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플레이에 묻힌 탄탄한 이야기, '야생의 땅: 듀랑고' 스토리팩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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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 플레이에 묻힌 탄탄한 이야기, '야생의 땅: 듀랑고' 스토리팩 체험기

토망 (장이슬 기자) | 2018-05-25 17: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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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접속했다. 도구도 집도 친구도 부족도 모두 없다. 18일 '붉은 페나코투스 작전' 이라는 스토리팩을 업데이트한 <야생의 땅: 듀랑고>(이하 '듀랑고')가 준 첫 시련이다. 출시 후 약 3개월 만에 스토리팩 등 대규모 업데이트를 예고한 <듀랑고>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 80일 만에 접속해 스토리팩을 플레이해봤다. / 디스이즈게임 장이슬 기자


 


 

 

# 듀랑고, 다시 시작해도 괜찮을까

 

예상도 했고 각오도 했지만, 정말 이렇게 깡그리 없어질 줄은 몰랐다. 그 넓었던 부족 영토도, 소박했던 사유지와 그 안의 물건들도 모두 사라졌다. 80일 만에 접속한 <듀랑고>는 마치 10년 전 여행을 다녀왔더니 집이 다른 곳으로 이사 갔던 그 황망한 기분을 다시 느낄 수 있게 해줬다. 

 

이윽고 사유지를 정하라는 퀘스트가 날아왔다. '개척이 필요한 섬'이라면서 두 가지 섬을 보여주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몇 번이라도 새로고침할 수 있다. 마을섬과 도시섬의 차이를 설명해주는 것은 물론, 도시섬의 경우는 '듀랑고맵스'와 연결해서 현재 풍경까지 보여준다. 여러 섬을 구경하다가 이름이 가장 마음에 든 ‘큰부리새 리비아’ 마을섬을 두 번째 정착지로 삼았다. 

 

자, 이제 세간살이를 장만해야지! 소재를 채집해 도구와 건축물 등을 만드는 <듀랑고>의 기본 콘셉트는 여전하다. 혹시 게임을 하지 않은 80일 동안 새로운 아이템이 나오거나 레시피가 달라졌을까 했지만 특별히 변한 것은 없었다. 다만 채집 중 특별한 속성을 가진 재료가 나올 때가 있었는데, 당장 쓸 생활 물품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부족 영토도 사유지도 남지 않았다. 당연히 인벤토리 속 아이템도 쩌적 금이 갔고.

 

 대다수의 부족원이 비슷한 시기에 게임을 그만뒀고, 최근에 접속한 사람이 없었다.

 

 그렇다. 인생은 처음부터 솔플인 것이다. 소박한 마을섬에서 새로 시작!

 

보통 3개월 간 접은 게임에 다시 적응하는 것은 쉽지 않다. 업데이트가 잦고 변화가 빠른 모바일게임이라면 그런 경향이 더 강한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듀랑고>는 시스템도 그대로였고 지금 당장 알아야 할 변화는 없었다. 오히려 '여러 개 만들기'처럼 더 편리해진 부분이 눈에 띄었다.

 

더불어 복귀 유저 접속 이벤트와 업적 보상으로 초반 정착이 아주 빨랐다는 것도 좋은 인상을 받았다. 가장 빈번히 쓰이고 자주 파괴되는 도구도 여러 개를 안겨주고, 많은 재료와 시간이 필요한 중급 생산 시설도 손쉽게 얻을 수 있었다. 이를 기반으로 스킬 습득 취소 등을 반복해 안락한 벽집이 딸린 사유지를 만들기까지 3일이 걸렸다. 하루 3시간, 여유롭게 플레이한 편이니 만약 집중해서 플레이한다면 하루나 이틀 내에 복귀 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듀랑고>는 캐릭터 스킬 등과 별개로 사유지에 많은 것을 쌓아두는 구조라서 사유지를 잃으면 손해가 크다. 그래서 복귀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으나 예상 외로 생활 기반을 다시 꾸리는 것은 별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정착은 매우 쉬운 편이었고 시스템도 크게 변하지 않아 적응에 어려움이 없었다. 단 어디까지나 솔로 플레이어 위주의 감상으로, 부족이나 친구 여부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생각보다 훨씬 편안하게 정착할 수 있었다.


 복귀자 첫날 혜택인 수리 키트 15개의 도움이 컸다.


 복귀 유저 전용 퀘스트로 초반 기물과 워프젬까지 추가 획득. 이렇게 재정착은 쉬운 편이지만...

 

 

# 반복, 또 반복... 풀어내는 방법이 아쉬운 스토리팩

 

 

지난 17일 업데이트한 ‘붉은 페나코투스 작전’은 <듀랑고>에 새로 추가된 일종의 ‘메인 퀘스트’다. <듀랑고>업데이트 로드맵에 따르면 이번 업데이트는 유저는 한 명의 등장인물이 되어 역할을 수행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스토리팩으로, 9월까지 기간 한정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

 

그간 <듀랑고>에서 볼 수 있는 스토리는 단체, NPC 간의 간단한 무전과 탐사 중 발견하는 쪽지, 로딩 화면의 간단한 문구가 전부였다. 비록 긴 이야기는 아니지만 간결하면서도 위트 있는 문장으로 <듀랑고>의 배경과 인물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그런 스토리가 더욱 보강된다는 ‘스토리팩’은 기대를 갖기에 충분했고, <듀랑고>에 다시 접속하게 된 가장 큰 이유로 작동했다.

 

또한 스토리팩은  왓스튜디오의 업데이트 로드맵 중 가장 처음으로 선보이는 콘텐츠다, 따라서 스토리팩은 단순히 퀘스트 추가 업데이트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차후 업데이트될 콘텐츠의 품질과 방향을 가늠하는 척도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스토리팩은 실제로 어떻게 플레이하게 될까?

 


 

첫 번째 스토리팩 ‘붉은 페나코투스 작전'은 적정 레벨이 되면 워프자 구조를 도와달라는 K의 요청을 받는 것으로 시작한다. K가 지시하는 불안정섬에 오면 캠프에서 퀘스트를 받아 구조를 위한 물품을 조달하거나 직접 사람들을 구하러 다니는 것으로 스토리를 시작한다. 

 

퀘스트의 배경이 되는 불안정섬은 특수 기후가 적용된다. 25레벨 퀘스트를 진행하는 섬은 기존 섬과 달리 열병에 걸릴 수 있어 반드시 예방약을 먹어야 한다. 이에 따라 퀘스트 진행에 필요한 몇 가지 특수 물품을 새로 만들 수 있다. 일부 물품은 낮은 레벨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고 성능도 좋은 편이라 여러모로 초심자를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퀘스트는 각각 25레벨, 45레벨, 55레벨, 60레벨 네 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유저가 해당 레벨에 도달하면 다음 스토리가 해금되고, 퀘스트의 무대가 되는 불안정섬 캠프에서 K에게 임무를 받는다. 임무를 일정 수 이상 마치면 새 스토리를 보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55레벨 섬에서 마지막 임무를 마치면 다른 유저와 협력해 거대 공룡 '알로사우루스'를 사냥하고, 레이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전용 칭호와 의장, 한정 펫을 얻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듀랑고>는 유저가 스스로 목표를 설정해 자유롭게 활동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구성했다. 이런 점을 이해하는 유저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기존의 게임 문법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불친절하고 목표가 없는 게임처럼 보인다는 점이 꾸준히 지적됐다. 메인 퀘스트에 해당하는 스토리팩은 적정 레벨에서 해야 할 일, 도전거리를 제공함으로써 이런 단점을 해소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25레벨에서는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아이템으로 25레벨 퀘스트 지역의 악천후를 극복할 수 있고, 주어지는 임무도 간단하며 금방 클리어할 수 있다. 하지만 신규 기후가 도입된 55레벨 지역은 '방한', '방풍'에 이어 '눈보라'를 막는 장비도 갖춰야 원활한 플레이가 가능하다. 당연히 관련 장비를 갖추기 위해 플레이어는 적정 레벨에 맞는 '파밍'을 해야 한다. 

 

퀘스트와 스토리로 목표를 제시하고, 플레이어는 이를 넘기기 위해 파밍이나 레벨링을 해서 성장한다. 이는 퀘스트 클리어를 위해 단계적인 성장을 유도하는 RPG의 문법이기도 하다. 결국 <듀랑고>는 스토리팩을 통해 자신의 필요를 채우는 생활형 게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는 RPG로의 전환을 시도한 것이다. 

 


 

이 전환은 성공이었을까? 우선 게임의 스토리를 더 깊이 보고 싶다는 부분에서는 꽤나 만족스러웠다. 짧은 문구로 암시됐던 '듀랑고' 세계의 어두운 면이 부각됐고, 뒷이야기가 기대되는 마무리 등 이야기의 큰 흐름은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구성은 기대와 조금 달랐다. 가뜩이나 25, 45, 55, 60레벨까지 도달해야 하는 최소조건도 긴데, 퀘스트를 진행하려 해도 '우호도'를 채우라는 임무가 몇 번이나 끼어든다. 우호도를 채우기 위해서는 K가 주는 의뢰를 수행해야 하는데, 하루에 다섯 번만 100점을 주고 그 외에는 10점, 이것을 적게는 200점, 많게는 1520점까지 채워야 한다. 

 

K의 의뢰, 퀘스트 임무도 구조자 찾기, 징병관 처치, 구조 물품 만들기 등 크게 세 종류가 반복된다. 상위 레벨로 올라가도 색다른 임무보다는 과정이 더 번거로워질 뿐 근본적으로는 같은 임무다. 아무리 무겁고 어두운 이야기를 다룬다 한들, 이것을 풀어내는 방법이 똑같고 과정조차 길다면 긴장감과 몰입감이 휘발될 수 밖에 없다. 

 


 

새로운 유형의 임무가 주어지는 것은 마지막 보스전 한 번인데, 그마저도 기존 섬에서 볼 수 있는 레이드의 반복이다. 레이드 보상은 현재까지 등장한 소재 중 가장 좋고, 인스턴트 던전이 아니므로 사냥 특화 유저들이 섬에 상주하며 리젠을 노린다. 그렇게 되면 이제 갓 60레벨이 되어 스토리팩을 마무리하러 유저들은 그들에게 얹혀서 “어, 어?” 하다가 엔딩을 보게 된다. 

 

쉽게 클리어하는 것도 좋지만, 그동안 퀘스트가 단순 작업의 반복이었기 때문에 유저가 성취감과 성장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적었다는 것이 문제다. 이렇게 되면 플레이어의 뇌리에 남은 것은 길고 지루한 노가다, 그리고 어쩌다 숟가락만 얹은 무의미한 보스전이다. 

 

스토리팩이 다루는 이야기는 분명 흥미롭고 결말도 재미있다. 하지만 풀어내는 방식이 너무나 평이하다는 것이 안타까운 점이다. 튜토리얼의 기차, 앙코라 섬처럼 인상 깊었던 순간을 넣을 수는 없었을까. 지금으로써는 NPC들의 대사가 조금 더 있는 불안정섬 퀘스트를 무한히 반복하다가 갑자기 레이드 한 번 하고 끝나는, 언제나처럼의 <듀랑고> 플레이일 뿐이다. 

 


 

 

# 듀랑고는 여전히 듀랑고였다

 

<듀랑고> 첫 번째 스토리팩 '붉은 페나코투스 작전'은 퀘스트→레벨링과 파밍→다음 지역→퀘스트 수행이라는 RPG의 문법을 가져와 유저들에게 목표를 주려 했다. 9월까지라는 넉넉한 기간은 신규 유저의 게임 적응과 레벨링 과정을 상정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또 흥미로운 이야기를 보여줌으로써 다음 스토리를 기대하게 하려는 의도도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듀랑고>는 거대한 목표만 제시하고 이를 수행하는 방법과 지식 찾기, 심지어 재미를 느끼는 부분까지 유저에게 전면적으로 떠넘겨 버린다. 또 스토리팩이면서도 속도를 늦추려는 의도가 명백히 보이는 반복 퀘스트로 구성한 것도 좋은 이야기를 스스로 가리는 실책이 됐다. 처음부터 그런 게임이었다면 납득했을 테지만, <듀랑고>의 튜토리얼은 훌륭한 구성과 연출을 보여줬으니 스토리팩의 이런 구성은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그래서 첫 번째 스토리팩 '붉은 페나코투스 작전'은 여러모로 아쉽기만 하다. 스토리팩이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었다면 듀랑고 특유의 복잡하면서도 위트 있는 이야기는 물론, 잘 정비된 복귀 지원 정책도 많은 관심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써는 길고 지루한 반복 퀘스트, 눈에 띄게 줄어든 사람 등 부정적인 요소가 더 눈에 띄는 구성이다.

 



24일, <듀랑고>는 1월에 있었던 론칭 프리뷰에서 발표했던 대로 글로벌 단일 서버를 위한 대규모 서버통합을 실시했다. 스토리팩에 이어 서버 통합까지, <듀랑고>는 당초 제시한 로드맵을 따라 천천히 게임을 운영하고 있다. 이미 매출 순위가 크게 떨어졌지만 뚝심 있는 움직임은 <듀랑고>를 계속 지켜보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장점을 특화하는 방향도 좋지만, 그렇지만 조금은 눈을 돌려서 다른 고민을 해보면 어떨까 싶다. 돌아온 사람들, 혹은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이 <듀랑고>에 건 기대를 놓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로드맵에서 약속한 첫 번째 콘텐츠 ‘스토리팩’은 RPG의 문법을 빌려 플레이 목표를 주겠다는 큰 발상은 좋았으나, 기존의 플레이 패턴에 안주했고 결과적으로 유저들의 속도를 늦추는 것 외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새로 시작하는 것도, 복귀도 어렵지 않다. 80일 전에 하던 일은 쭉 이어질 것이고, 새로운 콘텐츠도 그럴 것이다. <듀랑고>는 여전히 <듀랑고>였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말이다.

 


 

오랜만에 접속했다. 도구도 집도 친구도 부족도 모두 없다. 18일 '붉은 페나코투스 작전' 이라는 스토리팩을 업데이트한 <야생의 땅: 듀랑고>(이하 '듀랑고')가 준 첫 시련이다. 출시 후 약 3개월 만에 스토리팩 등 대규모 업데이트를 예고한 <듀랑고>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 80일 만에 접속해 스토리팩을 플레이해봤다. / 디스이즈게임 장이슬 기자


 


 

 

# 듀랑고, 다시 시작해도 괜찮을까

 

예상도 했고 각오도 했지만, 정말 이렇게 깡그리 없어질 줄은 몰랐다. 그 넓었던 부족 영토도, 소박했던 사유지와 그 안의 물건들도 모두 사라졌다. 80일 만에 접속한 <듀랑고>는 마치 10년 전 여행을 다녀왔더니 집이 다른 곳으로 이사 갔던 그 황망한 기분을 다시 느낄 수 있게 해줬다. 

 

이윽고 사유지를 정하라는 퀘스트가 날아왔다. '개척이 필요한 섬'이라면서 두 가지 섬을 보여주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몇 번이라도 새로고침할 수 있다. 마을섬과 도시섬의 차이를 설명해주는 것은 물론, 도시섬의 경우는 '듀랑고맵스'와 연결해서 현재 풍경까지 보여준다. 여러 섬을 구경하다가 이름이 가장 마음에 든 ‘큰부리새 리비아’ 마을섬을 두 번째 정착지로 삼았다. 

 

자, 이제 세간살이를 장만해야지! 소재를 채집해 도구와 건축물 등을 만드는 <듀랑고>의 기본 콘셉트는 여전하다. 혹시 게임을 하지 않은 80일 동안 새로운 아이템이 나오거나 레시피가 달라졌을까 했지만 특별히 변한 것은 없었다. 다만 채집 중 특별한 속성을 가진 재료가 나올 때가 있었는데, 당장 쓸 생활 물품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부족 영토도 사유지도 남지 않았다. 당연히 인벤토리 속 아이템도 쩌적 금이 갔고.

 

 대다수의 부족원이 비슷한 시기에 게임을 그만뒀고, 최근에 접속한 사람이 없었다.

 

 그렇다. 인생은 처음부터 솔플인 것이다. 소박한 마을섬에서 새로 시작!

 

보통 3개월 간 접은 게임에 다시 적응하는 것은 쉽지 않다. 업데이트가 잦고 변화가 빠른 모바일게임이라면 그런 경향이 더 강한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듀랑고>는 시스템도 그대로였고 지금 당장 알아야 할 변화는 없었다. 오히려 '여러 개 만들기'처럼 더 편리해진 부분이 눈에 띄었다.

 

더불어 복귀 유저 접속 이벤트와 업적 보상으로 초반 정착이 아주 빨랐다는 것도 좋은 인상을 받았다. 가장 빈번히 쓰이고 자주 파괴되는 도구도 여러 개를 안겨주고, 많은 재료와 시간이 필요한 중급 생산 시설도 손쉽게 얻을 수 있었다. 이를 기반으로 스킬 습득 취소 등을 반복해 안락한 벽집이 딸린 사유지를 만들기까지 3일이 걸렸다. 하루 3시간, 여유롭게 플레이한 편이니 만약 집중해서 플레이한다면 하루나 이틀 내에 복귀 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듀랑고>는 캐릭터 스킬 등과 별개로 사유지에 많은 것을 쌓아두는 구조라서 사유지를 잃으면 손해가 크다. 그래서 복귀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으나 예상 외로 생활 기반을 다시 꾸리는 것은 별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정착은 매우 쉬운 편이었고 시스템도 크게 변하지 않아 적응에 어려움이 없었다. 단 어디까지나 솔로 플레이어 위주의 감상으로, 부족이나 친구 여부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생각보다 훨씬 편안하게 정착할 수 있었다.


 복귀자 첫날 혜택인 수리 키트 15개의 도움이 컸다.


 복귀 유저 전용 퀘스트로 초반 기물과 워프젬까지 추가 획득. 이렇게 재정착은 쉬운 편이지만...

 

 

# 반복, 또 반복... 풀어내는 방법이 아쉬운 스토리팩

 

 

지난 17일 업데이트한 ‘붉은 페나코투스 작전’은 <듀랑고>에 새로 추가된 일종의 ‘메인 퀘스트’다. <듀랑고>업데이트 로드맵에 따르면 이번 업데이트는 유저는 한 명의 등장인물이 되어 역할을 수행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스토리팩으로, 9월까지 기간 한정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

 

그간 <듀랑고>에서 볼 수 있는 스토리는 단체, NPC 간의 간단한 무전과 탐사 중 발견하는 쪽지, 로딩 화면의 간단한 문구가 전부였다. 비록 긴 이야기는 아니지만 간결하면서도 위트 있는 문장으로 <듀랑고>의 배경과 인물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그런 스토리가 더욱 보강된다는 ‘스토리팩’은 기대를 갖기에 충분했고, <듀랑고>에 다시 접속하게 된 가장 큰 이유로 작동했다.

 

또한 스토리팩은  왓스튜디오의 업데이트 로드맵 중 가장 처음으로 선보이는 콘텐츠다, 따라서 스토리팩은 단순히 퀘스트 추가 업데이트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차후 업데이트될 콘텐츠의 품질과 방향을 가늠하는 척도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스토리팩은 실제로 어떻게 플레이하게 될까?

 


 

첫 번째 스토리팩 ‘붉은 페나코투스 작전'은 적정 레벨이 되면 워프자 구조를 도와달라는 K의 요청을 받는 것으로 시작한다. K가 지시하는 불안정섬에 오면 캠프에서 퀘스트를 받아 구조를 위한 물품을 조달하거나 직접 사람들을 구하러 다니는 것으로 스토리를 시작한다. 

 

퀘스트의 배경이 되는 불안정섬은 특수 기후가 적용된다. 25레벨 퀘스트를 진행하는 섬은 기존 섬과 달리 열병에 걸릴 수 있어 반드시 예방약을 먹어야 한다. 이에 따라 퀘스트 진행에 필요한 몇 가지 특수 물품을 새로 만들 수 있다. 일부 물품은 낮은 레벨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고 성능도 좋은 편이라 여러모로 초심자를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퀘스트는 각각 25레벨, 45레벨, 55레벨, 60레벨 네 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유저가 해당 레벨에 도달하면 다음 스토리가 해금되고, 퀘스트의 무대가 되는 불안정섬 캠프에서 K에게 임무를 받는다. 임무를 일정 수 이상 마치면 새 스토리를 보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55레벨 섬에서 마지막 임무를 마치면 다른 유저와 협력해 거대 공룡 '알로사우루스'를 사냥하고, 레이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전용 칭호와 의장, 한정 펫을 얻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듀랑고>는 유저가 스스로 목표를 설정해 자유롭게 활동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구성했다. 이런 점을 이해하는 유저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기존의 게임 문법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불친절하고 목표가 없는 게임처럼 보인다는 점이 꾸준히 지적됐다. 메인 퀘스트에 해당하는 스토리팩은 적정 레벨에서 해야 할 일, 도전거리를 제공함으로써 이런 단점을 해소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25레벨에서는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아이템으로 25레벨 퀘스트 지역의 악천후를 극복할 수 있고, 주어지는 임무도 간단하며 금방 클리어할 수 있다. 하지만 신규 기후가 도입된 55레벨 지역은 '방한', '방풍'에 이어 '눈보라'를 막는 장비도 갖춰야 원활한 플레이가 가능하다. 당연히 관련 장비를 갖추기 위해 플레이어는 적정 레벨에 맞는 '파밍'을 해야 한다. 

 

퀘스트와 스토리로 목표를 제시하고, 플레이어는 이를 넘기기 위해 파밍이나 레벨링을 해서 성장한다. 이는 퀘스트 클리어를 위해 단계적인 성장을 유도하는 RPG의 문법이기도 하다. 결국 <듀랑고>는 스토리팩을 통해 자신의 필요를 채우는 생활형 게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는 RPG로의 전환을 시도한 것이다. 

 


 

이 전환은 성공이었을까? 우선 게임의 스토리를 더 깊이 보고 싶다는 부분에서는 꽤나 만족스러웠다. 짧은 문구로 암시됐던 '듀랑고' 세계의 어두운 면이 부각됐고, 뒷이야기가 기대되는 마무리 등 이야기의 큰 흐름은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구성은 기대와 조금 달랐다. 가뜩이나 25, 45, 55, 60레벨까지 도달해야 하는 최소조건도 긴데, 퀘스트를 진행하려 해도 '우호도'를 채우라는 임무가 몇 번이나 끼어든다. 우호도를 채우기 위해서는 K가 주는 의뢰를 수행해야 하는데, 하루에 다섯 번만 100점을 주고 그 외에는 10점, 이것을 적게는 200점, 많게는 1520점까지 채워야 한다. 

 

K의 의뢰, 퀘스트 임무도 구조자 찾기, 징병관 처치, 구조 물품 만들기 등 크게 세 종류가 반복된다. 상위 레벨로 올라가도 색다른 임무보다는 과정이 더 번거로워질 뿐 근본적으로는 같은 임무다. 아무리 무겁고 어두운 이야기를 다룬다 한들, 이것을 풀어내는 방법이 똑같고 과정조차 길다면 긴장감과 몰입감이 휘발될 수 밖에 없다. 

 


 

새로운 유형의 임무가 주어지는 것은 마지막 보스전 한 번인데, 그마저도 기존 섬에서 볼 수 있는 레이드의 반복이다. 레이드 보상은 현재까지 등장한 소재 중 가장 좋고, 인스턴트 던전이 아니므로 사냥 특화 유저들이 섬에 상주하며 리젠을 노린다. 그렇게 되면 이제 갓 60레벨이 되어 스토리팩을 마무리하러 유저들은 그들에게 얹혀서 “어, 어?” 하다가 엔딩을 보게 된다. 

 

쉽게 클리어하는 것도 좋지만, 그동안 퀘스트가 단순 작업의 반복이었기 때문에 유저가 성취감과 성장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적었다는 것이 문제다. 이렇게 되면 플레이어의 뇌리에 남은 것은 길고 지루한 노가다, 그리고 어쩌다 숟가락만 얹은 무의미한 보스전이다. 

 

스토리팩이 다루는 이야기는 분명 흥미롭고 결말도 재미있다. 하지만 풀어내는 방식이 너무나 평이하다는 것이 안타까운 점이다. 튜토리얼의 기차, 앙코라 섬처럼 인상 깊었던 순간을 넣을 수는 없었을까. 지금으로써는 NPC들의 대사가 조금 더 있는 불안정섬 퀘스트를 무한히 반복하다가 갑자기 레이드 한 번 하고 끝나는, 언제나처럼의 <듀랑고> 플레이일 뿐이다. 

 


 

 

# 듀랑고는 여전히 듀랑고였다

 

<듀랑고> 첫 번째 스토리팩 '붉은 페나코투스 작전'은 퀘스트→레벨링과 파밍→다음 지역→퀘스트 수행이라는 RPG의 문법을 가져와 유저들에게 목표를 주려 했다. 9월까지라는 넉넉한 기간은 신규 유저의 게임 적응과 레벨링 과정을 상정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또 흥미로운 이야기를 보여줌으로써 다음 스토리를 기대하게 하려는 의도도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듀랑고>는 거대한 목표만 제시하고 이를 수행하는 방법과 지식 찾기, 심지어 재미를 느끼는 부분까지 유저에게 전면적으로 떠넘겨 버린다. 또 스토리팩이면서도 속도를 늦추려는 의도가 명백히 보이는 반복 퀘스트로 구성한 것도 좋은 이야기를 스스로 가리는 실책이 됐다. 처음부터 그런 게임이었다면 납득했을 테지만, <듀랑고>의 튜토리얼은 훌륭한 구성과 연출을 보여줬으니 스토리팩의 이런 구성은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그래서 첫 번째 스토리팩 '붉은 페나코투스 작전'은 여러모로 아쉽기만 하다. 스토리팩이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었다면 듀랑고 특유의 복잡하면서도 위트 있는 이야기는 물론, 잘 정비된 복귀 지원 정책도 많은 관심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써는 길고 지루한 반복 퀘스트, 눈에 띄게 줄어든 사람 등 부정적인 요소가 더 눈에 띄는 구성이다.

 



24일, <듀랑고>는 1월에 있었던 론칭 프리뷰에서 발표했던 대로 글로벌 단일 서버를 위한 대규모 서버통합을 실시했다. 스토리팩에 이어 서버 통합까지, <듀랑고>는 당초 제시한 로드맵을 따라 천천히 게임을 운영하고 있다. 이미 매출 순위가 크게 떨어졌지만 뚝심 있는 움직임은 <듀랑고>를 계속 지켜보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장점을 특화하는 방향도 좋지만, 그렇지만 조금은 눈을 돌려서 다른 고민을 해보면 어떨까 싶다. 돌아온 사람들, 혹은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이 <듀랑고>에 건 기대를 놓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로드맵에서 약속한 첫 번째 콘텐츠 ‘스토리팩’은 RPG의 문법을 빌려 플레이 목표를 주겠다는 큰 발상은 좋았으나, 기존의 플레이 패턴에 안주했고 결과적으로 유저들의 속도를 늦추는 것 외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새로 시작하는 것도, 복귀도 어렵지 않다. 80일 전에 하던 일은 쭉 이어질 것이고, 새로운 콘텐츠도 그럴 것이다. <듀랑고>는 여전히 <듀랑고>였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