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스웨덴에서 만든 2D 다크소울? "드리븐 아웃, 왜 만드셨나요?"

백야차 (박준영) | 2019-07-05 11: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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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 공격 패턴과 리듬을 파악하고 빈틈을 노려 공격하는 게임. 노 페스트 프로덕션(No Pest Productions)에서 만든 <바스타드 테일>과 <드리븐 아웃>에서 이를 지키지 않는다면 주인공은 싸늘한 주검이 되어버린다.

 

유저들에게 "하드코어 액션과 리듬 요소를 잘 살렸다", "2D 버전 <다크소울>이 만들어진다면 이런 느낌일 것이다"라는 호평을 받는 <바스타드 테일>과 <드리븐 아웃>. 두 게임은 직접 플레이하는 유저들은 물론 유튜브 등 인터넷 방송을 통해서도 유명세를 타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촘촘하게 수놓아진 도트 그래픽과 방심할 수 없는 전투를 구현한 게임. 노 페스트 프로덕션은 왜 이렇게 만들기도 클리어도 어려운 게임을 만드는 걸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자에게 직접 물어봤다. /디스이즈게임 박준영 기자

 

'노 페스트 프로덕션' 젠스 콜해머

 

디스이즈게임: 먼저, 본인 소개를 부탁합니다.

 

젠스 콜해머: 안녕하세요. 젠스 콜해머(Jens Kolhammar)입니다. 현재 스웨덴에서 게임을 만들고 있습니다.

 

 

노 페스트 프로덕션은 어떤 회사인가요?

 

쉽게 말하자면 '제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노 페스트 프로덕션이 만드는 게임은 유저에게 신중함을 요하는 전투가 있고 다양한 적이 등장하는 액션 게임입니다. 특히, 제가 만드는 게임은 유저들에게 잠깐의 쉴 시간도 제공하지 않지요.

 

 

1인 개발로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개발은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사실 저는 본래 게임 개발자는 아니고 별도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게임 개발은 아이들이 잠들고 나면 시작하는 열정적인 프로젝트 중 하나입니다. 게임 개발을 시작한 건 지금으로부터 6년 전입니다. 다소 뜬금없이 개발을 시작했다 싶을 수 있는데, 이를 시작한 이유는 '게임 개발'이라는 일이 재밌는 일인지 직접 경험해보고 싶어 확인차 시작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재미 삼아 시작한 게임 개발이었지만,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프로그래밍'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인지 일을 시작한 이후 멈출 수가 없었지요. 제가 프로그래밍을 좋아하는 이유는 내 노력을 빠르고 명확하게 시각적으로 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프로그래밍의 이런 점은 제게 엄청난 보상을 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발매한 <바스타드 테일>은 물론, 이번에 데모를 선보인 <드리븐 아웃>은 특유의 도트 그래픽과 게임성 등으로 전 세계 유저들에게 호평 받았습니다. 게임 그래픽을 이와 같이 구현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픽셀 아트(도트 그래픽)는 내 생각을 가장 쉽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라 판단해 사용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픽셀 아트라는게 배우면 배울수록 어려워지더군요. 어렵기는 했지만 그와 동시에 한층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픽셀 아트가 이처럼 만들기도 배우기도 어렵고 제작 시간 역시 많이 걸리는 탓에 비주얼 표현에서 다른 스타일을 선택하는 게 게임 개발에 있어 훨씬 쉬운 길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픽셀 아트로 표현한 도트 그래픽 게임이 보여주는 특유의 느낌이 좋기에 다른 스타일을 택하는 일이 어렵더라고요.

 

 

두 작품은 특유의 긴장감 넘치는 근접전과 어려운 난이도로도 화제가 됐습니다. 게임 소재에 있어 이런 부분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게임 난이도를 어렵게 한 이유는 전투를 보다 흥미롭게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게임을 만들면서 원하는 방향이 있었다면 유저들이 현재 싸우고 있는 적에게서 일종의 '관계'(Relationship)를 느꼈으면 했습니다. 이를 위해 적들에게 다양한 무브셋을 넣어 여러 방면으로 이들을 공략할 수 있게 했고, 근접전을 구현한 이유 역시 이 때문입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드리븐 아웃>은 <바스타드 테일>보다 난이도 측면에서 쉽게 느껴지도록 만들었습니다. 게임은 적 움직임과 공격을 파악하면서도 <바스타드 테일>보다는 쉽습니다.

 

2015년 출시작 <바스타드 테일>
2019년 출시 예정작 <드리븐 아웃>. 게임은 현재 데모 버전이 공개된 상태다

<바스타드 테일>은 언뜻 보면 간단한 게임으로 보일 수 있지만, 적 공격 패턴을 파악하고 공격을 막아낸 뒤 반격해야하는 등 전투 난이도가 높습니다. 이런 요소를 가진 <바스타드 테일>을 기획하고 개발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바스타드 테일>은 본래 각기 다른 부위 3개를 막아내는 단순한 아이디어를 발전시킨 결과물입니다. 이 아이디어를 생각했을 때 까지만 하더라도 <포 아너>가 발표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바스타드 테일> 개발 초기만 하더라도 내 아이디어가 독창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웃음)

 

<바스타드 테일> 게임 스토리는 주인공이 선인지 악인지 표현되지 않는 모호한 이야기를 전하는데 이 역시 의도한 부분입니다. 작품에서 유저는 스스로가 '좋은 사람'인지 혹은 '나쁜 사람'인지를 결정하고 진행해야 합니다.

 

 

<바스타드 테일> 유저 피드백 중 난이도가 너무 높아 클리어가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이처럼 유저가 클리어하기 어려운 게임을 만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내가 게임을 만들면서 지키는 기본 자세가 있다면 '무조건 어려운 난관'을 만들기보다는 '흥미로운 전투'를 구현하는 것입니다. <바스타드 테일>에는 적 공격을 막을 수 있는 버튼이 3개 구현되어 있는데, 만약 내가 <바스타드 테일> 막기 버튼을 하나로 통일한다면 게임은 분명 쉽겠지만 흥미롭거나 재밌지는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다만, 나는 여전히 <드리븐 아웃>을 <바스타드 테일>에 비하면 쉽게 클리어할 수 있도록 만들고자 합니다. <드리븐 아웃>은 유저가 클리어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릴 수는 있지만, 플레이 한 모든 유저가 게임을 끝낼 수 있도록 만들고자 합니다.

 

개인적으로 게임에서 좋아하는 요소 중 하나가 적 캐릭터를 연구하고 그들이 행하는 공격을 파악하는 부분입니다. 이런 요소는 <바스타드 테일>과 <드리븐 아웃>에서도 등장하는데, 유저는 적들이 행하는 공격을 파악하고 이에 맞춰 공격해야 합니다. 게임 속 적들의 공격은 다양하고 화려한데 비해 주인공 공격은 꽤 담백하게 보이는데, 이 부분 역시 <바스타드 테일>이나 <드리븐 아웃>이 주인공이 아닌 적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 유저들은 게임이 너무 어려운 탓에 '유저 플레이 타임을 배려하지 않는다'라고 의견을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 내 생각은 정반대입니다. 유저가 게임에 집중하고 뭔가를 배워나간다면 여기서 얻는 '경험'에서 나오는 보람은 훨씬 더 크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차기작인 <드리븐 아웃> 데모 버전이 지난 5월 스팀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드리븐 아웃>은 어떤 게임인가요?

 

<드리븐 아웃>은 필연적으로 싸울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어느 평범한 농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이번 작품을 만들며 주인공을 '전문적으로 훈련 받지 못한 캐릭터'로 선택한 이유는 <드리븐 아웃> 전투를 앞서 발매한 <바스타드 테일>보다 느리게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드리븐 아웃>은 유저들이 적 패턴과 변화를 주목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30종류 이상 독특한 적이 등장합니다.

 

 

<드리븐 아웃>은 도트 그래픽과 사이드스크롤 액션이라는 특징 때문에 언뜻 보면 <바스타드 테일>과 비슷해보입니다. 게임성에 있어 <드리븐 아웃>과 <바스타드 테일>간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요?

 

가장 큰 차이라 한다면 공격 방식입니다. <바스타드 테일>은 위-왼쪽-오른쪽 공격을 가했다면, <드리븐 아웃>은 상단-중단-하단 공격을 가하죠. 공격 방식이 바뀐 이유는 <바스타드 테일> 유저 피드백 중 '왼쪽과 오른쪽 공격 구분이 어렵다'는 내용 때문이었습니다. 수 차례 강조하고 있지만 나는 <드리븐 아웃>을 <바스타드 테일>보다 쉬운 게임으로 만들고자 했고, 게임을 접한 유저들이 꼭 클리어 했으면 합니다.

 

<드리븐 아웃>은 공격 변화뿐 아니라 독특한 체크포인트 시스템이 등장합니다. 주인공 농부는 게임 초반 또 하나의 자신을 만들어내는 마법 장치를 발견합니다. 이는 체크포인트인데, 유저는 언제라도 원하는 지점에 체크포인트를 설치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해당 체크포인트는 적 공격에 의해 파괴되기 때문에 공격을 받지 않게 보호해야 합니다.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드리븐 아웃>이 <바스타드 테일>과 같은 세계관이냐는 의견이 있습니다. 물론 <드리븐 아웃> 세계가 큰 세계이긴 하지만, 두 세계관은 별개 세계관입니다.

 

 

현재 <드리븐 아웃>은 어느 정도 단계까지 개발됐는나요? 더불어, 연내 출시를 목표로 한다고 했는데 출시일은 언제즈음으로 생각하시나요?

 

<드리븐 아웃>은 현재 95%정도 개발됐다고 할 수 있고, 포팅과 버그 테스트가 남아있습니다. 이 부분이 어떻게 진행되냐에 따라 출시 시기 역시 조정되기 때문에 아직 출시일을 확답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최대한 빨리 좋은 소식을 전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앞으로 더 시도하고 싶은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현재 차기작 3개를 구상중에 있습니다. 언젠가는 3D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다만, 주로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2D 전투 시스템에 대한 부분이기 때문에 이를 3D로 만들기에는 시간도 없고 전환도 어려울 것 같군요.

 

 

게임 개발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현재 나는 본업이 따로 있고 게임 개발은 파트 타임으로 하는 취미 활동 수준이라 성공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나는 프로그래밍 자체가 재밌었고 '재밌는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일을 계속하는 것도 쉬웠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게임 개발을 꿈꾸는 사람이 있다면 "그냥 한 번 해봐"라고 제안하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한국 팬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나는 가끔 <바스타드 테일>을 구글에 검색해 관련 영상을 찾아보곤 합니다. 그런데 어느날부터인가 한국에서 정말 잘 만들어진 <바스타드 테일> 플레이 영상들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이를 시청하는 일이 정말 즐거웠습니다. 영상 내용이나 댓글들은 스웨덴에 있는 한국인 친구들이 해석해줬지요.

 

이처럼 게임을 플레이하는 영상이 늘어나면서 한국에서도 <바스타드 테일>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덕분에 <드리븐 아웃> 개발에 필요한 픽셀 아티스트를 고용할 수 있었습니다. <드리븐 아웃>이 나오기까지 한국 유저들의 덕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 한국에 큰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드리븐 아웃>은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니 기대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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