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바이킹: 미드가르드의 늑대' 체험기 2017-03-13 10:58:51 종미니멈 5



# ‘콘솔용으로 만들어진 디아블로 같은 게임’

 

<바이킹: 미드가르드의 늑대>(이하 바이킹)을 접하기 전 공개된 프로모션 비디오를 본 느낌이었다. 필자는 어린 시절부터 워낙 블리자드의 게임을 좋아했다. <스타크래프트>를 전략 시뮬레이션의 교과서, <디아블로>를 핵 앤 슬래시의 정석처럼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상을 보고 반가움이 앞섰던 것도 같은 이유였다

 

<디아블로 3> 이후로 흥미를 끄는 핵 앤 슬래시 RPG를 만나보지 못했다. 더군다나 콘솔 게임에서 핵 앤 슬래시 RPG를 만난다는 건 정말 드문 일이라, 어떤 게임인지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물론 ‘디아블로 시리즈’가 콘솔로 이식된 바 있지만, 애초에 PC용을 기반으로 만든 게임이라, 콘솔 버전도 PC 게임 같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처음부터 콘솔용으로 제작한 <바이킹>은 어떤 재미를 담고 있을지 기대가 됐다.

 



※ 본 체험기는 PC 버전을 기반으로 하며, 듀얼쇼크 4 컨트롤러를 사용하여 진행되었습니다. 화면 상에서는 XBOX ONE 컨트롤러로 나와 있지만,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또한 출시 전 베타 빌드로 진행된 관계로 스크린샷은 한글과 영문이 섞여 있습니다.
 

너무나도 <디아블로 3>를 닮은 첫인상 때문에 실망부터 한 건 사실이다.

 

 

# 이거 완전 <디아블로 3> 판박이네!

 

게임 실행 후 프롤로그를 진행하면서 들었던 생각이다. 이미 영상을 통해 예상하고 있었지만, 첫인상이 지나칠 정도로 <디아블로 3>와 닮아 조금 당황스러웠다. 처음에는 쿼터뷰로 진행되는 핵 앤 슬래시 게임의 특징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수준을 넘어서는 느낌이었다.

 

실제로 게임 안의 몇 가지 요소가 <디아블로 3>를 꽤 많이 닮았다. 시점과 장르가 똑같은 것은 물론이고 체력을 회복하는 성소, 각종 버프를 받을 수 있는 토템, 몬스터를 죽였을 때 떨어지는 체력 회복 구슬, 스킬 트리, 유저 인터페이스 등이 그랬다. 그래서 프롤로그를 끝내는 순간에 ‘디아블로의 틀에 북유럽 신화를 덧씌워 놓았을 뿐이구나’라는 생각에 적지 않은 실망감을 느낀 게 사실이다.

 

<디아블로 3>처럼 보인 건 기본적으로 그래픽이 훌륭하다는 의미.

 

# 베고 자르는 연출 하나는 확실히 달랐다

 

플레이를 조금 더 해보니, <디아블로 3>와 비슷하지만, 좀 더 디테일이 향상된 부분이 눈에 띄었다.  <바이킹>이 <디아블로 3>와 비슷하다고 느낀 건 앞서 언급한 게임 내 요소와 함께 <디아블로 3>와 비슷한 그래픽 풍 때문이었다. 하지만 <바이킹> 쪽이 인물과 몬스터의 디테일이 좀 더 살아 있다. 플레이어가 뛰어다니는 필드와 배경은 게임 세계관을 분명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그려졌다. 게다가 스킬을 사용했을 때 볼 수 있는 각종 효과는 꽤 멋진 편으로 <디아블로 3>와 비슷하지만, 그래픽 자체는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적을 베고 자르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연출은 아주 거칠고 적나라하다!

<바이킹>이  <디아블로> 시리즈와 그래픽에서 크게 다르다고 생각한 부분은 바로 연출이다. 적을 죽였을 때 똑같은 모습으로 쓰러지는 게 아니라 목이 잘려 날아가거나 몸통이 분쇄되고 뿜어져 나온 피가 바닥과 각종 사물에 묻어나는 등 모션과 연출이 다양하고 유혈 표현이 아주 적나라하다.

 

시체가 폭발하거나 얼어서 조각나고 불에 타버리는 것은 예삿일이며 무기에 따라 시체 훼손 정도가 달라질 정도다. 치명타로 적을 쓰러뜨릴 때는’ 슬로우 효과’와 ‘줌인’이 걸리면서 그 모습을 좀 더 생동감 넘치게 표현했다. 이러한 연출들 덕분에 핵 앤 슬래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자르고 베는 맛'이 대단하다.

 

치명타와 함께 적의 목이 날아가고 몸통이 분쇄되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게임의 어필 포인트가 확실히 느껴진다. 이때부터 <바이킹>이 <디아블로 3>와 달라 보이기 시작했고 프롤로그에서 느꼈던 실망감은 점차 게임에 흥미로 바뀌기 시작했다.

 

여러분이 가장 많이 마주하게 될 장면.


# ‘가벼운 핵 앤 슬래시가 아니다’, 생각보다 높았던 난이도

 

<바이킹>이 <디아블로 3>와 완전히 다르게 느끼기 시작한 시점은 게임의 난이도를 서서히 체감하던 시점부터다.
 
일반적인 핵 앤 슬래시 장르의 게임을 떠올려 보자. 포션을 비롯한 각종 회복 도구 덕분에 적당히 맞아가면서 적과 싸울 수 있다. 더불어 강력한 기술은 다수의 적을 플레이어가 혼자서 쓸어버리기에 충분하다. 사냥하는 중에 체력이 많이 떨어지면, 포탈을 타고 마을로 돌아가서 재정비한 뒤 다시 사냥 시작. 아마도 이런 방식이 보편적인 핵 앤 슬래시 장르의 게임 플레이라고 생각한다.
 
<바이킹>을 이런 식으로 했다간 바로 게임오버 화면을 볼 수도 있다. <바이킹>은 일반 몬스터의 공격도 꽤 강한 편이며, 중간 보스급 이상 몬스터는 한방, 한방이 위력적이다. 생각 없이 맞다가는 금세 피가 바닥을 드러낸다.
 
넉넉한 포션과 다양한 회복 수단을 제공하지도 않는다. 2~4번 정도의 제한된 횟수만 사용할 수 있는 회복 토템과 필드에 드문드문 배치된 1회용 회복 성소 외에는 회복 수단이 없어 회복 도구에 의존할 수도 없다. 게다가 동상, 중독, 감전 등 던전마다 독특한 환경 요소가 존재하는데, 일정 시간에 환경 요소에 노출되면 체력이 큰 폭으로 깎이기 시작해 전투 외에 신경 써야할 부분도 적지 않다. 다행히 몬스터를 죽였을 때 떨어지는 회복 구슬이 있지만, 이조차도 회복량이 너무 적다.


던전 곳곳에 존재하는 체크포인트는 이 게임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이 게임의 난이도를 더 높이는 것이 바로 ‘포탈’의 부재다. <바이킹>은 마을에서 바로 던전으로 입장하는 방식인 데다, 포탈이 없어서 자유롭게 마을과 던전을 오가는 게 불가능하다. 던전을 진행하는 중에 마을로 돌아갈 경우 던전 진행 상황이 초기화되며, 사냥을 진행하다가 사망하더라도 마을이 아닌 던전 곳곳에 있는 체크포인트로 되돌아간다. 이 때문에 사망 이후에 재정비하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체크포인트에서 다시 시작될 때 그곳에서 부활하는 방식이 아니라, 체크포인트에 도달한 당시의 시점으로 되돌아가는 방식이라 게임 진행이 한 층 더 까다롭다.
 
다시 말해 적당히 맞아가면서 사냥하다가는 던전 하나 제대로 끝내기 힘들다. 재미있는 건 이런 상황이 보통 난이도에 해당하는 Warrior(바이킹) 난이도에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보다 더 어려운 jarl(베테랑) 난이도나 Einherjar(엘리트) 난이도는 아차 하면 죽는 수준이며 한 시간 넘게 던전 초입만 반복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바이킹>이 여타 비슷한 장르와 크게 다른 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생각 없이 자르고 베는(Hack & Slash) 것이 아니라 적의 패턴을 파악하면서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공격해야 한다. 또한 회복 도구와 체력을 적절하게 관리해야 하는 것도 빠지지 않는다. 이쯤 되면 <바이킹>이 <디아블로>보다는 <다크소울>쪽에 더 가깝다고 느껴질 정도다.


게임을 하면서 가장 많이 누르는 버튼이 될지도 모른다.


# 어려운 난이도에 걸맞은 끊임없는 조작

<다크소울> 시리즈가 연상되는 건 적극적인 구르기(회피)의 사용 때문일지도 모른다. 위협적인 몬스터의 공격과 제한된 회복 수단은 자연스레 공격보다는 피하는 것에 더 많은 신경을 쓰게 했다. 플레이어에 따라 이 부분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 개인적으론 이동과 회피를 위해 좌우 스틱을 열심히 굴리면서 게임을 하다 보니 특유의 손맛이 느껴져서 좋았다.
 
<바이킹>에서 스킬은 단순히 대미지를 주는 용도가 아니라 적의 방어를 뚫거나 일 대 다수의 상황을 뒤집기 위한 전략적 요소로 쓰인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재사용 대기 시간이 길어 매번 신중하게 쓸 수밖에 없다 보니, 스킬보다 기본 공격과 회피를 중점으로 한 전투가 주를 이뤘다. 효과적인 공격을 위해 정교하면서 신속하게 조작하려니 말 그대로 손이 쉴 틈이 없다.


쉴 새없이 손을 움직이는 재미도 있지만 컨트롤러를 위한 편의성도 갖췄다.

키보드와 마우스와 비교해 정교함이 떨어지는 컨트롤러의 특성을 고려하여 편의성을 갖추는 것도 놓치지 않았다.

근접공격은 적에게 짧게 뛰어드는 형태로 약간의 추적 기능이 있고 화살 공격은 조준 방향이 조금 달라도 맞출 수 있게 자동보정이 된다. 또 지나치게 많은 스킬을 담기보다는 스킬의 개수를 컨트롤러의 버튼 개수와 똑같이 맞추고 스킬을 강화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여러모로 콘솔을 베이스로 한 핵 앤 슬래시라는 것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무기에 따라 스킬이 바뀌기 때문에 육성 방향의 선택이 자유롭다.


# 특유의 파고들기 요소도 충분

직업이 존재하지 않는 대신 무기에 따라 스킬이 결정되기에 언제든지 스킬을 바꿀 수 있다. 캐릭터를 생성할 때 플레이어는 다섯 명의 신 중 한 명을 고르게 되며 선택한 신에 따라 무기를 부여 받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선택한 신에 상관없이 모든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사용하는 무기에 따라 스킬 구성이 달라져 캐릭터 육성 방향이 자유롭다.

하나의 무기만을 사용해 특정 무기의 숙련도를 집중적으로 올리거나 두 가지 이상의 무기를 번갈아 사용하면서 여러 가지 스킬을 동시에 익힐지는 플레이어의 자유다. 단 그만큼 많은 시간 투자가 필요하겠지만.


화폐가 여러 종류가 존재해 골드 수급 외에 더 많은 것을 신경써야 한다.

게임 내에서 통용되는 화폐가 흔히 사용되는 ‘골드’ 외에도 나무, 철, 보석 등으로 나눠진 점은 특이하다. 골드를 포함한 각종 재료는 아이템 구매와 스킬 업그레이드를 위한 제단 건축, 상위 던전 진입을 위한 함선 개량 등 많은 부분에 활용된다.
 
몬스터를 사냥하면 골드는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지만, 골드 이외의 화폐를 모으기 위해서는 던전 곳곳에 배치된 구조물을 파괴하고 상자를 확인해야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투에만 신경 쓸 게 아니라, 재화를 모으기 위한 각종 상호작용 요소들이 어디에 있는 확인하는 것을 게을리 하면 안 된다. 이런 던전 탐색은 안 그래도 쉽지 않은 전투 난이도와 더불어 이 게임의 난이도를 더 어렵게 하는 요소다. 플레이어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외에 다양한 보상을 제공하는 던전별 도전과제, 무작위 성능이 부여되는 뽑기 방식의 아이템 구매 그리고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게임 전개가 조금씩 달라지는 등 게임의 세계관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다양한 반복 플레이 거리들을 준비했다.


아주 묵직하고 둔탁한 소리가 날 것 같지만 생각보다 타격음이 조금 밋밋하다.


# 배경음악은 합격, 효과음은 글쎄…

전반적으로 사운드가 나쁘지는 않다. 모든 대사에 빼곡하게 녹음된 성우의 목소리는 아주 멋지게 들렸고, 각 던전의 배경음은 게임의 분위기를 살리는 데 효과적이다. 여기에 게임을 진행하는 중에 들을 수 있는 바이킹(주인공)의 도발적이고 거만한 대사는 유혈이 낭자하는 전투 상황에 잘 어울렸고 사냥에 더 몰입할 수 있게 했다.
 
다만, 게임 중에서 가장 많이 듣는 기본 공격의 타격음이 조금 밋밋하다는 것은 크게 아쉬웠다. 시체가 폭발하고 뼈가 박살 나는 시각적 연출은 정말 멋지지만, 타격음이 이러한 연출을 따라가지 못한다. 가령 망치로 적을 공격할 때 아주 묵직한 소리가 날 것이라 기대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전 무기 공통 스킬인 레이지(Rage)를 발동했을 때의 타격음이 만족스럽게 변한다는 점이다. 오히려 이때의 타격음을 기본으로 두고 스킬 사운드를 다르게 대체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프롤로그의 한 장면. 독특하고 인상깊었지만 게임 내 유일한 컷 씬이다.


# 전투 연출에 힘을 다 쏟았나 싶은 아쉬운 스토리 연출

<바이킹>의 또 다른 아쉬움은 게임 중간에 삽입되는 영상인 컷 신(Cut Scene)이 없다는 점이다. 게임을 하는 중에 컷 신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정리할 수 있으며, 동시에 플레이어는 잠시 쉴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과도한 컷 신은 게임의 흐름을 방해하지만, <바이킹>에선 반대로 너무 없어서 문제였다.
 
<바이킹>은 컷 신 대신 챕터 사이에 고대 문서를 연상케 하는 종이 위에 한 폭의 그림과 몇 줄의 문장으로 이야기를 설명한다. 전투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연출에 비해 스토리는 삽화와 글자만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다 보니 상대적으로 심심한 느낌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시네마틱 컷 신이 아니더라도 프롤로그에서 보여주었던 독특한 애니메이션을 추가 제작해 컷 신으로 활용했다면, 작품의 분위기를 잘 살리면서 더 강렬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지 않았을까?


최소한 이 게임을 하면서 조는 일은 없을 것이다.


# 기존과 다른 핵 앤 슬래시 게임을 찾는다면

<디아블로 3>에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그래픽, 적나라한 유혈 묘사와 카메라 기법을 활용한 박력 있는 연출, 북유럽 신화를 기반으로 한 흥미로운 이야기 그리고 콘솔 컨트롤러에 최적화된 조작 체계와 쉴 새 없이 손을 움직임으로써 느낄 수 있는 훌륭한 손맛은 단순히 ‘디아블로 같은 게임'이 아니라는 걸 분명히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게임은 핵 앤 슬래시치고는 어렵다. 생각 없이 퀘스트를 따라가고 사냥을 반복해 아이템을 맞추는 그런 핵 앤 슬래시가 아니다. 이런 장르를 좋아하지만 단순한 전투 패턴이 질렸다거나, 컨트롤에 자신이 있는 게이머이라면 <바이킹>는 탁월한 선택이 될 것이다.

정말 자신의 게임 실력에 자신있다면 Jarl(족장) 난이도 이상으로 설정한 뒤 하드코어 모드인 발할라(Valhalla) 모드를 적용해보자. 게임을 시작한 지 10분도 채 안 돼서 몸과 마음이 발할라로 향해있을 거라 확신한다.


본 콘텐츠는 옥션으로부터 소정의 고료를 지원받아, 필자가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 ‘콘솔용으로 만들어진 디아블로 같은 게임’

 

<바이킹: 미드가르드의 늑대>(이하 바이킹)을 접하기 전 공개된 프로모션 비디오를 본 느낌이었다. 필자는 어린 시절부터 워낙 블리자드의 게임을 좋아했다. <스타크래프트>를 전략 시뮬레이션의 교과서, <디아블로>를 핵 앤 슬래시의 정석처럼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상을 보고 반가움이 앞섰던 것도 같은 이유였다

 

<디아블로 3> 이후로 흥미를 끄는 핵 앤 슬래시 RPG를 만나보지 못했다. 더군다나 콘솔 게임에서 핵 앤 슬래시 RPG를 만난다는 건 정말 드문 일이라, 어떤 게임인지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물론 ‘디아블로 시리즈’가 콘솔로 이식된 바 있지만, 애초에 PC용을 기반으로 만든 게임이라, 콘솔 버전도 PC 게임 같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처음부터 콘솔용으로 제작한 <바이킹>은 어떤 재미를 담고 있을지 기대가 됐다.

 



※ 본 체험기는 PC 버전을 기반으로 하며, 듀얼쇼크 4 컨트롤러를 사용하여 진행되었습니다. 화면 상에서는 XBOX ONE 컨트롤러로 나와 있지만,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또한 출시 전 베타 빌드로 진행된 관계로 스크린샷은 한글과 영문이 섞여 있습니다.
 

너무나도 <디아블로 3>를 닮은 첫인상 때문에 실망부터 한 건 사실이다.

 

 

# 이거 완전 <디아블로 3> 판박이네!

 

게임 실행 후 프롤로그를 진행하면서 들었던 생각이다. 이미 영상을 통해 예상하고 있었지만, 첫인상이 지나칠 정도로 <디아블로 3>와 닮아 조금 당황스러웠다. 처음에는 쿼터뷰로 진행되는 핵 앤 슬래시 게임의 특징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수준을 넘어서는 느낌이었다.

 

실제로 게임 안의 몇 가지 요소가 <디아블로 3>를 꽤 많이 닮았다. 시점과 장르가 똑같은 것은 물론이고 체력을 회복하는 성소, 각종 버프를 받을 수 있는 토템, 몬스터를 죽였을 때 떨어지는 체력 회복 구슬, 스킬 트리, 유저 인터페이스 등이 그랬다. 그래서 프롤로그를 끝내는 순간에 ‘디아블로의 틀에 북유럽 신화를 덧씌워 놓았을 뿐이구나’라는 생각에 적지 않은 실망감을 느낀 게 사실이다.

 

<디아블로 3>처럼 보인 건 기본적으로 그래픽이 훌륭하다는 의미.

 

# 베고 자르는 연출 하나는 확실히 달랐다

 

플레이를 조금 더 해보니, <디아블로 3>와 비슷하지만, 좀 더 디테일이 향상된 부분이 눈에 띄었다.  <바이킹>이 <디아블로 3>와 비슷하다고 느낀 건 앞서 언급한 게임 내 요소와 함께 <디아블로 3>와 비슷한 그래픽 풍 때문이었다. 하지만 <바이킹> 쪽이 인물과 몬스터의 디테일이 좀 더 살아 있다. 플레이어가 뛰어다니는 필드와 배경은 게임 세계관을 분명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그려졌다. 게다가 스킬을 사용했을 때 볼 수 있는 각종 효과는 꽤 멋진 편으로 <디아블로 3>와 비슷하지만, 그래픽 자체는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적을 베고 자르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연출은 아주 거칠고 적나라하다!

<바이킹>이  <디아블로> 시리즈와 그래픽에서 크게 다르다고 생각한 부분은 바로 연출이다. 적을 죽였을 때 똑같은 모습으로 쓰러지는 게 아니라 목이 잘려 날아가거나 몸통이 분쇄되고 뿜어져 나온 피가 바닥과 각종 사물에 묻어나는 등 모션과 연출이 다양하고 유혈 표현이 아주 적나라하다.

 

시체가 폭발하거나 얼어서 조각나고 불에 타버리는 것은 예삿일이며 무기에 따라 시체 훼손 정도가 달라질 정도다. 치명타로 적을 쓰러뜨릴 때는’ 슬로우 효과’와 ‘줌인’이 걸리면서 그 모습을 좀 더 생동감 넘치게 표현했다. 이러한 연출들 덕분에 핵 앤 슬래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자르고 베는 맛'이 대단하다.

 

치명타와 함께 적의 목이 날아가고 몸통이 분쇄되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게임의 어필 포인트가 확실히 느껴진다. 이때부터 <바이킹>이 <디아블로 3>와 달라 보이기 시작했고 프롤로그에서 느꼈던 실망감은 점차 게임에 흥미로 바뀌기 시작했다.

 

여러분이 가장 많이 마주하게 될 장면.


# ‘가벼운 핵 앤 슬래시가 아니다’, 생각보다 높았던 난이도

 

<바이킹>이 <디아블로 3>와 완전히 다르게 느끼기 시작한 시점은 게임의 난이도를 서서히 체감하던 시점부터다.
 
일반적인 핵 앤 슬래시 장르의 게임을 떠올려 보자. 포션을 비롯한 각종 회복 도구 덕분에 적당히 맞아가면서 적과 싸울 수 있다. 더불어 강력한 기술은 다수의 적을 플레이어가 혼자서 쓸어버리기에 충분하다. 사냥하는 중에 체력이 많이 떨어지면, 포탈을 타고 마을로 돌아가서 재정비한 뒤 다시 사냥 시작. 아마도 이런 방식이 보편적인 핵 앤 슬래시 장르의 게임 플레이라고 생각한다.
 
<바이킹>을 이런 식으로 했다간 바로 게임오버 화면을 볼 수도 있다. <바이킹>은 일반 몬스터의 공격도 꽤 강한 편이며, 중간 보스급 이상 몬스터는 한방, 한방이 위력적이다. 생각 없이 맞다가는 금세 피가 바닥을 드러낸다.
 
넉넉한 포션과 다양한 회복 수단을 제공하지도 않는다. 2~4번 정도의 제한된 횟수만 사용할 수 있는 회복 토템과 필드에 드문드문 배치된 1회용 회복 성소 외에는 회복 수단이 없어 회복 도구에 의존할 수도 없다. 게다가 동상, 중독, 감전 등 던전마다 독특한 환경 요소가 존재하는데, 일정 시간에 환경 요소에 노출되면 체력이 큰 폭으로 깎이기 시작해 전투 외에 신경 써야할 부분도 적지 않다. 다행히 몬스터를 죽였을 때 떨어지는 회복 구슬이 있지만, 이조차도 회복량이 너무 적다.


던전 곳곳에 존재하는 체크포인트는 이 게임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이 게임의 난이도를 더 높이는 것이 바로 ‘포탈’의 부재다. <바이킹>은 마을에서 바로 던전으로 입장하는 방식인 데다, 포탈이 없어서 자유롭게 마을과 던전을 오가는 게 불가능하다. 던전을 진행하는 중에 마을로 돌아갈 경우 던전 진행 상황이 초기화되며, 사냥을 진행하다가 사망하더라도 마을이 아닌 던전 곳곳에 있는 체크포인트로 되돌아간다. 이 때문에 사망 이후에 재정비하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체크포인트에서 다시 시작될 때 그곳에서 부활하는 방식이 아니라, 체크포인트에 도달한 당시의 시점으로 되돌아가는 방식이라 게임 진행이 한 층 더 까다롭다.
 
다시 말해 적당히 맞아가면서 사냥하다가는 던전 하나 제대로 끝내기 힘들다. 재미있는 건 이런 상황이 보통 난이도에 해당하는 Warrior(바이킹) 난이도에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보다 더 어려운 jarl(베테랑) 난이도나 Einherjar(엘리트) 난이도는 아차 하면 죽는 수준이며 한 시간 넘게 던전 초입만 반복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바이킹>이 여타 비슷한 장르와 크게 다른 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생각 없이 자르고 베는(Hack & Slash) 것이 아니라 적의 패턴을 파악하면서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공격해야 한다. 또한 회복 도구와 체력을 적절하게 관리해야 하는 것도 빠지지 않는다. 이쯤 되면 <바이킹>이 <디아블로>보다는 <다크소울>쪽에 더 가깝다고 느껴질 정도다.


게임을 하면서 가장 많이 누르는 버튼이 될지도 모른다.


# 어려운 난이도에 걸맞은 끊임없는 조작

<다크소울> 시리즈가 연상되는 건 적극적인 구르기(회피)의 사용 때문일지도 모른다. 위협적인 몬스터의 공격과 제한된 회복 수단은 자연스레 공격보다는 피하는 것에 더 많은 신경을 쓰게 했다. 플레이어에 따라 이 부분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 개인적으론 이동과 회피를 위해 좌우 스틱을 열심히 굴리면서 게임을 하다 보니 특유의 손맛이 느껴져서 좋았다.
 
<바이킹>에서 스킬은 단순히 대미지를 주는 용도가 아니라 적의 방어를 뚫거나 일 대 다수의 상황을 뒤집기 위한 전략적 요소로 쓰인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재사용 대기 시간이 길어 매번 신중하게 쓸 수밖에 없다 보니, 스킬보다 기본 공격과 회피를 중점으로 한 전투가 주를 이뤘다. 효과적인 공격을 위해 정교하면서 신속하게 조작하려니 말 그대로 손이 쉴 틈이 없다.


쉴 새없이 손을 움직이는 재미도 있지만 컨트롤러를 위한 편의성도 갖췄다.

키보드와 마우스와 비교해 정교함이 떨어지는 컨트롤러의 특성을 고려하여 편의성을 갖추는 것도 놓치지 않았다.

근접공격은 적에게 짧게 뛰어드는 형태로 약간의 추적 기능이 있고 화살 공격은 조준 방향이 조금 달라도 맞출 수 있게 자동보정이 된다. 또 지나치게 많은 스킬을 담기보다는 스킬의 개수를 컨트롤러의 버튼 개수와 똑같이 맞추고 스킬을 강화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여러모로 콘솔을 베이스로 한 핵 앤 슬래시라는 것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무기에 따라 스킬이 바뀌기 때문에 육성 방향의 선택이 자유롭다.


# 특유의 파고들기 요소도 충분

직업이 존재하지 않는 대신 무기에 따라 스킬이 결정되기에 언제든지 스킬을 바꿀 수 있다. 캐릭터를 생성할 때 플레이어는 다섯 명의 신 중 한 명을 고르게 되며 선택한 신에 따라 무기를 부여 받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선택한 신에 상관없이 모든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사용하는 무기에 따라 스킬 구성이 달라져 캐릭터 육성 방향이 자유롭다.

하나의 무기만을 사용해 특정 무기의 숙련도를 집중적으로 올리거나 두 가지 이상의 무기를 번갈아 사용하면서 여러 가지 스킬을 동시에 익힐지는 플레이어의 자유다. 단 그만큼 많은 시간 투자가 필요하겠지만.


화폐가 여러 종류가 존재해 골드 수급 외에 더 많은 것을 신경써야 한다.

게임 내에서 통용되는 화폐가 흔히 사용되는 ‘골드’ 외에도 나무, 철, 보석 등으로 나눠진 점은 특이하다. 골드를 포함한 각종 재료는 아이템 구매와 스킬 업그레이드를 위한 제단 건축, 상위 던전 진입을 위한 함선 개량 등 많은 부분에 활용된다.
 
몬스터를 사냥하면 골드는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지만, 골드 이외의 화폐를 모으기 위해서는 던전 곳곳에 배치된 구조물을 파괴하고 상자를 확인해야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투에만 신경 쓸 게 아니라, 재화를 모으기 위한 각종 상호작용 요소들이 어디에 있는 확인하는 것을 게을리 하면 안 된다. 이런 던전 탐색은 안 그래도 쉽지 않은 전투 난이도와 더불어 이 게임의 난이도를 더 어렵게 하는 요소다. 플레이어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외에 다양한 보상을 제공하는 던전별 도전과제, 무작위 성능이 부여되는 뽑기 방식의 아이템 구매 그리고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게임 전개가 조금씩 달라지는 등 게임의 세계관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다양한 반복 플레이 거리들을 준비했다.


아주 묵직하고 둔탁한 소리가 날 것 같지만 생각보다 타격음이 조금 밋밋하다.


# 배경음악은 합격, 효과음은 글쎄…

전반적으로 사운드가 나쁘지는 않다. 모든 대사에 빼곡하게 녹음된 성우의 목소리는 아주 멋지게 들렸고, 각 던전의 배경음은 게임의 분위기를 살리는 데 효과적이다. 여기에 게임을 진행하는 중에 들을 수 있는 바이킹(주인공)의 도발적이고 거만한 대사는 유혈이 낭자하는 전투 상황에 잘 어울렸고 사냥에 더 몰입할 수 있게 했다.
 
다만, 게임 중에서 가장 많이 듣는 기본 공격의 타격음이 조금 밋밋하다는 것은 크게 아쉬웠다. 시체가 폭발하고 뼈가 박살 나는 시각적 연출은 정말 멋지지만, 타격음이 이러한 연출을 따라가지 못한다. 가령 망치로 적을 공격할 때 아주 묵직한 소리가 날 것이라 기대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전 무기 공통 스킬인 레이지(Rage)를 발동했을 때의 타격음이 만족스럽게 변한다는 점이다. 오히려 이때의 타격음을 기본으로 두고 스킬 사운드를 다르게 대체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프롤로그의 한 장면. 독특하고 인상깊었지만 게임 내 유일한 컷 씬이다.


# 전투 연출에 힘을 다 쏟았나 싶은 아쉬운 스토리 연출

<바이킹>의 또 다른 아쉬움은 게임 중간에 삽입되는 영상인 컷 신(Cut Scene)이 없다는 점이다. 게임을 하는 중에 컷 신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정리할 수 있으며, 동시에 플레이어는 잠시 쉴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과도한 컷 신은 게임의 흐름을 방해하지만, <바이킹>에선 반대로 너무 없어서 문제였다.
 
<바이킹>은 컷 신 대신 챕터 사이에 고대 문서를 연상케 하는 종이 위에 한 폭의 그림과 몇 줄의 문장으로 이야기를 설명한다. 전투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연출에 비해 스토리는 삽화와 글자만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다 보니 상대적으로 심심한 느낌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시네마틱 컷 신이 아니더라도 프롤로그에서 보여주었던 독특한 애니메이션을 추가 제작해 컷 신으로 활용했다면, 작품의 분위기를 잘 살리면서 더 강렬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지 않았을까?


최소한 이 게임을 하면서 조는 일은 없을 것이다.


# 기존과 다른 핵 앤 슬래시 게임을 찾는다면

<디아블로 3>에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그래픽, 적나라한 유혈 묘사와 카메라 기법을 활용한 박력 있는 연출, 북유럽 신화를 기반으로 한 흥미로운 이야기 그리고 콘솔 컨트롤러에 최적화된 조작 체계와 쉴 새 없이 손을 움직임으로써 느낄 수 있는 훌륭한 손맛은 단순히 ‘디아블로 같은 게임'이 아니라는 걸 분명히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게임은 핵 앤 슬래시치고는 어렵다. 생각 없이 퀘스트를 따라가고 사냥을 반복해 아이템을 맞추는 그런 핵 앤 슬래시가 아니다. 이런 장르를 좋아하지만 단순한 전투 패턴이 질렸다거나, 컨트롤에 자신이 있는 게이머이라면 <바이킹>는 탁월한 선택이 될 것이다.

정말 자신의 게임 실력에 자신있다면 Jarl(족장) 난이도 이상으로 설정한 뒤 하드코어 모드인 발할라(Valhalla) 모드를 적용해보자. 게임을 시작한 지 10분도 채 안 돼서 몸과 마음이 발할라로 향해있을 거라 확신한다.


본 콘텐츠는 옥션으로부터 소정의 고료를 지원받아, 필자가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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