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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지스타 2018] 우리의 '바람'이 '바람의 나라: 연'에 있을까?

우티 (김재석 기자) | 2018-11-15 12:00:08

이 기사는 아래 플랫폼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기네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 서비스된 MMORPG'. 올해로 22년을 맞이한 <바람의 나라>는 기자가 '게임'이라는 것을 인지할 때부터 있던 게임입니다. <바람의 나라>는 많은 게이머가 한 번쯤 거쳐 갔을 법한, 수많은 이야기와 경험과 추억이 담긴 게임인데요. 기자도 <바람의 나라> 관련 커뮤니티였던 '다꾸'나 '호떡'에서 '10만 전 퀘스트' 공략을 찾아보고, 60시간 쿠폰을 얻으려고 가이드북을 샀던 <바람의 나라> 유저였습니다.

넥슨이 <바람의 나라>를 모바일 게임으로 리메이크한 <바람의 나라: 연>을 출시할 계획입니다. <바람의 나라: 연>은 정식 출시에 앞서 지스타 현장에서 체험해볼 수 있습니다. 지스타 출품을 앞두고 미디어를 대상으로 열린 사전 시연회에서 핸드폰을 잡은 저는 걱정보단 우려가 앞섰습니다. "과연 그때 그 느낌이 날까?"



※ 본 리뷰는 '지스타 2018 시연 버전'을 플레이한 후 작성했습니다. 출시 후 일부 콘텐츠는 변경될 수 있습니다.


 

 

# 빠른 튜토리얼, 빠른 성장, '그룹 사냥' 유도하는 레이드 시스템

 

모바일 MMORPG <바람의 나라: 연>은 세로 화면에 가상 패드로 화면 중앙의 캐릭터를 움직여가며 진행합니다. 각종 스킬 및 소모성아이템을 등록하는 퀵슬롯이 14개 있으며 인벤토리에 해당하는 '가방'에서 아이템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스킬은 직업의 마스터에게 재물을 바치지 않고, 포인트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익힙니다. <바람의 나라: 연>도 다른 모바일 MMORPG와 비슷하게 오토 사냥을 지원하며 전투 상황에 맞게 켜고 끌 수 있습니다. 퀵슬롯 위에는 공격 몬스터(몹)을 바꿀 수 있는 공격 대상 설정키와 물건을 주울 때 쓰는 줍기 버튼이 있습니다. 전투와 성장 구조는 원작과 거의 같지만, '레이드'처럼 특이할 만한 점은 뒤에 소개하겠습니다.

 

주어진 사전 시연 시간은 30분. 원작대로라면 초반 사냥터인 쥐굴이나 뱀굴 정도에서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저를 비롯한 기자단은 30분 만에 원작의 '왕퀘'(왕궁 퀘스트, 특정 몬스터를 잡아 오라는 국왕의 명을 수행하면 해당 몬스터 경험치의 10배를 주는 퀘스트) 구간까지 별다른 무리 없이 갈 수 있었습니다.

반부 '초보자의 길'은 게임의 기본 UI를 소개해주는 정도로 간단했습니다. 방마다 돌아다니며 말하기, 사냥, 거래 방법을 배웠던 예전 <바람의 나라> 튜토리얼보다 훨씬 쉬웠습니다. 초반 성장 구간은 2018년 현재 <바람의 나라> 튜토리얼인 '영웅의 길'과 유사해 보입니다. <바람의 나라>에서도 현재 '영웅의 길' 코스만 잘 타면 연결된 퀘스트를 통해 99레벨에 쉽게 오를 수 있습니다.

튜토리얼은 아주 쉽습니다
서걱거리는 아이템 줍는 소리도 그대로입니다

<바람의 나라: 연>은 2000년대 초·중반의 원작과 달리, 그리고 최근 모바일 MMORPG 추세에 맞게 빠른 초반부 성장을 지원합니다. 이렇게 원작과 다른 빠른 리듬은 게임을 체험하면서 느낀 가장 큰 특징입니다. 게임 튜토리얼에서 기본적인 장비는 모두 맞출 수 있으며, 이후 시스템이 제안하는 각종 임무만 수행해도 빠르게 경험치를 얻을 수 있습니다.

기자는 도적을 선택해 게임을 체험했는데 필살검무, 비영승보같은 핵심 기술을 쉽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성황령 같은 스킬은 유저가 죽으면 바로 성황당으로 옮겨갈 수 있는 옵션이 생겨 없어졌습니다. 성의 동서남북으로 텔레포트 하는 비영사천문도 없습니다. 대신에 자동 이동과 세부 지역으로의 텔레포트를 지원합니다.

뭘 자꾸 줍니다
레벨 5에 비영승보를 찍습니다


원작 <바람의 나라>는 특정 NPC에게 경험치를 팔아서 체력이나 마력을 올리는 성장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게임은 혼자서 사냥하기보단 다른 직업끼리 모여 딜과 힐의 균형을 맞추는 그룹 사냥을 장려합니다. 옛날 <바람의 나라>엔 이 두 요소가 섞이며 캐릭터 성장에 피로감이 다소 있었습니다. <바람의 나라> 올드 유저라면 그룹 사냥 과정에서 나온 '호박'을 전사가 먹어야 옳은지, 도사가 먹어야 옳은지 논쟁을 벌인 기억이 있을 겁니다.


이후 등장한 '왕퀘'는 경험치를 팔면서 지존(만렙)을 찍고 승급하는 과정의 정체를 줄이기 위해 몬스터 한 마리만 잡으면 경험치의 10배를 줬습니다. 덕분에 빠른 렙업이 가능했지만, 왕퀘 가능 레벨인 56부터는 몹 한 마리만 잡으면 경험치가 모였기 때문에 그룹 사냥의 비율이 다소 줄어드는 역효과도 있었습니다.

초딩 때부터 바람을 했기 때문에 혼자서도 너끈합니다
제 실력이 그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바람의 나라: 연>의 왕궁 '구미호 레이드'는 빠른 성장과 그룹(파티) 플레이의 재미를 동시에 잡으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여러 명의 그룹원이 보스몹 '구미호'를 잡는 구미호 레이드에서는 탄막 슈팅 게임에서 보던 것과 유사한 기체 회피 요소가 돋보입니다. 구미호는 이리저리 움직이며 새끼 여우를 소환하고, 강력한 대미지의 평타를 날리기 때문에 잡기 쉽지 않습니다. 구미호 같은 보스 몹을 잡을 때 오토 사냥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합니다.​

시연 시간이 거의 끝나가 혼자 레이드를 뛰었기 때문에 구미호를 잡지 못했습니다. 다른 유저와 함께 레이드를 뛰었다면 훨씬 더 수월하게 구미호를 상대할 수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격수가 앞에서 싸우고 비격수가 뒤에서 힐과 저주 마법을 챙기는 직업 간 시너지 요소를 강조한 ​전통적인 그룹 플레이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회피의 재미까지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왈숙!!!
레벨 30에 용천제칠검이라니 일단 기분은 좋습니다

기자는 게임 30분 체험 동안 레벨 30을 찍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1분에 1렙씩 올린 것입니다. 지스타 시 버전에서 게임의 요소를 압축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레벨 업 필요 경험치를 조정했을 수 있고, 후반부로 가면서 렙업이 점점 더 어려워질 수 있지만, <바람의 나라 연>의 초반 레벨 모델링은 2000년대 초·중반에 <바람의 나라>를 즐겼던 입장에서 굉장히 빠르게 느껴집니다.

원작 <바람의 나라>에는 방대한 맵에 무수한 던전이 있는데 깹굴(도깨비굴)은 깹굴, 흉가는 흉가처럼 저마다의 매력이 빛났습니다. BGM부터 몬스터 구현까지 던전마다 원작의 개성을 살린다면 좋겠습니다. 지스타 시연 빌드에는 대부분의 사냥터가 막혀있는데, 입장 가능했던 초보자사냥터와 쥐굴은 <바람의 나라> 던전 특유의 느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모바일 환경에서 '바람연대기', '고래 이벤트' , 'OX 퀴즈' 등 원작의 대규모 콘텐츠를 훌륭하게 표현한다면 또다른 매력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 <바람의 나라>보다 더 <바람의 나라> 같은 <바람의 나라: 연>


<바람의 나라>는 22년이나 서비스된 게임이기 때문에 게임에 대한 기억도 저마다 다릅니다. 게임 UI를 크게 바꾼 '신버전'을 기준으로 게임을 기억하는 유저가 있고, 그 직전 버전인 '구버전', 그보다 더 예전 빌드까지 떠올리는 유저도 있습니다. 

 

패치로 백제가 추가된 지 오래됐는데 "<바람의 나라>에 백제가 어디 있느냐?"는 유저도 있고, 과거 레어 아이템이었던 월아검이나 쇄자 아이템을 조합하려면 꼭 가야 했던 필드인 북방대초원을 한 번도 안 가본 유저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람의 나라: 연>이 <바람의 나라>의 추억을 살렸다"라는 말은 성립하기 쉽지 않습니다.


게임은 신버전 (2000년대 중반) 빌드지만 5번째 직업인 궁사 추가 전의 <바람의 나라>를 구현하고 있습니다. (2018년 11월 기준 <바람의 나라>의 직업은 '차사'까지 9개)  <바람의 나라: 연>은 현재 서비스 중인 <바람의 나라>보다 더 <바람의 나라> 같습니다. <바람의 나라: 연>이 과거 <바람의 나라>를 하며 오랜 시간을 보냈을 이들에게 친근한 느낌을 준다는 뜻입니다.

2018년 11월의 '바람의 나라', 모르는 기능이 너무 많습니다.

<바람의 나라: 연>은 신버전 이후의 <바람의 나라> 어딘가에 있습니다. 모바일 기기에 맞춰 간소화된 UI에는 어느 정도의 '도트 감성'이 남아있고, 리마스터된 각종 요소는 원래의 느낌을 해치지 않습니다. 원작을 오래 즐겼던 유저라면 꼭 기억하고 있을 각종 던전의 '길막'이나 "나는 빡빡이다" 짤방으로 유명한 '체류'(유저 시체 뺏기) 요소는 없앴습니다. 둘 다 과거에 <바람의 나라>를 즐길 때 손에 꼽히는 불편 요소였죠.

'경험치를 팔아 체력이나 마력(체/마)을 구매'​하는 <바람의 나라>의 독특한 성장 시스템도 구현되어있습니다. 30분 체험 시간 동안 경험치를 팔 만큼 성장을 이루지 못했지만, 국내성이나 부여성에는 경험치를 팔고 체/마를 사는 영혼사가 있습니다. 어느 정도 렙업이 되면 영혼사에게 가서 체력과 마력을 팔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게임을 체험하면서 모바일로 구현된 <바람의 나라> 세계를 경험하는 데 큰 이질감이 들지 않았습니다. 가끔 퀵슬롯을 옮겨줄 때나 비영승보, 필살검무 콤보를 쓸 때 터치로 조작할 때 "이 게임이 모바일로 탄생한 <바람의 나라>구나"라고 느낄 정도였습니다. 탑뷰 형식의 화면에서 모든 조작은 터치로 이루어집니다. 예전 UI를 모바일 기기로 탐험한다는 어색함이 지나가면 조작은 쉽게 익숙해집니다.

여기서 경험치를 팔 수 있습니다
자동사냥이 있어도 왠지 '바람의 나라: 연'이 더 익숙합니다


<바람의 나라: 연>은 <바람의 나라>의 세세한 부분까지 잘 옮겨왔습니다. 위에 많은 요소를 열거했지만, 기자에게 가장 놀라웠던 디테일은 <바람의 나라: 연>이 NPC와 대화를 할 수 있는 원작 요소까지 재현해냈다는 겁니다. 원작에서 NPC에게 '비싸'라고 하면 "총만 안 들었지 강도네", "난 땅 팔아 장사하냐?" 등 여러 가지 대답을 내놓습니다. 

 

플레이어가 입력한 채팅 명령어를 NPC가 알아듣고 반응하는 것은, <바람의 나라>가 게임 내 모든 동작을 명령어 타이핑으로 진행하는 텍스트 기반의 머드(Multi User Dungeon, MUD) 게임을 계승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독창적이고도 유쾌한 전통의 계승은 동시대 모바일 MMORPG 중 <바람의 나라: 연>에서만 볼 수 있는 기능입니다.

 

 

 

# 예식장, 장터, 진입로… 되살아나는 그때의 추억


기자의 주관일 수 있지만, 시중에 수많은 모바일 MMORPG 중에 <바람의 나라: 연>을 선택하는 특별한 이유라면 <바람의 나라: 연>이 가져다주는 추억입니다. 게임의 지스타 버전에는 그런 추억을 자극할 만한 예식장, 장터 같은 공간이 많이 있었습니다.


<바람의 나라>가 무료 게임으로 전환되기 전까지는 자신의 캐릭터를 정액제 적용 레벨인 21까지 키우지 않고 20까지만 키운 뒤 장터, 기원, 소극장을 돌아다니며 '친목'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유저들도 있었습니다. <바람의 나라: 연>의 맵을 돌아다니며 모바일 기기 안으로 들어온 <바람의 나라> 특유의 아기자기한 모습에 20렙만 찍고 장터에서 노닥거리던 옛 생각이 났습니다. 별다른 기능이 없는 아이템도 그대로 구현됐습니다.

나랑 결혼해줄래요?
이 캐릭터만 그런 게 아니고​ 모두에게 빗은 별 쓸모가 없습니다

지스타 버전에는 상점을 제외한 대다수의 '굴'에 출입할 수 없습니다. 월드맵에 나타난 지역도 국내성, 부여성, 12지신의유적 뿐이었는데 앞으로 유저들의 추억을 자극할 만한 환상의 섬, 백두산, 북방대초원 같은 맵을 조금씩 기대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게임쇼 시연 버전 MMORPG의의 초반부 30분 플레이로 성장 시스템부터 커뮤니티 요소까지​ 게임의 모든 특징을 파악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바람의 나라: 연>이 오늘날 <바람의 나라>보다 기자가 기억하는 <바람의 나라> 같다는 말 하나는 확실하게 할 수 있습니다. <바람의 나라: 연>은 모바일 기기라는 새로운 환경의 디바이스에서 '옛날 그 느낌'을 잘 맛볼 수 있습니다.

구걸과 인기투표의 메카였던 '진입로'입니다
예전에 '장터'에서 자음퀴즈를 하곤 했지요


# 새 술은 새 부대에… 모바일로 둥지를 옮긴 '바람'

넥슨이 <바람의 나라>를 바탕으로 이런 시도를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그 중에 최근 기억은 <바람의 나라> 팬에게 그다지 좋은 기억이 아닙니다. 2016년 넥슨은 <바람의 나라> 서비스 20주년을 맞아 <바람의 나라> 초기 모습에 향수를 가진 유저를 위한 '구버전 업데이트'를 약속한 바 있습니다. (관련기사

많은 유저들이 옛날 바람의 모습을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알고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그 결과물은 예전 <바람의 나라>에 쓰였던 도트 그래픽을 한 군데 전시해놓은 것에 불과한 '(구)부여성' 맵이었습니다. "타임머신인 줄 알았더니 민속촌이었다"는 유저 반응은 당시에 냉랭했던 유저 반응을 짐작케 합니다.

<바람의 나라>의 (구)부여성. 기대와 다른 모습에 유저 비판이 쏟아져 2016년에 문을 닫았습니다. (출처: 공식사이트)

좋은 시도도 분명 있었습니다. 2014년 넥슨은 <바람의 나라> PC통신 시절 버전을 복각한 <바람의 나라 1996>을 대중에 공개했습니다. 프로그램 내에 만들어진 캐릭터로 들어가 옛날의 <바람의 나라> 월드를 돌아다니는 '맛보기' 복원이었지만, 18년 전 게임의 소스코드와 플레이를 제대로 공개했다는 점에서 디지털 콘텐츠 역사 보존​에 획을 그은 일로 높이 평가됩니다. 

화면 우측에 있는 수많은 명령어가 보이십니까? '비싸'는 '바람의 나라'의 DNA를 가지고 있는 화석과도 같습니다.

<바람의 나라: 연>은 '민속촌'이나 '맛보기'가 아니기 때문에 그 의미가 다릅니다. 이미 완성된 게임 안에 따로 구현된 이벤트성 지역도 아니고, 역사적인 온라인 게임 IP의 원류를 대중에게 공개한​ 아카이브도 아닙니다. 정식 오픈을 앞두고 있는 모바일 게임입니다.

일단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겼습니다. ​불필요한 요소는 과감히 없앴고, 많은 이들이 그리워할 만한 <바람의 나라>의 UI를 구축했습니다. 여러분이 기억하는 <바람의 나라>가 <바람의 나라: 연>에 있는지 '지스타 2018'에서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기네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 서비스된 MMORPG'. 올해로 22년을 맞이한 <바람의 나라>는 기자가 '게임'이라는 것을 인지할 때부터 있던 게임입니다. <바람의 나라>는 많은 게이머가 한 번쯤 거쳐 갔을 법한, 수많은 이야기와 경험과 추억이 담긴 게임인데요. 기자도 <바람의 나라> 관련 커뮤니티였던 '다꾸'나 '호떡'에서 '10만 전 퀘스트' 공략을 찾아보고, 60시간 쿠폰을 얻으려고 가이드북을 샀던 <바람의 나라> 유저였습니다.

넥슨이 <바람의 나라>를 모바일 게임으로 리메이크한 <바람의 나라: 연>을 출시할 계획입니다. <바람의 나라: 연>은 정식 출시에 앞서 지스타 현장에서 체험해볼 수 있습니다. 지스타 출품을 앞두고 미디어를 대상으로 열린 사전 시연회에서 핸드폰을 잡은 저는 걱정보단 우려가 앞섰습니다. "과연 그때 그 느낌이 날까?"



※ 본 리뷰는 '지스타 2018 시연 버전'을 플레이한 후 작성했습니다. 출시 후 일부 콘텐츠는 변경될 수 있습니다.


 

 

# 빠른 튜토리얼, 빠른 성장, '그룹 사냥' 유도하는 레이드 시스템

 

모바일 MMORPG <바람의 나라: 연>은 세로 화면에 가상 패드로 화면 중앙의 캐릭터를 움직여가며 진행합니다. 각종 스킬 및 소모성아이템을 등록하는 퀵슬롯이 14개 있으며 인벤토리에 해당하는 '가방'에서 아이템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스킬은 직업의 마스터에게 재물을 바치지 않고, 포인트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익힙니다. <바람의 나라: 연>도 다른 모바일 MMORPG와 비슷하게 오토 사냥을 지원하며 전투 상황에 맞게 켜고 끌 수 있습니다. 퀵슬롯 위에는 공격 몬스터(몹)을 바꿀 수 있는 공격 대상 설정키와 물건을 주울 때 쓰는 줍기 버튼이 있습니다. 전투와 성장 구조는 원작과 거의 같지만, '레이드'처럼 특이할 만한 점은 뒤에 소개하겠습니다.

 

주어진 사전 시연 시간은 30분. 원작대로라면 초반 사냥터인 쥐굴이나 뱀굴 정도에서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저를 비롯한 기자단은 30분 만에 원작의 '왕퀘'(왕궁 퀘스트, 특정 몬스터를 잡아 오라는 국왕의 명을 수행하면 해당 몬스터 경험치의 10배를 주는 퀘스트) 구간까지 별다른 무리 없이 갈 수 있었습니다.

반부 '초보자의 길'은 게임의 기본 UI를 소개해주는 정도로 간단했습니다. 방마다 돌아다니며 말하기, 사냥, 거래 방법을 배웠던 예전 <바람의 나라> 튜토리얼보다 훨씬 쉬웠습니다. 초반 성장 구간은 2018년 현재 <바람의 나라> 튜토리얼인 '영웅의 길'과 유사해 보입니다. <바람의 나라>에서도 현재 '영웅의 길' 코스만 잘 타면 연결된 퀘스트를 통해 99레벨에 쉽게 오를 수 있습니다.

튜토리얼은 아주 쉽습니다
서걱거리는 아이템 줍는 소리도 그대로입니다

<바람의 나라: 연>은 2000년대 초·중반의 원작과 달리, 그리고 최근 모바일 MMORPG 추세에 맞게 빠른 초반부 성장을 지원합니다. 이렇게 원작과 다른 빠른 리듬은 게임을 체험하면서 느낀 가장 큰 특징입니다. 게임 튜토리얼에서 기본적인 장비는 모두 맞출 수 있으며, 이후 시스템이 제안하는 각종 임무만 수행해도 빠르게 경험치를 얻을 수 있습니다.

기자는 도적을 선택해 게임을 체험했는데 필살검무, 비영승보같은 핵심 기술을 쉽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성황령 같은 스킬은 유저가 죽으면 바로 성황당으로 옮겨갈 수 있는 옵션이 생겨 없어졌습니다. 성의 동서남북으로 텔레포트 하는 비영사천문도 없습니다. 대신에 자동 이동과 세부 지역으로의 텔레포트를 지원합니다.

뭘 자꾸 줍니다
레벨 5에 비영승보를 찍습니다


원작 <바람의 나라>는 특정 NPC에게 경험치를 팔아서 체력이나 마력을 올리는 성장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게임은 혼자서 사냥하기보단 다른 직업끼리 모여 딜과 힐의 균형을 맞추는 그룹 사냥을 장려합니다. 옛날 <바람의 나라>엔 이 두 요소가 섞이며 캐릭터 성장에 피로감이 다소 있었습니다. <바람의 나라> 올드 유저라면 그룹 사냥 과정에서 나온 '호박'을 전사가 먹어야 옳은지, 도사가 먹어야 옳은지 논쟁을 벌인 기억이 있을 겁니다.


이후 등장한 '왕퀘'는 경험치를 팔면서 지존(만렙)을 찍고 승급하는 과정의 정체를 줄이기 위해 몬스터 한 마리만 잡으면 경험치의 10배를 줬습니다. 덕분에 빠른 렙업이 가능했지만, 왕퀘 가능 레벨인 56부터는 몹 한 마리만 잡으면 경험치가 모였기 때문에 그룹 사냥의 비율이 다소 줄어드는 역효과도 있었습니다.

초딩 때부터 바람을 했기 때문에 혼자서도 너끈합니다
제 실력이 그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바람의 나라: 연>의 왕궁 '구미호 레이드'는 빠른 성장과 그룹(파티) 플레이의 재미를 동시에 잡으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여러 명의 그룹원이 보스몹 '구미호'를 잡는 구미호 레이드에서는 탄막 슈팅 게임에서 보던 것과 유사한 기체 회피 요소가 돋보입니다. 구미호는 이리저리 움직이며 새끼 여우를 소환하고, 강력한 대미지의 평타를 날리기 때문에 잡기 쉽지 않습니다. 구미호 같은 보스 몹을 잡을 때 오토 사냥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합니다.​

시연 시간이 거의 끝나가 혼자 레이드를 뛰었기 때문에 구미호를 잡지 못했습니다. 다른 유저와 함께 레이드를 뛰었다면 훨씬 더 수월하게 구미호를 상대할 수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격수가 앞에서 싸우고 비격수가 뒤에서 힐과 저주 마법을 챙기는 직업 간 시너지 요소를 강조한 ​전통적인 그룹 플레이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회피의 재미까지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왈숙!!!
레벨 30에 용천제칠검이라니 일단 기분은 좋습니다

기자는 게임 30분 체험 동안 레벨 30을 찍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1분에 1렙씩 올린 것입니다. 지스타 시 버전에서 게임의 요소를 압축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레벨 업 필요 경험치를 조정했을 수 있고, 후반부로 가면서 렙업이 점점 더 어려워질 수 있지만, <바람의 나라 연>의 초반 레벨 모델링은 2000년대 초·중반에 <바람의 나라>를 즐겼던 입장에서 굉장히 빠르게 느껴집니다.

원작 <바람의 나라>에는 방대한 맵에 무수한 던전이 있는데 깹굴(도깨비굴)은 깹굴, 흉가는 흉가처럼 저마다의 매력이 빛났습니다. BGM부터 몬스터 구현까지 던전마다 원작의 개성을 살린다면 좋겠습니다. 지스타 시연 빌드에는 대부분의 사냥터가 막혀있는데, 입장 가능했던 초보자사냥터와 쥐굴은 <바람의 나라> 던전 특유의 느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모바일 환경에서 '바람연대기', '고래 이벤트' , 'OX 퀴즈' 등 원작의 대규모 콘텐츠를 훌륭하게 표현한다면 또다른 매력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 <바람의 나라>보다 더 <바람의 나라> 같은 <바람의 나라: 연>


<바람의 나라>는 22년이나 서비스된 게임이기 때문에 게임에 대한 기억도 저마다 다릅니다. 게임 UI를 크게 바꾼 '신버전'을 기준으로 게임을 기억하는 유저가 있고, 그 직전 버전인 '구버전', 그보다 더 예전 빌드까지 떠올리는 유저도 있습니다. 

 

패치로 백제가 추가된 지 오래됐는데 "<바람의 나라>에 백제가 어디 있느냐?"는 유저도 있고, 과거 레어 아이템이었던 월아검이나 쇄자 아이템을 조합하려면 꼭 가야 했던 필드인 북방대초원을 한 번도 안 가본 유저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람의 나라: 연>이 <바람의 나라>의 추억을 살렸다"라는 말은 성립하기 쉽지 않습니다.


게임은 신버전 (2000년대 중반) 빌드지만 5번째 직업인 궁사 추가 전의 <바람의 나라>를 구현하고 있습니다. (2018년 11월 기준 <바람의 나라>의 직업은 '차사'까지 9개)  <바람의 나라: 연>은 현재 서비스 중인 <바람의 나라>보다 더 <바람의 나라> 같습니다. <바람의 나라: 연>이 과거 <바람의 나라>를 하며 오랜 시간을 보냈을 이들에게 친근한 느낌을 준다는 뜻입니다.

2018년 11월의 '바람의 나라', 모르는 기능이 너무 많습니다.

<바람의 나라: 연>은 신버전 이후의 <바람의 나라> 어딘가에 있습니다. 모바일 기기에 맞춰 간소화된 UI에는 어느 정도의 '도트 감성'이 남아있고, 리마스터된 각종 요소는 원래의 느낌을 해치지 않습니다. 원작을 오래 즐겼던 유저라면 꼭 기억하고 있을 각종 던전의 '길막'이나 "나는 빡빡이다" 짤방으로 유명한 '체류'(유저 시체 뺏기) 요소는 없앴습니다. 둘 다 과거에 <바람의 나라>를 즐길 때 손에 꼽히는 불편 요소였죠.

'경험치를 팔아 체력이나 마력(체/마)을 구매'​하는 <바람의 나라>의 독특한 성장 시스템도 구현되어있습니다. 30분 체험 시간 동안 경험치를 팔 만큼 성장을 이루지 못했지만, 국내성이나 부여성에는 경험치를 팔고 체/마를 사는 영혼사가 있습니다. 어느 정도 렙업이 되면 영혼사에게 가서 체력과 마력을 팔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게임을 체험하면서 모바일로 구현된 <바람의 나라> 세계를 경험하는 데 큰 이질감이 들지 않았습니다. 가끔 퀵슬롯을 옮겨줄 때나 비영승보, 필살검무 콤보를 쓸 때 터치로 조작할 때 "이 게임이 모바일로 탄생한 <바람의 나라>구나"라고 느낄 정도였습니다. 탑뷰 형식의 화면에서 모든 조작은 터치로 이루어집니다. 예전 UI를 모바일 기기로 탐험한다는 어색함이 지나가면 조작은 쉽게 익숙해집니다.

여기서 경험치를 팔 수 있습니다
자동사냥이 있어도 왠지 '바람의 나라: 연'이 더 익숙합니다


<바람의 나라: 연>은 <바람의 나라>의 세세한 부분까지 잘 옮겨왔습니다. 위에 많은 요소를 열거했지만, 기자에게 가장 놀라웠던 디테일은 <바람의 나라: 연>이 NPC와 대화를 할 수 있는 원작 요소까지 재현해냈다는 겁니다. 원작에서 NPC에게 '비싸'라고 하면 "총만 안 들었지 강도네", "난 땅 팔아 장사하냐?" 등 여러 가지 대답을 내놓습니다. 

 

플레이어가 입력한 채팅 명령어를 NPC가 알아듣고 반응하는 것은, <바람의 나라>가 게임 내 모든 동작을 명령어 타이핑으로 진행하는 텍스트 기반의 머드(Multi User Dungeon, MUD) 게임을 계승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독창적이고도 유쾌한 전통의 계승은 동시대 모바일 MMORPG 중 <바람의 나라: 연>에서만 볼 수 있는 기능입니다.

 

 

 

# 예식장, 장터, 진입로… 되살아나는 그때의 추억


기자의 주관일 수 있지만, 시중에 수많은 모바일 MMORPG 중에 <바람의 나라: 연>을 선택하는 특별한 이유라면 <바람의 나라: 연>이 가져다주는 추억입니다. 게임의 지스타 버전에는 그런 추억을 자극할 만한 예식장, 장터 같은 공간이 많이 있었습니다.


<바람의 나라>가 무료 게임으로 전환되기 전까지는 자신의 캐릭터를 정액제 적용 레벨인 21까지 키우지 않고 20까지만 키운 뒤 장터, 기원, 소극장을 돌아다니며 '친목'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유저들도 있었습니다. <바람의 나라: 연>의 맵을 돌아다니며 모바일 기기 안으로 들어온 <바람의 나라> 특유의 아기자기한 모습에 20렙만 찍고 장터에서 노닥거리던 옛 생각이 났습니다. 별다른 기능이 없는 아이템도 그대로 구현됐습니다.

나랑 결혼해줄래요?
이 캐릭터만 그런 게 아니고​ 모두에게 빗은 별 쓸모가 없습니다

지스타 버전에는 상점을 제외한 대다수의 '굴'에 출입할 수 없습니다. 월드맵에 나타난 지역도 국내성, 부여성, 12지신의유적 뿐이었는데 앞으로 유저들의 추억을 자극할 만한 환상의 섬, 백두산, 북방대초원 같은 맵을 조금씩 기대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게임쇼 시연 버전 MMORPG의의 초반부 30분 플레이로 성장 시스템부터 커뮤니티 요소까지​ 게임의 모든 특징을 파악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바람의 나라: 연>이 오늘날 <바람의 나라>보다 기자가 기억하는 <바람의 나라> 같다는 말 하나는 확실하게 할 수 있습니다. <바람의 나라: 연>은 모바일 기기라는 새로운 환경의 디바이스에서 '옛날 그 느낌'을 잘 맛볼 수 있습니다.

구걸과 인기투표의 메카였던 '진입로'입니다
예전에 '장터'에서 자음퀴즈를 하곤 했지요


# 새 술은 새 부대에… 모바일로 둥지를 옮긴 '바람'

넥슨이 <바람의 나라>를 바탕으로 이런 시도를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그 중에 최근 기억은 <바람의 나라> 팬에게 그다지 좋은 기억이 아닙니다. 2016년 넥슨은 <바람의 나라> 서비스 20주년을 맞아 <바람의 나라> 초기 모습에 향수를 가진 유저를 위한 '구버전 업데이트'를 약속한 바 있습니다. (관련기사

많은 유저들이 옛날 바람의 모습을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알고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그 결과물은 예전 <바람의 나라>에 쓰였던 도트 그래픽을 한 군데 전시해놓은 것에 불과한 '(구)부여성' 맵이었습니다. "타임머신인 줄 알았더니 민속촌이었다"는 유저 반응은 당시에 냉랭했던 유저 반응을 짐작케 합니다.

<바람의 나라>의 (구)부여성. 기대와 다른 모습에 유저 비판이 쏟아져 2016년에 문을 닫았습니다. (출처: 공식사이트)

좋은 시도도 분명 있었습니다. 2014년 넥슨은 <바람의 나라> PC통신 시절 버전을 복각한 <바람의 나라 1996>을 대중에 공개했습니다. 프로그램 내에 만들어진 캐릭터로 들어가 옛날의 <바람의 나라> 월드를 돌아다니는 '맛보기' 복원이었지만, 18년 전 게임의 소스코드와 플레이를 제대로 공개했다는 점에서 디지털 콘텐츠 역사 보존​에 획을 그은 일로 높이 평가됩니다. 

화면 우측에 있는 수많은 명령어가 보이십니까? '비싸'는 '바람의 나라'의 DNA를 가지고 있는 화석과도 같습니다.

<바람의 나라: 연>은 '민속촌'이나 '맛보기'가 아니기 때문에 그 의미가 다릅니다. 이미 완성된 게임 안에 따로 구현된 이벤트성 지역도 아니고, 역사적인 온라인 게임 IP의 원류를 대중에게 공개한​ 아카이브도 아닙니다. 정식 오픈을 앞두고 있는 모바일 게임입니다.

일단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겼습니다. ​불필요한 요소는 과감히 없앴고, 많은 이들이 그리워할 만한 <바람의 나라>의 UI를 구축했습니다. 여러분이 기억하는 <바람의 나라>가 <바람의 나라: 연>에 있는지 '지스타 2018'에서 만나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