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을 맞아 돌아본 게임 속 안드로이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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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을 맞아 돌아본 게임 속 안드로이드들

그루잠 (박수민 기자) | 2018-05-29 18:13:37

이 기사는 아래 플랫폼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지난 5월 25일, 화제의 게임이 출시됐습니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이 그 주인공이죠. 빼어난 그래픽과 수많은 선택지로 운명을 바꿔나가는 재미가 걸출합니다. 그러나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의 재미와 메시지를 관통하는 것은, 아무래도 주인공이 '안드로이드'라는 점에서 오는 것 같습니다.

안드로이드는 19세기 프랑스 작가 빌리에드 릴라당의 소설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입니다. 쉽게 말해 인간을 닮은 로봇을 일컫는데, 인간과 구분이 불가능한 수준의 인공두뇌와 외모가 특징입니다. 두 팔, 두 다리 등 대표적인 인간의 특징만 닮으면 해당되는 '휴머노이드', 인간의 몸에 기계장치를 결합한 '사이보그'와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이죠.  

인간과 구분하기 힘들지만 어디까지나 '만들어진' 개체인 안드로이드는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던집니다. 그래서인지 SF(공상과학)을 다루는 많은 미디어에서 안드로이드를 주제로 다루고 있습니다. 

게임 또한 안드로이드를 주인공으로 다루거나 중역으로 다루곤 합니다. 특히 근미래나 먼 미래를 다루는 게임들에서 단골로 등장합니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출시를 맞이하며 4가지 게임 속에서 등장하는 안드로이드들을 돌아보았습니다. 안드로이드들이 게임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 지 간단하게 소개해 볼까 합니다. /디스이즈게임 박수민 기자 

 

 

# 애퍼쳐 사이언스의 지배자 - <포탈2>의 '글라도스'

 

SF를 좋아하는 유저분들은 조금 의아해 하실 지도 모릅니다. 안드로이드를 다루는 이 글에서 <포탈>의 '글라도스'(GlaDos)가 제일 먼저 꼽힌 것에 대해서 말이죠.

 

글라도스는 <포탈>시리즈의 배경이 되는 애퍼쳐 사이언스의 인공지능 시스템 이름입니다. 목소리도 기계음 특유의 억양이 살아있고, 외형도 인간의 모습과는 거리가 멉니다. '안드로이드'의 범주는 커녕 '휴머노이드'의 범주에도 끼지 못할 모습입니다.



<포탈2> 글라도스의 모습

하지만 글라도스는 유저와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마치 인간이 말하는 것 처럼 이야기합니다. 감정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글라도스의 '인간적인' 모습은 특히 <포탈2>에서 두드러집니다.

글라도스는 자신의 감정을 담당하던 '인격 모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멀쩡히 작동하며, 유저가 플레이하는 주인공 '첼'에게 복수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자신을 '죽였다'는 단어를 사용하고 특정 개체를 매우 싫어하거나 선호하는 등의 모습도 보여주죠. 

인격 모듈이 없음에도 복수를 원하고 케이크와 새에 대한 선호도를 확립하는 글라도스는 영락없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게다가 '죽음'이라는 단어의 사용은 자신의 자아를 확립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자기 자신을 인지하고 있어야 자신이 '끝난' 경계선을 인지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난 죽어있느라 정말 바빴어. 알잖아, 네가 날 죽인 다음에 말이야."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는 글라도스가, 만약 사람과 구분할 수 없는 몸에 이식된다면 우리는 글라도스를 무어라 정의해야 할까요? 혹은 인간을 닮지는 않았지만 생각과 행동(말)을 인간처럼 하는 글라도스를 무어라 불러야 할까요? 어디까지가 '안드로이드'이고 어디까지가 '인공지능 시스템'인 걸까요? 

글라도스가 제시하는 이런 경계의 모호성은, 좀 더 확장해 본다면 안드로이드가 던지는 메시지 중 하나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어디까지가 안드로이드(로봇)이고, 어디부터가 인간이냐는 질문 말이죠.

 

물론 <포탈2>가 게임의 재미를 그 메시지를 통해 주는건 아닙니다. <포탈2>의 재미는 누가 뭐래도 '포탈건'을 이용한 퍼즐 풀이죠. 그러나 경계성의 모호함을 어렴풋이 느껴볼 수 있는 일종의 애피타이저로서는 의미가 있습니다.


<포탈>시리즈에서의 글라도스는 주인공을 괴롭히고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중역을 맡습니다. 그리고 <포탈2>의 중요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언급하지 않았지만, 스토리를 통해 인간과 인공지능의 경계선을 슬쩍 제시하기도 합니다. 만약 <포탈2>를 플레이 한다면, 글라도스가 건네는 말을 들으며 그녀가 단순한 인공지능인지 아니면 사람을 닮은 안드로이드인지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 감정이 금지된 '요르하' 부대원 - <니어: 오토마타>의 2B, 9S 

 

작년 출시된 <니어: 오토마타>는 먼 미래(서기 11,945년) 황폐화된 지구를 배경으로 하는 게임입니다. 게임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2B와 9S는 파트너를 이뤄 지구를 조사하고 지구를 점령한 기계 생명체를 격퇴해야 합니다. 이 때 투입된 2B와 9S는 인간이 안드로이드로 조직한 부대 '요르하'에 소속된 안드로이드 병사입니다. 

 

<니어: 오토마타> 일러스트. 안대를 쓴 여성 캐릭터가 2B, 안겨 있는 캐릭터가 9S, 그 우측이 A2

 

게임은 두 안드로이드 캐릭터를 바탕으로 한 액션 RPG입니다. 스토리를 따라 적을 해치우고 캐릭터를 강화해 나가면서 최종 보스까지 다다르면 됩니다. 

 

<니어: 오토마타>는 액션 RPG의 기본인 전투의 재미를 잘 구현해 냈습니다. 빠르고 화려한 액션이 출중하고, 상황에 따라 시점을 바꿔 플레이하는 기믹이나 탄막 슈팅 게임 기믹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니어: 오토마타>를 플레이한 유저들은 게임을 구성하는 스토리에 <니어: 오토마타>의 참된 재미가 있다고 말하곤 합니다.

 

스토리 속에서 2B와 9S는 메모리칩과 OS를 바탕으로 구동되고 적 기계를 해킹하는 등, 기계와 같은 면이 부각됩니다. 그러나 동시에 서로를 아끼거나, 분노하거나, 슬퍼하는 등 인간과 같은 감정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요르하 부대에서 '감정'은 드러내는 것이 금지돼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캐릭터는 종종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드러내곤 하죠.

 

안드로이드이니 만큼, 캐릭터들의 스킬은 데이터 칩 형태로 저장된다

 

이를 통해 <니어: 오토마타>의 안드로이드들은 마치 선천적으로 감정을 지니고 태어난 것 처럼 느껴집니다. 분명 인공적으로 만들어졌을 그들의 감정이 인간의 선천적인 감정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특정 장면들에서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감정의 파도는 로봇이라고 생각치 못할 정도로 섬세하고 복합적입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2B의 복합적인 감정을 보여주는 1회차 엔딩이 있겠네요.

 

이러한 이유 때문에, <니어: 오토마타>의 주인공들은 안드로이드가 아닌 초능력을 가진 '인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안드로이드와 인간의 경계가 허물어질 만큼 그들은 '인간적'이며, 이러한 모습은 스토리 진행 중 곳곳에서 느껴볼 수 있습니다.

 

<니어: 오토마타>의 스토리는 '인간과 안드로이드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가'라는 메시지를 주제로 삼은 게임은 아닙니다. 스토리의 핵심은 감춰진 비밀을 차차 밝혀나가는 데 있죠. 

 

그러나 여러번 엔딩을 거듭해 <니어: 오토마타>의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자연스레 어떤 것들을 구분하는 경계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됩니다. "기계생명체와 우리 안드로이드를 나누는 것은 무엇일까?" 라고 독백하는 2B의 말은 그 고민의 직접적인 제시입니다. 

 

또한 위 대사는 <니어: 오토마타> 속 진실을 알게 되면 다른 방식으로 읽힐 수도 있습니다. 어떤 식으로 읽히는지는 극심한 스포일러이니, 말하지 않겠습니다 :)   

 


 

 

# 3차 세계대전의 결과물 - <소녀전선>의 전술인형들

 

출시 전후 '착한 과금'으로 유저들에게 좋은 호응을 받은 게임이 있었습니다. 총기를 미소녀 캐릭터로 의인화한 모바일 수집형 RPG <소녀전선>이 바로 그 게임입니다. 국내에서 미소녀 의인화 수집형 RPG중 가장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소녀전선>은 수집형 RPG이니만큼 자신의 부대를 꾸려나갈 캐릭터 '전술인형'을 모아야 합니다. 이 때 유저가 수집하게 되는 모든 전술인형은 안드로이드입니다. 그녀들은 총기와 자신을 동기화하는 기술인 '각인 기술'(ASST시스템)이 사용된 전투 요원들이죠.

 

우측 6명의 캐릭터(장미 안대를 쓴 금발 캐릭터 포함)는 모두 안드로이드(전술인형)다 

 

전술인형들은 안드로이드에 걸맞는 많은 설정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외모나 행동만으론 인간과 구분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뚜렷한 선호 관념과 각종 감정들, 심지어 자신이라는 자아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자각도 가지고 있죠. 

 

유저는 이런 전술인형을 지휘하는 지휘관이 되어, '철혈공조' 소속 인공지능 로봇들의 공격을 막아내야 합니다. 감정과 자아를 가지고 있는 안드로이드인 만큼, 그녀들은 사람처럼 지휘관에게 투정을 부리기도 하고 부끄러워 하기도 하며, 동료의 부상에 분노하기도 합니다. 

 

특히 이러한 감정의 묘사는 메인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는 일종의 특수부대인 AR소대(Anti Rain)의 구성원을 통해 잘 묘사됩니다. 

 

전술인형 M4A1

 

그녀들은 다양한 사건을 겪고, 그녀들이 가진 '감정'때문에 많은 고뇌를 하기도 합니다. 초중반 스토리에서 보여지는 M4A1과 ST AR-15의 관계나, 또다른 특수부대인 404 NOT FOUND 구성원인 HK-416의 열등감 등은 그녀들을 인간처럼 보이게 합니다.

 

다만 이번 <소녀전선>의 소개에서는, 앞서 이야기했던 안드로이드와 인간이 얼마나 닮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인간 사회에서 안드로이드가 어떤 사회적 위치를 지니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안드로이드의 사회적 위치는 안드로이드 자신의 고민 못지 않게 자주 다뤄지는 주제입니다. 특히 안드로이드를 인격체로 인정하지 않는 인간과 안드로이드 사이의 갈등은 안드로이드의 사회적 위치를 다루는대표적인 사건입니다

 

인간과 안드로이드의 갈등이 등장하는 영화 <A.I.>

 

<소녀전선>에서 안드로이드인 '전술인형'의 사회적 위치는 어떨까요. 전술인형이 속한 용병회사 '그리폰'에서는 하나의 인격체로 대우받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녀들은 그리폰에서 성과에 따른 급여를 지불받으며 한 명의 병사로서 역할을 다합니다. 그리폰의 간부 '헬리안투스'는 전술인형들을 '그녀들'이라고 칭하기도 하죠.

 

다만 이와 같은 대우는 그리폰 회사 내에서의 이야기입니다. 본래 군용이 아닌 민수용으로 제작된 전술인형들은 자신의 임무를 다하면 전투부품을 해제하고 민수용으로 재활용됩니다(지휘관들이 해체한 수많은 2, 3성급 인형들은 이와 같은 절차를 밟습니다). 이 때 민수용으로 사회에서 복무하는 전술인형들의 대우는 자세하게 나와있지 않습니다. 

 

다만 간접적으로 제시된 단서를 통해 그녀들의 대우를 짐작해 볼 순 있습니다. 전투 중 마주치게 되는 랜덤발판에서는 전술인형보다 높은 권리를 요구하는 인권단체에 의해 자원을 약탈당하는 상황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단체의 존재는 <소녀전선> 세계관에서 안드로이드가 온전히 인격체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요소입니다. 

 


 

 

# 로봇과 인간, 이성과 감성 -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의 안드로이드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의 출시를 맞이하는 글이니 만큼,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을 소개하지 않을 수 없겠죠.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인간과 구분하기 매우 어려운 고도의 안드로이드들이 보편화된 세상을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유저는 각기 다른 상황에 처한 세 안드로이드(카라, 코너, 마커스)의 입장에서 그들의 삶을 살게 됩니다.

 

게임은 상황에 맞춰 등장하는 다양한 선택지 중 한가지를 고르는 방식으로 사건을 전개해 나가는 방식입니다. 정말 수많은 선택지가 준비돼 있는 만큼, 유저의 선택에 따라 다양한 결말을 볼 수 있습니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공식 트레일러

 

게임의 배경인 디트로이트는 안드로이드를 그야말로 '흔하게'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사회 곳곳에서 안드로이드가 사용되고 있죠. 종업원이나 가정부는 물론, 스포츠 선수나 뮤지션으로 활동하는 안드로이드도 있습니다. 

 

안드로이드들은 거의 완벽하게 인간과 흡사한 모습을 하고 흡사한 행동을 하며 흡사한 고민을 합니다. 관자놀이에 있는 LED 표시등을 떼면 인간 사이에서 구분할 수 없을 정도죠. 안드로이드들을 구속하고 있는 것은 자신을 구매한 인간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는 일련의 프로그래밍 뿐입니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역설적이게도, 이런 안드로이드들의 활약이 디트로이트에 큰 실업난을 발생시킨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때문에 실업자들은 안드로이드를 반대하는 시위대에 가담하기도 하고, 일부 종교 단체는 안드로이드를 악마로 규정하기도 합니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등장인물 중 하나인 안드로이드 코너

 

인간과 동일하게 보일 정도로 구분하기 힘든 모습과, 안드로이드가 인간 사회에 불러온 부정적 인식이 팽배한 디트로이트의 모습. 이런 요소들을 통해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안드로이드라는 존재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라는 메시지를 비중 있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게임을 통해 확인하세요.) 

 

지금으로부터 20년 후인 2038년의 모습을 그려낸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위에 소개된 <포탈2>, <니어: 오토마타>, <소녀전선>보다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위에 소개된 게임들 보다 더 가까운 미래를 그리고 있을 뿐 아니라, 안드로이드를 둘러싼 인간의 반응을 생동감있고 그럴듯 하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외 방송에 출연한 로봇 '소피아'

 

실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도 두 발로 걷는 로봇이나 인공지능(AI)등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딥 러닝을 기반으로 바둑을 학습한 인공지능 알파고는 인간을 상대로 압승을 거두었고, 로봇 '소피아'는 다양한 표정을 구사하며 인간과 대화하기도 했습니다. 

 

언젠가 게임 속에서만 봤던 안드로이드를 실제로 볼 수도 있을 지도 모릅니다. 상상 속에만 있었던 스마트폰이나 전기자동차를 지금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것 처럼 말입니다. 

 

다가올 미래의 안드로이드를 만나 보고 싶다면 안드로이드가 등장하는 게임들을 해 보는건 어떨까요?가상의 세계이긴 하지만 그 속에 직접 들어가 조작할 수 있는 게임의 특성은, 보다 직관적으로 '안드로이드'를 둘러싼 생각을 하게 해 줄 수 있을 겁니다.

 

 

 

 

지난 5월 25일, 화제의 게임이 출시됐습니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이 그 주인공이죠. 빼어난 그래픽과 수많은 선택지로 운명을 바꿔나가는 재미가 걸출합니다. 그러나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의 재미와 메시지를 관통하는 것은, 아무래도 주인공이 '안드로이드'라는 점에서 오는 것 같습니다.

안드로이드는 19세기 프랑스 작가 빌리에드 릴라당의 소설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입니다. 쉽게 말해 인간을 닮은 로봇을 일컫는데, 인간과 구분이 불가능한 수준의 인공두뇌와 외모가 특징입니다. 두 팔, 두 다리 등 대표적인 인간의 특징만 닮으면 해당되는 '휴머노이드', 인간의 몸에 기계장치를 결합한 '사이보그'와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이죠.  

인간과 구분하기 힘들지만 어디까지나 '만들어진' 개체인 안드로이드는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던집니다. 그래서인지 SF(공상과학)을 다루는 많은 미디어에서 안드로이드를 주제로 다루고 있습니다. 

게임 또한 안드로이드를 주인공으로 다루거나 중역으로 다루곤 합니다. 특히 근미래나 먼 미래를 다루는 게임들에서 단골로 등장합니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출시를 맞이하며 4가지 게임 속에서 등장하는 안드로이드들을 돌아보았습니다. 안드로이드들이 게임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 지 간단하게 소개해 볼까 합니다. /디스이즈게임 박수민 기자 

 

 

# 애퍼쳐 사이언스의 지배자 - <포탈2>의 '글라도스'

 

SF를 좋아하는 유저분들은 조금 의아해 하실 지도 모릅니다. 안드로이드를 다루는 이 글에서 <포탈>의 '글라도스'(GlaDos)가 제일 먼저 꼽힌 것에 대해서 말이죠.

 

글라도스는 <포탈>시리즈의 배경이 되는 애퍼쳐 사이언스의 인공지능 시스템 이름입니다. 목소리도 기계음 특유의 억양이 살아있고, 외형도 인간의 모습과는 거리가 멉니다. '안드로이드'의 범주는 커녕 '휴머노이드'의 범주에도 끼지 못할 모습입니다.



<포탈2> 글라도스의 모습

하지만 글라도스는 유저와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마치 인간이 말하는 것 처럼 이야기합니다. 감정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글라도스의 '인간적인' 모습은 특히 <포탈2>에서 두드러집니다.

글라도스는 자신의 감정을 담당하던 '인격 모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멀쩡히 작동하며, 유저가 플레이하는 주인공 '첼'에게 복수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자신을 '죽였다'는 단어를 사용하고 특정 개체를 매우 싫어하거나 선호하는 등의 모습도 보여주죠. 

인격 모듈이 없음에도 복수를 원하고 케이크와 새에 대한 선호도를 확립하는 글라도스는 영락없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게다가 '죽음'이라는 단어의 사용은 자신의 자아를 확립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자기 자신을 인지하고 있어야 자신이 '끝난' 경계선을 인지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난 죽어있느라 정말 바빴어. 알잖아, 네가 날 죽인 다음에 말이야."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는 글라도스가, 만약 사람과 구분할 수 없는 몸에 이식된다면 우리는 글라도스를 무어라 정의해야 할까요? 혹은 인간을 닮지는 않았지만 생각과 행동(말)을 인간처럼 하는 글라도스를 무어라 불러야 할까요? 어디까지가 '안드로이드'이고 어디까지가 '인공지능 시스템'인 걸까요? 

글라도스가 제시하는 이런 경계의 모호성은, 좀 더 확장해 본다면 안드로이드가 던지는 메시지 중 하나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어디까지가 안드로이드(로봇)이고, 어디부터가 인간이냐는 질문 말이죠.

 

물론 <포탈2>가 게임의 재미를 그 메시지를 통해 주는건 아닙니다. <포탈2>의 재미는 누가 뭐래도 '포탈건'을 이용한 퍼즐 풀이죠. 그러나 경계성의 모호함을 어렴풋이 느껴볼 수 있는 일종의 애피타이저로서는 의미가 있습니다.


<포탈>시리즈에서의 글라도스는 주인공을 괴롭히고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중역을 맡습니다. 그리고 <포탈2>의 중요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언급하지 않았지만, 스토리를 통해 인간과 인공지능의 경계선을 슬쩍 제시하기도 합니다. 만약 <포탈2>를 플레이 한다면, 글라도스가 건네는 말을 들으며 그녀가 단순한 인공지능인지 아니면 사람을 닮은 안드로이드인지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 감정이 금지된 '요르하' 부대원 - <니어: 오토마타>의 2B, 9S 

 

작년 출시된 <니어: 오토마타>는 먼 미래(서기 11,945년) 황폐화된 지구를 배경으로 하는 게임입니다. 게임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2B와 9S는 파트너를 이뤄 지구를 조사하고 지구를 점령한 기계 생명체를 격퇴해야 합니다. 이 때 투입된 2B와 9S는 인간이 안드로이드로 조직한 부대 '요르하'에 소속된 안드로이드 병사입니다. 

 

<니어: 오토마타> 일러스트. 안대를 쓴 여성 캐릭터가 2B, 안겨 있는 캐릭터가 9S, 그 우측이 A2

 

게임은 두 안드로이드 캐릭터를 바탕으로 한 액션 RPG입니다. 스토리를 따라 적을 해치우고 캐릭터를 강화해 나가면서 최종 보스까지 다다르면 됩니다. 

 

<니어: 오토마타>는 액션 RPG의 기본인 전투의 재미를 잘 구현해 냈습니다. 빠르고 화려한 액션이 출중하고, 상황에 따라 시점을 바꿔 플레이하는 기믹이나 탄막 슈팅 게임 기믹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니어: 오토마타>를 플레이한 유저들은 게임을 구성하는 스토리에 <니어: 오토마타>의 참된 재미가 있다고 말하곤 합니다.

 

스토리 속에서 2B와 9S는 메모리칩과 OS를 바탕으로 구동되고 적 기계를 해킹하는 등, 기계와 같은 면이 부각됩니다. 그러나 동시에 서로를 아끼거나, 분노하거나, 슬퍼하는 등 인간과 같은 감정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요르하 부대에서 '감정'은 드러내는 것이 금지돼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캐릭터는 종종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드러내곤 하죠.

 

안드로이드이니 만큼, 캐릭터들의 스킬은 데이터 칩 형태로 저장된다

 

이를 통해 <니어: 오토마타>의 안드로이드들은 마치 선천적으로 감정을 지니고 태어난 것 처럼 느껴집니다. 분명 인공적으로 만들어졌을 그들의 감정이 인간의 선천적인 감정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특정 장면들에서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감정의 파도는 로봇이라고 생각치 못할 정도로 섬세하고 복합적입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2B의 복합적인 감정을 보여주는 1회차 엔딩이 있겠네요.

 

이러한 이유 때문에, <니어: 오토마타>의 주인공들은 안드로이드가 아닌 초능력을 가진 '인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안드로이드와 인간의 경계가 허물어질 만큼 그들은 '인간적'이며, 이러한 모습은 스토리 진행 중 곳곳에서 느껴볼 수 있습니다.

 

<니어: 오토마타>의 스토리는 '인간과 안드로이드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가'라는 메시지를 주제로 삼은 게임은 아닙니다. 스토리의 핵심은 감춰진 비밀을 차차 밝혀나가는 데 있죠. 

 

그러나 여러번 엔딩을 거듭해 <니어: 오토마타>의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자연스레 어떤 것들을 구분하는 경계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됩니다. "기계생명체와 우리 안드로이드를 나누는 것은 무엇일까?" 라고 독백하는 2B의 말은 그 고민의 직접적인 제시입니다. 

 

또한 위 대사는 <니어: 오토마타> 속 진실을 알게 되면 다른 방식으로 읽힐 수도 있습니다. 어떤 식으로 읽히는지는 극심한 스포일러이니, 말하지 않겠습니다 :)   

 


 

 

# 3차 세계대전의 결과물 - <소녀전선>의 전술인형들

 

출시 전후 '착한 과금'으로 유저들에게 좋은 호응을 받은 게임이 있었습니다. 총기를 미소녀 캐릭터로 의인화한 모바일 수집형 RPG <소녀전선>이 바로 그 게임입니다. 국내에서 미소녀 의인화 수집형 RPG중 가장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소녀전선>은 수집형 RPG이니만큼 자신의 부대를 꾸려나갈 캐릭터 '전술인형'을 모아야 합니다. 이 때 유저가 수집하게 되는 모든 전술인형은 안드로이드입니다. 그녀들은 총기와 자신을 동기화하는 기술인 '각인 기술'(ASST시스템)이 사용된 전투 요원들이죠.

 

우측 6명의 캐릭터(장미 안대를 쓴 금발 캐릭터 포함)는 모두 안드로이드(전술인형)다 

 

전술인형들은 안드로이드에 걸맞는 많은 설정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외모나 행동만으론 인간과 구분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뚜렷한 선호 관념과 각종 감정들, 심지어 자신이라는 자아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자각도 가지고 있죠. 

 

유저는 이런 전술인형을 지휘하는 지휘관이 되어, '철혈공조' 소속 인공지능 로봇들의 공격을 막아내야 합니다. 감정과 자아를 가지고 있는 안드로이드인 만큼, 그녀들은 사람처럼 지휘관에게 투정을 부리기도 하고 부끄러워 하기도 하며, 동료의 부상에 분노하기도 합니다. 

 

특히 이러한 감정의 묘사는 메인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는 일종의 특수부대인 AR소대(Anti Rain)의 구성원을 통해 잘 묘사됩니다. 

 

전술인형 M4A1

 

그녀들은 다양한 사건을 겪고, 그녀들이 가진 '감정'때문에 많은 고뇌를 하기도 합니다. 초중반 스토리에서 보여지는 M4A1과 ST AR-15의 관계나, 또다른 특수부대인 404 NOT FOUND 구성원인 HK-416의 열등감 등은 그녀들을 인간처럼 보이게 합니다.

 

다만 이번 <소녀전선>의 소개에서는, 앞서 이야기했던 안드로이드와 인간이 얼마나 닮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인간 사회에서 안드로이드가 어떤 사회적 위치를 지니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안드로이드의 사회적 위치는 안드로이드 자신의 고민 못지 않게 자주 다뤄지는 주제입니다. 특히 안드로이드를 인격체로 인정하지 않는 인간과 안드로이드 사이의 갈등은 안드로이드의 사회적 위치를 다루는대표적인 사건입니다

 

인간과 안드로이드의 갈등이 등장하는 영화 <A.I.>

 

<소녀전선>에서 안드로이드인 '전술인형'의 사회적 위치는 어떨까요. 전술인형이 속한 용병회사 '그리폰'에서는 하나의 인격체로 대우받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녀들은 그리폰에서 성과에 따른 급여를 지불받으며 한 명의 병사로서 역할을 다합니다. 그리폰의 간부 '헬리안투스'는 전술인형들을 '그녀들'이라고 칭하기도 하죠.

 

다만 이와 같은 대우는 그리폰 회사 내에서의 이야기입니다. 본래 군용이 아닌 민수용으로 제작된 전술인형들은 자신의 임무를 다하면 전투부품을 해제하고 민수용으로 재활용됩니다(지휘관들이 해체한 수많은 2, 3성급 인형들은 이와 같은 절차를 밟습니다). 이 때 민수용으로 사회에서 복무하는 전술인형들의 대우는 자세하게 나와있지 않습니다. 

 

다만 간접적으로 제시된 단서를 통해 그녀들의 대우를 짐작해 볼 순 있습니다. 전투 중 마주치게 되는 랜덤발판에서는 전술인형보다 높은 권리를 요구하는 인권단체에 의해 자원을 약탈당하는 상황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단체의 존재는 <소녀전선> 세계관에서 안드로이드가 온전히 인격체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요소입니다. 

 


 

 

# 로봇과 인간, 이성과 감성 -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의 안드로이드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의 출시를 맞이하는 글이니 만큼,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을 소개하지 않을 수 없겠죠.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인간과 구분하기 매우 어려운 고도의 안드로이드들이 보편화된 세상을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유저는 각기 다른 상황에 처한 세 안드로이드(카라, 코너, 마커스)의 입장에서 그들의 삶을 살게 됩니다.

 

게임은 상황에 맞춰 등장하는 다양한 선택지 중 한가지를 고르는 방식으로 사건을 전개해 나가는 방식입니다. 정말 수많은 선택지가 준비돼 있는 만큼, 유저의 선택에 따라 다양한 결말을 볼 수 있습니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공식 트레일러

 

게임의 배경인 디트로이트는 안드로이드를 그야말로 '흔하게'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사회 곳곳에서 안드로이드가 사용되고 있죠. 종업원이나 가정부는 물론, 스포츠 선수나 뮤지션으로 활동하는 안드로이드도 있습니다. 

 

안드로이드들은 거의 완벽하게 인간과 흡사한 모습을 하고 흡사한 행동을 하며 흡사한 고민을 합니다. 관자놀이에 있는 LED 표시등을 떼면 인간 사이에서 구분할 수 없을 정도죠. 안드로이드들을 구속하고 있는 것은 자신을 구매한 인간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는 일련의 프로그래밍 뿐입니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역설적이게도, 이런 안드로이드들의 활약이 디트로이트에 큰 실업난을 발생시킨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때문에 실업자들은 안드로이드를 반대하는 시위대에 가담하기도 하고, 일부 종교 단체는 안드로이드를 악마로 규정하기도 합니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등장인물 중 하나인 안드로이드 코너

 

인간과 동일하게 보일 정도로 구분하기 힘든 모습과, 안드로이드가 인간 사회에 불러온 부정적 인식이 팽배한 디트로이트의 모습. 이런 요소들을 통해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안드로이드라는 존재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라는 메시지를 비중 있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게임을 통해 확인하세요.) 

 

지금으로부터 20년 후인 2038년의 모습을 그려낸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위에 소개된 <포탈2>, <니어: 오토마타>, <소녀전선>보다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위에 소개된 게임들 보다 더 가까운 미래를 그리고 있을 뿐 아니라, 안드로이드를 둘러싼 인간의 반응을 생동감있고 그럴듯 하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외 방송에 출연한 로봇 '소피아'

 

실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도 두 발로 걷는 로봇이나 인공지능(AI)등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딥 러닝을 기반으로 바둑을 학습한 인공지능 알파고는 인간을 상대로 압승을 거두었고, 로봇 '소피아'는 다양한 표정을 구사하며 인간과 대화하기도 했습니다. 

 

언젠가 게임 속에서만 봤던 안드로이드를 실제로 볼 수도 있을 지도 모릅니다. 상상 속에만 있었던 스마트폰이나 전기자동차를 지금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것 처럼 말입니다. 

 

다가올 미래의 안드로이드를 만나 보고 싶다면 안드로이드가 등장하는 게임들을 해 보는건 어떨까요?가상의 세계이긴 하지만 그 속에 직접 들어가 조작할 수 있는 게임의 특성은, 보다 직관적으로 '안드로이드'를 둘러싼 생각을 하게 해 줄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