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카드뉴스] 이 게임이 국가의 자부심이라 불리는 이유

너부 (김지현) | 2017-07-31 18: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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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탄압과 제재는 게임과 게임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이야기죠. 하지만 오늘 소개할 이야기는 우리의 생각을 한 단계 뛰어넘는 이야기입니다. 냉소적인 시선과 척박한 경제환경에 굴하지 않고 게임을 개발해 온 한 개발사. 개발비 부족과 부도의 위기 끝에 결실을 본 그들의 첫 작품은 국민, 나아가 국가를 변화시켰습니다. /디스이즈게임 김지현 기자

 

 

 


게임을 합법적으로 살 수 있는 곳은 보기 드물었고
정품 게임 하나를 사는 데는 수 십만 원이 들었다.
패키지 판매량의 절반은 불법 게임이었고, 국민의 저작권 인식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경제 위기를 막 벗어나고 있던 2000년의 폴란드는 게임 산업이 성장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폴란드 시장에서 첫 게임의 출시를 앞둔 한 개발사가 있었다. 15명에서 시작한 회사는 100명으로 늘어났고, 증폭된 아이디어를 하나로 뭉치는 작업은 몹시 고됐다. 세 번에 걸쳐 줄이고 줄여, 5년의 개발 끝에 마무리 된 그들의 첫 작품.

 

<더 위쳐>

몰입감 있는 스토리와 방대한 세상, 신선한 전투 시스템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폴란드 판타지 소설 원작의 액션 RPG. 부족한 개발비로 인해 오로지 PC판으로 출시한 그들의 게임은 IT 불모지로 불리던 폴란드가 전 세계의 이목을 받도록 만들었다. 

<더 위쳐>는 PC판 독점 발매임에도 불구하고 무려 100만 장의 판매량을 달성했다. 작은 나라 폴란드가 이룩한 믿기지 않는 성과. 더 위쳐의 성공은 세계뿐만 아니라 폴란드에도 적잖은 충격을 주었고 그 충격은 국가와 국민을 조금씩 변하게 했다. 

"우리는 위쳐의 나라야. 복제판을 살 수는 없지."


<더 위쳐>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자 국민에게 싹트기 시작한 게임에 대한 자긍심. 그 이유 때문인지 정품 구매율이 증가하면서 소프트웨어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던 불법 복제 시장은 점점 시들어갔다. 

 

게임 시장에 냉소적이었던 폴란드 정부 역시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더 위쳐 제작 당시 부도 위기에 처할 정도로 심각한 재정문제를 앓고 있던 위쳐의 개발사 'CD 프로젝트 레드'.

 

정부는 또 한 번 <더 위쳐>같은 명작이 탄생하길 원했고, 차기작 개발까지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게임 산업을 자국의 원동력으로 삼고자 한 폴란드는 개발사들에 매년 1억 9,100만 즈워티를 지원. (한화로 약 324억). CD 프로젝트 레드를 중심으로 게임 산업을 폴란드의 기둥 산업으로 만들었다. 

 

<위쳐>로 인해 시작된 정부의 지원은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게임들의 탄생으로 이어졌고, 그 중에는 전 세계가 인정하는 명작 타이틀로 자리매김한 작품들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폴란드 게임 시장은 단기간에 유럽 2위의 규모로 성장. 가장 크게 기여한 CD 프로젝트 레드는 설립 15년이 지난 지금 유럽 성장 기업 순위 66위를 기록했으며, 2013년에는 그 공을 인정받아 대통령 훈장과 기사 작위를 수여 받았다. 

IT 산업 불모지였던 폴란드라는 땅에서 기적같이 태어난 <더 위쳐>는 게임 산업을 국가 산업의 기둥으로 만들었으며, 국민과 정부가 가지고 있던 게임에 대한 인식을 철저히 새롭게 확립했다. 

 

<위쳐>는 폴란드에 있어 단순한 게임이 아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피워낸 '기적'이자, 국가를 변화시킨 '원동력', 그리고 그들이 이어나가야 할 '국가의 자긍심'이다. 

 

2011년 5월, 폴란드를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은 이례 없던 아주 특별하고 독특한 선물을 받는다. 타국의 원수가 방문했을 때 자국을 대표하는 물건을 선물하는 것은 일종의 관례. 이후 오바마 대통령은 폴란드를 다시 방문했을 때, 그가 받았던 특별한 선물에 대해 언급했다.

"이 게임은 세계에서 폴란드의 위치를 보여주는 대단한 예라고 들었습니다. 폴란드 국민의 재능과, 폴란드 리더들의 현명함을 보여주기도 하죠. 비록 제가 비디오 게임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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