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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전통인가, 변화인가? '포켓몬스터 레츠고' 주인공이 피카츄와 이브이인 이유

토망 (장이슬 기자) | 2018-05-31 11:3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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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컴퍼니가 30일 공개한 <포켓몬스터 레츠고! 피카츄·이브이>(이하 '포켓몬스터 레츠고')는 오리지널 포켓몬스터 게임과 비슷하면서도 많은 차이를 보인다. 그런데 이름은 외전을 뜻하는 '포켓몬'이 아니라 오리지널 게임 시리즈와 동일한 '포켓몬스터'를 사용한다. 

 

한없이 외전에 가까운 오리지널, 혹은 오리지널에 근접한 외전. 여러모로 독특한 위치에 있는 <포켓몬스터 레츠고>는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다른까? 닌텐도는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트레일러와 공개된 정보를 참고해 <포켓몬스터 레츠고>의 주요 특징과 의의를 정리했다. / 디스이즈게임 장이슬 기자


 

 

# 새로운 시리즈의 시작은 그리운 관동에서

 

우선 트레일러의 게임 화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포켓몬스터의 시작을 알린 '1세대'를 내세운 것이다. 마스코트 '피카츄'는 물론, 매 세대마다 새로운 진화 루트를 선보여 꾸준한 인기를 얻은 '이브이'가 타이틀 포켓몬으로 선정됐다. 3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켓몬컴퍼니 측은 <포켓몬스터 레츠고>가 1998년 발매된 <포켓몬스터 피카츄>를 새롭게 재해석했다고 밝혔다.

 

'오박사'가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고 '로켓단' 조무래기와 배틀을 벌인다. 매 시리즈마다 의상이 달라지는 NPC 트레이너들도 이번만큼은 처음 옷으로 차려입었다. 피카츄와 이브이가 옷을 갈아입는 곳은 12번 도로고, 마그마가 등장하는 배틀의 배경은 홍련섬의 포켓몬저택으로 짐작된다. 

 

트레일러 마지막에 등장하는 뮤츠는 지형으로 보아 원작처럼 블루시티 동굴이며, 많은 플레이어들이 처음으로 겪는 동굴인 달맞이산도 재현됐다. 유일하게 이름이 공개된 NPC 트레이너 'Bug Catcher Cale'는 <포켓몬스터 피카츄> 시절부터 블루시티 골든 볼 브릿지의 수문장을 맡는 유서 깊은 인물이다. 블루시티는 첫 난관을 건너 만나는 대도시이자 환상의 포켓몬이 숨어 있는 곳인 만큼 이번 트레일러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관동 지방은 20년 동안 정식 시리즈에서 4번이나 등장한 지역이고 많은 팬에게 익숙한 곳이다. 그런 만큼 '1세대 리메이크'는 구현 방향이 잘못됐거나 어설프면 비판을 면키 어렵다. 하지만 결국 '한없이 외전에 가까운 메인 시리즈'라는 형태로 다시 나타나게 됐다. 실험작, 외전, 그리고 또다른 시리즈의 시작이라는 멋진 명분과 함께 말이다.

 

 오랜만에 직접 왕림하신 오박사님. 포켓몬 주세요!



 뿔충이가 그렇게 미울 수 없었던 상록숲



블루시티 골든 볼 브릿지의 5인방이 옛 버전처럼 길을 막고 서 있다.

 

 

# 포획과 육성은 <포켓몬 GO>, 배틀은 오리지널처럼

 

시스템 측면을 보면 전반적으로 <포켓몬스터 레츠고>는 '포켓몬 GO'를 콘솔 규모에 맞춰 확장한 인상이다. 랜덤으로 야생 포켓몬 만나 포획하거나 쓰러뜨렸던 오리지널 시리즈와 달리, 이번 작에서는 풀숲에서 배회하는 포켓몬에게 다가가 포획하는 방식으로 변했다. 배회하는 포켓몬은 맵상에서 미리 알 수 있다.

 

야생 포켓몬과 조우하면 화면에는 만난 포켓몬의 이름과 성별, 레벨과 CP가 표시된다. CP는 컴뱃 포인트의 약자로 <포켓몬 GO>에서 개별 포켓몬의 강함을 측정하는 수치다. 화면 하단에는 몬스터볼과 남은 개수가 표시되고, 플레이어는 '준비(Get Ready)', '아이템', '도움(Help)', '도주(Run away)' 를 선택한다. 

 

포획을 선택하면 타이밍에 맞춰 몬스터볼을 던지며, 이 조작은 조이콘을 휘두르거나 버튼을 눌러 진행한다. 포획 성공시 '엑셀런트', '그레이트' 메시지가 뜨는 것으로 볼 때 <포켓몬 GO>처럼 타이밍, 모션 등 여러 요소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암수의 미세한 차이, 매우 드물게 나타는 '특별한 색' 등 현재 <포켓몬 GO>에 있는 요소가 포함될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조이콘을 휘두르거나 버튼을 누르는 식으로 포획한다. 2인 협력 포획도 가능.

 

오리지널 시리즈에서는 레벨과 종족값, 개별 개체가 갖는 능력치, 기초 포인트 등의 요소를 고려해 포켓몬을 육성한다. <포켓몬 GO>는 개별 개체의 성장 잠재력과 CP가 주요 육성 포인트이며, 반복 포획을 통해 더 좋은 개체를 찾거나 CP를 올릴 수 있다. <포켓몬스터 레츠고>는 이 두 시스템이 혼합되거나 동시에 존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야생 포켓몬을 만나면 CP와 레벨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NPC와의 배틀에서는 기존작의 레벨 시스템이 등장하며, 전투도 4개의 기술과 속성을 사용하는 턴제 RPG로 진행한다. 하지만 레벨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현재 공개된 정보로는 알 수가 없기에, <포켓몬 GO>처럼 반복 포획 보상으로 경험치를 받거나 '산책(Stroll)'에서 보완할 것으로 추측된다. 

 

 <포켓몬 GO>의 CP 시스템과 기존의 레벨 시스템이 동시에 존재한다.

 

 

# 정정당당하게 2:1로 승부하자! 실시간 멀티 플레이

 

또 한가지 특징은 실시간 협동 플레이다. <포켓몬스터 레츠고>는 기본적으로 한 쪽 조이콘만 사용한다. 다른 쪽 조이콘은? 친구에게 주면 즉석에서 협동 플레이가 된다. 기존 시리즈에서 미니 게임 등 한정적인 상황에서만 가능했던 협동 플레이가 이제 상시, 즉석에서 가능한 것이다. 

 

영상에서는 바로 조이콘을 건네받아 흔들자 다른 캐릭터가 등장했고, 몬스터볼 조이콘으로 플레이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포획과 전투, 도주 등의 선택은 메인 플레이어에게 있고 초대받은 서브 플레이어는 포획에 도움을 주거나 메인 플레이어를 따라다녀야 하는 등 기능에 제약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NPC와의 더블 배틀 장면에서는 메인 플레이어가 피카츄를, 서브 플레이어가 이상해씨의 기술을 선택해 턴을 마친다. 그러나 화면에서 보여지는 아군의 소지 포켓몬은 메인, 서브 모두 6마리. 기존 작 더블배틀처럼 소지한 6마리 중 3마리를 합쳐 배틀에 내보내는 건지, 아니면 메인 플레이어의 6마리를 나눠서 조작하는 것인지는 현재 알 수 없다. 

 

포켓몬컴퍼니는 발표 후 추가 정보를 통해 통신 교환과 대전 기능이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Wi-Fi를 이용한 온라인 서비스일지, 아니면 근거리 통신 한정일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실시간 협력 플레이는 로컬 플레이다.

 

 다른 사람의 플레이 데이터를 불러오는 건지, 즉석에서 생성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혼자 다니는데 더블 배틀 걸어왔던 NPC에게 플레이어의 기분을 느끼게 해주자.

 

 트레일러의 서브 플레이어는 피카츄나 이브이가 없지만 동행 포켓몬은 있다.

 

 

# 몬스터볼 조이콘과 <포켓몬 GO>, 언제 어디서나 포켓몬과 함께

 

산책은 별도로 발매하는 '몬스터볼 조이콘'의 기능이다. 게임을 끌 때 포켓몬 중 하나를 산책에 데려가면 몬스터볼 조이콘으로 데이터가 전송된다. 조이콘의 버튼을 누르면 해당 포켓몬의 울음소리가 재생되고, HD 진동 기능을 통해 움직임에 반응하는 등 실제로 포켓몬이 들어있다는 인상을 준다. 

 

조이콘을 들고 외출을 했다가 다시 게임에 전송시키면 여러 보상을 받을 수 있는데, 이는 2009년 출시한 <포켓몬스터 하트골드·소울실버>가 별도 액세서리 '포켓워커'를 통해 실현한 바 있는 아이디어다. 이 기기는 걸음 수에 따라 경험치를 얻고, 아이템이나 희귀 포켓몬을 얻을 수 있었다.

 

 게임을 저장하고 종료할 때 몬스터볼에 담을 포켓몬을 선택할 수 있다.

 

<포켓몬 GO>에서 포획한 포켓몬을 <포켓몬스터 레츠고>로 불러올 수도 있다. 연동한 포켓몬은 'GO 파크'라는 게임 내 공간에 대기하고 있고, <포켓몬 GO>에서는 연동 보상으로 특별한 혜택을 받는다. 현재 밝혀진 바로는 1세대 포켓몬과 일부 리전 폼 포켓몬만 전송 가능하지만, 신규 포켓몬의 등장 가능성도 암시하고 있다.

 

연동처가 기존의 '포켓몬뱅크'가 아니라 <포켓몬 GO>라는 점은 눈여겨볼 요소다. 오리지널 시리즈에서는 기기와 게임팩만 있다면 <포켓몬스터 적·녹>부터 <포켓몬스터 울트라썬·울트라문>까지 포켓몬을 전송할 수 있고, 3DS 세대에서는 클라우드 서비스 '포켓몬뱅크'가 등장해 연동이 더욱 쉬워졌다. 포켓몬스터의 '연동'은 전 세대와 현 세대를 이어주는 연결고리이자 IP의 상징이다. 

 

하지만 <포켓몬스터 레츠고>는 뱅크가 아닌 <포켓몬 GO>를 선택했다. 기존의 게임 시리즈가 <포켓몬스터 적·녹>에서 시작했다면, <포켓몬스터 레츠고>는 <포켓몬 GO>에서 출발하는 새로운 프랜차이즈다. 형식상으로는 오리지널 게임과 멀어보이는 실험작이지만 또다른 정식 시리즈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물론 모바일에 기반을 둔 새로운 시리즈가 얼마나 큰 호응을 얻을지 미지수고, 아직 공개되지 않은 정보도 있기에 섣부른 판단은 할 수 없지만 흥미로운 시도로 읽힌다. 

 


 

 <포켓몬 GO> 연동 시점이 빠르다면 초반부터 매우 강력한 포켓몬도 얻을 수 있다.

 

 

# 모바일 시대 포켓몬의 미션, 일상을 점령하라

 

1996년 첫 '포켓몬스터'가 등장한 후 22년이 지났다. '포켓몬'을 만드는 사람들도 세대교체가 진행 중이고, 모바일로만 게임을 경험한 세대가 새로 등장하거나 발견됐다. 밖으로 떠난 사람들을 어떻게 가정용 게임기 앞으로 불러올 것인가? <포켓몬스터 레츠고>는 이 질문에 대한 '포켓몬' 그리고 '닌텐도 스위치'의 대답처럼 보인다.

 

다시 <포켓몬스터 레츠고>의 트레일러를 살펴보자. 길에서 자전거를 타며 <포켓몬 GO>를 플레이하던 '유저'는 집으로 돌아와 스위치를 켜고 <포켓몬스터 레츠고>를 '플레이'한다. 몬스터볼 조이콘에 포켓몬을 담아 다시 밖으로 나가고, 또 집으로 돌아와 게임을 이어간다. 집 안에서 게임을 하다가 밖으로 나갔던 닌텐도 스위치 첫 트레일러와 전혀 다른 방향이다. 

 

닌텐도 스위치는 콘솔과 휴대용을 넘나드는 하이브리드 기기다. 그러나 제아무리 스위치가 가볍고 편리해도 모바일 디바이스의 일상성을 이길 수는 없다. 그러니 모바일을 대체하기보다 부족한 무언가를 채워주는 방향으로 공존을 꾀하는 것이 <포켓몬스터 레츠고>의 실험이자 미션이다. 

 


 

<포켓몬스터 레츠고>의 기반이 되는 <포켓몬 GO>는 운영이나 지속성 면에선 상당량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실생활까지 영향을 주는 콘텐츠로서 현재까지 전세계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더 많이 걸으려고 출퇴근길을 바꾸거나 운동을 시작한 사람들의 사례도 곳곳에서 쏟아졌다. 게임이 일상에 깊게 침투해 일상 그 자체가 된 것이다. 

 

<포켓몬 GO>와 게임 방식은 똑같은데 더 좋은 그래픽으로, 친숙한 배경에서, 부족했던 스토리와 NPC 배틀을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있다면? 하던 게임을 그만둘 필요도 없고 심지어 연동하면 혜택도 준다고? 오리지널 게임 시리즈를 해온 사람들에게는 눈에 차지 않는 신작이지만, <포켓몬 GO>를 했던 사람들에게는 매력적인 제안이다. 모바일의 일상성을 살리면서도 콘솔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 수 있다. 

 

<포켓몬 GO>에서 건너온 사람들에게 <포켓몬스터 레츠고>는 턴제 배틀과 스토리, 게임 간 연동이 주는 애착과 재미, 친숙한 배경 등 오리지널 게임의 핵심 요소를 압축적으로 전달한다. 실제로 닌텐도는 2016년 3분기 보고서에서 <포켓몬스터 썬·문> 초반 흥행은 <포켓몬 GO>의 영향도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포켓몬스터 울트라썬·울트라문>을 잇는 전통적인 오리지널 게임 신작은 2019년에 발매되므로, <포켓몬스터 썬·문>처럼 모바일 유저를 콘솔로 끌어들이려는 전략도 있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첫 콘솔 포켓몬이 될 <포켓몬스터 레츠고>

 

이번 작품의 대표 포켓몬이 피카츄와 이브이라는 것은 포켓몬스터 IP가 가진 고민을 그대로 내비친다. 피카츄는 진화하지 않음으로써 브랜드의 상징이 됐고, 이브이는 다양한 진화를 선보여 폭넓은 지지를 받는 포켓몬이다. 전통과 변화의 기로에 서서, 결국 브랜드는 또다른 메인 시리즈라는 핑계로 파장이 큰 수를 던졌다.

 

게임의 일상화, 모바일과 콘솔의 양립. 두 마리 파르빗을 잡으려는 포켓몬스터의 미션은 성공할까? <포켓몬스터 레츠고! 피카츄·이브이>는 다가오는 11월 16일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에 출시된다. 오리지널 시리즈의 신작은 2019년 하반기로 예정되어 있다. 

 




 

포켓몬컴퍼니가 30일 공개한 <포켓몬스터 레츠고! 피카츄·이브이>(이하 '포켓몬스터 레츠고')는 오리지널 포켓몬스터 게임과 비슷하면서도 많은 차이를 보인다. 그런데 이름은 외전을 뜻하는 '포켓몬'이 아니라 오리지널 게임 시리즈와 동일한 '포켓몬스터'를 사용한다. 

 

한없이 외전에 가까운 오리지널, 혹은 오리지널에 근접한 외전. 여러모로 독특한 위치에 있는 <포켓몬스터 레츠고>는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다른까? 닌텐도는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트레일러와 공개된 정보를 참고해 <포켓몬스터 레츠고>의 주요 특징과 의의를 정리했다. / 디스이즈게임 장이슬 기자


 

 

# 새로운 시리즈의 시작은 그리운 관동에서

 

우선 트레일러의 게임 화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포켓몬스터의 시작을 알린 '1세대'를 내세운 것이다. 마스코트 '피카츄'는 물론, 매 세대마다 새로운 진화 루트를 선보여 꾸준한 인기를 얻은 '이브이'가 타이틀 포켓몬으로 선정됐다. 3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켓몬컴퍼니 측은 <포켓몬스터 레츠고>가 1998년 발매된 <포켓몬스터 피카츄>를 새롭게 재해석했다고 밝혔다.

 

'오박사'가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고 '로켓단' 조무래기와 배틀을 벌인다. 매 시리즈마다 의상이 달라지는 NPC 트레이너들도 이번만큼은 처음 옷으로 차려입었다. 피카츄와 이브이가 옷을 갈아입는 곳은 12번 도로고, 마그마가 등장하는 배틀의 배경은 홍련섬의 포켓몬저택으로 짐작된다. 

 

트레일러 마지막에 등장하는 뮤츠는 지형으로 보아 원작처럼 블루시티 동굴이며, 많은 플레이어들이 처음으로 겪는 동굴인 달맞이산도 재현됐다. 유일하게 이름이 공개된 NPC 트레이너 'Bug Catcher Cale'는 <포켓몬스터 피카츄> 시절부터 블루시티 골든 볼 브릿지의 수문장을 맡는 유서 깊은 인물이다. 블루시티는 첫 난관을 건너 만나는 대도시이자 환상의 포켓몬이 숨어 있는 곳인 만큼 이번 트레일러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관동 지방은 20년 동안 정식 시리즈에서 4번이나 등장한 지역이고 많은 팬에게 익숙한 곳이다. 그런 만큼 '1세대 리메이크'는 구현 방향이 잘못됐거나 어설프면 비판을 면키 어렵다. 하지만 결국 '한없이 외전에 가까운 메인 시리즈'라는 형태로 다시 나타나게 됐다. 실험작, 외전, 그리고 또다른 시리즈의 시작이라는 멋진 명분과 함께 말이다.

 

 오랜만에 직접 왕림하신 오박사님. 포켓몬 주세요!



 뿔충이가 그렇게 미울 수 없었던 상록숲



블루시티 골든 볼 브릿지의 5인방이 옛 버전처럼 길을 막고 서 있다.

 

 

# 포획과 육성은 <포켓몬 GO>, 배틀은 오리지널처럼

 

시스템 측면을 보면 전반적으로 <포켓몬스터 레츠고>는 '포켓몬 GO'를 콘솔 규모에 맞춰 확장한 인상이다. 랜덤으로 야생 포켓몬 만나 포획하거나 쓰러뜨렸던 오리지널 시리즈와 달리, 이번 작에서는 풀숲에서 배회하는 포켓몬에게 다가가 포획하는 방식으로 변했다. 배회하는 포켓몬은 맵상에서 미리 알 수 있다.

 

야생 포켓몬과 조우하면 화면에는 만난 포켓몬의 이름과 성별, 레벨과 CP가 표시된다. CP는 컴뱃 포인트의 약자로 <포켓몬 GO>에서 개별 포켓몬의 강함을 측정하는 수치다. 화면 하단에는 몬스터볼과 남은 개수가 표시되고, 플레이어는 '준비(Get Ready)', '아이템', '도움(Help)', '도주(Run away)' 를 선택한다. 

 

포획을 선택하면 타이밍에 맞춰 몬스터볼을 던지며, 이 조작은 조이콘을 휘두르거나 버튼을 눌러 진행한다. 포획 성공시 '엑셀런트', '그레이트' 메시지가 뜨는 것으로 볼 때 <포켓몬 GO>처럼 타이밍, 모션 등 여러 요소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암수의 미세한 차이, 매우 드물게 나타는 '특별한 색' 등 현재 <포켓몬 GO>에 있는 요소가 포함될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조이콘을 휘두르거나 버튼을 누르는 식으로 포획한다. 2인 협력 포획도 가능.

 

오리지널 시리즈에서는 레벨과 종족값, 개별 개체가 갖는 능력치, 기초 포인트 등의 요소를 고려해 포켓몬을 육성한다. <포켓몬 GO>는 개별 개체의 성장 잠재력과 CP가 주요 육성 포인트이며, 반복 포획을 통해 더 좋은 개체를 찾거나 CP를 올릴 수 있다. <포켓몬스터 레츠고>는 이 두 시스템이 혼합되거나 동시에 존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야생 포켓몬을 만나면 CP와 레벨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NPC와의 배틀에서는 기존작의 레벨 시스템이 등장하며, 전투도 4개의 기술과 속성을 사용하는 턴제 RPG로 진행한다. 하지만 레벨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현재 공개된 정보로는 알 수가 없기에, <포켓몬 GO>처럼 반복 포획 보상으로 경험치를 받거나 '산책(Stroll)'에서 보완할 것으로 추측된다. 

 

 <포켓몬 GO>의 CP 시스템과 기존의 레벨 시스템이 동시에 존재한다.

 

 

# 정정당당하게 2:1로 승부하자! 실시간 멀티 플레이

 

또 한가지 특징은 실시간 협동 플레이다. <포켓몬스터 레츠고>는 기본적으로 한 쪽 조이콘만 사용한다. 다른 쪽 조이콘은? 친구에게 주면 즉석에서 협동 플레이가 된다. 기존 시리즈에서 미니 게임 등 한정적인 상황에서만 가능했던 협동 플레이가 이제 상시, 즉석에서 가능한 것이다. 

 

영상에서는 바로 조이콘을 건네받아 흔들자 다른 캐릭터가 등장했고, 몬스터볼 조이콘으로 플레이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포획과 전투, 도주 등의 선택은 메인 플레이어에게 있고 초대받은 서브 플레이어는 포획에 도움을 주거나 메인 플레이어를 따라다녀야 하는 등 기능에 제약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NPC와의 더블 배틀 장면에서는 메인 플레이어가 피카츄를, 서브 플레이어가 이상해씨의 기술을 선택해 턴을 마친다. 그러나 화면에서 보여지는 아군의 소지 포켓몬은 메인, 서브 모두 6마리. 기존 작 더블배틀처럼 소지한 6마리 중 3마리를 합쳐 배틀에 내보내는 건지, 아니면 메인 플레이어의 6마리를 나눠서 조작하는 것인지는 현재 알 수 없다. 

 

포켓몬컴퍼니는 발표 후 추가 정보를 통해 통신 교환과 대전 기능이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Wi-Fi를 이용한 온라인 서비스일지, 아니면 근거리 통신 한정일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실시간 협력 플레이는 로컬 플레이다.

 

 다른 사람의 플레이 데이터를 불러오는 건지, 즉석에서 생성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혼자 다니는데 더블 배틀 걸어왔던 NPC에게 플레이어의 기분을 느끼게 해주자.

 

 트레일러의 서브 플레이어는 피카츄나 이브이가 없지만 동행 포켓몬은 있다.

 

 

# 몬스터볼 조이콘과 <포켓몬 GO>, 언제 어디서나 포켓몬과 함께

 

산책은 별도로 발매하는 '몬스터볼 조이콘'의 기능이다. 게임을 끌 때 포켓몬 중 하나를 산책에 데려가면 몬스터볼 조이콘으로 데이터가 전송된다. 조이콘의 버튼을 누르면 해당 포켓몬의 울음소리가 재생되고, HD 진동 기능을 통해 움직임에 반응하는 등 실제로 포켓몬이 들어있다는 인상을 준다. 

 

조이콘을 들고 외출을 했다가 다시 게임에 전송시키면 여러 보상을 받을 수 있는데, 이는 2009년 출시한 <포켓몬스터 하트골드·소울실버>가 별도 액세서리 '포켓워커'를 통해 실현한 바 있는 아이디어다. 이 기기는 걸음 수에 따라 경험치를 얻고, 아이템이나 희귀 포켓몬을 얻을 수 있었다.

 

 게임을 저장하고 종료할 때 몬스터볼에 담을 포켓몬을 선택할 수 있다.

 

<포켓몬 GO>에서 포획한 포켓몬을 <포켓몬스터 레츠고>로 불러올 수도 있다. 연동한 포켓몬은 'GO 파크'라는 게임 내 공간에 대기하고 있고, <포켓몬 GO>에서는 연동 보상으로 특별한 혜택을 받는다. 현재 밝혀진 바로는 1세대 포켓몬과 일부 리전 폼 포켓몬만 전송 가능하지만, 신규 포켓몬의 등장 가능성도 암시하고 있다.

 

연동처가 기존의 '포켓몬뱅크'가 아니라 <포켓몬 GO>라는 점은 눈여겨볼 요소다. 오리지널 시리즈에서는 기기와 게임팩만 있다면 <포켓몬스터 적·녹>부터 <포켓몬스터 울트라썬·울트라문>까지 포켓몬을 전송할 수 있고, 3DS 세대에서는 클라우드 서비스 '포켓몬뱅크'가 등장해 연동이 더욱 쉬워졌다. 포켓몬스터의 '연동'은 전 세대와 현 세대를 이어주는 연결고리이자 IP의 상징이다. 

 

하지만 <포켓몬스터 레츠고>는 뱅크가 아닌 <포켓몬 GO>를 선택했다. 기존의 게임 시리즈가 <포켓몬스터 적·녹>에서 시작했다면, <포켓몬스터 레츠고>는 <포켓몬 GO>에서 출발하는 새로운 프랜차이즈다. 형식상으로는 오리지널 게임과 멀어보이는 실험작이지만 또다른 정식 시리즈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물론 모바일에 기반을 둔 새로운 시리즈가 얼마나 큰 호응을 얻을지 미지수고, 아직 공개되지 않은 정보도 있기에 섣부른 판단은 할 수 없지만 흥미로운 시도로 읽힌다. 

 


 

 <포켓몬 GO> 연동 시점이 빠르다면 초반부터 매우 강력한 포켓몬도 얻을 수 있다.

 

 

# 모바일 시대 포켓몬의 미션, 일상을 점령하라

 

1996년 첫 '포켓몬스터'가 등장한 후 22년이 지났다. '포켓몬'을 만드는 사람들도 세대교체가 진행 중이고, 모바일로만 게임을 경험한 세대가 새로 등장하거나 발견됐다. 밖으로 떠난 사람들을 어떻게 가정용 게임기 앞으로 불러올 것인가? <포켓몬스터 레츠고>는 이 질문에 대한 '포켓몬' 그리고 '닌텐도 스위치'의 대답처럼 보인다.

 

다시 <포켓몬스터 레츠고>의 트레일러를 살펴보자. 길에서 자전거를 타며 <포켓몬 GO>를 플레이하던 '유저'는 집으로 돌아와 스위치를 켜고 <포켓몬스터 레츠고>를 '플레이'한다. 몬스터볼 조이콘에 포켓몬을 담아 다시 밖으로 나가고, 또 집으로 돌아와 게임을 이어간다. 집 안에서 게임을 하다가 밖으로 나갔던 닌텐도 스위치 첫 트레일러와 전혀 다른 방향이다. 

 

닌텐도 스위치는 콘솔과 휴대용을 넘나드는 하이브리드 기기다. 그러나 제아무리 스위치가 가볍고 편리해도 모바일 디바이스의 일상성을 이길 수는 없다. 그러니 모바일을 대체하기보다 부족한 무언가를 채워주는 방향으로 공존을 꾀하는 것이 <포켓몬스터 레츠고>의 실험이자 미션이다. 

 


 

<포켓몬스터 레츠고>의 기반이 되는 <포켓몬 GO>는 운영이나 지속성 면에선 상당량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실생활까지 영향을 주는 콘텐츠로서 현재까지 전세계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더 많이 걸으려고 출퇴근길을 바꾸거나 운동을 시작한 사람들의 사례도 곳곳에서 쏟아졌다. 게임이 일상에 깊게 침투해 일상 그 자체가 된 것이다. 

 

<포켓몬 GO>와 게임 방식은 똑같은데 더 좋은 그래픽으로, 친숙한 배경에서, 부족했던 스토리와 NPC 배틀을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있다면? 하던 게임을 그만둘 필요도 없고 심지어 연동하면 혜택도 준다고? 오리지널 게임 시리즈를 해온 사람들에게는 눈에 차지 않는 신작이지만, <포켓몬 GO>를 했던 사람들에게는 매력적인 제안이다. 모바일의 일상성을 살리면서도 콘솔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 수 있다. 

 

<포켓몬 GO>에서 건너온 사람들에게 <포켓몬스터 레츠고>는 턴제 배틀과 스토리, 게임 간 연동이 주는 애착과 재미, 친숙한 배경 등 오리지널 게임의 핵심 요소를 압축적으로 전달한다. 실제로 닌텐도는 2016년 3분기 보고서에서 <포켓몬스터 썬·문> 초반 흥행은 <포켓몬 GO>의 영향도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포켓몬스터 울트라썬·울트라문>을 잇는 전통적인 오리지널 게임 신작은 2019년에 발매되므로, <포켓몬스터 썬·문>처럼 모바일 유저를 콘솔로 끌어들이려는 전략도 있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첫 콘솔 포켓몬이 될 <포켓몬스터 레츠고>

 

이번 작품의 대표 포켓몬이 피카츄와 이브이라는 것은 포켓몬스터 IP가 가진 고민을 그대로 내비친다. 피카츄는 진화하지 않음으로써 브랜드의 상징이 됐고, 이브이는 다양한 진화를 선보여 폭넓은 지지를 받는 포켓몬이다. 전통과 변화의 기로에 서서, 결국 브랜드는 또다른 메인 시리즈라는 핑계로 파장이 큰 수를 던졌다.

 

게임의 일상화, 모바일과 콘솔의 양립. 두 마리 파르빗을 잡으려는 포켓몬스터의 미션은 성공할까? <포켓몬스터 레츠고! 피카츄·이브이>는 다가오는 11월 16일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에 출시된다. 오리지널 시리즈의 신작은 2019년 하반기로 예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