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카드뉴스] "화장실 청소가 '치킨 한마리'를 드랍했습니다."

찰스 (황찬익) | 2017-07-14 13:57:30

이 기사는 아래 플랫폼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게임을 활용해 연구나 교육을 하면 효과적이라는 이야기는 이미 여러 사례로 입증된 적이 있습니다. 게임은 그 자체가 목적성을 지니기도 하지만, 무언가를 더 쉽고 재미있게 만드는 일종의 '수단'이기도 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여기, '수단'으로서의 게임이 입증된 또 하나의 사례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례는 여태까지 다루어졌던 큰 규모의 의학연구나 학습 같은 사례는 아닙니다. 보다 작은 규모의 일상을 도와주는 게임이거든요. 작지만 아주 소중한, 우리 '집안일'을 도와주는 게임이죠. 어떤 게임일지 아래 카드뉴스로 확인하시죠. / 디스이즈게임 황찬익 기자


 


 

 

“우리 애한테 게임을 시켰을 뿐인데,

 온 집안이 깨끗해졌어요!”

 

세상에는 귀찮은 게 참 많습니다.

그중에 가장 귀찮은 것 하나가

 

바로 ‘집안일’

 

매일매일 해야 되지, 

안 하면 불편하지,

조금만 미루면 쌓이지…

 

집안일이라고 하면 보통 청소 빨래 등 살림살이를 생각하지만

그 외에도

 

당장 집에 뭐가 고장 나면 고치는 것도 일이고,

서류문제로 공공기관에 가야 하면 그것도 일이에요.

 

가족끼리 역할 분담을 해도

서로 미루게 되거나 

누구는 더하고 누구는 덜 하게 되죠.

 

심한 경우에는 가정, 집단 내 다툼이나 불화의 원인이 되곤 합니다.

 

그런데 어떤 가정에서는 이 문제를 ‘게임’으로 해결했다고 합니다.

 

무슨 게임일까요?

 

그 게임은 바로 

<허드렛일 전쟁>

 

언뜻 보기엔 평범한 웹 RPG처럼 보이지만, 

그림 속 인물들 손에 들린 무기를 잘 보세요.

 

대걸레, 청소용 솔, 세제 분무기, 쓰레기봉투…

 

맞습니다. 이 게임은 집안일을 상대로 전투하는 게임이에요.

 

그런데 이 게임, 생각보다 RPG다운 요소를 많이 갖추고 있습니다.

어떤 면이 그런지, 함께 살펴볼까요?

 

RPG니까, 캐릭터를 먼저 만들어야겠죠?

 

캐릭터 이름과 초상화를 고르면 간단히 만들 수 있습니다.

처음 만들 때 캐릭터 직업과 능력치는 정해져 있어요. 

 

RPG인데 왜 마음대로 직업을 못 정하냐고요?

걱정 마세요. 원하는 방향으로 캐릭터를 키울 수 있습니다.

 

‘창고 정리’, ‘세차’, ‘강아지 목욕’ 등 

힘쓰는 집안일을 많이 하면 ‘힘’이 강해져서 전사가 되고요.

 

‘가계부 작성’, ‘공과금 납부’, ‘공공기관 서류처리’ 등 

머리 쓰는 집안일을 많이 하면 지능이 높아져서 ‘마법사’가 됩니다!

 

이 외에도 사제, 인챈터, 드루이드, 야만 전사, 사냥꾼 등 

특정 능력치에 따라 숨겨진 직업이 열릴 수도 있습니다.

 

자, 모험을 하려면 이제 파티를 만들어야죠.

파티 이름을 정하고, 구성원들이 가입하면 완료!

 

플레이는 간단합니다.

던전 마스터의 설정에 따라 

나누어진 각종 집안일을 실제로 한 뒤.

 

게임에 접속, 던전을 클릭해서

무슨 일을 했는지 기록하고

완료 버튼을 누르면!

 

이렇게 괴물과 싸우는 내 모습을 보여준 뒤

경험치와 골드, 아이템을 줍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게 바로 ‘아이템’

 

이 아이템은 실체가 없습니다.

종류가 무엇이든, 게임 속에서 사용하면 

아무 효과도 없이 사라져버려요.

 

그리고 여기에는 이유가 있죠.

 

사실 이 아이템은,

구성원들이 서로 의논해서 정하는 ‘보상’

 

“곰팡이 괴물이 ‘치킨 한 마리’를 드랍했습니다.”

“은행 업무가 ‘용돈 삼천 원’을 드랍했습니다.”

“에어컨 청소가 ‘여행 허락권’을 드랍했습니다.”

 

아이템을 얻은 구성원은 평소에 가지고 있다가,

필요한 순간이 오면 던전마스터에게 확인받은 뒤,

사용하고 실제 보상을 받는 거죠.

 

또 이렇게 얻은 보상은 골드를 통해 파티원끼리 사고팔 수도 있습니다.

 

보상이 만족스럽게 정해지면,

온 집안사람들은 보상을 얻기 위해, 

열심히 집안일을 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 레벨을 겨루거나 

거래를 하면서 소소한 재미를 느끼게 되죠.

 

사실 ‘같은 게임을 한다’라는 것만으로도 사이가 좋아지거든요.

 

자 이제 이 게임이 왜 집안일에 도움이 되는지 아시겠죠?

 

그런데 이게 말이야 그렇지, 과연 실제로 도움이 될까요? 

 

놀랍게도, 세계 곳곳에서 ‘도움이 된다’는 증언이 있었습니다.

 

“이 게임 시작하기 전까지, 나는 8살짜리 우리 애가 

 자기 침대 정리한 것을 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20분 만에 해버리더라구요.

 

 남편이 토스터 오븐을 청소했을 때는 거의 기절할 뻔했습니다.

 온 가족이 지금 집안일에 흥분한 걸 믿을 수가 없어요!”

 

- 텍사스에서, AC 

 

“아침에 일어났더니, 집 안의 모든 사람이 청소를 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나는 내 눈을 믿을 수가 없는데,

 온 집안이 완전히 반짝반짝 깨끗합니다!

 

 요즘 우리 저녁 식사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는 

 어떤 새로운 ‘던전’을 추가할지와, 

 그 보상은 무엇일지 정하는 겁니다.”

 

- 런던에서, JS

 

사실 이 사람들이 재미있게 하던 것은

이전과 전혀 다를 게 없는 집안일이죠.

 

하지만 <허드렛일 전쟁>과 함께하면 

사람들은 서로 경쟁하고 받는 보상에서 

성취감을 느끼게 되고

 

나아가 집안일 자체를 하나의 ‘게임’으로 여기게 되는 거죠.

 

집안일과 같이

우리를 지치게 만드는 일상의 사소한 걸림돌이

게임을 만나는 순간, 즐거운 놀이가 된다는 것.

 

이처럼 게임은 생활과 연결됐을 때 긍정적 효과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게임은 우리에게 (집안일과 같이) 

 비효율적인 환경에서 효율을 찾는 

 최적화 기술을 가르쳐준다. 

 

 이것이 게임이 가진 미학이다." 

 

- 상명대학교 윤형섭 교수, 2015년 NDC에서

 

여러분도 서로 미루는 귀찮은 살림 거리가 있다면, 

오늘부터 ‘집안일 한 게임’ 어떠세요?

 

* 참조

 

1. <허드렛일 전쟁>은 웹게임으로, 인터넷만 되면

    //www.chorewars.com/에서 무료로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모바일도 가능.)

 

2. 게임 자체는 영어로 진행되지만 비교적 간단한 편이고,

    영어를 못하는 사람도 웹브라우저 번역 서비스를 통해 즐길 수 있습니다.   

 

3. 게임 진행은 본 카드뉴스와 동일하지만, 

    독자의 이해를 위해 순서를 바꾸거나 연출을 다르게 한 부분이 있습니다. 

 

4. 파티의 총괄 책임자인 ‘던전 마스터’의 경우 

    던전에서 나오는 아이템과 몬스터, 레벨업시 상승하는 능력치를 결정하기 때문에

    RPG 플레이 경험이 있어야 합니다.

 

5. 본 게임은 본래 집안일을 위해 디자인됐지만 

    학업, 운동, 프로젝트 등 다양한 분야의 동기부여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예) 학습지 1개 = 초콜릿 1개, 근육운동 5세트 = 사우나권 1개) 

 

THIS IS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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