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카드뉴스] 임요환이 눈을 가리고 스타크래프트를 플레이했던 이유

찰스 (황찬익) | 2017-06-05 10:3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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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 <스타크래프트>의 열기는 대단했습니다. 거의 모든 게이머가 플레이 했었고, 리그는 관심의 대상이었죠. 그런 시기에 최고의 테란 플레이어로 자리잡았던 임요환 선수의 인기는 굉장했습니다. 어지간한 유명인보다 훨씬 유명했죠.

 

그런데 이 시기, 전성기의 임요환이 딱 한번, 눈을 가리고 <스타크래프트> 경기에 나간 적 있다고 합니다. 최고의 선수였던 임요환이 왜 그런 경기를 해야했던 걸까요? 다음 카드뉴스로 함께 알아보시죠. / 디스이즈게임 황찬익 기자


 

 

임요환이 눈을 가리고 스타크래프트를 플레이했던 이유

 

게임 시작 후 3분간 눈을 가리고,

이후에도 내내 미니맵을 봐서는 안되는

이상한 룰

 

도대체 임요환은 왜 이런 경기를 해야했던 걸까?

 

그 이유는 보다 예전인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4년 전, 종로의 어느 고등학교


당시 고등학생 사이에 가장 인기있는 화제는 역시 ‘스타’였다

 

“야 그거 알아? 스타가 진짜 재밌대. 요새 애들 거의 다 한대.”


이 한 마디는, 당시 고 1이었던 이민석 군에게 흥미를 가지게하기 충분했다.

 

집에 돌아온 이 군은 스타에 대해 이것 저것 알아보고

플레이하고 싶어했지만 그러기에는 한 가지 큰 난관이 있었다.


그건 바로

 

이 군의 두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시각장애인이었던 이민석 군이 다니는 학교는 서울맹학교였다.

친구들 역시 눈이 보이지 않았기에, ‘스타’를 해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저, ‘재미있다더라’는 말을 듣고 짐작할 뿐.

 

하지만 이민석 군은 그 유명한 ‘스타’가 얼마나 재미있을지 너무 궁금했다.

그 날부터 이 군은

 

매일 3시간씩,  

점자를 통해 게임에 등장하는 모든 건물과 유닛 지정 단축키를 전부 외우고

 

유닛 위치와 숫자를 파악할 수 있도록

게임 속에 등장하는 모든 소리를 구별해서 기억했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6개월 내내 혼자

 

그 결과, 이민석 군은 소리만 듣고 스타크래프트를 플레이 할 수 있게 됐고

 

심지어는 비장애인을 상대로 여러차례 승리하기도 했다.  

 

이처럼 흔치 않은 이민석 군의 실력은

세간에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고

 

스타를 좋아하던 이 군 역시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플레이할 수 있어서 기뻐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군에게 걸려온 전화.


“괜찮으시다면, 저희가 주최하는 스타 대결에 참가해주시겠어요?”


이렇게 물어본 회사는

 

북미 블리자드 본사였고


이 군과 대결할 스타크래프트 플레이어는

 

임요환이었다.


소식을 들은 이 군은 정말 기뻤다고 한다.

 

그렇게 이루어지게 된 가슴 뛰는 대결.

 

임요환은 실력 차이와 이민석 군의 상황을 고려.

초반 3분은 눈을 가리고,

게임 내내 미니맵 없이 경기에 임했다.

 

핸디캡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팽팽한 접전을 벌이던 두 사람의 대결.


40분에 달하는 경기 끝에, 이민석 군은 임요환에게 패했지만

 

경기 직후 임요환은 이 군의 실력에 정말 놀랐다고 한다.

 

“경기내내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사실 눈이 보이는 거 아닌가 싶기도 했고, 농락당하는 기분이었다.”

 

시합이 끝난 뒤, 두 사람은 손을 부여잡고 서로의 실력을 칭찬했다.

 

그런데 이것은 비단 이민석 군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처럼 게임을 즐기고, 좋아하는 장애인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

 

지난 4월, 네덜란드의 어느 시각장애인 게이머는

<스트리트 파이터 5> 대회에서 비장애인을 상대로 승리한 바 있다.

 

출시 이후 26년간 줄곧 플레이해온, <스트리트 파이터>에  대한 애정 덕분이었다.


사실, 네덜란드처럼 멀리 갈 것도 없다.   

 

지난 2005년 이후 12년째 계속 열리고 있는 전국장애학생 e스포츠대회

 

매년 천 명이 넘는 장애학생들이 전국에서 모여 게임실력을 겨룬다.

 

이제는 시간이 흘러,

전국장애학생 e스포츠대회에 해설위원으로 참가하게  된

이민석 씨는 이렇게 말했다.


“스타크래프트는 나에게 세상을 향한 출구였다.

누군가 다가오길 기다리지 않고, 먼저 세상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언젠가는 장애인 누구나 온라인 게임을 즐기고,

게임을 업으로 삼는 장애인을 보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이들이 게임을 좋아하고 즐기는 마음은

우리와 조금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똑같습니다.”

- 2010년 장애학생e스포츠대회, 장애 학생도 평소 게임을 많이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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