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폴아웃 쉘터는 잘 만들어진 게임인가? 가람해무 08-03 조회 17,407 공감 -3 2

 

지금 폴아웃 쉘터가 잘 만들어진 게임이 아니라고 하신 건가요?

베데스다 소프트웍스에서 출시한 최초의 모바일 게임인 폴아웃 쉘터는 출시 2주만에 무려 60억에 가까운 매출을 올린 성공작입니다. 한 때 캔디 크러쉬 사가를 제친 적도 있을 정도였죠. 도대체 그런 게임을 가지고 '잘 만들어진 게임인가?' 라고 묻는 게 가당키나 한지 모르겠지만, 저는 오프라인 지원을 한다는 것 외에는 이 게임에 부정적입니다.

 

그냥 부정적인 것에만 포커스를 맞춰서 쓴 글입니다. wink

폴아웃의 지적 재산권을 가져오긴 했지만....

IP를 가져온 게임 중에 이것을 만족시킨 케이스가 별로 없었는데 폴아웃 쉘터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마이 리틀 포니 게임에 제가 얼마나 큰 실망을 했는지 모르실 겁니다. 내게 X을 줬어!!!)

 

IP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컨텐츠에 맞춰 시스템이 설계된 것이 아닌, 시스템에 맞춰 컨텐츠가 설계되었다는 부분이 가장 큰 문제로 여겨집니다. 저는 유명 IP를 다루는 게임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지적재산권, 즉 폴아웃의 IP를 가지고 게임을 만들었다면 먼저 폴아웃이 무엇인가부터 근본적인 고민을 할 필요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폴아웃 매니아들이 폴아웃 쉘터에 건 기대는 매우 컸을 겁니다. 게임 폴아웃이란 무엇일까요? 핵전쟁으로 멸망한 황무지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이야기죠. 수많은 선택지가 있고, 모험과 이야기가 있습니다. 폴아웃 쉘터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폴아웃 쉘터는 폴아웃의 스킨을 입은 팜류 게임입니다. 단지 그 뿐인 것이죠. 모든 시스템들이 얄팍하기 그지없습니다.

 

예를 들면 폴아웃에 등장하는 수많은 캐릭터들과 아이템이 있지만 여러분은 이것에서 어떠한 개성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레이저 개틀링건은 일반 소총에 비해서 단지 공격력이 세고 그 뿐입니다.

 

어텀 대령이나 알리스터 텐페니 등 수십 종의 다양한 원작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이들의 차이는 능력치 뿐입니다. 능력치는 게임 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냐고요? 아마 물을 잘 퍼거나 전기를 잘 공급시키는 것 같습니다. DT나 V.A.T.S요? 기대도 하지 마세요. 어째서 폴아웃 시리즈에서 끝내주는 유명인인 DJ 쓰리 독이 그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라디오 시설에서 뭔가 차별화된 다른 것을 하지 못하는 걸까요? 그럼 쓰리독의 존재 가치는 무엇인가요? 그냥 매력도 10짜리 캐릭터죠. 매력도 10짜리 다른 캐릭터와 비교하면 그냥 선글라스를 낀 간지남에 불과합니다.

 

폴아웃 쉘터의 IP를 사용한 방대하고 다양한 컨텐츠들은 결국 한정된 룰 안에서 가짓수를 뻥튀기시킨 것에 불과합니다. 폴아웃 시리즈에서 사용하고 보았고 그래서 기대할 수 있었던 것이 무엇이든 간에, 여러분은 이미지 외에 어떠한 경험도 폴아웃 쉘터 내부에서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과연 폴아웃 쉘터의 개발자들은 폴아웃 시리즈 자체에 사랑이라는 것을 느끼긴 한 것일까요? 아니면 그냥 2D에 수직 구조로 펼쳐진 팜류 게임을 만들고자 했던 걸까요? IP 게임이라는 것은 전부 다 이 정도에 그치나요?

비직관적이고 컨트롤이 무거운 인터페이스

필요한 정보를 보기 어렵고 일일이 눌러봐야 합니다. 수십 층과 백여개 가까운 방, 또는 200여명에 달하는 볼트 거주자들을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는 그저 어떤 능력치에 맞게 배치하는가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관리는 트레이닝 룸의 존재로 인해 한층 더 짜증스럽습니다. 정말 자그마한 캐릭터의 숫자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다니요. 그런 인간이 컨트롤할 수 있을지 미지수인 관리량에 비해 관리 방식은 불편하고 한없이 단순합니다.

 

여러분은 이 방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어떤 능력치가 필요한지만 알면 됩니다. 이동을 시키면 +표시가 뜨긴 하지만...그런 식으로는 쉘터가 크면 하루종일 걸리겠군요. 쉘터가 그런 식으로 돌아가니 폴아웃 시리즈에서 얼마나 많은 볼트가 망했는지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네요. 그리고 어느 정도 적용된 후에는 볼트 거주자들을 이동시킬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근데 주로 대부분의 전략적 요소가 이것 뿐이라서....편해졌다고 좋아해야 할지는 의문이네요.

 

게다가 필연적으로 이러한 정보를 보여주기 위해 폰의 혹사가 끝내주는 수준으로 이루어집니다. 당연하죠. 아이폰 6 외에 아이폰에서 이 게임을 제대로 돌릴 수 있는지 의심스럽군요. 한 화면에 다 뿌려주는데 최적화를 할 수 있는 구조가 애초에 아닙니다. 캐릭터의 정보를 얻기 위해서 리스트를 보거나, 아니면 직접 쉘터의 특정 위치를 눌러서 해당 캐릭터를 눌러야 하는데 거기서부터 이미 애로사항이 꽃핍니다. 젠장 좀 눌리라고!

 

도대체 이렇게 작은 화면에 무슨 짓을 한 건가요. 태블릿 전용 게임도 아닌데! 심지어 누르면 렉이 생겨요! 아이폰 5는 은퇴할 때가 된 것일까요? 그런데 애초에 이런 식으로 디자인된 게임이 렉이 안 걸릴 수 있을까요?

쓸모없고 뻔한 탐사 시스템

폴아웃 쉘터라는 이름에 걸맞게 쉘터를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게임의 한 축은 탐사를 보내는 것입니다. 탐사를 보내면 다양한 아이템들을 주워오죠. 이 아이템들은 정말 쓸모없다고 여겨집니다. 한 무리의 레이더들을 조지는데 많은 자원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죠. 또한 실제로 탐사를 보낼 때 전투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직관적으로 알기 어렵습니다. 그냥 레벨이 높고 좋은 장비를 끼면 어떻게든 뭔가 해 옵니다. 그렇지만 아마 좋은 장비보다 낮은 장비들을 주로 얻게 될 겁니다. 나중에 가서는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할 수 있으니까 한다' 류의 컨텐츠가 됩니다.

 

글쎄요. 골드를 얻어오는 게 그나마 중요한 역할이겠지만....그리고 탐사를 보낸 만큼 돌아올 때도 시간이 걸린다고요? 이 게임에 있는 아마도 유일한 현실적인-그리고 짜증나는- 요소겠군요. 10시간을 걸어서 되돌아 온다고요? 도대체 이 양반은 어디까지 간 거야??

재미없고 따분한 전투

본질적으로 폴아웃 쉘터는 전투를 위한 게임이 아닙니다. 정말로요. 보는 것도 재미없고 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은 그저 전투원들을 목표한 방에 넣어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정말로 진지하게 말씀드리는데, 침입자들이 옆방으로 도망가는데 멀뚱멀뚱 제자리를 지키는 경비원이 정말 있기는 한 건가요? 화염방사기가 로켓 발사기와 다른 점은 시각적 차이 뿐입니다. 불이 붙는다거나 도트 데미지 그런 거 없습니다.

 

게다가 믿기지 않게도, 항상 세 명의 레이더가 침입하는 모양입니다. 뭔가 업데이트가 되기 전까지 여러분은 항상 비슷한 수준의 위협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 수준이라는 것은 한없이 낮은 수준을 의미하죠. 아마 여러분들은 레이더가 어떤 장비에 어떤 무기를 꼈는지 생각도 안해봤을 거에요. 왜냐면 그걸 고려할 필요도 없거든요.

한없이 가벼운 운영

한 가지 확실한 건 전기가 부족해지면 정말 위험해집니다. 그 말은 전기 관리만 잘해도 망할 일은 없다는 걸 의미하죠. 건설은 초기에 상당히 복잡해 보일지도 모르나, 실상 배치는 크게 의미가 없음을 알게 됩니다. 레이더의 진입 경로에 병사들을 배치하고, 나머지는 알아서 하시면 됩니다. 일부 시설이 3칸까지 확장되는 것만 주의하시면 됩니다. 엑스컴의 기지 건설에 비하자면(물론 이쪽은 PC이긴 하지만) 그냥 자원관리에 불과합니다. 물론 팜류 게임들이 그렇지만....

 

장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냥 시설을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치가 있을 뿐입니다. 무기는 공격력이 높은 걸 껴주시면 됩니다. 전통적으로 폴아웃 시리즈 장비들의 내구도 관리가 정말 골때리긴 했지만 폴아웃 쉘터에는 없습니다. 예이~! 팻맨은 한방이 강하지만 범위 공격에 탄환이 매우 비싸거나 구하기 힘들었죠. 상관없습니다. 그런 개념도 없거든요! 그냥 무기 1, 장비 1이라고 부르도록 하죠. 그래도 상관없어 보입니다. 단지 몇 가지 능력치만 다를 뿐이죠.

 

시리즈 전통적으로 실탄 무기가 로봇 계통에 잘 먹히지 않았죠. 알 게 뭡니까! 로봇 따위 나오지도 않습니다. 모르죠. 탐험 도중에 여러분은 텍스트로 그들과 마주쳤다는 메세지를 볼 수도 있겠지만. 누가 선택도 없이 반복되는 탐험 메세지 따위에 신경이나 쓴답니까? 게다가 나와도 무기 능력치 타입이 공격력밖에 없는데요.

 

그리고 생존하기 위한 게임인데 생존의 가장 큰 문제는 시설 운영에 국한됩니다. 여러분이 전기가 부족한데 전기 시설을 안 만들고 엉뚱한 건물을 만든다면 여러분들은 말 그대로 X된 겁니다. 외부의 위협? 화재나 방사능 바퀴벌레의 출현? X도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그걸로 게임이 망하면 그건...어.....그럴 수도 있겠죠. 물론. 여러분이 라면을 먹으러 간 사이에 볼트 전체가 불바다나 바퀴벌레 천지가 될 수도 있겠죠.

 

게다가 이 볼트 거주자들은 행복이란 게 전기나 먹을 거만 안 떨어지고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하면 오르나 봅니다. 아주 써먹기 쉬운 녀석이에요. 술집 같은 걸 지어주지 않아도 되니까요. 이런 애들만 있다면 별 어려움 없이 왕국도 세울 수 있을 겁니다. 개성이라는 게 능력치 빼고는 아무것도 없는 녀석들이거든요. 까탈스러운 놈들이 없는 걸 보니 분명히 다들 게리인 것 같습니다. 게리가 뭐냐고요? 말이라고는 게리밖에 하지 못하는 클론들로 득실거리는 볼트가 있었더랬죠....

 

기대하기 어려운 외부 랜덤 요소도 마찬가지죠. 라디오 방 업그레이드해도 오는 놈들은 뻔합니다. 탐사를 통해 얻는 장비도 그렇고요.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가면, 여러분들은 그런 '디테일함' 또는 '깊이' 에 대한 기대가 다 허사라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이 게임은 '대박이다!' 라던가 '오 좋은걸?' 이라는 걸 느끼기가 힘듭니다. 아마 도시락 박스 외에는 말이죠...

 

폴아웃 쉘터가 현질이 없다고요? 천만에요! 그외에는 모두 무미건조하거든요. 그래서 아마도 언젠가는 도시락 박스를 더 갈구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그 도시락 박스에 든 것들이 여러분의 취향과 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을 아는 순간, 여러분은 쉘터의 문을 닫아버릴 겁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다가올 운명이죠.

총평

폴아웃 쉘터는 옆으로 얇고 넓게 퍼진 게임입니다. 그래픽 퀄리티도 뛰어나고 겉보기에는 할 게 많아 보이죠. 하지만 각각의 시스템들을 플레이하게 되면 길어도 한 시간 안에 모든 것을 알게 됩니다. 누크콜라 따위.....

 

폴아웃 쉘터가 초반부에 핫하고 매출이 많이 나오는 이유는 폴아웃 IP에 매력을 느끼는 유저들이 굉장히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 기세가 얼마 지나지 않아 꺾이게 되는 것은 유저들도 이제 그 사실을 눈치챘기 때문이라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제시해 봅니다. 폴아웃 쉘터가 폴아웃의 IP를 가지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한 게임이라는 것을요. 말마따나, 스킨만 바꾸면 아무도 알아보지 못할 겁니다. 예를 들면 방공호 게임이라던가....누가 알겠어요? S(스트랭스-힘)가 발전소에 필요한 기능이라고요? 그럼 NP(노가다 포인트)라고 해도 되겠죠.

 

 


 

폴아웃 쉘터에는 정작 체감할 만한 폴아웃의 테이스트가 없었습니다. 

아마 그 점이 제게는 가장 큰 실망이 아니었나 합니다. 

COOL: 2 BAD: 5
  • 페이스북 공유
  • 트위터 공유
가람해무 | Lv. 13
포인트: 2,099
T-Coin: 44
댓글 0
에러
시간
[비밀글] 누구누구님께 삭제된 글입니다 블라인드된 게시물입니다 내용 보기 댓글을 로딩중이거나 로딩에 실패하였습니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 쓰기

전체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