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명일방주는 '제2의 소녀전선'이 될 수 있을까?

마루노래 (이준호) | 2019-05-22 16: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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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전선> 제작진이 다수 참여해 만든 '타워디펜스 미소녀 수집형 RPG' <명일방주>(明日方舟, 영문명 Arknights)가 중국에서 출시된 지 3주가 지났다. 다소 불확실했던 전망과 베타 테스트 당시 미묘했던 평가에도 불구, 게임은 중국에서 초반 흥행에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 애플 앱스토어 최고 매출 순위 4위를 기록했고, 다운로드 회수는 500만을 돌파했을 정도다. 

 

타워 디펜스와 수집형 RPG라는 다소 생소한 장르 조합을 가진 <명일방주>는 어떤 게임일까? 무엇보다, 제2의 <소녀전선>을 꿈꾸는 이 게임의 실체는 어떠할까? 5월 1일 서비스 시작 이후 지난 수 주간 <명일방주>를 직접 플레이하며 느낀 점을 정리해봤다. /디스이즈게임 이준호 기자 

 

*업데이트: <명일방주>는 5월 31일 중국 앱스토어 매출 1위를 달성했다.

 

*<명일방주>는 현재 중국에서만 서비스되고 있으며, 기사에서 언급된 모든 명칭은 공식이 아님을 밝힙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영문이 병기된 경우, 영문을 기준으로 쓰고 중문 명칭을 괄호 안에 표기했습니다. 

 


 

# 사람들은 왜 <명일방주>에 주목했나 : 매력적인 스토리와 분위기, 그리고 <소녀전선>

 


지난 4월 말 공개된 <명일방주>의 2차 PV. 

 

<명일방주>의 시놉시스는 대략 이렇다. 대지를 파괴하는 거대한 재앙이 빈번하여 다양한 종족의 사람들이 이동식 도시인 '이동성방'(移动城邦)에 거주하며 유목민처럼 떠돌아다니는 가공의 세계. 어느날 재앙이 일어난 대지에서 발견된 광석 오리지니움은 기술적으로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었고, 순식간에 세계에서 없어서는 안될 자원으로 자리잡는다.

 

문제는 이 광석이 이론상 치사율 100%의 질병인 광석병을 유발한다는 것. 광석병은 몸 안팎에서 광석이 자라나며 신체를 파괴하고 결국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병으로, 시체를 통해서도 전염된다. 이에 각 도시 지도층은 광석병 환자들을 '감염자'라 부르며 사회로부터 격리하고 탄압한다. 감염자들은 '통합운동'(整合运动)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생존을 꾀하고, 결국에는 가장 먼저 감염자 탄압을 시작한 도시 체르노보그(Chernobog, 切尔诺佰格)에서 무장 봉기를 일으키기에 이른다.

 

무장봉기를 일으킨 '통합운동' 소속의 감염자들과 그 지도자 '탈룰라'.

플레이어 캐릭터이자 주인공인 '박사'는 감염자 문제의 전문가로서, 감염자 문제라면 어떤 곳, 어떤 사건이든 위험을 불사하고 개입해 해결하는 '로도스 제약회사'(Rhodes Island, 罗德岛)의 간부다. 

 

게임이 시작하는 시점에서는 모든 기억을 잃은 상태로 통합운동이 봉기해 궤멸 상태에 이른 체르노보그에서 정신을 차린다. 정신을 차리자마자 마주친 것은 로도스의 지도자이자 감염자, 초능력자 소녀 '아미야'(阿米娅). 아미야는 박사에게 도움을 청하고, 박사는 다시 한번 로도스를 지휘해 난관을 타개해 나간다.


로도스 제약회사 소속의 대원들. 가운데 소녀가 박사와 함께 주인공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아미야'다.

미소녀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명일방주>는 어떻게 보면 다소 하드코어하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의식과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아마 이 시점에서 어떠한 게임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맞다. <명일방주>는 외형부터 세계관에 이르기까지 여러 부분에서 지난 2016년 출시한 <소녀전선>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실제로도 두 게임은 무관계하다고 할 수 없다. 당장 이 게임을 개발한 개발사 하이퍼그리프(Hypergryph, 중국명 鹰角网络)의 몽타뉴 스튜디오(Studio Montagne)에는 지난 <소녀전선>을 만든 '미카팀'(云母组) 출신의 개발진이 다수 참여하고 있다.  

일례로 <명일방주>의 디렉터는 'AR소대'를 그린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해묘'다. 그리고 이 게임에 참여하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명단을 살펴보면 과거 <소녀전선>에서도 이름을 알린 유명 작가들이 여럿 눈에 띈다. 이 때문에 모르는 사람이 보면 <명일방주>를 두고 "<소녀전선>의 아류작인가?"라고 오해할 수도 있을 정도다.

 

이러한 개발 배경 때문에 현재 <명일방주>는 한국에서 서비스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녀전선>을 좋아하던 팬들이 적극적으로 플레이하면서 인터넷 커뮤니티도 활성화 되어 있다. 서로 번역을 도와가며 하는 훈훈한 광경도 연출되고 있을 정도. 이미지는 커뮤니티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물류회사 '펭귄 로지스틱스' 소속 대원들로 우측 하단에 보이는 펭귄이 사장이다.

하지만 <명일방주>를 단순히 <소녀전선>의 아류작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우선 IP나 콘셉트 측면에서, <명일방주>는 디렉터 해묘가 2013년 만들기 시작한 개인작품 <3.0>에 뿌리를 두고 있어 오리지널 창작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앞서 설명한 세계관을 보아도 '총기 의인화'(전문용어로 '모에화')라는 <소녀전선>의 콘셉트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굳이 포인트를 잡자면 이 게임은 등장 미소녀 캐릭터들이 (설정상) 전원 동물귀를 달고 있다는 점에서 '수인/동물귀 모에' 게임이라고 할까? 

 

그리고 무엇보다 다른 점은 게임의 장르다. <소녀전선>은 기본적으로 전략 게임의 틀을 따른다. 하지만 <명일방주>는 실시간 기반의 타워 디펜스다.​ 이 때문에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미소녀 수집' 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굉장히 독특한 재미를 맛 볼 수 있다. 

 

 

# 타워 디펜스 + 미소녀 수집형 RPG라는 흥미로운 조합

 

앞서 말했듯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타워 디펜스미소녀 수집형 RPG라는 두 장르를 조합했다는 점이다. 사실 각각의 장르는 우리에게 이미 익숙하다. 타워 디펜스로는 <식물 대 좀비> 시리즈가 널리 알려져 있고, 미소녀 캐릭터 수집형 RPG는 모바일 시장에서 꾸준히 매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인기 장르다.

 

그렇다면 <명일방주>는 상이한 두 장르를 어떻게 섞었을까? <명일방주>의 게임 목표는 스테이지 단위로 구성된 타워 디펜스 레벨(스테이지)을 내가 가진 캐릭터 편대를 이용해 클리어하는 것이다. 타워 디펜스에 등장하는 타워를 수집형 게임의 캐릭터가 대체했다고 보면 쉽다.

 

메인 스토리에 해당하는 주선 임무의 스테이지 목록.
클리어하고자 하는 스테이지를 선택하고,
타워 역할을 할 자신의 편대를 꾸린다.
스테이지에서는 캐릭터들을 타워처럼 배치해 적을 막는다.
스테이지 시작 전과 후에는 이처럼 컷씬이 나온다.
스토리는 비주얼 노벨 형태로 진행된다.

기본적인 레벨(스테이지) 진행 방식은 기존 타워 디펜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타워를 건설하는 '돈' 대신 '배치 비용'(部署费用)을 소모해 캐릭터를 배치하고, 빨간 블록에서 밀려오는 적이 파란 블록에 닿지 못하게 막는다. 일정 개체 이상의 적을 놓치면 게임 오버다.

한편 타워를 업그레이드하는 요소는 없다. 타워 역할을 하는 캐릭터들은 일반적인 수집형 RPG처럼 재화를 소모해 성장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RPG에서 일일던전을 돌 듯, 자원이나 재화를 주는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경험치를 주는 아이템 '작전기록'(作战记录)을 획득할 수 있다. 이를 캐릭터들에게 먹이면 레벨업을 할 수 있다.
 

 

사실 '타워 디펜스'와 '미소녀 캐릭터 수집' 이라는 두 장르를 결합한다고 하면, "그게 제대로 되겠어?" 라고 의문을 가지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의외로 <명일방주>는 두 게임의 요소들을 영리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결합하고 있다. 타워 디펜스가 가진 태생적인 문제 역시 보완하고 있다.

 

일례로 타워 디펜스 장르의 대표적인 단점은 플레이의 연속성을 보장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타워 디펜스의 각 스테이지는 일종의 퍼즐이고, 한번 파훼법을 알아낸 퍼즐은 재미가 반감된다. 모든 스테이지가 자칫 일회성 콘텐츠로 끝나기 쉽다. 반복성 플레이가 기본이 되는 라이브 서비스 게임으로서는 치명적인 단점이다.

 

하지만 <명일방주>는 타워를 캐릭터로 대체하면서 위 단점을 보완했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캐릭터를 성장시켜야하고, 캐릭터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스테이지를 클리어해야하는 순환 플레이 구조를 만든 것이다. 덕분에 <명일방주>는 타워 디펜스이면서도 플레이어들에게 반복 플레이 동기를 끊임없이 부여하고 있다. 

 

<명일방주>에 준비되어 있는 다양한 자원 획득 스테이지. 흔히 보이는 '요일 던전' 개념의 콘텐츠다.

 

한번 클리어한 스테이지를 파밍할 때는 이른바 '자동 전투' 기능도 제공한다. 단, 해당 스테이지를 단 한 명의 적도 놓치지 않고 클리어한 기록이 있어야 해금된다. 해당 전투 기록에서 플레이어가 했던 순서대로 캐릭터를 자동으로 배치해주는 방식으로, 별도의 과금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자동 전투를 돌려 놓고 다른 일에 전념할 수 있는 '사이버 다마고치', 수집형 모바일 게임의 감각도 살린 셈이다.

 

 

# 타워 디펜스에 미소녀 캐릭터가 다수 필요한 이유는? 

 

사실 타워 디펜스의 재미요소인 전략성과 미소녀 수집형 게임의 재미요소인 캐릭터 차별성(높은 등급의 캐릭터가 성능이 좋은 것)은 상충하는 요소로 보이기도 한다. "내가 전략적으로 잘해서 이겼다"와 "내 캐릭터가 좋아서(=뽑기를 잘해서=운이 좋아서) 이겼다."는 엄연히 다른 감각이기 때문이다.

 

"운도 실력"이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운이 없는 유저들도 게임은 할 수 있어야하는 것 아닌가.

 

따라서 두 장르가 잘 섞이기 위해서는 캐릭터 간 성능 차이가 게임 플레이의 전략성에 너무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아야하고(제한적이어야 하고), 그러면서도 캐릭터 자체의 매력과 게임 내 필요성은 유지되어야 한다.

 

전략성과 캐릭터 매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명일방주>는 여러가지 방안을 내놓았다. 우선 수많은 캐릭터들의 클래스를 세분화하고, 명확한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한편 등급에 따른 캐릭터의 성능 차이는 일정한 수준에서 제한함으로서 다양한 캐릭터들이 전략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 더불어 고등급 캐릭터들은 그만큼의 '유니크함'을 부여함으로서 유저들로 하여금 "가지고 싶다"는 욕구를 계속해서 품게 만든다.

 

기본적으로는 탱커가 길을 막고, 힐러가 뒤에서 지원하고, 그 사이 딜러가 적을 죽인다는 RPG의 정석 같은 구조다.

<명일방주>의 캐릭터들은 8개 역할군으로 나뉜다. 낮은 배치 비용으로 배치할 수 있고 배치 비용을 회복시키는 능력을 가진 '선봉'(先锋), 탱커 역할을 하는 '중장'(重装), 근거리 딜러 '근위'(近卫), 원거리 딜러 '저격'(狙击), 마법 딜러 '술사'(术师), 힐러 역할의 '의료'(医疗), 적을 느리게 하는 등 서포트 능력을 가진 '보조'(辅助), 마지막으로 적을 밀거나 당기는 등 특수 능력을 가진 '특종'(特种) 등이다. 선봉, 보조, 특종 3개를 제외한 나머지는 우리에게 익숙한 '탱힐딜', RPG 장르의 역할군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각각의 캐릭터는 해당하는 역할군 안에서도 특정한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특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물리 데미지에 특화된 탱커가 있고, 마법 데미지에 특화된 탱커가 있는 식이다. 뿐만 아니라 매 스테이지마다 배치할 수 있는 위치, 캐릭터 수가 한정적이고, 배치 비용 역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캐릭터를 어떤 순서로 어디에 배치하는가가 매우 중요하다.


고성능 캐릭터의 대표주자인 3성 선봉 '팽'. 기본 지급 캐릭터임에도 높은 가성비로 많은 공략 영상에 얼굴을 비춘다.
덕분에 이 게임에서는 낮은 등급 캐릭터라고 해서 무작정 버려지지 않는다.

한편 고등급 캐릭터는 기본적인 스펙이 높기 때문에 분명 가지고 있으면 활용할 수 있는 여지는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별이 깡패' 라고 할 정도로 고등급 캐릭터가 저등급보다 특출나게 뛰어난 것은 아니다. 일례로 4성 캐릭터인 큐오라(Cuora, 蛇屠箱)와​, 3성 캐릭터인 카디건(Cardigan, 卡缇)​의 1레벨 스펙을 비교해보면, 각각 체력 1221 / 1197, 공격력 193 / 190, 방어력 249 / 229로, 한 눈에 봐도 그다지 결정적으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등급 캐릭터는 저등급 캐릭터보다 '배치 비용'이 높아서 무작정 의존할 수가 없다. 따라서 다수의 고등급 캐릭터를 가지고 있더라도 일부분은 저등급 캐릭터들을 편대에 섞어주는 것이 유효한 전략이다. 
  
큐오라 ★★★★
카디건 ★★★

대신 고등급 캐릭터들은 성장 잠재력, 쉽게 말해 만렙이 높다. <명일방주>에는 '정예화'(精英化)라는 일종의 한계돌파 시스템이 도입되어 있다. 캐릭터가 일정 레벨에 도달하면 각종 재료와 재화를 소모해 레벨을 초기화하고 캐릭터를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교과서에 나올듯한 정석적인 한계돌파 시스템이다. 

 

등급이 낮은 캐릭터는 정예화에 필요한 레벨이 낮고, 재료도 훨씬 적게 든다. 대신 횟수에 제한이 있다. 키우기는 쉽지만 성장 잠재력이 낮다. 반면 높은 등급의 캐릭터는 정예화에 필요한 레벨도 높고, 필요로 하는 재화도 다양하고 많아 키우기가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유일한 6성 선봉 캐릭터인 '시즈'. 고등급 캐릭터는 키우면 키울수록 높은 성능을 발휘하지만, 성장에 다양한 재화를 필요로 해 초반부터 육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식적으로도 스테이지 클리어를 위해 저등급 캐릭터를 우선 육성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공들여 정예화한 고등급 캐릭터의 성능은 단순히 수치뿐 아니라 스킬을 비롯해 여러 방면에서 저등급 캐릭터와 차별화되는 '유니크'함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5성 술사 '스카이파이어'(Skyfire, 天火)는 1회 정예화시 배우는 스킬이 평타의 공격 범위와 데미지를 증가 시키고 짧은 기절을 유발해 커뮤니티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대표적인 인기 캐릭터다.

 

또 6성 근위 '실버애쉬(SilverAsh, 银灰)의 경우 1회 정예화하면 공격 범위가 감소하는 대신 체력 회복과 방어력을 증가시키는 '태세 전환' 스킬이 생겨, 하나의 스테이지 안에서도 딜러와 탱커의 역할을 넘나들 수 있는 등, 고등급 캐릭터들은 전반적으로 키우기 힘든 대신 보상이 확실하다. 그래서 고등급 캐릭터들은 문자 그대로 '유니크'하고, 플레이어로하여금 "가지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게 하기 충분하다. 

 

'광역 기절'이라는 스킬 덕분에 대표적인 고성능 캐릭터로 꼽히는 스카이파이어. 중국명의 한국식 독음인 '천화'라고도 불린다.

 

 

# 전략성과 콘트롤이 중요한 타워 디펜스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눈치 빠른 독자들은 알아챘겠지만, 이 게임의 '타워 디펜스'는 꽤나 전략적이고, 유저들의 콘트롤을 많이 요구한다. 좋아하는(취향 직격의) 캐릭터를 아무 생각 없이 배치하기만 해도 손 쉽게 모든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수 있는 라이트한 게임이 절대로 아니라는 뜻이다.

일례로 이 게임에서 사용되는 '전략'을 살펴보면, 이미 해당 지역에서 역할을 다한 캐릭터는 실시간으로 '철수' 시키고 새로운 캐릭터로 대체하는 '치고 빠지기' 식의 전략이나, 적을 밀어내는 스킬을 지닌 캐릭터를 절벽 쪽에 배치해 특정 적들을 적절하게 '낙사'시키는 등, 끊임 없이 콘트롤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스테이지 1-12. 위쪽 줄은 애초에 비워두고, 보스가 좌측 하단의 통로로 나타나면 화력을 집중하는 방식으로도 클리어 가능하다.

본격적으로 난이도가 상승하기 시작해 많은 유저들에게 '통곡의 벽'으로 다가오는 1-12 스테이지의 경우, 아군에게 폭탄을 설치해 순식간에 녹여버리는 중간 보스가 등장한다. 여기서 포인트는 이 적을 단순히 '피하는 것'. 적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 해당 지역에 딜러를 배치하는 방식으로 '배치 타이밍'을 조절하는 것이 클리어의 관건이다. 

 

타워 디펜스 중에서도 다소 쉬운(라이트한) 게임은 처음 게임이 시작되면 건물을 배치한 후 간간히 업그레이드해주며 진득하게 막아내는 것으로 끝나는 작품이 많다. 하지만 <명일방주>는 계속해서 게임을 바라보며 실시간으로 콘트롤하고 전략을 짜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로 인해 3차 테스트 당시 중국에서도 쉬운 게임을 생각하고 접근했다가 어려움을 호소하는 유저들이 속출, 공식 버전에서는 튜토리얼을 메인 스테이지로 추가하고 전체적인 난이도를 낮추기도 했다.

3차 테스트 때에 비해 게임이 너무 쉬워졌다며 "나때는 말이야"를 시전하는 유저도 있었다.

앞에서 말했듯 <명일방주>는 고등급 캐릭터가 게임의 전황을 뒤집을 정도로 아주 강력하지는 않기 때문에, 고등급 캐릭터가 한 둘이 있다고 해서 어려운 부분을 아주 쉽게 돌파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유저들은 끊임 없이 각 캐릭터 역할군에 기반한 '최적화된 빌드 오더', 즉 각 역할군의 캐릭터들의 배치 위치와 타이밍 선정을 끊임 없이 고민해야 한다. 

 

물론 역으로 이는, 유저가 머리를 쓰고 전략을 잘 짠다면 저등급 캐릭터로도 얼마든지 고등급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저등급 캐릭터들만 가지고도 클리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3성 클리어 영상'(三星关卡)이 중국 커뮤니티에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을 정도로, <명일방주>는 플레이어의 선택과 전략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명일방주>는 좋은 캐릭터를 뽑는 것보다도, 다음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수 있는 최소 레벨까지 캐릭터들을 성장시키는 '꾸준한 플레이'와 더불어 유저의 '전략적 사고'가 보상을 받는 게임이다.

 

# <명일방주>는 <소녀전선>의 꿈을 꾸는가

 

이처럼 <명일방주>는 타워 디펜스 장르의 전략성과, 수집형 RPG 장르의 캐릭터 애착이라는 재미 요소를 잘 살리면서 두 장르를 혼합해 유저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준다. 다만 현지에서는 벌써부터 잠재적으로 엔드 컨텐츠가 부족하다는 단점이 슬슬 지적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메인 스테이지 난이도가 높고 요구 스펙 역시 계속 올라가기 때문에 뒤로 갈수록 콘텐츠 소모 속도가 느려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캐릭터들을 모두 성장시키고 메인 스테이지까지 클리어하고 나면 플레이 동기가 급격하게 떨어질 확률이 높다. 타인과 경쟁하는 PVP나 리더보드 같은 기능도 아직은 제공하지 않고 있다.

 

게임 내 캐릭터들의 관계도.

이럴 때일수록 힘을 발휘하는 것이 IP다. 특히 수집형 게임은 게임 내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그 자체로 콘텐츠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하이퍼그리프는 게임 내외로 <명일방주>의 IP를 흥행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러 캐릭터들의 관계도를 보여주기도 하고, 상세한 프로필을 제공하는 등 유저들이 배경 이야기를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공을 들였다. 뿐만 아니라 유저 동영상 경진 대회를 열고 파트너 스트리머를 모집하는 등 커뮤니티 관리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매력적인 이야기와 아트, 그리고 독특한 게임플레이를 지닌 중국 이차원 게임 신작 <명일방주>. 중국 게임의 약진은 더 이상 놀랍지 않으나, 이 게임이 다시 한번 <소녀전선> 열풍과 같은 현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인 상황이다.

 

<명일방주>의 한국 서비스는 <벽람항로>를 일본에서 서비스한 요스타(Yostar)가 맡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자세한 국내 서비스 일정 및 계획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가 없다. 많은 유저들이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만큼, 빠른 시일 내에 국내 서비스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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