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진 삼국무쌍: 언리쉬드', 바쁜 사람들을 위한 맛보기 무쌍

토망 (장이슬) | 2017-04-05 18:11:30

 

지스타 16에 출품된 <진 삼국무쌍: 언리쉬드>(이하 '삼국무쌍')를 플레이했을 땐 나쁘지 않다, 모바일게임에 '무쌍'을 잘 녹여냈다고 생각했다. 그 후 시간이 흘러 지난 3월 30일, 글로벌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삼국무쌍>. 과연 첫 느낌 그대로일까. 디스이즈게임이 직접 체험해봤다. / 디스이즈게임 장이슬 기자


 


 


# 모바일로 재구성한 '진 삼국무쌍'

 

2000년에 처음 출시된 이후 꾸준히 인기를 모은 '진 삼국무쌍' 시리즈. 일본의 게임사 KOEI의 간판 게임 중 하나로, '삼국지'라는 친숙한 이야기를 기반으로 과장되면서도 개성적인 액션과 캐릭터를 내세워 인기를 모은 IP다. 

 

KOEI는 주력이었던 플레이스테이션 외에도 휴대용 콘솔, PC, 모바일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진 삼국무쌍'을 출시했는데, 그중에는 SRPG나 CCG처럼 장르가 다른 작품도 있었다. 모바일 수집형 RPG로 출시된 <삼국무쌍> 또한 이러한 시도 중 하나로 읽힌다.

 

액션으로 유명한 IP를 모바일게임으로 만든다.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진 삼국무쌍: 언리쉬드>는 이 질문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답을 내놓았다. 강점을 남기고 나머지는 모바일게임의 틀에 맞게 재구성한 것이다.

 

 <진 삼국무쌍 7>에 경영 등 신규 요소를 추가한 파생작, <진 삼국무쌍 7 엠파이어스>

 


3월 30일 모바일로 출시된 <진 삼국무쌍: 언리쉬드>

 


# 무쌍을 모바일에 맞게 자르고 붙이다

 

일부 외전작을 제외하면 '무쌍' 게임은 대체로 비슷하다. 본진과 거점으로 구성된 전장이 있고, 본진을 점령하면 승리다. 이를 위해 수백 명의 병사, 수십 명의 개성적인 무장들이 싸움을 벌이며 실시간으로 상황이 바뀐다. 규모가 큰 게임이지만, 모바일 기기에서는 부담스러운 사양이다.  

 

<삼국무쌍>은 전장 대신 모바일게임에서 익숙한 스테이지 방식을 채택했다. 미션과 장애물, 적병과 보스로 등장하는 스테이지는 평균 진행 시간이 1~3분 남짓이다. 콘솔의 광활한 전장을 볼 수 없는 것은 아쉽지만, 궁수나 적의 비책처럼 긴장감을 주는 요소가 잘 배치되어 있어 짧다는 느낌은 거의 없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삼국무쌍>에 등장하는 무장은 자신만의 고유한 액션을 가지고 있다. '격검'을 다루는 '서서'는 중거리의 적을 끌어당겨 연속기를 날리고, '제갈량'은 '우선'을 사용해 바람을 일으키거나 빔(!)을 쏴 멀리 있는 적을 공격할 수 있는 식이다. 이식된 모델링은 썩 만족스럽진 못하지만 캐릭터의 움직임과 액션은 원작의 것을 그대로 재현하고 효과도 화려함을 유지했다. 

 

 오토보다 못한 발컨이지만 직접 조작하는 편이 훨씬 재미있다.

 

 제갈제갈★큥 

 

모바일게임으로 오면서 버튼을 조합하는 게임 패드 조작은 모바일 화면의 가상 패드와 스킬 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바뀌었다. 원작이 여러 버튼을 조합해 콤보와 액션을 만드는 것이었다면 <삼국무쌍>은 아예 몇몇 액션을 '스킬'로 묶어 버튼을 누르고, 특수 액션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쿨타임 외에는 스킬 사용에 제약도 없어서, 부담 없이 잡졸들을 공격하고 무쌍 게이지를 모아 일소하는 '무쌍' 특유의 맛을 재현하는데 성공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삼국무쌍>의 재현도는 기대 이상이다. <진 삼국무쌍 7>을 기반으로, 특유의 과장되고 화려한 캐릭터는 물론 배경 음악과 효과음 등, 자그마한 부분까지 콘솔 게임에서 보고 듣던 것을 그대로 가져왔다. 12년 만에 이루어진 한국어 더빙도 단순 재현을 넘어 스토리모드의 몰입감을 살리는 데 큰 기여를 한다. 적어도 스테이지 플레이만 본다면, 원작을 모바일게임 호흡에 맞춰 잘 녹여낸 모습이다. ​ 

 

 영웅은 보스 사냥 따윈 안 한다네. 졸병 잡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데.

 

 

# 하늘은 어찌 물관우를 내고 풀관우를 내셨단 말인가

 

<삼국무쌍>은 많은 부분에서 원작의 느낌을 재현하는 것에 성공했지만, 또 어떤 부분에서는 큰 위화감으로 다가온다. 캐릭터 수집형 모바일게임 특유의 허들이다. '진 삼국무쌍' IP를 떼고 본다면 <삼국무쌍>은 전형적인 수집형, 그것도 육성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게임이다.

 

원작 게임에서 무기별로 속성이 설정되어 있었다면, <삼국무쌍>에서는 캐릭터 자체에 속성이 들어갔다. '진 삼국무쌍'에서 같은 무기라도 속성에 따라 별개의 무기가 존재했던 것처럼, <삼국무쌍>은 속성별로 같은 캐릭터를 여럿 만드는 방법을 선택했다. 예컨대 불 속성 유비, 물 속성 유비, 풀 속성 유비가 따로 등장하는 식이다. 그리고 이들 중 능력치가 가장 높은 것은 풀 속성 유비다.

 

 나만 풀서서 없어. 나만 불여령기 없어!

 

유비 뿐 아니라 관우, 장비 등 촉나라 세력에 있던 캐릭터는 '풀 속성' 버전이 훨씬 능력치가 높고 강하다. 조조 등 위나라 캐릭터는 물 속성, 오나라 캐릭터는 불 속성이 주 속성으로 등장한다. 동일한 스킬, 동일한 액션에 한 속성 캐릭터만 능력치가 높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유저가 아무리 유비를 좋아한다고 한들, 풀 속성이 아닌 유비들은 '꽝'이다. 

 

게임을 플레이할수록 요구 전투력은 급격하게 높아지는데, 육성에 필요한 자원 수급은 어렵고 해야 할 일은 너무 많다. 캐릭터 레벨 업, 스킬 업, 장비 4종 세팅과 강화, 전용무기 등. 그러다보니 주 속성과 일치하는 캐릭터를 뽑고 키워야 원활한 플레이가 가능하고, 기나긴 육성 과정에서 유저 개인의 차별화된 전략이나 육성 방향이 들어갈 틈은 없다. 

 

가짓수는 많으나 단 하나의 정답을 제외하면 모두 틀린 선택이 된다. "어떻게 하면 이 캐릭터를 잘 활용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과 "어떻게 하면 이 캐릭터의 최종 스펙을 맞출 수 있을까" 의 고민은 분명히 다르다. 

 

 성능 차이가 이렇게 나니 "주 속성 캐릭터 아니면 다 버려라"라는 조언이 헛소리가 아니다.

 


# <진 삼국무쌍: 언리쉬드>, 바쁜 사람들을 위한 맛보기 무쌍

 

분명히 '무쌍'의 재미는 있다. 액션은 호쾌하고, 적병들이 몰려오다가 한 칼에 우수수 쓰러지는 모습은 쿼터뷰 시점에서도 장관이다. 모바일 디바이스에 맞춰 규모가 줄어들었지만 긴장감 있는 맵 기믹, 뒤통수 뾱뾱 찔러대는 활잡이들까지 재현됐다.

 

일일 던전 콘텐츠로 등장한 미니 게임도 마찬가지다. 공성차를 이용해 성문을 부수고 적들을 물리치는 '공성전', 몰려오는 병졸과 무장을 성벽 밖으로 튕겨내는 '혜성무장전'은 단순히 수치가 강한 캐릭터를 투입하는 스테이지가 아니다. 어느 캐릭터의 스킬에 어떤 부가 효과가 있는지,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움직이면 좋을지 고민하게끔 하면서도 '삼국지'라는 배경과 '호쾌함'이라는 요소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요약하자면, <삼국무쌍>은 수집형 RPG의 형태를 충실히 따라가지만 '진 삼국무쌍'을 모바일에 맞게 재구성하면서 무쌍다움을 잃지 않았다. 모바일게임 문법에 익숙한 사람들을 위한 '맛보기 무쌍'의 등장이다. 그야말로 양날의 검이다. 어느 쪽 날에 비중을 둘지는 유저의 선택에 달렸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호로관 메뚜기는 무서웠습니다. 3-5 스테이지 꼭 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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