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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게임미술관](15) 덜컥 아트 총괄이 된 신인, 자라나는 씨앗 임희수 아티스트의 고민과 성장

너부 (김지현 기자) | 2019-04-29 10:29:04

디스이즈게임이 ‘게임미술관’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게임업계 금손 아티스트들을 소개합니다. 작품과 함께 작품의 목적과 작업 과정을 소개함으로써 유저들에게는 흥미로운 읽을 거리를, 지망생들에게는 참고가 될 자료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자라나는 씨앗은 <MazM: 지킬 앤 하이드>, <MazM: 오페라의 유령> 등 고전 문학 소재의 스토리텔링 게임을 만드는 개발사입니다. 원작을 기반으로 새로운 인물과 스토리, 신선한 관점으로 해석하는 등의 게임성을 인정받아 '2018 구글플레이 인디게임 페스티벌 TOP3', '2018 올해를 빛낸 혁신적인 게임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전통적인 비주얼 노벨류와는 차별화된 게임성뿐 아니라 원작 특유의 분위기를 돋보이게 해준 아트 역시 호평을 받은 요소 중 하나인데요. 오늘 소개할 임희수 아티스트는 자라나는 씨앗만의 화풍을 만들어낸 신예 아티스트입니다. 

 

자라나는씨앗 임희수 아티스트

 


#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신인 아티스트의 시행착오와 고민

 

임희수 아티스트가 자라나는 씨앗에 들어왔을 때 '아트'를 담당하는 사람은 그녀 혼자였습니다. 자라나는 씨앗의 초창기 멤버는 전부 더해 여섯 명. 작은 회사의 경우 큰 회사보다 갖춰진 게 적어 구성원 한 명이 해야 할 일도 무척 많습니다. 

아트 파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UI와 배경, 캐릭터 등 게임을 구성하는 모든 아트의 방향 설정부터 제작까지 도맡아야 했죠. 당시 임 아티스트의 게임업계 경력은 10개월. 경험 적은 신인 아티스트가 프로젝트의 아트 파트를 전부 이끌어야 했던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그녀가 느낀 부담은 엄청났습니다. 업계 경험이 적어 다른 분야를 포함한 프로젝트의 큰 그림을 살피는 것도 어색했고, 조언을 구할만한 선배 아티스트도 없었죠. 구성원들의 피드백과 도움은 있었지만 같은 아티스트가 주는 피드백에 비해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롯이 임 아티스트 혼자 고민해 작업해야 했던 경우가 다수였죠.

하지만 임 아티스트는 이런 부담에도 불구하고 '내 그림을 메인으로 세울 수 있는 점'에서 작은 기업의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짧은 경력의 아티스트가 자신의 그림이 중심이 된 게임을 만드는 것은 흔치 않은 기회였으니까요. 그래서 그녀는 여러 상황을 직접 겪으면서 자신만의 업무 방식을 견고히 만들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임희수 아티스트가 처음 작업한 자라나는씨앗의 <MazM: 지킬 앤 하이드>

임 아티스트는 작은 회사로 게임 업계에 입문한 신인 아티스트라면 '짧은 일정 안에 많은 것을 그릴 수 있는 작업 방식'을 가지길 강조했습니다.

평소 임 아티스트의 아트 스타일은 게임 속 화풍과 다소 다릅니다. 개인작을 그릴 때는 선을 많이 그어 그림에 무게감을 넣는 것을 선호하죠. 그리고 뿔이나 가면 같은 신비로운 소재와 정적인 느낌을 좋아해 색과 색 사이 경계를 부드럽게 하는 등 채색에도 공을 많이 들이는 등 전반적으로 섬세하게 작품을 만들어갑니다.

하지만 이런 작업 방식은 하나의 결과물을 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적은 인원이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는 소규모 게임사로서는 지양해야 할 작업 방식이죠.

그래서 임 아티스트는 회사에서만큼은 자신이 좋아하는 방식이 아닌 '적은 선과 단색'이 위주가 되는 '효율적인 방식의 아트 스타일로 작업합니다. 결과적으로 이전보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작업을 처리할 수 있었고, 업무 일정을 더욱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죠.

 

임희수 아티스트만의 화풍이 돋보이는 개인작

작업 방식을 바꿔 그린 <MazM: 지킬 앤 하이드> 삽화

임 아티스트는 게임의 방향성을 잡는 초기 단계에서 다른 게임과 애니메이션의 아트워크를 참고하곤 했는데요. 회사의 첫 작품인 <MazM: 지킬 앤 하이드>의 방향성을 잡은 이후에는 레퍼런스를 최대한 보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는 다른 작품에 영향을 받아 본인의 스타일이 사라지는 것을 피하기 위함이죠.

"<MazM: 지킬 앤 하이드> 출시 후 <돈스타브>와 아트가 비슷하다는 평을 받았었어요. 개발 초기에 라인 위주의 아웃풋을 가진 해외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레퍼런스를 많이 찾아봤는데 그 중 <돈스타브>의 타이틀 이미지도 있었거든요. 그런 평가가 나왔다는 건 결국 제가 저만의 스타일로 소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앞으로는 그런 평가를 받지 않도록 주의해야겠다고 다짐했죠."

이러한 임 아티스트의 고민은 현재진행형입니다. 함께 아트를 담당할 아티스트가 합류하면서 맡은 분야는 줄었지만, 영역이 쪼개진 만큼 특정 파트에 대한 더욱 섬세한 고민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스스로 생각해도 부족한 점들이 너무 많아서 걱정되지만 다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지금 닥친 것들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부딪혀보자'하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어요."

 

<MazM: 지킬 앤 하이드> SD 캐릭터

 

 

# 고민에서 얻은 2가지 답, 이야기에 대한 이해&키워드의 재해석

 

그렇다면 임희수 아티스트가 생각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구상하는 법은 무엇일까요. 임 아티스트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그리기 위해선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캐릭터의 성격, 과거사, 습관 등 캐릭터가 가진 이야기를 아티스트가 깊게 파악할수록 더욱 생동감 있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디자인할 수 있기 때문이죠. 자라나는 씨앗처럼 원작이 있는 작품이라면 기존의 이야기를 깊게 파악해야겠죠?

예를 들자면 <MazM: 지킬 앤 하이드>의 '어터슨'은 술을 좋아하지만 과음하지 않는 자신을 다스리는 엄격한 면모를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감정 표현은 서툴지만 주변 사람들을 아끼는 친절한 캐릭터죠. 이러한 성격을 토대로 어터슨을 그리자면 다소 냉철한 이미지와 격식을 차린 의상, 점잖은 표정과 움직임, 차분한 키 컬러(Key color) 등 캐릭터가 가진 이야기에 맞는 외형과 동작을 구상할 수 있죠.

이야기를 이해하면 캐릭터뿐 아니라 배경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데도 도움 됩니다. 대표적인 예가 어터슨의 집인데요. 겉으로는 무뚝뚝해 보이지만 속은 따뜻한 어터슨의 성격을 반영해 외관은 삭막하지만, 내부는 따뜻한 컨셉으로 그려졌다고 하네요.

 

<MazM: 지킬 앤 하이드>의 어터슨과 어터슨의 집 내부

단순히 이야기를 이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키워드'로 정의한 후 새로운 매력을 더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MazM: 오페라의 유령>의 여주인공 '크리스틴'은 원작이나 다른 2차 콘텐츠 속에서 긴 금발 여성으로 표현되곤 하는데요.

임 아티스트는 크리스틴이 가진 '몽상가' 기질에 주목해 새로운 매력을 더했습니다. 꿈을 꾸는 듯한 이미지를 외형으로 나타내기 위해 밤하늘 같은 푸른 빛과 반짝이는 표현을 머리카락 끝에 더했죠.

 

<MazM: 오페라의 유령> '크리스틴' 캐릭터 컨셉

키워드 자체를 재해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MazM: 지킬 앤 하이드>의 하이드가 대표적인 예인데요. 원작에서 하이드는 '체구가 작고 불쾌한 분위기, 혐오스러운 외형'이라고 묘사됐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한 2차 창작 콘텐츠에서도 하이드를 '유인원'에 가까운 외형으로 표현하곤 했죠.

반면 임 아티스트는 하이드의 '혐오스러운 외형'을 유인원 같은 외모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표현했습니다. 이는 당시 시대상에 대한 이해를 충분히 거친 덕분이라며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꼭 괴물 같은 얼굴이어야만 혐오스러울까?'라고 생각했어요. 기획자님과 시대상에 관해 얘기하던 중에 당시 런던 사람들은 명예와 예의를 중요시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그렇다면 머리와 손톱 정리가 안 된 모습도 그 당시에는 불쾌하고 혐오스러운 외형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MazM: 지킬 앤 하이드> '하이드' 캐릭터 컨셉

하지만 고전이라는 소재는 이미 다양한 콘텐츠로 재생산돼 왔습니다. 그렇다 보니 캐릭터에 대한 전형성이 어느 정도 부여된 편이죠. 이미 굳어진 캐릭터 이미지에 새로운 관점을 넣는 것은 아티스트 입장에서 다소 부담스러운 일일 수도 있는데요. 임 아티스트는 캐릭터의 핵심 특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창작자의 자유로운 해석이 들어가야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그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창작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시각을 반영하고 싶은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그린 '유인원' 같은 하이드는 상상이 안 되기도 하고요.(웃음) 기존에 묘사된 캐릭터를 따라가는 것보다는 제 시각에서 본 하이드의 모습을 그리는 게 더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어요."

 

<MazM: 지킬 앤 하이드> '지킬' 캐릭터 컨셉

 


 # 풍부한 아트 스타일을 위한 '좁은 시야' 걷어내기

 

임 아티스트는 입사 초 자신이 겪었던 문제를 언급하며 다양한 아트를 받아들이는 열린 시각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업계에 발을 들인 지 얼마 안 됐을 때의 임 아티스트는 자신의 아트 스타일을 고수하고, 취향을 벗어나면 관심 두지 않는 등 아트 스타일을 받아들이는 시각이 아주 좁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임 아티스트는 새로운 아트 스타일을 떠올리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취향에 맞는 아트만 참고하다 보니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작업 스타일에 한계가 생겼고, 완전히 신선한 스타일의 아트를 구사하기 힘들었죠.

"부끄럽지만 처음 업계에 발을 들였을 때 저는 제가 좋아하지 않는 아트 스타일에 대해 관심도 없었고 거부감이 매우 컸어요. 그런데 시야가 좁다 보니 게임을 낼 때마다 새로운 걸 시도해보고 싶어도 생각에 한계가 있더라고요. 지금은 그때보다는 다양한 아트에 매력을 느끼고 새로운 방식도 많이 시도하려고 고민하는 단계까지는 온 것 같아요. 아직 갈 길은 멀었지만요."

좁은 시야를 걷어내기 위한 임 아티스트 자신의 노력도 있었지만, 회사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데요. 자라나는 씨앗에서는 금요일마다 2시간, 팀원들이 모여 게임을 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임 아티스트는 이 시간을 통해 평소 접하지 못했던 인디 게임들을 마주하게 됐고, 이를 통해서도 아트를 받아들이는 시야를 넓혔습니다.

"대표님과 디렉터님은 지금도 계속 업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계세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적은 인력에서 오는 단점을 생각하기보다는 저도 제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만큼 해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 "업계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자신의 아트 스타일 깎아내리지 말 것"

 

다양한 고민을 해결할 자신만의 정답을 찾고 있는 임 아티스트. 그 과정에는 여러 번의 슬럼프도 있었습니다.

"예전에 게임 원화 학원을 다닐 때 '이렇게 그리면 게임회사 취업 못 한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림 실력도 중요하지만 '게임 원화는 이래야 해'라는 기준이 있었거든요. 정해진 틀이 있다는 거부감 때문에 학원을 그만두고 혼자 그림을 배웠어요. 그런데 제 화풍은 업계가 선호하는 스타일이 아니여서 취직이 힘들었죠. 그러다 보니 자존감도 많이 낮아지고 남과 비교도 하고 제 그림은 '안되는 스타일'이라고도 생각했었죠."

많은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부담감과 고된 일정에도 임 아티스트가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성취감'입니다. 학생 시절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 2'를 보고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컨셉 아티스트들처럼 큰 프로젝트의 구성원이 돼 멋진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그녀의 꿈입니다.

"게임을 출시할수록 욕심도 많아졌고 부족한 저를 보면서 실망도 많이 했어요. 그렇지만 프로젝트를 마쳤을 때 찾아오는 이겨냈다는 느낌과 성취감을 위해 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임 아티스트는 "내가 그리는 아트 스타일이 그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깎아내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며 게임업계 취업을 준비하는 지망생들을 위한 격려의 한 마디를 남겼습니다.

아래는 자라나는 씨앗 임희수 아티스트의 개인작입니다. 

 





디스이즈게임이 ‘게임미술관’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게임업계 금손 아티스트들을 소개합니다. 작품과 함께 작품의 목적과 작업 과정을 소개함으로써 유저들에게는 흥미로운 읽을 거리를, 지망생들에게는 참고가 될 자료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자라나는 씨앗은 <MazM: 지킬 앤 하이드>, <MazM: 오페라의 유령> 등 고전 문학 소재의 스토리텔링 게임을 만드는 개발사입니다. 원작을 기반으로 새로운 인물과 스토리, 신선한 관점으로 해석하는 등의 게임성을 인정받아 '2018 구글플레이 인디게임 페스티벌 TOP3', '2018 올해를 빛낸 혁신적인 게임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전통적인 비주얼 노벨류와는 차별화된 게임성뿐 아니라 원작 특유의 분위기를 돋보이게 해준 아트 역시 호평을 받은 요소 중 하나인데요. 오늘 소개할 임희수 아티스트는 자라나는 씨앗만의 화풍을 만들어낸 신예 아티스트입니다. 

 

자라나는씨앗 임희수 아티스트

 


#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신인 아티스트의 시행착오와 고민

 

임희수 아티스트가 자라나는 씨앗에 들어왔을 때 '아트'를 담당하는 사람은 그녀 혼자였습니다. 자라나는 씨앗의 초창기 멤버는 전부 더해 여섯 명. 작은 회사의 경우 큰 회사보다 갖춰진 게 적어 구성원 한 명이 해야 할 일도 무척 많습니다. 

아트 파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UI와 배경, 캐릭터 등 게임을 구성하는 모든 아트의 방향 설정부터 제작까지 도맡아야 했죠. 당시 임 아티스트의 게임업계 경력은 10개월. 경험 적은 신인 아티스트가 프로젝트의 아트 파트를 전부 이끌어야 했던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그녀가 느낀 부담은 엄청났습니다. 업계 경험이 적어 다른 분야를 포함한 프로젝트의 큰 그림을 살피는 것도 어색했고, 조언을 구할만한 선배 아티스트도 없었죠. 구성원들의 피드백과 도움은 있었지만 같은 아티스트가 주는 피드백에 비해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롯이 임 아티스트 혼자 고민해 작업해야 했던 경우가 다수였죠.

하지만 임 아티스트는 이런 부담에도 불구하고 '내 그림을 메인으로 세울 수 있는 점'에서 작은 기업의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짧은 경력의 아티스트가 자신의 그림이 중심이 된 게임을 만드는 것은 흔치 않은 기회였으니까요. 그래서 그녀는 여러 상황을 직접 겪으면서 자신만의 업무 방식을 견고히 만들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임희수 아티스트가 처음 작업한 자라나는씨앗의 <MazM: 지킬 앤 하이드>

임 아티스트는 작은 회사로 게임 업계에 입문한 신인 아티스트라면 '짧은 일정 안에 많은 것을 그릴 수 있는 작업 방식'을 가지길 강조했습니다.

평소 임 아티스트의 아트 스타일은 게임 속 화풍과 다소 다릅니다. 개인작을 그릴 때는 선을 많이 그어 그림에 무게감을 넣는 것을 선호하죠. 그리고 뿔이나 가면 같은 신비로운 소재와 정적인 느낌을 좋아해 색과 색 사이 경계를 부드럽게 하는 등 채색에도 공을 많이 들이는 등 전반적으로 섬세하게 작품을 만들어갑니다.

하지만 이런 작업 방식은 하나의 결과물을 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적은 인원이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는 소규모 게임사로서는 지양해야 할 작업 방식이죠.

그래서 임 아티스트는 회사에서만큼은 자신이 좋아하는 방식이 아닌 '적은 선과 단색'이 위주가 되는 '효율적인 방식의 아트 스타일로 작업합니다. 결과적으로 이전보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작업을 처리할 수 있었고, 업무 일정을 더욱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죠.

 

임희수 아티스트만의 화풍이 돋보이는 개인작

작업 방식을 바꿔 그린 <MazM: 지킬 앤 하이드> 삽화

임 아티스트는 게임의 방향성을 잡는 초기 단계에서 다른 게임과 애니메이션의 아트워크를 참고하곤 했는데요. 회사의 첫 작품인 <MazM: 지킬 앤 하이드>의 방향성을 잡은 이후에는 레퍼런스를 최대한 보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는 다른 작품에 영향을 받아 본인의 스타일이 사라지는 것을 피하기 위함이죠.

"<MazM: 지킬 앤 하이드> 출시 후 <돈스타브>와 아트가 비슷하다는 평을 받았었어요. 개발 초기에 라인 위주의 아웃풋을 가진 해외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레퍼런스를 많이 찾아봤는데 그 중 <돈스타브>의 타이틀 이미지도 있었거든요. 그런 평가가 나왔다는 건 결국 제가 저만의 스타일로 소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앞으로는 그런 평가를 받지 않도록 주의해야겠다고 다짐했죠."

이러한 임 아티스트의 고민은 현재진행형입니다. 함께 아트를 담당할 아티스트가 합류하면서 맡은 분야는 줄었지만, 영역이 쪼개진 만큼 특정 파트에 대한 더욱 섬세한 고민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스스로 생각해도 부족한 점들이 너무 많아서 걱정되지만 다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지금 닥친 것들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부딪혀보자'하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어요."

 

<MazM: 지킬 앤 하이드> SD 캐릭터

 

 

# 고민에서 얻은 2가지 답, 이야기에 대한 이해&키워드의 재해석

 

그렇다면 임희수 아티스트가 생각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구상하는 법은 무엇일까요. 임 아티스트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그리기 위해선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캐릭터의 성격, 과거사, 습관 등 캐릭터가 가진 이야기를 아티스트가 깊게 파악할수록 더욱 생동감 있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디자인할 수 있기 때문이죠. 자라나는 씨앗처럼 원작이 있는 작품이라면 기존의 이야기를 깊게 파악해야겠죠?

예를 들자면 <MazM: 지킬 앤 하이드>의 '어터슨'은 술을 좋아하지만 과음하지 않는 자신을 다스리는 엄격한 면모를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감정 표현은 서툴지만 주변 사람들을 아끼는 친절한 캐릭터죠. 이러한 성격을 토대로 어터슨을 그리자면 다소 냉철한 이미지와 격식을 차린 의상, 점잖은 표정과 움직임, 차분한 키 컬러(Key color) 등 캐릭터가 가진 이야기에 맞는 외형과 동작을 구상할 수 있죠.

이야기를 이해하면 캐릭터뿐 아니라 배경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데도 도움 됩니다. 대표적인 예가 어터슨의 집인데요. 겉으로는 무뚝뚝해 보이지만 속은 따뜻한 어터슨의 성격을 반영해 외관은 삭막하지만, 내부는 따뜻한 컨셉으로 그려졌다고 하네요.

 

<MazM: 지킬 앤 하이드>의 어터슨과 어터슨의 집 내부

단순히 이야기를 이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키워드'로 정의한 후 새로운 매력을 더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MazM: 오페라의 유령>의 여주인공 '크리스틴'은 원작이나 다른 2차 콘텐츠 속에서 긴 금발 여성으로 표현되곤 하는데요.

임 아티스트는 크리스틴이 가진 '몽상가' 기질에 주목해 새로운 매력을 더했습니다. 꿈을 꾸는 듯한 이미지를 외형으로 나타내기 위해 밤하늘 같은 푸른 빛과 반짝이는 표현을 머리카락 끝에 더했죠.

 

<MazM: 오페라의 유령> '크리스틴' 캐릭터 컨셉

키워드 자체를 재해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MazM: 지킬 앤 하이드>의 하이드가 대표적인 예인데요. 원작에서 하이드는 '체구가 작고 불쾌한 분위기, 혐오스러운 외형'이라고 묘사됐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한 2차 창작 콘텐츠에서도 하이드를 '유인원'에 가까운 외형으로 표현하곤 했죠.

반면 임 아티스트는 하이드의 '혐오스러운 외형'을 유인원 같은 외모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표현했습니다. 이는 당시 시대상에 대한 이해를 충분히 거친 덕분이라며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꼭 괴물 같은 얼굴이어야만 혐오스러울까?'라고 생각했어요. 기획자님과 시대상에 관해 얘기하던 중에 당시 런던 사람들은 명예와 예의를 중요시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그렇다면 머리와 손톱 정리가 안 된 모습도 그 당시에는 불쾌하고 혐오스러운 외형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MazM: 지킬 앤 하이드> '하이드' 캐릭터 컨셉

하지만 고전이라는 소재는 이미 다양한 콘텐츠로 재생산돼 왔습니다. 그렇다 보니 캐릭터에 대한 전형성이 어느 정도 부여된 편이죠. 이미 굳어진 캐릭터 이미지에 새로운 관점을 넣는 것은 아티스트 입장에서 다소 부담스러운 일일 수도 있는데요. 임 아티스트는 캐릭터의 핵심 특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창작자의 자유로운 해석이 들어가야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그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창작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시각을 반영하고 싶은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그린 '유인원' 같은 하이드는 상상이 안 되기도 하고요.(웃음) 기존에 묘사된 캐릭터를 따라가는 것보다는 제 시각에서 본 하이드의 모습을 그리는 게 더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어요."

 

<MazM: 지킬 앤 하이드> '지킬' 캐릭터 컨셉

 


 # 풍부한 아트 스타일을 위한 '좁은 시야' 걷어내기

 

임 아티스트는 입사 초 자신이 겪었던 문제를 언급하며 다양한 아트를 받아들이는 열린 시각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업계에 발을 들인 지 얼마 안 됐을 때의 임 아티스트는 자신의 아트 스타일을 고수하고, 취향을 벗어나면 관심 두지 않는 등 아트 스타일을 받아들이는 시각이 아주 좁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임 아티스트는 새로운 아트 스타일을 떠올리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취향에 맞는 아트만 참고하다 보니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작업 스타일에 한계가 생겼고, 완전히 신선한 스타일의 아트를 구사하기 힘들었죠.

"부끄럽지만 처음 업계에 발을 들였을 때 저는 제가 좋아하지 않는 아트 스타일에 대해 관심도 없었고 거부감이 매우 컸어요. 그런데 시야가 좁다 보니 게임을 낼 때마다 새로운 걸 시도해보고 싶어도 생각에 한계가 있더라고요. 지금은 그때보다는 다양한 아트에 매력을 느끼고 새로운 방식도 많이 시도하려고 고민하는 단계까지는 온 것 같아요. 아직 갈 길은 멀었지만요."

좁은 시야를 걷어내기 위한 임 아티스트 자신의 노력도 있었지만, 회사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데요. 자라나는 씨앗에서는 금요일마다 2시간, 팀원들이 모여 게임을 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임 아티스트는 이 시간을 통해 평소 접하지 못했던 인디 게임들을 마주하게 됐고, 이를 통해서도 아트를 받아들이는 시야를 넓혔습니다.

"대표님과 디렉터님은 지금도 계속 업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계세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적은 인력에서 오는 단점을 생각하기보다는 저도 제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만큼 해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 "업계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자신의 아트 스타일 깎아내리지 말 것"

 

다양한 고민을 해결할 자신만의 정답을 찾고 있는 임 아티스트. 그 과정에는 여러 번의 슬럼프도 있었습니다.

"예전에 게임 원화 학원을 다닐 때 '이렇게 그리면 게임회사 취업 못 한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림 실력도 중요하지만 '게임 원화는 이래야 해'라는 기준이 있었거든요. 정해진 틀이 있다는 거부감 때문에 학원을 그만두고 혼자 그림을 배웠어요. 그런데 제 화풍은 업계가 선호하는 스타일이 아니여서 취직이 힘들었죠. 그러다 보니 자존감도 많이 낮아지고 남과 비교도 하고 제 그림은 '안되는 스타일'이라고도 생각했었죠."

많은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부담감과 고된 일정에도 임 아티스트가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성취감'입니다. 학생 시절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 2'를 보고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컨셉 아티스트들처럼 큰 프로젝트의 구성원이 돼 멋진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그녀의 꿈입니다.

"게임을 출시할수록 욕심도 많아졌고 부족한 저를 보면서 실망도 많이 했어요. 그렇지만 프로젝트를 마쳤을 때 찾아오는 이겨냈다는 느낌과 성취감을 위해 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임 아티스트는 "내가 그리는 아트 스타일이 그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깎아내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며 게임업계 취업을 준비하는 지망생들을 위한 격려의 한 마디를 남겼습니다.

아래는 자라나는 씨앗 임희수 아티스트의 개인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