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취재

의미 있는 시도, 아쉬운 마감. 트라하의 도전과 과제

다미롱 (김승현 기자) | 2019-04-23 20:58:48

이 기사는 아래 플랫폼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넥슨의 모바일 MMO <트라하>가 무서운 성적을 기록 중이다. 지난 18일 출시된 게임은 22일 5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고, 현재 구글 매출 2위에 올라섰다. 앞에는 <리니지M>만 두고 있는 상태다. 100만 명도 안 되는 유저로 <검은사막 모바일>이나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 같은 전통의 강호를 꺾은 것.

다만 이와 별개로 <트라하>의 평점은 굉장히 극단적이다. 게임의 현재 평점은 2.5, 점수의 대부분이 5점과 1점에 몰려 있다. 게임의 평점이 극단적으로 갈리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이정도 순위를 기록 중인 게임이 이토록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는 케이스는 많지 않다. 

매출 순위 2위, 평점 2.5. 게임의 이런 지표는 왜 나타난 것일까? 지금까지 <트라하>를 플레이하며 느낀 점을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개발진이 의도한 것은 (호불호와 별개로) 의미 있고 일부 성과도 거뒀지만, 그런 의도가 유저에게 '잘' 전달되진 않았다. 오히려 유저들에게 의도가 왜곡된 케이스도 많다.

<트라하>는 모아이게임즈가 개발하고 넥슨이 서비스하는 RvR 모바일 MMORPG다. 게임은 캐릭터 하나가 3개 클래스를 같이 보유할 수 있는 인피니티 클래스, 수동 조작을 권하는 각종 전투·생활 콘텐츠, 유저가 직접 다양한 서브 퀘스트를 골라 자신만의 성장 동선을 짤 수 있는 비선형적인 성장 시스템 등을 특징으로 한다.

일단 장점부터 얘기하자. <트라하>의 여러 요소 중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비선형적인 성장 동선이다. 이게 오픈월드 게임처럼 정말 자유롭고 대단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큰 딴에서 보면 선형적이라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장치는 게임의 촘촘한 성장 요소들과 함께, 최소한 '부정적인 경험 없이' 내가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는 느낌을 선사했다.



# 자극적이진 않지만, 꾸준하고 은근한 성장

<트라하>를 플레이하며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메시지 중 하나는 내 캐릭터가 성장했다는 문장이다. 캐릭터 레벨, 클래스 레벨, 전투력 등 메시지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뜻하는 것은 같다.

전투를 해 클래스 레벨이 올랐을 때는 물론이고, 쓰지 않는 장비들을 코어에 먹였을 때, 생산 레벨이 올랐을 때, 펫이나 정령을 얻었을 때, 펫 레벨이 올랐을 때 등 게임은 플레이 중 수시로 유저에게 '너는 더 나아졌다'는 메시지를 보낸다. 위에 언급한 콘텐츠 모두(사실상 게임의 모든 요소가) 캐릭터의 강함에 영향 주기 때문이다.

냉정히 말해 이게 대단한 변화는 아니다. 레벨이 오르거나 새로운 스킬이 해금됐다고 해서 플레이 경험이 드라마틱하게 바뀌진 않는다. 장비에 세트 옵션 같은 것이 있어 뭔가 자잘한 달성감을 주는 것도 아니다. 심하면 전투력이 겨우 1~2 정도 오를 때도 있다. 

하지만 게임은 플레이 5일차인 지금까지 별다른 난이도 장벽 없이, 플레이 중 꾸준히 무언가 나아졌다는 메시지를 내게 보내줬다. 보통 플레이 중반부에 난이도가 뛰어 장비 뽑기 같은 유료 모델로 연결하는 대부분의 모바일 RPG와는 다른 모습이다. 

이 때문에 <트라하>의 성장은 자극적이진 않아도, 유저가 최소한 부정적인 경험 없이 내 노력과 시간으로 무언가가 조금씩 나아진다는 느낌 하나는 효과적으로 선사한다.

심지어 전투에 도움 안 될 것 같은 생활 스킬을 올려도 전투력 관련 특성을 찍을 수 있다. 

<트라하>의 데일리, 서브 퀘스트 시스템은 이런 느낌을 더욱 강화한다. 게임은 클래스 레벨 성장이 느려 (클래스 레벨로 해금되는) 메인 퀘스트의 진행 또한 자주 끊기는 편이다. 때문에 유저들인 이런 공백 사이사이 자유롭게 데일리, 서브 퀘스트를 받으며 캐릭터를 성장시킨다. 

중요한 것은 이 부분에서 폭 넓은 난이도의 퀘스트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 유저의 전투력이 낮아도 얼마든지 자기 수준에 맞는 퀘스트를 골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게임에서 느낄 수 있는 '약하니까 질러야지, 접아야지' 같은 스트레스는 없다. 

이런 '우회로'는 전투 콘텐츠 뿐만 아니라, 생활(여러 퀘스트 중 마음에 드는 것 선택), 경제(골드 퀘스트나 경매장, 유료 구매 등 다양한 옵션), RvR(상대 진영과 싸우지 않아도 생활 콘텐츠로 공헌도 획득) 등 다양한 영역에서 지원된다.

때문에 강함을 위해에 돈 써야 한다는 스트레스도 다른 게임에 비해 적다. 애초에 전투력에 영향 주는 상품이 정령 뽑기 밖에 없는데, 이건 초반에 많이 뽑아봐야 효과 보기 힘든 상품이다. 빨리 성장하고 싶은 유저를 위해 행동력·노동력·골드를 팔긴 하지만, 이건 말 그대로 시간을 사는 개념이다. 이 때문에 유료 모델로 인한 큰 기쁨도 없지만 반대로 (꽝 같은) 박탈감도 없다. 그냥 돈을 쓴 만큼 효용을 얻는 방식.

이런 여러 시스템 덕에 <트라하>의 성장은 꾸준하고 은근하다. 드라마로치면 미니 시리즈처럼 매번 강렬한 재미를 주진 않지만, 가족극처럼 부담없이 보고 시간을 때울 수 있는 게임에 가깝다.


물론 이런 모델이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변화가 확실히 체감되는 성장(ex: 독특한 옵션 가진 희귀 아이템)이 없기 때문에 성장 하나 하나의 기쁨도 적고, 나만의 무언가를 완성해 나간다는 재미도 없다. 당연히 무언가를 가지고 싶다, 몇 레벨을 찍어야겠다는 동기도 약한 편이다.

이는 게임에 흥미가 떨어졌을 때(성장이 벽에 부딛혔다거나, 무언가 이루고 싶은 목표를 잃었을 때) 다시 마음을 다잡을 동력이 없다는 말과 같다. 다행히 아직까진 완만한 성장 곡선 덕에 이런 문제가 드러나진 않았지만, 캐릭터 성장이 느린 <트라하>의 특성상 유의깊게 봐야 하는 부분이다. 파티 던전이나 월드 보스 등 주력 콘텐츠가 중반 이후 배치된 게임 특성 상 더더욱. 

파티 던전에 가려면 클래스 레벨이 37은 돼야 한다. 


# 클래스 별 역할 분배는 매력적이나…. 포장이 아쉬운 인피니티 클래스

그렇다면 게임의 다른 특징들은 어떨까? 서문에 얘기했듯이 개발진이 의도한 것은 (호불호와 별개로) 의미 있으나, 그것을 유저에게 '잘' 전달됐는가는 다소 의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트라하>가 출시 전부터 특징으로 어필한 '인피니티 클래스' 시스템. 인피니티 클래스는 캐릭터 하나가 3개의 무기(직업)을 동시에 보유할 수 있고, 상황에 맞게 무기를 바꿀 수 있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내가 고른 몸집 작은 여성 캐릭터는 방패·너클·지팡이를 착용할 수 있고, 무기를 바꿀 때마다 그에 걸맞은 역할(방패는 탱커, 너클은 근접 딜러)을 수행할 수 있는 식이다. 

무기 별 역할은 무늬만 탱딜힐이 아니라, 나름 실제 파티 플레이를 염두에 두고 디자인돼 있다. 예를 들어 방패는 몬스터들의 시선을 자신에게 고정시키거나, 적의 광역기를 막아 자기 뒤에 있는 아군들의 피해를 줄이는 스킬을 가지고 있는 식이다. 

때문에 성장이 끝난 유저는 캐릭터 하나로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3개 클래스를 경험할 수 있다. 클래스 별 특징도 확실하고, 클래스를 바꾸기 위해 재접속을 할 일도 없다. 여기까지만 보면 편하고 좋은 시스템이다. 

스킬의 특성과 구조를 보면 개발진이 어떤 파티 플레이를 염두에 두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그런데 막상 유저가 느끼기엔 이 시스템의 '첫 인상'이 좋진 않다. <트라하>의 클래스 성장 방식과 이에 대한 안내 때문이다. 

<트라하>의 무기(클래스) 레벨은 캐릭터 레벨을 따라가는 방식이 아니라, 각각 따로 성장한다. 내가 방패를 들고 퀘스트를 완료하면 방패 경험치만 올라가는 식이다. 더군다나 <트라하>는 클래스 성장 속도는 느린 반면, 대부분의 콘텐츠가 일정 이상의 클레스 레벨을 요구한다. 때문에 유저는 성장 과정에서 사실상 하나의 클래스만 플레이하게 된다. 인피니티 클래스 시스템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최고 레벨 이후다. 

문제는 게임 초반이 이 사실을 알 수도 없고, 이런 성장 방식으로 명확하게 알려주지도 않는다는 것. 때문에 탱커·힐러를 목표로 했으나 빠른 성장을 위해 처음에 딜러 클래스를 선택한 사람들은 처음부터 부정적인 경험을 하기 쉽다. 처음 선택한 클래스를 많이 플레이했으면 했을수록 부정적인 경험은 더 커진다. (하필 트라하는 출시 전부터 인피니티 클래스를 많이 어필했다)

보통은 이걸 플레이 타임 1일차에 알게 된다. 유저들이 게임에 좋은 첫 인상을 가지기 힘든 구조다. 만약 인피니티 클래스 시스템 자체가 아예 나중에 해금되는 방식이었다면 문제가 없었을 이슈다. (아니면 이런 성장 방식에 대한 안내가 명확했거나) 유저들의 경험을 고려 못해, 개발진의 의도가 왜곡된 케이스다. 이런 의도와 현실의 불일치는 아쉽게도 게임에서 자주 보였다. 

인피니티 클래스 시스템 덕에 3개 직업을 동시에 가질 순 있지만, 육성은 각각 시켜야 한다.


# 타이밍 스킬부터 경험치 보너스까지. 잘 만든 수동 조작 기믹…

수동 조작 권유는 <트라하>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다. 수동 조작의 효율이 오토보다 떨어지는 일이 많은 대다수의 모바일게임과 달리, <트라하>는 시스템적으로 수동 조작을 적극적으로 권유한다. 그리고 전투나 생활 등 콘텐츠 전반에서 그렇고, 스킬 구조도 수동 조작의 필요성이 도드라지는 편이다. 

예를 들어 전투의 경우, 게임은 유저가 스킬 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어야 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스킬이나 타이밍 맞춰 추가 조작을 해야 높은 효율을 발휘하는 스킬을 다수 배치했다. 스킬 외적으로도 원거리 클래스는 적과 거리를 지속적으로 벌려 피해를 줄이는게 실제로 가능하다거나, 근접 클래스는 적의 뒤를 잡아 추가 피해를 줄 수 있는 등 직접 조작 요소를 강조했다. 

이는 이런 시스템으로 돌파해야 하는 콘텐츠 또한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던전 같은 콘텐츠에선 적을 처치하면 캐릭터에게 피해 주는 독안개가 생성되거나, 보스가 광역기를 연달아 사용해 캐릭터의 회피기를 낭비시키는 등 수동 조작에 유리한 패턴이 다수 존재한다. 여기에 더해 게임은 아예 유저가 수동으로 조작했을 때 최대 3배 더 많은 경험치 보너스까지 지급한다. 

이는 생활형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생활 콘텐츠는 같은 그림 찾기나 게이지 유지하기 등 간단한 미니게임을 해결해 채집물을 얻도록 구성돼 있다. 물론 대부분 자동 조작이 가능하긴 하지만, 수동으로 했을 때 소요 시간이 극단적으로 줄어든다. 재료를 모아야 할 일이 많은 생활 콘텐츠에선 무시 못할 어드벤티지다.

생활형 콘텐츠도 나름 추가 조작을 해 이득을 얻도록 만들었다.

이처럼 <트라하>는 단순히 말로만 수동 조작을 권하는 게 아니라, 수동 조작할 맛이 있는 스킬 구조, 이게 빛을 발할 수 있는 콘텐츠 등을 통해 수동 조작의 이득을 확실히 부각했다. 실제로 이런 요소 덕에 <트라하>는 유저들이 직접 조작하며 플레이하는 케이스가 많은 편이다. 

그리고 이런 수동 조작은 RvR 게임인 <트라하>에서 단순한 조작의 재미 이상의 강점을 부여한다. 바로 유저들이 분쟁 지역에서 '직접' 상대 유저와 만날 수 있다는 점. 이것은 상대를 죽이든, 혹은 상대에게 죽든 간에 추가적인 유저 간 인터렉션을 유발해 RvR의 재미(혹은 특징)을 더욱 강화한다. (수동 조작 빈도가 높다 보니 다른 RvR 모바일 게임보다 같은 진영, 다른 진영 유저와의 인터렉션이 더 잦은 편) 

과거 많은 모바일 RvR MMORPG가 자동사냥 때문에 RvR 요소를 제대로 못 살렸던 것을 생각하면 재미있는 시도다. 




# 의도와 다른 전달, (아마도) 의도하지 않았을 스트레스

다만 개발진의 이런 의도·노력과 별개로, 이런 수동 조작 권유가 얼마나 긍정적인 경험을 주는지는 자세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런 시스템 중 일부는 권유가 과해 강요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수동 전투의 경험치 보너스 요소가 대표적이다. <트라하>는 클래스 레벨 성장이 느린 게임이다. 또한 경험치를 대량으로 얻을 수 있는 데일리, 서브 퀘스트는 수행할 때마다 '행동력'을 소모하기 때문에 하루에 할 수 있는 횟수가 제한적이다. 때문에 게임을 열심히 하는 유저일수록, 레벨 높은 유저일수록 경험치 효율이 좋은 '수동 전투' 비중을 높일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수동 전투 자체의 어드벤티지와 별개로, 경험치 '효율' 좋게 수동 전투를 하려면 이 경험치 보너스 때문에 전투가 재미 없어진다는 점. <트라하>의 수동 전투 어드벤티티지는 대부분 추가 조작이 필요한 스킬을 정확히 사용했을 때 발생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효율을 중시하는 유저들인 일반 공격마저 봉인한 채, 이런 스킬들'만' 사용해 재미 없는 수동 사냥을 계속 한다. 이렇게 해야만 3~4배의 보너스 경험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동 조작을 하면 최소 0.5~1배, 많으면 3~4배까지 추가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

경험치가 아니라 '전투력' 측면에서 보면 '생활형 콘텐츠'가 비슷한 처지에 처한다. 같은 행동력을 소모해 더 많은 경험치를 얻으려면 더 어려운 퀘스트를 깨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선 전투력 상승이 필수적이고,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유저는 자연스럽게 생활 콘텐츠로 손을 뻗게 된다. 생활 스킬 레벨이 올라도 전투력 관련 특성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투 콘텐츠와 생활 콘텐츠 양쪽에 흥미를 가진 사람은 많지 않을 뿐더라, 생활 콘텐츠는 그 특성 상 수동 조작의 재미가 (전투보다)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채집이 필요한 생활 콘텐츠는 채집물이 '랜덤'하게 나오는 시스템 특성 상 스트레스도 더 큰 편이다. 만약 자동 수행이 불가능한 고고학 퀘스트를 받아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답답함이 앞을 가리게 된다. 

우측 하단에 표시되는 타이밍 맞춰 스킬을 쓰면 대량의 추가 경험치를 얻는다. 

수동 조작을 권해 유저에게 손맛, 유저 간 인터렉션의 재미를 주려한 개발진의 의도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지금 게임 인기의 상당 부분은 이런 노림수가 먹힌 덕도 있다. 다만 이걸 유도하기 위해 만든 불균형한 어드벤티지, 게임의 느린 성장 속도가 좋지 않은 시너지를 만들어 부정적인 경험을 준 셈이다. 

안타깝게도 <트라하>에는 이렇게 본래 의도와 별개로, 전달 방식이나 다른 요소와의 결함 때문에 유저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사례가 여럿 있다. 

앞서 말한 인피니티 클래스와 수동 조작도 그렇고, 개인적으론 플레이 타임이 정해져 있어 좋아하지만 누군가에겐 제약으로 다가올 행동력·노동력 시스템, 클래스 역할은 잘 배분했지만 정작 그것을 체감하기 위해선 긴 성장 과정을 거쳐야 하는 인피니티 클래스와 파티 던전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앞서 말한 높은 수동 조작 비중은 이런 스트레스를 더욱 크게 느끼게 한다. 

큰 틀에서 시스템을 고민한 만큼, 이것을 유저들에게 잘 전달하는 방법도 고민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크다.



# 마치며…

<트라하>는 여러모로 개발진의 의미있는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모바일 MMORPG에서 보기 힘든 짜임새 있는 역할 배분, 플레이할 가치가 있는 수동 전투 구조와 파티 플레이, 중하위 유저들을 케어하기 위한 다양한 우회로, 뽑기보단 플레이 타임 그 자체를 파는데 초점을 둔 유료 모델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일부는 <트라하>에서 잘 돼 다른 게임에도 적용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의미 있는 시도들이 많다. 

하지만 이런 개발진의 의도와 별개로 이런 콘텐츠들이 '잘' 전달되지 못해, 아니 의도와 달리 오히려 스트레스를 주는 경우가 많아 아쉬움이 남는다. 시간 중심의 유료 모델이나 중·하위권 유저를 위한 우회로 등 좋은 시도가 이 때문에 묻히지 않을까 아쉽다.

다행히 게임은 현재 구글 매출 2위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부디 게임의 주력 콘텐츠가 다수의 유저들에게 해금되는 시기까지 개발진의 의도가 그대로 전달되기를, 그 때까지 게임의 아쉬운 전달·표현 방식이 나아지기를 기도한다. 

 

넥슨의 모바일 MMO <트라하>가 무서운 성적을 기록 중이다. 지난 18일 출시된 게임은 22일 5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고, 현재 구글 매출 2위에 올라섰다. 앞에는 <리니지M>만 두고 있는 상태다. 100만 명도 안 되는 유저로 <검은사막 모바일>이나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 같은 전통의 강호를 꺾은 것.

다만 이와 별개로 <트라하>의 평점은 굉장히 극단적이다. 게임의 현재 평점은 2.5, 점수의 대부분이 5점과 1점에 몰려 있다. 게임의 평점이 극단적으로 갈리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이정도 순위를 기록 중인 게임이 이토록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는 케이스는 많지 않다. 

매출 순위 2위, 평점 2.5. 게임의 이런 지표는 왜 나타난 것일까? 지금까지 <트라하>를 플레이하며 느낀 점을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개발진이 의도한 것은 (호불호와 별개로) 의미 있고 일부 성과도 거뒀지만, 그런 의도가 유저에게 '잘' 전달되진 않았다. 오히려 유저들에게 의도가 왜곡된 케이스도 많다.

<트라하>는 모아이게임즈가 개발하고 넥슨이 서비스하는 RvR 모바일 MMORPG다. 게임은 캐릭터 하나가 3개 클래스를 같이 보유할 수 있는 인피니티 클래스, 수동 조작을 권하는 각종 전투·생활 콘텐츠, 유저가 직접 다양한 서브 퀘스트를 골라 자신만의 성장 동선을 짤 수 있는 비선형적인 성장 시스템 등을 특징으로 한다.

일단 장점부터 얘기하자. <트라하>의 여러 요소 중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비선형적인 성장 동선이다. 이게 오픈월드 게임처럼 정말 자유롭고 대단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큰 딴에서 보면 선형적이라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장치는 게임의 촘촘한 성장 요소들과 함께, 최소한 '부정적인 경험 없이' 내가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는 느낌을 선사했다.



# 자극적이진 않지만, 꾸준하고 은근한 성장

<트라하>를 플레이하며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메시지 중 하나는 내 캐릭터가 성장했다는 문장이다. 캐릭터 레벨, 클래스 레벨, 전투력 등 메시지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뜻하는 것은 같다.

전투를 해 클래스 레벨이 올랐을 때는 물론이고, 쓰지 않는 장비들을 코어에 먹였을 때, 생산 레벨이 올랐을 때, 펫이나 정령을 얻었을 때, 펫 레벨이 올랐을 때 등 게임은 플레이 중 수시로 유저에게 '너는 더 나아졌다'는 메시지를 보낸다. 위에 언급한 콘텐츠 모두(사실상 게임의 모든 요소가) 캐릭터의 강함에 영향 주기 때문이다.

냉정히 말해 이게 대단한 변화는 아니다. 레벨이 오르거나 새로운 스킬이 해금됐다고 해서 플레이 경험이 드라마틱하게 바뀌진 않는다. 장비에 세트 옵션 같은 것이 있어 뭔가 자잘한 달성감을 주는 것도 아니다. 심하면 전투력이 겨우 1~2 정도 오를 때도 있다. 

하지만 게임은 플레이 5일차인 지금까지 별다른 난이도 장벽 없이, 플레이 중 꾸준히 무언가 나아졌다는 메시지를 내게 보내줬다. 보통 플레이 중반부에 난이도가 뛰어 장비 뽑기 같은 유료 모델로 연결하는 대부분의 모바일 RPG와는 다른 모습이다. 

이 때문에 <트라하>의 성장은 자극적이진 않아도, 유저가 최소한 부정적인 경험 없이 내 노력과 시간으로 무언가가 조금씩 나아진다는 느낌 하나는 효과적으로 선사한다.

심지어 전투에 도움 안 될 것 같은 생활 스킬을 올려도 전투력 관련 특성을 찍을 수 있다. 

<트라하>의 데일리, 서브 퀘스트 시스템은 이런 느낌을 더욱 강화한다. 게임은 클래스 레벨 성장이 느려 (클래스 레벨로 해금되는) 메인 퀘스트의 진행 또한 자주 끊기는 편이다. 때문에 유저들인 이런 공백 사이사이 자유롭게 데일리, 서브 퀘스트를 받으며 캐릭터를 성장시킨다. 

중요한 것은 이 부분에서 폭 넓은 난이도의 퀘스트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 유저의 전투력이 낮아도 얼마든지 자기 수준에 맞는 퀘스트를 골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게임에서 느낄 수 있는 '약하니까 질러야지, 접아야지' 같은 스트레스는 없다. 

이런 '우회로'는 전투 콘텐츠 뿐만 아니라, 생활(여러 퀘스트 중 마음에 드는 것 선택), 경제(골드 퀘스트나 경매장, 유료 구매 등 다양한 옵션), RvR(상대 진영과 싸우지 않아도 생활 콘텐츠로 공헌도 획득) 등 다양한 영역에서 지원된다.

때문에 강함을 위해에 돈 써야 한다는 스트레스도 다른 게임에 비해 적다. 애초에 전투력에 영향 주는 상품이 정령 뽑기 밖에 없는데, 이건 초반에 많이 뽑아봐야 효과 보기 힘든 상품이다. 빨리 성장하고 싶은 유저를 위해 행동력·노동력·골드를 팔긴 하지만, 이건 말 그대로 시간을 사는 개념이다. 이 때문에 유료 모델로 인한 큰 기쁨도 없지만 반대로 (꽝 같은) 박탈감도 없다. 그냥 돈을 쓴 만큼 효용을 얻는 방식.

이런 여러 시스템 덕에 <트라하>의 성장은 꾸준하고 은근하다. 드라마로치면 미니 시리즈처럼 매번 강렬한 재미를 주진 않지만, 가족극처럼 부담없이 보고 시간을 때울 수 있는 게임에 가깝다.


물론 이런 모델이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변화가 확실히 체감되는 성장(ex: 독특한 옵션 가진 희귀 아이템)이 없기 때문에 성장 하나 하나의 기쁨도 적고, 나만의 무언가를 완성해 나간다는 재미도 없다. 당연히 무언가를 가지고 싶다, 몇 레벨을 찍어야겠다는 동기도 약한 편이다.

이는 게임에 흥미가 떨어졌을 때(성장이 벽에 부딛혔다거나, 무언가 이루고 싶은 목표를 잃었을 때) 다시 마음을 다잡을 동력이 없다는 말과 같다. 다행히 아직까진 완만한 성장 곡선 덕에 이런 문제가 드러나진 않았지만, 캐릭터 성장이 느린 <트라하>의 특성상 유의깊게 봐야 하는 부분이다. 파티 던전이나 월드 보스 등 주력 콘텐츠가 중반 이후 배치된 게임 특성 상 더더욱. 

파티 던전에 가려면 클래스 레벨이 37은 돼야 한다. 


# 클래스 별 역할 분배는 매력적이나…. 포장이 아쉬운 인피니티 클래스

그렇다면 게임의 다른 특징들은 어떨까? 서문에 얘기했듯이 개발진이 의도한 것은 (호불호와 별개로) 의미 있으나, 그것을 유저에게 '잘' 전달됐는가는 다소 의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트라하>가 출시 전부터 특징으로 어필한 '인피니티 클래스' 시스템. 인피니티 클래스는 캐릭터 하나가 3개의 무기(직업)을 동시에 보유할 수 있고, 상황에 맞게 무기를 바꿀 수 있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내가 고른 몸집 작은 여성 캐릭터는 방패·너클·지팡이를 착용할 수 있고, 무기를 바꿀 때마다 그에 걸맞은 역할(방패는 탱커, 너클은 근접 딜러)을 수행할 수 있는 식이다. 

무기 별 역할은 무늬만 탱딜힐이 아니라, 나름 실제 파티 플레이를 염두에 두고 디자인돼 있다. 예를 들어 방패는 몬스터들의 시선을 자신에게 고정시키거나, 적의 광역기를 막아 자기 뒤에 있는 아군들의 피해를 줄이는 스킬을 가지고 있는 식이다. 

때문에 성장이 끝난 유저는 캐릭터 하나로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3개 클래스를 경험할 수 있다. 클래스 별 특징도 확실하고, 클래스를 바꾸기 위해 재접속을 할 일도 없다. 여기까지만 보면 편하고 좋은 시스템이다. 

스킬의 특성과 구조를 보면 개발진이 어떤 파티 플레이를 염두에 두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그런데 막상 유저가 느끼기엔 이 시스템의 '첫 인상'이 좋진 않다. <트라하>의 클래스 성장 방식과 이에 대한 안내 때문이다. 

<트라하>의 무기(클래스) 레벨은 캐릭터 레벨을 따라가는 방식이 아니라, 각각 따로 성장한다. 내가 방패를 들고 퀘스트를 완료하면 방패 경험치만 올라가는 식이다. 더군다나 <트라하>는 클래스 성장 속도는 느린 반면, 대부분의 콘텐츠가 일정 이상의 클레스 레벨을 요구한다. 때문에 유저는 성장 과정에서 사실상 하나의 클래스만 플레이하게 된다. 인피니티 클래스 시스템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최고 레벨 이후다. 

문제는 게임 초반이 이 사실을 알 수도 없고, 이런 성장 방식으로 명확하게 알려주지도 않는다는 것. 때문에 탱커·힐러를 목표로 했으나 빠른 성장을 위해 처음에 딜러 클래스를 선택한 사람들은 처음부터 부정적인 경험을 하기 쉽다. 처음 선택한 클래스를 많이 플레이했으면 했을수록 부정적인 경험은 더 커진다. (하필 트라하는 출시 전부터 인피니티 클래스를 많이 어필했다)

보통은 이걸 플레이 타임 1일차에 알게 된다. 유저들이 게임에 좋은 첫 인상을 가지기 힘든 구조다. 만약 인피니티 클래스 시스템 자체가 아예 나중에 해금되는 방식이었다면 문제가 없었을 이슈다. (아니면 이런 성장 방식에 대한 안내가 명확했거나) 유저들의 경험을 고려 못해, 개발진의 의도가 왜곡된 케이스다. 이런 의도와 현실의 불일치는 아쉽게도 게임에서 자주 보였다. 

인피니티 클래스 시스템 덕에 3개 직업을 동시에 가질 순 있지만, 육성은 각각 시켜야 한다.


# 타이밍 스킬부터 경험치 보너스까지. 잘 만든 수동 조작 기믹…

수동 조작 권유는 <트라하>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다. 수동 조작의 효율이 오토보다 떨어지는 일이 많은 대다수의 모바일게임과 달리, <트라하>는 시스템적으로 수동 조작을 적극적으로 권유한다. 그리고 전투나 생활 등 콘텐츠 전반에서 그렇고, 스킬 구조도 수동 조작의 필요성이 도드라지는 편이다. 

예를 들어 전투의 경우, 게임은 유저가 스킬 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어야 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스킬이나 타이밍 맞춰 추가 조작을 해야 높은 효율을 발휘하는 스킬을 다수 배치했다. 스킬 외적으로도 원거리 클래스는 적과 거리를 지속적으로 벌려 피해를 줄이는게 실제로 가능하다거나, 근접 클래스는 적의 뒤를 잡아 추가 피해를 줄 수 있는 등 직접 조작 요소를 강조했다. 

이는 이런 시스템으로 돌파해야 하는 콘텐츠 또한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던전 같은 콘텐츠에선 적을 처치하면 캐릭터에게 피해 주는 독안개가 생성되거나, 보스가 광역기를 연달아 사용해 캐릭터의 회피기를 낭비시키는 등 수동 조작에 유리한 패턴이 다수 존재한다. 여기에 더해 게임은 아예 유저가 수동으로 조작했을 때 최대 3배 더 많은 경험치 보너스까지 지급한다. 

이는 생활형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생활 콘텐츠는 같은 그림 찾기나 게이지 유지하기 등 간단한 미니게임을 해결해 채집물을 얻도록 구성돼 있다. 물론 대부분 자동 조작이 가능하긴 하지만, 수동으로 했을 때 소요 시간이 극단적으로 줄어든다. 재료를 모아야 할 일이 많은 생활 콘텐츠에선 무시 못할 어드벤티지다.

생활형 콘텐츠도 나름 추가 조작을 해 이득을 얻도록 만들었다.

이처럼 <트라하>는 단순히 말로만 수동 조작을 권하는 게 아니라, 수동 조작할 맛이 있는 스킬 구조, 이게 빛을 발할 수 있는 콘텐츠 등을 통해 수동 조작의 이득을 확실히 부각했다. 실제로 이런 요소 덕에 <트라하>는 유저들이 직접 조작하며 플레이하는 케이스가 많은 편이다. 

그리고 이런 수동 조작은 RvR 게임인 <트라하>에서 단순한 조작의 재미 이상의 강점을 부여한다. 바로 유저들이 분쟁 지역에서 '직접' 상대 유저와 만날 수 있다는 점. 이것은 상대를 죽이든, 혹은 상대에게 죽든 간에 추가적인 유저 간 인터렉션을 유발해 RvR의 재미(혹은 특징)을 더욱 강화한다. (수동 조작 빈도가 높다 보니 다른 RvR 모바일 게임보다 같은 진영, 다른 진영 유저와의 인터렉션이 더 잦은 편) 

과거 많은 모바일 RvR MMORPG가 자동사냥 때문에 RvR 요소를 제대로 못 살렸던 것을 생각하면 재미있는 시도다. 




# 의도와 다른 전달, (아마도) 의도하지 않았을 스트레스

다만 개발진의 이런 의도·노력과 별개로, 이런 수동 조작 권유가 얼마나 긍정적인 경험을 주는지는 자세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런 시스템 중 일부는 권유가 과해 강요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수동 전투의 경험치 보너스 요소가 대표적이다. <트라하>는 클래스 레벨 성장이 느린 게임이다. 또한 경험치를 대량으로 얻을 수 있는 데일리, 서브 퀘스트는 수행할 때마다 '행동력'을 소모하기 때문에 하루에 할 수 있는 횟수가 제한적이다. 때문에 게임을 열심히 하는 유저일수록, 레벨 높은 유저일수록 경험치 효율이 좋은 '수동 전투' 비중을 높일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수동 전투 자체의 어드벤티지와 별개로, 경험치 '효율' 좋게 수동 전투를 하려면 이 경험치 보너스 때문에 전투가 재미 없어진다는 점. <트라하>의 수동 전투 어드벤티티지는 대부분 추가 조작이 필요한 스킬을 정확히 사용했을 때 발생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효율을 중시하는 유저들인 일반 공격마저 봉인한 채, 이런 스킬들'만' 사용해 재미 없는 수동 사냥을 계속 한다. 이렇게 해야만 3~4배의 보너스 경험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동 조작을 하면 최소 0.5~1배, 많으면 3~4배까지 추가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

경험치가 아니라 '전투력' 측면에서 보면 '생활형 콘텐츠'가 비슷한 처지에 처한다. 같은 행동력을 소모해 더 많은 경험치를 얻으려면 더 어려운 퀘스트를 깨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선 전투력 상승이 필수적이고,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유저는 자연스럽게 생활 콘텐츠로 손을 뻗게 된다. 생활 스킬 레벨이 올라도 전투력 관련 특성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투 콘텐츠와 생활 콘텐츠 양쪽에 흥미를 가진 사람은 많지 않을 뿐더라, 생활 콘텐츠는 그 특성 상 수동 조작의 재미가 (전투보다)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채집이 필요한 생활 콘텐츠는 채집물이 '랜덤'하게 나오는 시스템 특성 상 스트레스도 더 큰 편이다. 만약 자동 수행이 불가능한 고고학 퀘스트를 받아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답답함이 앞을 가리게 된다. 

우측 하단에 표시되는 타이밍 맞춰 스킬을 쓰면 대량의 추가 경험치를 얻는다. 

수동 조작을 권해 유저에게 손맛, 유저 간 인터렉션의 재미를 주려한 개발진의 의도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지금 게임 인기의 상당 부분은 이런 노림수가 먹힌 덕도 있다. 다만 이걸 유도하기 위해 만든 불균형한 어드벤티지, 게임의 느린 성장 속도가 좋지 않은 시너지를 만들어 부정적인 경험을 준 셈이다. 

안타깝게도 <트라하>에는 이렇게 본래 의도와 별개로, 전달 방식이나 다른 요소와의 결함 때문에 유저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사례가 여럿 있다. 

앞서 말한 인피니티 클래스와 수동 조작도 그렇고, 개인적으론 플레이 타임이 정해져 있어 좋아하지만 누군가에겐 제약으로 다가올 행동력·노동력 시스템, 클래스 역할은 잘 배분했지만 정작 그것을 체감하기 위해선 긴 성장 과정을 거쳐야 하는 인피니티 클래스와 파티 던전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앞서 말한 높은 수동 조작 비중은 이런 스트레스를 더욱 크게 느끼게 한다. 

큰 틀에서 시스템을 고민한 만큼, 이것을 유저들에게 잘 전달하는 방법도 고민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크다.



# 마치며…

<트라하>는 여러모로 개발진의 의미있는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모바일 MMORPG에서 보기 힘든 짜임새 있는 역할 배분, 플레이할 가치가 있는 수동 전투 구조와 파티 플레이, 중하위 유저들을 케어하기 위한 다양한 우회로, 뽑기보단 플레이 타임 그 자체를 파는데 초점을 둔 유료 모델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일부는 <트라하>에서 잘 돼 다른 게임에도 적용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의미 있는 시도들이 많다. 

하지만 이런 개발진의 의도와 별개로 이런 콘텐츠들이 '잘' 전달되지 못해, 아니 의도와 달리 오히려 스트레스를 주는 경우가 많아 아쉬움이 남는다. 시간 중심의 유료 모델이나 중·하위권 유저를 위한 우회로 등 좋은 시도가 이 때문에 묻히지 않을까 아쉽다.

다행히 게임은 현재 구글 매출 2위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부디 게임의 주력 콘텐츠가 다수의 유저들에게 해금되는 시기까지 개발진의 의도가 그대로 전달되기를, 그 때까지 게임의 아쉬운 전달·표현 방식이 나아지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