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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데스 스트랜딩'은 단순한 배달 게임으로 치부되어서는 안된다

홀리스 (정혁진 기자) | 2019-11-01 16: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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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8일, 코지마 히데오 감독의 <데스 스트랜딩>이 출시한다. ​E3 2016 소니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공개된지 3년만이다. 지금은 난해함이 어느 정도 해소된 분위기지만, 컨퍼런스에서 공개된 첫 티저 영상은 많은 이들의 머리속에 물음표를 남겼다. 이후 TGA, PSX에서 영상이 공개된 이후에도 게임의 설정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는 기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리뷰를 하며 스토리, 설정을 좀 더 잘 파악하기 위해 컷신부터 플레이 요소까지 꼼꼼하게 챙겨봤다. 플레이부터 컷신을 포함해, 마지막 에피소드, 엔딩 크레딧이 올라올 때까지.

 

그 결과, 게임을 접하기 전의 생각은 대부분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게임은 생각보다 깊고, 또 훌륭했다. 마치, 코지마 히데오 감독이 코나미에서 풀지 못한 숙제를 해결하기라도 한 듯, <데스 스트랜딩>은 절대 겉으로만 판단할 게임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 리뷰는 하나의 '감상평'에 가까울 것 같다.​ 한 편의 영화를 직접 체험한 느낌이어서 그런지, 엔딩을 보고 나니 게임의 메시지가 꽤 깊게 다가왔다. '연결'과 '단절', 두 키워드를 놓고 표현한 상상력은 기발했다. 정식 발매에 앞서, 게임을 미리 체험해 본 소감을 정리했다. 향후 플레이를 할 독자를 위해 스토리나 플레이의 스포일러는 가급적 피했다. / 디스이즈게임 정혁진 기자 

 

 

 

# 세상을 구하고 모두를 연결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 '배달'

 

맞다. 많은 유저들이 트레일러를 본 것처럼, 게임은 배달로 시작해 배달로 끝을 맺는다. 혹자는 게임을 배달 게임이 아니냐며 얘기하기도 하는데, 큰 틀에서 어느 정도 배달을 하는 게임은 맞다. 

 

이를 더욱 가중하는 것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스토리를 꼽기도 한다. 코지마 히데오는 '감독'이라고 불릴 만큼 게임에서 연출이나 스토리텔링을 중요시 하는 인물로 꼽힌다. 이는 그가 코나미에서 작업한 <메탈기어> 시리즈나 <스내쳐>, <존 오브 더 엔더스>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단순하거나 표면에 뚜렷이 드러나는 메시지 보다, 게임의 전체적인 흐름을 겪으면서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때로는 컷신이 길게 느껴지기도 하고, 일부는 이를 '투 머치'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데스 스트랜딩>이 처음 발표된 이후 공식 영상이 약 10개 이상 발표됐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 속에서 게임의 스토리는 '물음표'로 남아 있다. 멸망에 빠지고, 단절된 인류를 '연결'해 미국을 재건한다는 시놉시스(줄거리)는 알겠는데, 이것이 표면적으로는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인공 샘 포터 브리지스(이하 샘 포터)의 배달이 더욱 인상에 남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기자는 수십 시간 게임을 하면서, 컷신 보다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때로는 운송수단을 타며) 배달 업무를 했다. 평지만 다니면 다행이지. 정말 산 넘고 물 건너 모든 곳을 다녔다. 눈 덮인 산도 예외는 아니다. 타임폴은 왜 그렇게 자주 내리고, BT들은 어찌나 많은지.

 


BT는 BB를 통해서 볼 수 있다. BB가 연결수단인 셈.
스태미너가 부족해 끌여당겨지면, 거대한 적과 상대해야 한다.

배달의 궁극적인 목적은 '연결'이다. 여기에는 서로 단절되어 연결을 꺼리는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도 포함되어 있다. 일반 의뢰에서 간혹 피자를 배달...해달라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 이것은 단순 재미 요소로만 생각해 두자.

 

아무튼 샘 포터는 저세상의 영향을 받지 않는 일종의 재능 '둠즈(DOOMS)'와 여러 연결고리가 있기에 브리지스 기관, 프레자일 등 모든 이들은 샘이 모두를 연결하기 위한 적임자라고 말한다. 샘 포터는 다양한 의뢰를 수주받아 다양한 것을 배달하며 세계 각 지역에 단절된 이들을 잇기 위해 초대용량 통신설비 '카이럴 통신'을 연결해야 한다.

 

 

동 > 서로 이동하며 스트랜드를 연결해야 한다. "어떻게 가?"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말 가야한다. 심지어 반복해서.

 

# 데스 스트랜딩, 결코 난해하거나 단순한 게임은 아니다

 

단순히 배달만 하며 세상을 연결하는 것이라면 행복하겠지만, 게임은 다소 절망적인 설정만큼 연결을 반대하는 세력 '호모 데멘스'도 등장한다. 이들은 일종의 고립주의 테러리스트로, 오히려 연결이 개인의 자유를 뺏는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그들은 고립을 위해 저세상의 것들을 활용하고 있다.

 

게임의 플레이는 저세상의 요소들을 피하거나 효율적으로 제거(또는 활용)하는 것과, 단절된 세상 속에서 배달 증후군(...)이라는 안타까운 병에 걸린 '뮬(다행히 이들은 인간이다)'의 방해를 뿌리치는 것의 연속이다. 각종 무기로 이들을 정면 돌파하거나, 혹은 피하는 방법도 있다. 물론 회피는 쉽지 않지만, 아무튼 방법이나, 경로는 여러 가지다. 

 

※ 참고: 게임에서 현세상과 저세상은 서로 밀접히 연결되어 있으며, 또 노출되어 있다. 맞는 곳의 시간을 빠르게 흐르게 하는 '타임폴', 현세상에 나타나 샘을 저세상으로 끌어들이려는, '좌초된 것들'을 뜻하는 'BT(Beached Things)' 등을 보면, <데스 스트랜딩>에 등장하는 저세상의 요소들은 그리 좋지만은 않다(물론 선한 요소는 아니라는 설정이다).

 

전투는 점점 다양하게 벌일 수 있다. 주먹으로 벌이는 육탄전은 맛보기에 가깝다.

 

탈취의 쾌감을 좇는다는 중독자들 '뮬'... 꽤 성가신 존재들이지만 안타깝기도(?) 하다.

 

BT의 종류는 제법 다양하다. 전투를 피할 수도 있지만, 때에 따라서는 그렇지 못할 경우도 있다.

 

또, <데스 스트랜딩>은 단순하게 '배달'이라는 요소만 볼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싶다. 이는 혹여 게임을 가볍게 생각하는 이들에게도 권하는 부분이다. 

 

물론 타 게임처럼 전투를 위주로, 혹은 좀 더 그럴듯한 설정으로 세상을 연결할 수도 있겠지만 <데스 스트랜딩>에서 배달은 단절된 이들을 연결해 주는 하나의 희망적인 수단이다. 아, 게임에서도 물론 전투를 벌일 수는 있다. 다만 이것이 핵심 수단은 아니다.

 

게임 내 각종 설정을 보면 생각할 거리가 많아진다. 에피소드 초반은 우리가 트레일러에서 익히 본 파편적인 것들이 이어지면서 설정이나 스토리가 연결되지만, 중반부로 넘어갈수록 더 많은 것들이 펼쳐지고 유저에게 던지는 메시지 또한 상당하다. 예상을 넘는 얘기도 가득.

 

스포일러가 없는 리뷰를 쓰고자 했기에, 자세한 내용은 직접 경험해보기를 바란다. 강조하지만, 결코 가벼운 게임은 아니다. 그렇다고 마냥 복잡한 것은 아니다. 곳곳에 코지마 히데오식 센스도 엿볼수 있다.

 

플레이를 할 수록 유저가 사용할 수 있는 도구는 점점 늘어난다. 다양한 스켈레톤은 장거리 이동에 있어 필수.

 

BT는 BT에게 맞는 무기를 이용해야 한다. 고로, 인간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 스토리부터 플레이까지, 탄탄한 볼륨

 

콘텐츠 단위의 설명을 좀 더 해보겠다. 전체적인 플레이 흐름은 큰 단락을 나누는 '에피소드'가 여럿 나뉘며 그 속에서 게임의 주제를 위한 설명이 진행되는 방식이다. 여러 트레일러로 접한 핵심 인물이 에피소드의 이름으로 등장하고 해당 에피소드는 샘 포터와 그를 위주로 흘러간다.

 

가상의 미국 동쪽을 시작으로 전역을 돌아다니며 벌이는 게임의 볼륨은 절대 작지 않다. 게임의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네마틱 영상 역시 상세한 설명을 담은 만큼 분량도 적지 않다(꼭 건너뛰기를 하지 않기를 권한다. 특정 기능을 사용할 때 연출되는 씬을 제외하고는).

 

충분히 영상을 보고 이해하면서 플레이 하는 것이 좋다. 그만큼 재미있다.
음...??? 코난이 정말 나왔네?

 

또한 에피소드마다 분량이나 플레이 방식도 조금씩 다르다. 어떤 에피소드는 정말 의외의 연출과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이는 게임 진행의 다양한 연출이나 완급조절 차원에서는 적절한 표현으로 보인다.

 

앞서 얘기했듯 게임의 해결 수단은 주로 '배달'이지만, 무조건 배달만 하는 것은 아니다. 트레일러에 나왔듯 바이크를 포함한 다양한 탈것 및 보조수단도 다양하다. 이후 설명할, 유저 간 연결되어 있다는 점도 플레이를 위한 핵심 내용 중 하나다.

 

 

게임의 전체적인 볼륨은 상당하다. 코지마 히데오가 '후속작은 없다'고 밝힌 것을 안심시켜주기라고 하듯, 할 거리는 다양하다. 메인 의뢰만 하더라도 상당하나, 여기에 일반 의뢰까지 모두 하게 되면 플레이 타임은 더욱 늘어난다. 타 유저가 플레이를 하다가 분실한 화물을 대신 배송 시켜 주는 것까지 포함하면 더더욱.

 

게임 내 지역은 유저 마음먹기에 따라 어디든 이동할 수 있다. 걷거나 이동 수단을 이용해도 되고, 사다리나 대형 다리를 설치해도 된다. 여기서 이동의 목적은 주로 의뢰를 완료하기 위한 경로라고 볼 수 있는데, 출발지와 목적지 사이 경로 방법은 유저가 마음먹기 나름이다. 돌아서 수월하게 가느냐, 고되더라도 가급적 직선으로 가느냐. 경로는 이 게임에서 다양한 선택 요소이자, 공략 요소 중 하나로 여겨진다. 

 

보이는 곳 어디든 갈 수 있다. 이동 경로는 유저가 선택하기 나름이다.

 

# 게임의 최종 메시지이자 핵심 요소, '연결'

 

게임에서 또 하나 주목할 만한 것은, 바로 유저와 유저 역시 연결된 존재라는 것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게임은 PSN 가입이 필요 없이 온라인만 연결되어 있으면 전 세계 유저와 연결돼 플레이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MMORPG처럼 뭔가 타 유저가 함께 내 게임 속에 섞여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유저는 자신도 모르게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것도 아주 강하게. 주체는 유저이며 게임 내 각종 '요소'가 그것의 표현수단이다.

 

가령 유속이 빠르고 깊은 강물을 건넌다고 가정해보자. 여기를 건너려면 사다리가 필요하다. 그런데 설상가상 나에게는 사다리가 없다. 배달을 완료하기 위해 반드시 건너야 하는 곳이라면 다소 난감한 상황이다. 물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베이스 캠프로 돌아가 사다리를 제작해 들고 와서 사다리를 설치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데스 스트랜딩>은 그런 플레이보다 유저간 서로 연결되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바라고 있다.

 

카이랄 네트워크에 연결된 지역에서, 유저는 타 유저의 구조물을 공유할 수 있다. 내가 강물에 사다리를 설치하면, 모든 유저가 그 지역에 도달했을때 사다리를 볼 수 있고 이를 이용해 강물을 건널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절벽을 내려오기 위한 로프나, 바이크나 차량, 각종 회복 및 보조 수단에도 적용된다. 배달에도 적용돼 누군가가 분실해 바닥에 떨어진 의뢰 물건을 대신 주워 완수해줄 수도 있다.

 

맵을 통해 누군가가 공유한 구조물을 이용할 수 있다.
고마움을 느꼈다면, '좋아요'는 한 번씩 눌러주자.

유저가 제작한 것은 모두 공유로 이어진다. 이는 시간이 지날 수록 타임폴에 의해 부식되고 사라지며, 다시 제작으로 이어진다.

자원을 소비해 서로 도와 구조물을 건설할 수도 있다. 게임에는 미국 전역을 연결하기 위한 국도도 있는데 모든 유저가 자원을 투자해 힘을 합하면 빠르고 편한 운송 수단이 발생한다. 리뷰 기간에는 일부 지역만 도로가 완성됐지만, 정식 출시가 되면 좀 더 활발한 공유가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서비스가 누적될수록 맵에 구조물이 가득 차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타임폴에 의해 구조물은 점점 부식되고, 사라지니까. 나름의 생태계가 순환되고 있다.

 

의뢰를 비롯해 모든 공유 활동은 '좋아요'로 연결된다. 우리가 각종 소셜 채널에서 재미있거나, 공감 가는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듯, 유저가 플레이하면서 꼭 필요한 상황에 적합한 구조물을 누군가 설치했을 때, 먼 길을 가야 하는데 타인이 세워 놓은 자동차가 있을 때. 모두 좋아요를 눌러줄 수 있다.

 

위험요소나 참고할 내용을 표지판으로 남겨주는 것 역시 큰 도움이 된다.

 

도로와 같은 거대 구조물의 경우, 모든 유저가 자원을 합쳐 건설할 수 있다.

 

여기에서, 유저는 갈등에 놓인다. 모르는 이들을 위해, 전 세계를 원활하게 연결하기 위해 협력하기 위해 공유하느냐 아니면 굳이 적극적으로 공유하지 않고 누군가의 선의에 걸쳐 이를 활용만 하느냐. 또는 앞서 얘기했듯이 자력으로 극복하느냐.

 

혹 협력이 맞고, 그렇지 않은 것이 틀렸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데스 스트랜딩>에서는 어떠한 것도 틀렸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 어떤 것도 강요하지 않지만, 자연스럽게 유저가 활동하면서 이용되는 수단은 연결된다. 최근 일본에서 벌인 소셜 이벤트 '소셜 스트랜드 챌린지'는 유저에게 '막대기로 남을 배척할 것인가, 아니면 줄로 서로를 연결할 것인가.' 라는 내용으로 게임에서 어떤 수단을 선택할지 묻기도 했다.

 

<데스 스트랜딩>은 꽤 자유롭다. 막막하고 절망한 분위기 속에서 암담할 수도 있고. 애꿎게 배달만 시키는 것인가 하고 불만을 토로할 수도 있겠지만 다행히, 유저는 혼자가 아니다. 보이지 않지만, 서로를 의지하며(혹은 기대며) 게임을 즐길 수 있다. 

 


 

 

# 가치 있는 낯선 게임, 데스 스트랜딩. 명작은 명작이다

 

코지마 히데오 감독은 여러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무엇을 하는 게임인지 잘 모르겠다는, 그렇기에 후속작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접했다. 그는 이에 대해 "이해한다", "후속작은 없다"고 답했다.

 

게임을 처음부터 끝까지 플레이한 기자는, 코지마 감독의 이러한 답변에 적극 공감한다. 처음에는 타인들과 마찬가지로 난해하고, 혹은 오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스토리를 진행하고 점점 깊게 들어갈수록 난해함보다 오히려 <데스 스트랜딩>의 설정, 연출이 진가를 발휘할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렇기에 굳이 후속작이나 무언가를 통해 이야기를 늘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흔히 접하지 못한, 혹은 체감되지 못한 무언가를 접했을 때 우리는 보통 경험에 빗대어 이를 유추하거나 판단한다. 물론 그 결정이 맞을 때도 있지만, 예상과 전혀 다른 반전이 펼쳐질 경우도 있다. 긍정일 수도, 부정일 수도 있겠지만.

 

물론 모든 것에 호불호는 나뉘기에 <데스 스트랜딩>을 접한 이후에도 그 생각이 변하지 않을 수는 있겠다. 그것을 틀렸다고 하는 것도 옳지 않다.

 

그러나 <메탈 기어> 시리즈가 생소함을 넘어 점점 잠입 게임의 지평을 열었듯, 기자는 <데스 스트랜딩>도 충분히 '가치 있는 낯섦'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코지마식 센스도 곳곳에 녹아있다. 충분히 재미있는 게임. 기자는 <데스 스트랜딩>을 '즐겼다'. 코지마 감독의 바람처럼.

 


 

오는 11월 8일, 코지마 히데오 감독의 <데스 스트랜딩>이 출시한다. ​E3 2016 소니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공개된지 3년만이다. 지금은 난해함이 어느 정도 해소된 분위기지만, 컨퍼런스에서 공개된 첫 티저 영상은 많은 이들의 머리속에 물음표를 남겼다. 이후 TGA, PSX에서 영상이 공개된 이후에도 게임의 설정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는 기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리뷰를 하며 스토리, 설정을 좀 더 잘 파악하기 위해 컷신부터 플레이 요소까지 꼼꼼하게 챙겨봤다. 플레이부터 컷신을 포함해, 마지막 에피소드, 엔딩 크레딧이 올라올 때까지.

 

그 결과, 게임을 접하기 전의 생각은 대부분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게임은 생각보다 깊고, 또 훌륭했다. 마치, 코지마 히데오 감독이 코나미에서 풀지 못한 숙제를 해결하기라도 한 듯, <데스 스트랜딩>은 절대 겉으로만 판단할 게임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 리뷰는 하나의 '감상평'에 가까울 것 같다.​ 한 편의 영화를 직접 체험한 느낌이어서 그런지, 엔딩을 보고 나니 게임의 메시지가 꽤 깊게 다가왔다. '연결'과 '단절', 두 키워드를 놓고 표현한 상상력은 기발했다. 정식 발매에 앞서, 게임을 미리 체험해 본 소감을 정리했다. 향후 플레이를 할 독자를 위해 스토리나 플레이의 스포일러는 가급적 피했다. / 디스이즈게임 정혁진 기자 

 

 

 

# 세상을 구하고 모두를 연결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 '배달'

 

맞다. 많은 유저들이 트레일러를 본 것처럼, 게임은 배달로 시작해 배달로 끝을 맺는다. 혹자는 게임을 배달 게임이 아니냐며 얘기하기도 하는데, 큰 틀에서 어느 정도 배달을 하는 게임은 맞다. 

 

이를 더욱 가중하는 것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스토리를 꼽기도 한다. 코지마 히데오는 '감독'이라고 불릴 만큼 게임에서 연출이나 스토리텔링을 중요시 하는 인물로 꼽힌다. 이는 그가 코나미에서 작업한 <메탈기어> 시리즈나 <스내쳐>, <존 오브 더 엔더스>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단순하거나 표면에 뚜렷이 드러나는 메시지 보다, 게임의 전체적인 흐름을 겪으면서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때로는 컷신이 길게 느껴지기도 하고, 일부는 이를 '투 머치'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데스 스트랜딩>이 처음 발표된 이후 공식 영상이 약 10개 이상 발표됐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 속에서 게임의 스토리는 '물음표'로 남아 있다. 멸망에 빠지고, 단절된 인류를 '연결'해 미국을 재건한다는 시놉시스(줄거리)는 알겠는데, 이것이 표면적으로는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인공 샘 포터 브리지스(이하 샘 포터)의 배달이 더욱 인상에 남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기자는 수십 시간 게임을 하면서, 컷신 보다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때로는 운송수단을 타며) 배달 업무를 했다. 평지만 다니면 다행이지. 정말 산 넘고 물 건너 모든 곳을 다녔다. 눈 덮인 산도 예외는 아니다. 타임폴은 왜 그렇게 자주 내리고, BT들은 어찌나 많은지.

 


BT는 BB를 통해서 볼 수 있다. BB가 연결수단인 셈.
스태미너가 부족해 끌여당겨지면, 거대한 적과 상대해야 한다.

배달의 궁극적인 목적은 '연결'이다. 여기에는 서로 단절되어 연결을 꺼리는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도 포함되어 있다. 일반 의뢰에서 간혹 피자를 배달...해달라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 이것은 단순 재미 요소로만 생각해 두자.

 

아무튼 샘 포터는 저세상의 영향을 받지 않는 일종의 재능 '둠즈(DOOMS)'와 여러 연결고리가 있기에 브리지스 기관, 프레자일 등 모든 이들은 샘이 모두를 연결하기 위한 적임자라고 말한다. 샘 포터는 다양한 의뢰를 수주받아 다양한 것을 배달하며 세계 각 지역에 단절된 이들을 잇기 위해 초대용량 통신설비 '카이럴 통신'을 연결해야 한다.

 

 

동 > 서로 이동하며 스트랜드를 연결해야 한다. "어떻게 가?"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말 가야한다. 심지어 반복해서.

 

# 데스 스트랜딩, 결코 난해하거나 단순한 게임은 아니다

 

단순히 배달만 하며 세상을 연결하는 것이라면 행복하겠지만, 게임은 다소 절망적인 설정만큼 연결을 반대하는 세력 '호모 데멘스'도 등장한다. 이들은 일종의 고립주의 테러리스트로, 오히려 연결이 개인의 자유를 뺏는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그들은 고립을 위해 저세상의 것들을 활용하고 있다.

 

게임의 플레이는 저세상의 요소들을 피하거나 효율적으로 제거(또는 활용)하는 것과, 단절된 세상 속에서 배달 증후군(...)이라는 안타까운 병에 걸린 '뮬(다행히 이들은 인간이다)'의 방해를 뿌리치는 것의 연속이다. 각종 무기로 이들을 정면 돌파하거나, 혹은 피하는 방법도 있다. 물론 회피는 쉽지 않지만, 아무튼 방법이나, 경로는 여러 가지다. 

 

※ 참고: 게임에서 현세상과 저세상은 서로 밀접히 연결되어 있으며, 또 노출되어 있다. 맞는 곳의 시간을 빠르게 흐르게 하는 '타임폴', 현세상에 나타나 샘을 저세상으로 끌어들이려는, '좌초된 것들'을 뜻하는 'BT(Beached Things)' 등을 보면, <데스 스트랜딩>에 등장하는 저세상의 요소들은 그리 좋지만은 않다(물론 선한 요소는 아니라는 설정이다).

 

전투는 점점 다양하게 벌일 수 있다. 주먹으로 벌이는 육탄전은 맛보기에 가깝다.

 

탈취의 쾌감을 좇는다는 중독자들 '뮬'... 꽤 성가신 존재들이지만 안타깝기도(?) 하다.

 

BT의 종류는 제법 다양하다. 전투를 피할 수도 있지만, 때에 따라서는 그렇지 못할 경우도 있다.

 

또, <데스 스트랜딩>은 단순하게 '배달'이라는 요소만 볼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싶다. 이는 혹여 게임을 가볍게 생각하는 이들에게도 권하는 부분이다. 

 

물론 타 게임처럼 전투를 위주로, 혹은 좀 더 그럴듯한 설정으로 세상을 연결할 수도 있겠지만 <데스 스트랜딩>에서 배달은 단절된 이들을 연결해 주는 하나의 희망적인 수단이다. 아, 게임에서도 물론 전투를 벌일 수는 있다. 다만 이것이 핵심 수단은 아니다.

 

게임 내 각종 설정을 보면 생각할 거리가 많아진다. 에피소드 초반은 우리가 트레일러에서 익히 본 파편적인 것들이 이어지면서 설정이나 스토리가 연결되지만, 중반부로 넘어갈수록 더 많은 것들이 펼쳐지고 유저에게 던지는 메시지 또한 상당하다. 예상을 넘는 얘기도 가득.

 

스포일러가 없는 리뷰를 쓰고자 했기에, 자세한 내용은 직접 경험해보기를 바란다. 강조하지만, 결코 가벼운 게임은 아니다. 그렇다고 마냥 복잡한 것은 아니다. 곳곳에 코지마 히데오식 센스도 엿볼수 있다.

 

플레이를 할 수록 유저가 사용할 수 있는 도구는 점점 늘어난다. 다양한 스켈레톤은 장거리 이동에 있어 필수.

 

BT는 BT에게 맞는 무기를 이용해야 한다. 고로, 인간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 스토리부터 플레이까지, 탄탄한 볼륨

 

콘텐츠 단위의 설명을 좀 더 해보겠다. 전체적인 플레이 흐름은 큰 단락을 나누는 '에피소드'가 여럿 나뉘며 그 속에서 게임의 주제를 위한 설명이 진행되는 방식이다. 여러 트레일러로 접한 핵심 인물이 에피소드의 이름으로 등장하고 해당 에피소드는 샘 포터와 그를 위주로 흘러간다.

 

가상의 미국 동쪽을 시작으로 전역을 돌아다니며 벌이는 게임의 볼륨은 절대 작지 않다. 게임의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네마틱 영상 역시 상세한 설명을 담은 만큼 분량도 적지 않다(꼭 건너뛰기를 하지 않기를 권한다. 특정 기능을 사용할 때 연출되는 씬을 제외하고는).

 

충분히 영상을 보고 이해하면서 플레이 하는 것이 좋다. 그만큼 재미있다.
음...??? 코난이 정말 나왔네?

 

또한 에피소드마다 분량이나 플레이 방식도 조금씩 다르다. 어떤 에피소드는 정말 의외의 연출과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이는 게임 진행의 다양한 연출이나 완급조절 차원에서는 적절한 표현으로 보인다.

 

앞서 얘기했듯 게임의 해결 수단은 주로 '배달'이지만, 무조건 배달만 하는 것은 아니다. 트레일러에 나왔듯 바이크를 포함한 다양한 탈것 및 보조수단도 다양하다. 이후 설명할, 유저 간 연결되어 있다는 점도 플레이를 위한 핵심 내용 중 하나다.

 

 

게임의 전체적인 볼륨은 상당하다. 코지마 히데오가 '후속작은 없다'고 밝힌 것을 안심시켜주기라고 하듯, 할 거리는 다양하다. 메인 의뢰만 하더라도 상당하나, 여기에 일반 의뢰까지 모두 하게 되면 플레이 타임은 더욱 늘어난다. 타 유저가 플레이를 하다가 분실한 화물을 대신 배송 시켜 주는 것까지 포함하면 더더욱.

 

게임 내 지역은 유저 마음먹기에 따라 어디든 이동할 수 있다. 걷거나 이동 수단을 이용해도 되고, 사다리나 대형 다리를 설치해도 된다. 여기서 이동의 목적은 주로 의뢰를 완료하기 위한 경로라고 볼 수 있는데, 출발지와 목적지 사이 경로 방법은 유저가 마음먹기 나름이다. 돌아서 수월하게 가느냐, 고되더라도 가급적 직선으로 가느냐. 경로는 이 게임에서 다양한 선택 요소이자, 공략 요소 중 하나로 여겨진다. 

 

보이는 곳 어디든 갈 수 있다. 이동 경로는 유저가 선택하기 나름이다.

 

# 게임의 최종 메시지이자 핵심 요소, '연결'

 

게임에서 또 하나 주목할 만한 것은, 바로 유저와 유저 역시 연결된 존재라는 것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게임은 PSN 가입이 필요 없이 온라인만 연결되어 있으면 전 세계 유저와 연결돼 플레이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MMORPG처럼 뭔가 타 유저가 함께 내 게임 속에 섞여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유저는 자신도 모르게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것도 아주 강하게. 주체는 유저이며 게임 내 각종 '요소'가 그것의 표현수단이다.

 

가령 유속이 빠르고 깊은 강물을 건넌다고 가정해보자. 여기를 건너려면 사다리가 필요하다. 그런데 설상가상 나에게는 사다리가 없다. 배달을 완료하기 위해 반드시 건너야 하는 곳이라면 다소 난감한 상황이다. 물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베이스 캠프로 돌아가 사다리를 제작해 들고 와서 사다리를 설치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데스 스트랜딩>은 그런 플레이보다 유저간 서로 연결되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바라고 있다.

 

카이랄 네트워크에 연결된 지역에서, 유저는 타 유저의 구조물을 공유할 수 있다. 내가 강물에 사다리를 설치하면, 모든 유저가 그 지역에 도달했을때 사다리를 볼 수 있고 이를 이용해 강물을 건널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절벽을 내려오기 위한 로프나, 바이크나 차량, 각종 회복 및 보조 수단에도 적용된다. 배달에도 적용돼 누군가가 분실해 바닥에 떨어진 의뢰 물건을 대신 주워 완수해줄 수도 있다.

 

맵을 통해 누군가가 공유한 구조물을 이용할 수 있다.
고마움을 느꼈다면, '좋아요'는 한 번씩 눌러주자.

유저가 제작한 것은 모두 공유로 이어진다. 이는 시간이 지날 수록 타임폴에 의해 부식되고 사라지며, 다시 제작으로 이어진다.

자원을 소비해 서로 도와 구조물을 건설할 수도 있다. 게임에는 미국 전역을 연결하기 위한 국도도 있는데 모든 유저가 자원을 투자해 힘을 합하면 빠르고 편한 운송 수단이 발생한다. 리뷰 기간에는 일부 지역만 도로가 완성됐지만, 정식 출시가 되면 좀 더 활발한 공유가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서비스가 누적될수록 맵에 구조물이 가득 차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타임폴에 의해 구조물은 점점 부식되고, 사라지니까. 나름의 생태계가 순환되고 있다.

 

의뢰를 비롯해 모든 공유 활동은 '좋아요'로 연결된다. 우리가 각종 소셜 채널에서 재미있거나, 공감 가는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듯, 유저가 플레이하면서 꼭 필요한 상황에 적합한 구조물을 누군가 설치했을 때, 먼 길을 가야 하는데 타인이 세워 놓은 자동차가 있을 때. 모두 좋아요를 눌러줄 수 있다.

 

위험요소나 참고할 내용을 표지판으로 남겨주는 것 역시 큰 도움이 된다.

 

도로와 같은 거대 구조물의 경우, 모든 유저가 자원을 합쳐 건설할 수 있다.

 

여기에서, 유저는 갈등에 놓인다. 모르는 이들을 위해, 전 세계를 원활하게 연결하기 위해 협력하기 위해 공유하느냐 아니면 굳이 적극적으로 공유하지 않고 누군가의 선의에 걸쳐 이를 활용만 하느냐. 또는 앞서 얘기했듯이 자력으로 극복하느냐.

 

혹 협력이 맞고, 그렇지 않은 것이 틀렸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데스 스트랜딩>에서는 어떠한 것도 틀렸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 어떤 것도 강요하지 않지만, 자연스럽게 유저가 활동하면서 이용되는 수단은 연결된다. 최근 일본에서 벌인 소셜 이벤트 '소셜 스트랜드 챌린지'는 유저에게 '막대기로 남을 배척할 것인가, 아니면 줄로 서로를 연결할 것인가.' 라는 내용으로 게임에서 어떤 수단을 선택할지 묻기도 했다.

 

<데스 스트랜딩>은 꽤 자유롭다. 막막하고 절망한 분위기 속에서 암담할 수도 있고. 애꿎게 배달만 시키는 것인가 하고 불만을 토로할 수도 있겠지만 다행히, 유저는 혼자가 아니다. 보이지 않지만, 서로를 의지하며(혹은 기대며) 게임을 즐길 수 있다. 

 


 

 

# 가치 있는 낯선 게임, 데스 스트랜딩. 명작은 명작이다

 

코지마 히데오 감독은 여러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무엇을 하는 게임인지 잘 모르겠다는, 그렇기에 후속작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접했다. 그는 이에 대해 "이해한다", "후속작은 없다"고 답했다.

 

게임을 처음부터 끝까지 플레이한 기자는, 코지마 감독의 이러한 답변에 적극 공감한다. 처음에는 타인들과 마찬가지로 난해하고, 혹은 오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스토리를 진행하고 점점 깊게 들어갈수록 난해함보다 오히려 <데스 스트랜딩>의 설정, 연출이 진가를 발휘할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렇기에 굳이 후속작이나 무언가를 통해 이야기를 늘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흔히 접하지 못한, 혹은 체감되지 못한 무언가를 접했을 때 우리는 보통 경험에 빗대어 이를 유추하거나 판단한다. 물론 그 결정이 맞을 때도 있지만, 예상과 전혀 다른 반전이 펼쳐질 경우도 있다. 긍정일 수도, 부정일 수도 있겠지만.

 

물론 모든 것에 호불호는 나뉘기에 <데스 스트랜딩>을 접한 이후에도 그 생각이 변하지 않을 수는 있겠다. 그것을 틀렸다고 하는 것도 옳지 않다.

 

그러나 <메탈 기어> 시리즈가 생소함을 넘어 점점 잠입 게임의 지평을 열었듯, 기자는 <데스 스트랜딩>도 충분히 '가치 있는 낯섦'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코지마식 센스도 곳곳에 녹아있다. 충분히 재미있는 게임. 기자는 <데스 스트랜딩>을 '즐겼다'. 코지마 감독의 바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