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모두가 밝게 즐기는, 한 편의 여행 같은 레이싱 게임 ‘SR 프로젝트’

홀리스79 (정혁진) | 2018-12-03 17:3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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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딸을 사랑하는 한 게임 개발자가 내놓는 레이싱 게임이 있다. 어릴적 <아웃런>, <로드파이터> 같은 랠리 형식의 게임을 개발하고 싶다는 일념 하에, 2년 간 준비 기간을 거쳐 작년 10월부터 딸의 이름을 넣은 타이틀 <SR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게임은 유니티 엔진으로 개발됐다.

 

유저는 '소은광역시'라는 게임 세계에서, 차를 타고 다양한 곳을 누비며 랠리를 벌일 수 있다. 그 속에서는 현실에서 볼 법한 차량과 NPC의 상호작용, 응급환자 병원 후송 미션도 있고 꽉 막힌 러시아워 같은 차로에서 이리저리 비껴서 이동하거나 니트로로 차들을 날려버리는 게임적인 요소도 들어 있다.

 

게임은 페이스북과 같은 각종 커뮤니티에 공개되며 적지 않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인터뷰에 응한 문소은(가명)은 실사에 가까운 그래픽, 경쟁 위주의 레이싱 게임에서 벗어나, 게임 속에서 여행, 모험을 떠난다는 기분이 들도록​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현업에 종사 중인 그는 업무 후 매일 4~5시간 들여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무의 효율화/차기작을 위해 별도 미들웨어도 자체 개발했다. 게임은 내년 봄 베타 버전을 선보인 이후 연말 정식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 디스이즈게임 정혁진 기자

 

본인 요청에 따라 인터뷰이 사진은 노출하지 않았습니다.


 



 

디스이즈게임: <SR 프로젝트>는 어떤 게임인가? 개발하게 된 이유도 궁금하다.

 

문소은(가명): 어릴적 <아웃런>이나 <로드파이터> 같은 게임을 정말 좋아했다. 많은 레이싱 게임이 출시됐지만, 대부분 사실적인 요소에 충실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더라. 물론 그것도 재미있지만, <아웃런>처럼 차로 간단하게 조작, 즐기는 그런 게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랠리에 가까운 게임이다.

 

 

게임명 <SR 프로젝트>는 무엇을 뜻하나? 아직 정식 명칭은 정해지지 않았나?

 

딸 이름이 ‘문소은’이다(웃음). ‘S’는 ‘소은’, ‘R’은 ‘랠리’를 의미한다. 정식 이름은 정하지 않았지만, 아마 ‘타운’이나 ‘시티’ 같은 키워드를 넣어서 짓지 않을까 싶다.

 

 

 

게임 업계에 종사하고 있다고 했다. 업무를 하면서 게임을 개발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을텐데,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물론 쉽지 않다. 프로젝트 자체는 작년 이맘때, 10월쯤 시작했다. 준비만 2년 정도 한 것 같다. 원래 아주 오래전부터 프로그래밍, 기획을 했었는데 그 사이 다른 일들을 하게 되면서 10년 가까이 다시 잡을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가 유니티 엔진을 접하게 됐는데, 게임을 꽤 쉽게 개발하도록 설계되어 있어서 조금씩 엔진을 익히면서 만들게 됐다.

 

회사가 워라밸이 잘 맞는다는 것도 있다. 매일 퇴근 후 가족과 보내고 새벽 2시까지 개발한다. 평균 4~5시간 정도 개발하는 것 같다. 쉽지는 않지만, 어쨌든 ‘하루에 하나만 해도 뭔가는 나아진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웃음).

 

 

경주를 콘셉트로 하는 것 같지 않더라. 어떻게 보면 모험? 여행 같기도 하고. 게임의 재미를 어디에 두고 있나?

 

기본적으로는 ‘랠리’를 재미로 두고 있다. 실제 레이싱 같이 경주를 하려면 객관적인 지표가 있어야 하고 같은 코스에서 빨리 달리기 위한 여러 시스템이 필요하다. 물론 시간을 들이면 할 수 있겠으나 개인적으로 그런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모험을 하면서 ‘소은광역시’라는 게임 내 가상의 시를 떠나는 모험을 표현하고 싶었다.

 

랠리가 기본이지만 게임 세계를 좀 더 재미있게 즐기기 위해 각종 미션을 넣었다. 응급 환자를 후송한다거나 경찰차가 쫓아온다거나. 차를 모으는 것도 재미 요소 중 하나다. <길건너 친구들>이 좋은 예가 될 것 같다. 다른 세계를 체험, 모험하고 싶은 호기심도 채워주면서 다양한 즐길거리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마치 하나만 깊게 파고든 것이 아니라 넓게 펴바른 느낌?

 


 

 

응급 환자 후송을 돕는 미션 같이, 디테일하면서 들여다 보면 세세한 재미 요소가 있다.

 

원래 작년 10월 시작해 3개월만 개발하고 내놓을 생각이었다. 단순하고 몰입도 높은 ‘하이퍼캐주얼’ 게임을 만들 계획이었는데, 조금씩 욕심이 생겨서 부족한 것을 채우다 보니 점점 확장돼 제법 볼륨이 있는 게임으로 만들어졌다.

 

지인에게 시켜서 반응을 보니 옆 차로에서 차가 나오는 것을 보고 옆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물론 구현하면 나쁘지 않을 것 같기는 했지만, 그렇게 되면 볼륨도 너무 커지게 되고 계획했던 흐름이 꽤 달라질 것 같았다.

 

언급한 내용들은 세계와 잘 맞아떨어져서 그렇게 받아들인 것이 아닐까 싶다. 유저가 게임을 즐기면서 다양한 요소에 관심을 가지고, 재미를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것이 없으니까. 긍정적인 효과를 거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응급환자 후송이나 계란 배달 등 미션은 많으면 많을수록 재미있을 것 같은데.

 

물론 다다익선이다. 하지만, 개발 프로세스 상 미션의 종류와 수를 늘리는 것은 잠시 중단했다. 베타 버전을 위해 재화를 버는 법이나 차량 종류, 서버 등 먼저 개발해야 할 것이 있다. 미션은 그 이후에 생각해야 할 것 같다. 미션을 통해 게임 내 어떤 아이템을 얻을 지도 설계해야 하고.

 


 

 

초반 튜토리얼에서도 나왔지만, 앞 차량과 가까워지면 자동으로 감속하더라.

 

나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다(웃음). 처음 버전에서는 커브도 있고 여러 조작 거리도 있었는데, 어느 순간 너무 재미를 강조한 나머지 조작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차로를 변경하는 것만 사용하게 하고 나머지는 없앴다.

 

더불어, 게임 내 규칙으로 가만히 차를 놔둬도 앞 차량과 충돌하게 하지는 말자고 설정했다. 오직 차로를 변경하는 것만 집중하게 했다. 그래서 원래 있던 브레이크도 없앴다. AI는 아니지만, 게임이라는 상상할 수 있는 틀 안에서 이뤄질 수 있을 법한 것이 잘 일어나도록 만든 기능적인 장치일 뿐이다.

 

 

차로 외에 아닌 곳을 통해 각종 아이템을 얻기도 하더라. 루트를 공략하는 재미도 있어 보였다.

 

자유도 높은 게임처럼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환경에 따라 이동하되 그 과정에서 다양한 선택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랐다. 차로를 제약 없이 변경할 수 있다 보니 인도나 비포장 도로로 이동할 수 있기는 하지만(물론 변경 후 주행할 때마다 체력이 감소, 게임오버가 된다), 나름 공략하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관련해서 이후 해보고 싶은 것 중 하나는, <슈퍼마리오>처럼 숨겨진 루트를 통해 지하 통로를 지나면 많은 게임머니를 얻을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현실로 일어나면 큰일날 일(?)이긴 하지만, 꽉 막힌 트래픽 잼을 요리조리 빠져 나가는 기능도 꽤 재밌다. 니트로를 써서 차들을 날려버리기도 하고. 마치 출퇴근 러시아워를 보고 떠올린 것 같기도 하다.

 

(웃음) 알파 버전 때 많은 이가 좋아했던 부분이다. 현실에서는 해서는 안되는 일이긴 하지. 꽉 막힌 차 사이를 갈 수 없을까 하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직관적이면서 그럴싸하게 표현한 것이 지금의 형태가 된 것 같다. 특별한 기능을 도입했다기 보다는, 기본적인 물리엔진 설계에 의해 자연스럽게 표현됐다.

 

니트로는 위에서 언급한 <아웃런>이나 <로드파이터> 영향을 받아 넣었다. 최초에는 니트로를 써도 다른 차량을 피해 가야 해서 불편함이 많았다. 이후 개선을 거쳐 지금 버전 같이 나오게 됐다. 니트로를 써서 점프대 위를 날면서 다른 차를 밟는 연출도 있는데, 이는 테스터를 한 지인이 준 의견이다.

 


 

 

맵의 컨셉이 꽤 다양하더라. 실제 건물을 바탕으로 한 것도 있고.

 

고향이 부산이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서울, 부산을 다니면서 마음에 드는 건물의 모양을 본딴 것이 제법 있다. 최대한 알고 좋아하는 곳을 옮겨보려고 했다. 어린이집 건물은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꽃우물 어린이집’을 바탕으로 하기도 했다. 앞으로 다양한 지형, 건물이 나올텐데 그런 콘셉트로 많은 것을 선보이고 싶다.

 


 

꽤 디테일한 요소를 넣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게임 세계가 매력적으로 보여지기 위한 것으로, 그를 위해서는 유저가 게임 안에서 조작을 통해 생각해볼 수 있는 것들을 일어나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유저로서 게임을 할 때 그런 것이 제대로 반영이 안되면 몰입이 확 떨어지더라. 그러다 보니 내가 만드는 게임은 꼭 세세하게 반영하고 싶었다.

 

<SR 프로젝트>를 디자인하면서 세운 원칙은, 유저가 게임 안에서 인도를 올라탄다던지 뭔가 난리를 치지 않으면 게임 속 세상은 매우 평화롭게(?) 잘 돌아간다. 자기들끼리 가다가 사고가 일어나는 일은 없다. 과거 버전에서는 보행자가 건너다가 차에 치이는 버그도 있었지만 다행히 없앴다. 초등학생 같은 어린 층 유저도 즐기기 원하는데, 그를 위해서는 모두가 불쾌하지 않고 즐기는 게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언급한, 차로가 아닌 곳으로 이동하는 것에 대해 첨언하면 차로가 아닌 곳은 하나의 이벤트적인 장치로 작용할 수는 있지만 차를 피하거나 혹은 NPC를 치기 위한 장치는 아니다. 만약, 달리게 되면 내구도가 점점 감소해 게임 오버가 된다. NPC를 쳐도 마찬가지다.

 

이는 루트 공략을 위해서는 잠시 사용할 수는 있지만 비정상적으로 이용하거나 게임이 의도하지 않은(위에서 표현한 불쾌한 요소로 작용하는)것을 사용자가 인지하고 스스로 피하게 하기 위함이다.

 

비정상적인 플레이를 했을 때 주어지는 패널티가 명확하다.


페이스북을 보니 <SR 프로젝트>를 직접 개발한 미들웨어를 통해 개발했더라.

 

게임을 개발할 때 환경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며 레벨 디자인을 할 때 툴이 없으면 창의성을 발휘하거나 각종 시도나 실험이 여러울 것 같았다. <SR 프로젝트> 외에 앞으로 여러 게임을 만들 거기 때문에, 다양한 장르를 빠르게 만들 수 있도록 만들었다. 카이로소프트 게임의 영향도 컸다.

 

다양한 형태의 도시나 환경을 블록 쌓듯이 빠르게 만드는 데 특화되어 있다. <SR 프로젝트> 개발과 더불어 미들웨어 개발도 병행해왔다. 거의 안정화됐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게임을 만들어 봐야 개선 사항이 보일 것 같다.

 


 



 

알파버전을 봤는데, 아직 소리는 집어넣은 상태가 아닌 것 같더라. 어떻게 삽입할 건가?

 

구체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자동차 엔진 소리를 들리게 할까 말까에 따라 대부분의 방향이 결정될 것 같다. 매우 상세한 표현은 아니고 게임 상 신호 정도의 의미를 둘 것이다.

 

 

콘텐츠를 어떤 방향으로 추가할지 궁금하다.

 

차량을 다양한 방법으로 모으게 하기 위한 부분이 있고, 또 하나는 랭킹이 있다. ‘스페셜 스테이지’라고 해서 고정된 맵에서 같은 조건으로 시간 경쟁을 해서 랭킹 순위를 겨루는 것이다. 함께 순위, 시간 경쟁을 벌이게 되면 시간이 제법 걸릴 것이라 힘들고.

 

거기까지 나오면 출시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베타 출시 후 게임 서버를 연동해 점검도 할 것이다. 차량이나 코스 등 콘텐츠들도 붙이고. 그래서 최종적으로 외각에서 시작해 도심으로 이동해서 다시 외각으로 가는 다양한 지역의 탐험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략 베타 버전은 내년 봄이 될 것 같고, 내년 연말 정식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추가 차량이나, 지역 별 테마로 여러 패키지로 내도 될 것 같다. 여력이 된다면 컬래버레이션을 해도 좋을 것 같고.

 

각종 배리에이션은 향후 여건이 되는 대로 많은 가능성을 열어둘 것이다. 과거 코스와 차량도 ‘워프를 했더니 과거 뉴욕의 모습이더라’는 식으로 설정을 넣어도 되니까.

 


 

해외 버전 출시 계획은?

 

힘 닿는데까지 해보고 싶다. 최대한 많은 기기로 퍼져서 즐기게 하는 것이 목표다.

 

 

무료 버전에, 인앱 결제가 없다고 들었다. 수익 구조는 어떻게 되어 있나?

 

게임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재미있게 만드는 부분에 있어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인앱 결제를 넣지 않았다. 다양한, 더 많은 유저가 플레이 하게 만들고 싶은데, 인앱 결제를 넣으면 뭔가 저항감이 있지 않을까 싶다. 수익은 인앱 광고를 통해 얻도록 했다.

 

 

콘솔 같은 타 플랫폼 출시 계획은?

 

<SR 프로젝트>는 단순하면서 많은 경험을 해보게 하고 싶기 때문에 플랫폼 장벽이 적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여러 플랫폼에서 구동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다. 닌텐도 스위치의 경우, 어떤 퍼블리셔가 제안을 해주기는 했는데 잘 몰라서 잠시 보류한 상태다.

 

 

마지막으로 유저들에게 한 마디.

 

보여주신 관심에 대해 감사 드린다. 열심히 개발 중이다. 하루도 개발을 놓고 있지 않으므로 하나씩 좋아지고 있다. 잘 만들어서 좋은 게임으로 선보이겠다. 많은 기대 부탁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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