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래프트 : 전쟁의 서막> - 나도 와우저지만 이건 심했다 Luckydays 06-10 조회 17,681 공감 2 2

 

 저는 자랑스럽게도 블리자드 덕후입니다. 디아블로 1부터 시작해서 스타크래프트 시리즈, 워크래프트 시리즈, 와우, 하스스톤, 디아블로 시리즈 최근에는 오버워치까지 사서 열심히 하고 있죠. 게임 스토리 설정집도 열심히 찾아서 보고 있고, 디아블로 관련 책에 워크래프트 관련 책까지 사서 읽었습니다. 그렇다보니 <워크래프트 : 전쟁의 서막> 이 개봉하고 하루만에 보러 갔죠. 7시 반에 일어나서 10시에 조조할인으로, 제 휴일을 소모해서 봤습니다. 바로 오늘. 보고나서 마음을 진정시키고 쓰는 리뷰입니다. 평소엔 영화리뷰에 스포일러 안쓰는데, 스포일러고 뭐고 신경 안쓰니까 스포일러 주의하세요. 

 

 

<저도 한창 와우하던 대격변 때는 만렙이 6개였습니다. 판다리아는 안하고 드군때는 3개..>

 1. 스토리

 드레노어라는 행성에서 살던 오크가 지옥마법... 이라고 나오더라고요. 어쨌든 지옥마법을 써서 차원문을 열고 아제로스라는 인간(과 여러종족)들이 사는 행성으로 옵니다. 지옥마법에 의해 흉포화된 오크들과 기존 거주민이였던 인간들이 충돌합니다. 기본적인 큰 틀은 게임 <워크래프트 1> 과 똑같습니다. 굴단이 이끄는 오크 호드가 휴먼과 맞붙는 이야기이죠.

 스토리에 대해서 조금만 더 설명해볼까요. 큰 틀은 게임과 똑같지만 여러가지 소소한 면에서 변경점이 많습니다. 게임에선 흑막이였던 굴단이 영화에선 대놓고 나서는 점이나 오크가 타락하는 방법이라던가, 오그림 둠해머의 소속이라던가, 카드가도 살짝 설정이 변경되고 레인 린의 설정도 살짝 변경되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비와우저, 즉 일반 관객에게 조금 더 쉽게 접근하고자 했던거 같더군요.

 2. 장점

 CG는 좋습니다. 뛰어난 편이라고 생각되네요. 오크가 생각외로 구현이 잘 되어있고, 마법을 쓰는 모습도 굉장히 멋있습니다. 메디브 보다는 한 수 아래인 카드가가 마법을 많이 쓰는데, 눈의 안광도 그렇고 마법의 효과도 그렇고 CG로 구현이 굉장히 잘 되있었습니다. 액션신도 좋은 편이였습니다. 덩치 큰 오크가 무기를 휘두르면서 후드려 패는 장면은 부순다! 라는 것이 뭔지 잘 보여줬습니다. 마블에서 헐크가 주던 타격감이 이런 느낌이였을까요. 와우저들을 위한 소소한 팬서비스도 굉장히 많았습니다. 딱 한 컷이지만 멀록도 나오고, 바리안 린도 짧게 나오고, 하이 엘프와 드워프도 짧게나마 나오고, 여러가지 소소한 떡밥 및 팬서비스를 찾는 재미도 있었죠.

 



 

<악역이긴 하지만 오크 호드는 굉장히 잘 구현되어 있습니다.>

 3. 스토리의 상태가?

 쿨타임 끝났으니 까보죠. 일반 관객들은 영화의 스토리를 따라가기 굉장히 힘듭니다. 영화가 설명과 세계관 설정에 너무 불친절합니다. 와우저들 중에서도 이 시대의 이야기에 관심이 없거나 스토리에 별 신경 안쓰는 분들이라면 따라가기 힘들겁니다. 오크들이 왜 자신들의 행성인 드레노어를 버리고 왔는지에 대해서도 설명이 안되고, 수호자란 사람이 뭐하는 사람인지도 설명이 없고, 중간에 등장한 검은 돌은 뭔지도 안알려주고, 가로나는 왜 오크한테 천대받는지도 안알려줍니다. 무슨 안알랴줌도 아니고. 물론, 와우저들은, 특히나 저처럼 스토리에 파고드는 와우저들은, 다 압니다. 뭔지 다 알죠. 어떤 이야기를 할 지도 알고, 어떤 점이 바뀐지도 알죠. 렇지만 이 영화는 일반 관객들과 와우저 모두를 대상으로 한 영화이고, 일반 관객에게 접근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4. 편집은 더 심하다.

 편집.... 하아......... 이 영화의 편집 상태를 대학교 PT 발표에 비유를 해보죠. 주제도 좋고 조사도 잘했고 발표 대본도 그럭저럭 나쁘진 않은데, 만든 PPT가 X 같은 보노보노입니다. X 같은 보노보노를 모르신다고요? 검색해보세요. 편집이 굉장히 어지럽습니다. 일단 이 영화의 주연이 인간(로서) 과 오크(듀로탄), 두 명의 이야기를 각자 보여줘야 되기 때문에 굉장히 장면 전환이 많습니다. 그런데다가 등장하는 조연이 많고 조연들의 비중도 높은데 러닝타임은 2시간밖에 안됩니다. 로서, 린, 듀로탄, 메디브, 카드가, 굴단, 가로나... 이렇게 많은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전개해야 되다보니까 이 이야기 했다가 저 이야기 했다가.. 너무 정신이 없습니다.

 일반 관객들에게는 이 두 가지 단점의 부정적인 시너지가 제대로 폭발합니다. 스토리에 대한 사전 설명도 없는데 전개하는 방식은 엉망진창이다 보니까 아주 뒤죽박죽이 되버리는 거죠. 요 근래 제대로 혹평 받은 <슈퍼맨 VS 배트맨> 과 비슷합니다. 장면 하나하나는 굉장히 멋집니다. 오크도 멋있고 싸움도 굉장하고 마법은 화려하죠. 근데 장면을 이어붙이면 이상해집니다. 흐름이 끊기고 감정이입도 안되고 등장하는 인물이 갑자기 바뀌고.....

 

<카드가 놀리지 마세요. 영화에서 카드가가 제일 멋짐요.>

 5. 총평

 원래 평점 4개 반에서 5개는 되야 될 영화입니다. 2개 반을 준 이유는 간단합니다. 편집과 스토리, 영화에서 스토리와 편집이 안좋으면 아무리 좋은 소재를 가지고도 망할수 밖에 없다는 점을 정확히 보여준 영화입니다. 스토리를 원할하게 따라갈 수 있는 와우저분들이라면 3개 반에서 4개정도는 될지도 모르겠네요.

 좀 더 사족을 붙여볼까요. <워크래프트> 시리즈의 스토리는 좋은 편입니다. 여러 작품을 거치면서 설정 구멍이 생기고 스토리 담당이 여러가지 설정 구멍을 메꾸긴 했어도 멀리서 보면 굉장히 매력적인 이야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이 영화를 기대했습니다. 마블 영화처럼 기본적으로 탄탄한 설정과 스토리가 있으니까. 블리자드가 깊게 관여해서 이런 설정과 스토리가 무시되지 않을 테니까, 이번에야 말로 게임 기반 영화의 징크스가 깨질 줄 알았습니다. 국내 개봉 하루 전에 외국에서 혹평을 받았을때도 한 가닥 희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확실한 점은 기존의 팬들은 만족할 만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어지러운 편집만 좀 감안하자면 말이죠. 그렇지만 제가 원했던 영화는 적어도 이것보다 더 잘 만들수 있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판타지라는 장르를 끌어올린 <반지의 제왕> 이나 히어로물이라는 장르를 끌어올린 마블의 영화처럼 블리자드의 영화가 게임이라는 장르를 끌어올려줄줄 알았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한 5분동안 헛웃음을 짓고 집으로 오는 버스에선 화가 나더니 집에 도착하고서는 무기력증에 휩싸이고 이 글을 쓰면서는 한숨만 나오는군요. 흥행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차기작에나마 희망을 걸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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