년 경, 이 게시판에서 되지도 않은 글 솜씨로 많은 사람들과 논쟁을 벌였던 기억이 난다.
게임은 예술인가 아닌가
표절과 오마쥬의 경계는 무언가
게임이 산업으로서 제자리를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당시의 내 글을 보면 논리는 참 조악하고 표현도 엉망이고 타인에 대한 배려 따위는 없는, 속된 말로 망한 글들 뿐이지만 그래도 내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게임은 예술이 될 수 있으며, 좋은 게임은 한 권의 책과 같이, 영화와 같이 평생 동안 삶의 한 켠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러한 가치는 존중 받아야 한다고 말이다.
당시의 개발자들(혹은 개발자의 편을 들고 싶었던 사람들)은 게임은 즐길 거리일 뿐이고 수요에 따라서 공급이 이루어지는 상품일 뿐이라고 했다. 설사 게임이 예술로서 가치가 있을지는 몰라도 자본이 개입되어 있는 현실에서 그러한 시도는 곧 망하는 선택이라고 했다.
그 당시 나는 이 말을 받아들이지는 못했지만 이 말은 당시의 현실이었고 15년 전에 비슷한 업종에 종사했던 사람으로서 충분히 이해는 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게이머들도 이들의 말에 공감과 지지를 했을 것이다.
그로부터 5년 뒤, 지금 게임은 어떠한 취급을 받고 있는가?
당시라고 해서 게임에 대한 인식, 취급이 좋았을 리 없지만 이제는 돈벌이 산업에 더해서 마약과 같은 취급을 받고 있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폭력과 부조리의 원흉인 것처럼 묘사되고 따라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오히려 더 심해졌다.
그럴 수 밖에.
아무도 게임이 가지는 가치에 대해서 규명하려 하지 않았고 그 가치를 만들려고 하지도 않았다.
물론 저런 규제에는 정치의 탈을 쓴 깡패짓, 자본의 갈취가 개입된 결과이지만 누구도 게임에 대해서 보호하려고 나서는 사람은 없다.
게임을 예술로서, 표현의 장르로서, 가치 있는 의미 전달의 도구로서 인정해 주는 사람의 목소리가 적기 때문이다.
그저 자본의 논리에 맡겨둔 채로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둔 결과가 아닐까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모든 것이 자본으로 환원이 된다. 인간의 목숨 조차도.
그러나 인간의 목숨값이 얼마이므로 얼마를 내고 저 놈의 목숨을 내가 가져가겠다고 하지는 않는다.
인간의 생명, 인간 그 자체에 돈 이상의 가치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게임을 인간과 비교하는 것은 우스운 일처럼 보일지 모르겠다.
게임은 이미 상품으로서 인식하고 있으니까.
그러나 게임에 돈만이 아닌 다른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지금 가장 절실한 문제이다.
앞으로도 자본에 휘둘리는 것은 변함이 없겠지만 적어도 마약 취급은 받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는 가치를 만들어 붙이자는 것도 아니고 게임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나는 확신한다.
지금도 여러분들은 게임을 예술로 취급하는 것을 이상하게 보실지 모르겠다.
그런데 모든 예술은 어차피 하위장르로부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