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중국 비판했다가 게임에서 '검열삭제' 당한 메수트 외질

우티 (김재석) | 2019-12-19 15: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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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이즈가 축구 게임 <e football PES 2020>(위닝일레븐 시리즈, 이하 PES 2020)에서 EPL 아스날의 간판 스타 메수트 외질(Mesut Özil)을 삭제했다. 14일, 넷이즈는 <PES 2020> 웨이보를 통해 "외질을 게임에서 삭제하겠다"라고 밝혔다. 명문 구단 아스날을 대표하는 선수가 게임에서 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주, 외질은 자신의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에 터키어로 "중국에서 쿠란이 불태워지고 모스크가 폐쇄되고 종교학자들은 살해되고 있는데 무슬림들은 침묵하고 있다"고 중국 정부를 비판했다. 위구르족을 향해서는 "박해에 저항하는 전사들"이라며 지지의 뜻을 보냈다. 터키계 독일 이민자인 외질은 무슬림으로 "내 심장 하나는 독일, 하나는 터키"라고 말할 정도로 자신의 무슬림 정체성을 강하게 가진 선수다.

 

웨이보에 올라온 <PES 2020> 공지사항

 

외질 인스타그램 캡쳐

  

외질이 자신의 포스트 서두에 '신장 위구르 자치구'가 아닌 '동 투르케스탄(Doğu Türkistan)'을 썼다. 동 투르케스탄은 독립을 요구하는 위구르족이 자신의 영토를 일컬을 때 쓰는 표현이기도 하다. 

 

외질의 글에 중국 외교부는 강경 대응했다. 대변인 겅솽(耿爽)은 "외질이 신장을 가봤는지는 잘 모르지만 가짜뉴스에 눈먼 듯하다"라며 "외질이 신장을 방문한다면 환영한다"라고 답변했다. 이어서 중국 축구 협회 대변인도 "외질의 발언으로 분노하고 실망했다"며 "그는 중국인들의 감정을 상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에 중국에서 외질의 '겸열삭제'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포스트가 올라온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국영방송 CCTV가 아스날의 프리미어리그의 중계를 취소했다. 국영방송의 조치에 따라 16일 펼쳐진 아스날과 맨체스터 시티의 경기는 중국에서 방송되지 않았다. 

 

중국 인터넷에서도 외질의 존재는 사라지고 있다. 현재 바이두에서 외질은 검색이 되지 않으며, 그의 온라인 팬클럽도 문을 닫았다. 넷이즈도 포스트가 올라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PES 2020>에서 외질의 존재를 삭제하겠다고 발표했다.

 

메수트 외질 (출처: 아스날 공식 홈페이지)

 소속팀 아스날은 선을 그으며 진화에 나섰다. 15일 아스날 웨이보에는 "위구르족 발언은 전적으로 외질의 개인 의견"이라며 "아스날은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이는 지난 10월 미국 NBA에서 일어난 일과 유사한 상황. 휴스턴 로키츠의 단장 데릴 모레이(Daryl Morey​)가 온라인 상에서 "자유를 위해 싸우는 홍콩 시위대와 함께 한다"고 말했다가 중국에서 NBA 보이콧 운동이 일었고, 그 끝에 NBA 단장이 직접 진화에 나선 바 있다. 

 

아스날이 소속 팀 에이스의 발언에 "개인 행동"이라며 빠르게 수습에 나선 까닭은 무엇일까? 중국은 전세계 게임 시장 뿐만 아니라 프리미어리그 시장에서도 큰손이기 때문이다. NBA 보이콧 운동이 일어났던 것처럼 EPL 보이콧 운동이 일어난다면, 각 구단은 적지 않은 재정적 타격을 맞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NBA와 휴스턴 로키츠가 겪었던 일을 또다시 겪지 않기 위해 선을 그은 것이다.

 

차이나랩에 따르면, 중국에서 2019-2020 시즌부터 3시즌 동안 프리미어리그를 방송할 수 있는 중계권은 총 7억 달러 규모, 우리 돈으로 8,200억 원에 달한다.​ 중국의 쑤닝 그룹은 8,200억 원을 내고 중계권을 사들였다. 각 구단의 이번 시즌 메인 스폰서도 중국계 스포츠 베팅 업체가 여럿 차지했다. 기성용의 뉴캐슬은 Fun88 (樂天堂), 본머스는 M88 (明升)​가 메인 스폰서 차리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은 스포츠 베팅이 합법이기 때문에, 중국계 베팅 업체가 빠르게 스폰서를 가져간 것으로 분석된다. 

 

뉴캐슬 유니폼을 입은 기성용. 메인 스폰서는 중국의 '락천당'이다. (출처: 뉴캐슬 공식 홈페이지)

 

맨체스터 시티의 '만수르'처럼 구단의 슈가 대디가 된 사례도 있다. 이번 시즌 잔잔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울버햄프턴의 구단주는 중국의 거대 투자사 푸싱(復星) 그룹이다.​ 중국의 사업가 가오지셩(高冀生)은 사우스햄튼의 지분 80%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국무장관 마이크 폼페이오 (Mike Pompeo)가 입을 열었다. 현지 시간으로 17일, 자신의 트위터에 "중국 공산당의 선전 수단이 외질과 아스날 경기를 시즌 내내 검열할 수 있겠지만 진실이 승리할 것"이라며 "공산당은 중대한 인권 침해를 숨길 수 없다"라고 쓴 것. 작년 BBC 리포트에 따르면, 위구르족 상당수가 강제 수용소에 구금되어있다고 한다.

 

넷이즈는 빠르게 게임에서 외질을 감췄지만, 축구 스타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 중국 외교부 대변인에 이어 미국 국무장관까지 입을 열었다.

 


<PES 2020>의 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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