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단순하게 생긴 애들이 모이니 게임이 달라졌다, '마인히어로' 체험기

토망 (장이슬) | 2017-06-09 19:5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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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 인터렉티브의 모바일게임 <마인히어로>(원제 '冒险与宝藏')가 5일부터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게임을 열지 않아도 캐릭터를 성장시킬 수 있는 방치형 구조에 캐릭터 수집형 RPG를 혼합시킨 게임이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조합인데, 과연 어떤 재미가 있을까? 디스이즈게임이 직접 체험해봤다. / 디스이즈게임 장이슬 기자




# 수집부터 채굴까지, 네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넣어봤어

 

<마인히어로>는 캐릭터를 수집해 스토리를 따라가거나 비동기 PvP를 즐기는, 방치형 게임의 요소가 곁들여진 수집형 RPG다. 캐릭터는 게임을 열지 않아도 스테이지에 머무른 시간에 따라 골드와 경험치, 스테이지 보상을 얻는다. 유저는 모은 경험치를 캐릭터에게 분배해서 전투력을 높이고, 다양한 조건을 따져 진영을 구성해야 한다. 

 

캐릭터는 유료 화폐인 '다이아'를 이용한 뽑기, 게임을 플레이하며 모을 수 있는 '용사 배지', 골드, 스테이지 보상 등으로 얻을 수 있다. 이렇게 모은 캐릭터로 최대 25명까지 '진영'을 짜고 육성하는 것이 게임의 기본 플레이 방식이다. 스토리는 배지의 요정 캐럴의 선택을 받은 주인공이 마왕을 쓰러뜨리기 위해 긴 여행을 한다는 내용이며, 새로운 스테이지에 도달하면 소설처럼 스토리를 정리한 '용사일지'를 볼 수 있다. 

 

경험치를 쉽게 얻는 만큼, 육성도 쉽고 간단하다. 캐릭터에게 경험치를 쓰면 레벨이 오르고, 30레벨이 되면 '돌파'를 통해 전투력을 유지한 채 1레벨부터 키운다. 같은 캐릭터가 여러 명 있다면 '영혼석'으로 만들어 능력치를 전반적으로 크게 올려주는 '진급'이 가능해지며, 무기를 강화해 전투력을 % 단위로 보강할 수 있다.

 

 스테이지에 머무른 만큼 골드와 경험치를 버는 방치형 육성

 

<마인히어로>라는 제목에 걸맞게, 광산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캐릭터들의 무기를 강화하기 위해선 광산에서 채굴 해 얻는 광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광산은 지상부터 깊은 지하까지 블록이 쌓여 있고, 2분에 한 개씩 받는 곡괭이를 이용해 블록을 부수며 길을 찾는다. 깊이 팔수록 귀한 광석이나 보물이 등장할 확률이 높아진다. 대부분의 광석은 대부분은 곡괭이 하나로 간단히 부술 수 있지만, 귀한 보석이나 단단한 블록은 부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폭약통 아이템을 사용하면 단숨에 부수는 것도 가능하다. 

 

 채굴도 하고 악룡도 찾으면서 호위병 레벨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채광을 방해하는 요소는 단단한 블록 만이 아니다. 채굴을 진행하면 호위병 혹은 악룡이 나타난다. 적이 시야 범위 내에 등장하면 채광시 필요한 곡괭이 수량이 한 개씩 늘어나므로, 빨리 지름길을 개척해 물리쳐야 한다. 

 

호위병이나 악룡을 처치할 때마다 귀한 보석도 나타나지만 적들의 레벨도 높아진다. 상대하기 어려워지면 광산을 초기화해 채굴 진행도와 적의 레벨을 낮출 수 있지만, 고레벨 적을 일정 수 이상 처치하면 더 좋은 광산으로 가는 길도 열리니 온전히 유저의 선택이다. 

 

<마인히어로>에는 이외에도 비동기 PvP, 순위 쟁탈전, 매주 바뀌는 규칙으로 승부하는 대난투전, 요일 재료 던전, 매주 달라지는 조건으로 진영을 새롭게 구성해서 도전하는 보스 레이드 등 여러 콘텐츠가 준비되어 있다. 육성은 방치형이되, 전반적인 콘텐츠 구성은 모바일 RPG의 문법을 그대로 따라간다.

 




# '진영', 단순하게 생긴 애들이 모이니 게임이 달라졌다

 

그런데 수집형 RPG의 캐릭터라고 해봐야 별 것 없다. 액션이라고 해봐야 달려가서 무기로 콕 찌르는 정도고, 나 한 방 너 한 방의 턴제다. <마인히어로>의 특별한 점이라면, 그걸 25명이 한꺼번에 한다는 것이다. 이 게임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진영' 시스템이다.

 

진영은 타 게임의 '파티'와 같은 개념이지만, <마인히어로>의 진영은 조금 더 복잡하다. 각 캐릭터는 전투력 외에도 속성, 개인스킬, 합체스킬, 무기 등 다양한 면모를 가지고 있다. 유저가 이 중에서 골라 진영을 만들면, 캐릭터의 전투력이 모두 합산돼 '진영 전투력'이 결정된다. 

 

그리고 진영에 합류한 캐릭터들이 가진 '선공', '회피', '방어', '제왕' 속성을 계산해 치명타가 발동할 확률, 회복 스킬의 회복량, 대미지를 완전히 받지 않는 회피 확률, 대미지를 경감하는 방어량이 정해지고, 상대 진영의 수치와 비교해 공격 순서와 최종 대미지가 결정된다. 

 

 평가가 사람마다 다른 두 캐릭터. 무조건 등급이나 공격력만 높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단순히 전투력과 속성만 높아서 될 일도 아니다. 캐릭터의 스킬과 배치라는 최대 변수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캐릭터가 갖고 있는 '스킬'은 발동하기만 하면 전세를 뒤집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그리고스킬의 발동 확률은 진영을 어떻게 구성하는가에 달려있다. 

 

한 예로, 공격력을 올리거나 배수 대미지를 입히는 '치명타류' 스킬 캐릭터가 많으면 해당 캐릭터들의 스킬이 발동할 확률이 높아진다. 뒤집어 말하면, 뛰어난 성능의 회복 스킬을 가진 '회피류' 캐릭터를 진영에 넣어도 혼자로는 회복 스킬이 좀처럼 발동하지 않는다. 또 어느 한 캐릭터의 스킬 발동 확률만 오르는 것이 아니라, 해당 스킬류 캐릭터 전체의 발동 확률이기에 구색 맞추기로 넣은 캐릭터가 엉뚱한 스킬을 발동할 때도 있다. 

 

 확률 싸움이라 원치 않은 스킬이 나오거나 역전 당하는 경우도.

 

또 캐릭터의 배치 순서도 중요하다. 모든 스킬은 '도달률'이라는 수치가 붙어 있다. 도달률은 스킬이 발동할 확률에 영향을 주는 수치로, 앞에서부터 합쳐서 계산한다. 

 

예를 들어 진영에 조조, 토르, 여포, 조커, 초선 순으로 배치했다고 하자. 조조의 개인스킬 도달률은 3%, 토르 7%, 여포 4%, 조커 25%다. 초선의 스킬은 진영의 선공 속성을 올려주는 패시브 스킬이므로, 도달률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전체 도달률은 39%일까? 아니다. 여포와 초선을 한 진영에 배치하면 추가로 '미인계'라는 합체스킬이 발생하므로, 이 진영의 총 도달률은 49%다. 

 

캐릭터를 많이 넣어 도달률(스킬 발동률) 100%가 넘어가면 그 뒤에 배치한 캐릭터의 스킬은 발동하지 않는다. 꼭 스킬을 쓰고 싶은 캐릭터라면 도달률 100% 안에 들어가도록 앞줄에 배치하고, 비슷한 스킬을 가진 캐릭터를 많이 넣어야 한다. 하지만 너무 많이 넣으면 핵심 캐릭터의 스킬 발동 확률이 오히려 낮아지니, 너무 한 쪽으로 몰리지 않도록 조정할 필요도 있다. 

 

진영의 속성을 올려주는 스킬은 상시 발동이므로 굳이 앞자리에 넣을 필요가 없다. 합체스킬 역시 도달률에 포함되고, 발동 순서도 개인스킬보다 우선하므로 이 역시 고려해서 배치를 결정해야 한다. 

 

단순히 전투력을 높여서 쉽게 플레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진영을 제대로 이해하면 비슷한 장르의 게임에서 보기 힘든 파티 구성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적은 시간을 들여 효율적으로 스테이지나 PvP를 풀어갈 수 있음은 물론이다.

 

스킬이 발동할 확률에 따라 전투의 행방이 크게 달라지며 그 확률을 높이는 것은 진영을 짜는 유저의 능력에 달려있다. 각각 캐릭터에게도 어느 정도 우열은 존재하지만, 섬세하게 조정한 진영은 성능 좋은 캐릭터 한두 명보다 더 우수한 능력을 보일 수 있다. 적절한 랜덤성 덕분에 극적인 승리나 어이없는 패배의 가능성이 열려있는 것도 매력적이다.

 

 전투력이 낮거나 덜 육성한 캐릭터도 충분히 보탬이 된다. 진영 시스템의 큰 장점.


 

# 어떤 게임은 스피드왜건이 필요하다

 

<마인히어로> 캐릭터 정보를 보면 자뭇 당황스럽다. 캐릭터의 능력은 '전투력'으로 뭉뚱그려지고, 스킬이 있는데 게임에 투입하면 발동하지 않는 경우가 왕왕 있다. 게임의 핵심 개념이자 가장 큰 재미를 주는 '진영' 개념을 게임 내에서 자세히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또 번역의 문제인지, '도달률'처럼 직관적이지 않은 단어가 많아 숨겨진 도움말을 찾아내도 단번에 이해하기란 어렵다.

 

게임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튜토리얼도 어물어물, 친절한 척 불친절하고 몇몇 대사는 무례하기까지 하다. 그래도 튜토리얼에서 시킨 대로 캐릭터 전투력을 높이면 초반 진행은 전혀 문제가 없으니, 초보 유저의 몰입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런데 20장부터 참사가 발생한다. 튜토리얼에서 대충 시킨대로, 평소의 경험대로 등급 높은 캐릭터의 전투력을 집중적으로 올리며 중반까지 왔는데 이제는 그게 안 된다. 스토리 NPC는 처음 보는 스킬을 마구 써대는데, 내 진영 스킬은 도통 발동되지 않는다. 

 

이쯤 되면 초보 유저는 생각한다. '지금까지 계속 이기기만 했는데, 왜 여기서는 지는 거지? 전투력이 부족한가?' <마인히어로>는 유료 뽑기 상품이 있지만, 경험치만큼은 시간이 필요하다. 초보 유저가 며칠 기다려 고등급 캐릭터의 레벨을 조금 올려보지만 여전히 스테이지는 클리어할 수 없다. 운 좋게 넘어갔어도 다음에 또 막힌다. ​

 

 20장부터 초보 유저를 가로막는 적, 반월참: 9. 그런데 게임 가이드는 너무 부실하다.

 

게임 초반은 눈에 띌 정도로 전투력을 크게 키우는 재미로 플레이한다. 그리고 중후반의 재미는 이리저리 진영을 조합해 스테이지 NPC와 다른 유저를 이기는 것에서 나온다. 그러나 <마인히어로>는 초반에서 중반으로 이어지는 게임 흐름이 매끄럽지 못하고, '스토리 NPC도 이기지 못하는 게임'을 계속 붙잡을 동기도 제시하지 못한다. 재미 포인트가 다양한 것과 달라지는 것은 다른 문제다.

 

<마인히어로>는 여러모로 혼종이다. 모바일게임에 최적화된 '방치형' 장르에 수집형 RPG를 혼합했고, 그것도 부족한지 광산 채굴이나 비동기 PvP 등 여러 요소를 후추 치듯 넣어 그럴 듯한 모양으로 담았다. 게임에 대한 특별한 지식이 없어도 쉽게 풀어갈 수 있지만, 한 번 파고들기 시작하면 의외로 깊이가 있는 것도 인상적이다. 

 

재료는 좋다. 독창적이지는 않지만, 이 모든 것을 섞으니 오히려 예측하기 힘들고 의외성을 갖춘 게임이 등장했다. 하지만 게임의 매력을 온전히 살려서 유저에게 전달하거나 납득이 가는 플레이 흐름을 만들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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