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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로스트아크' 스토리가 재미 없는 이유, 그리고 재미 있는 이유

그루잠 (박수민 기자) | 2018-12-05 15:24:39

이 기사는 아래 플랫폼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MMORPG는 많은 요소들이 결합돼 유저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게임 장르입니다. 그 중에서도 게임 내 이야기 ‘스토리’는 많은 유저들이 중요시하는 요소 중 하나죠. 구성이 알차고 ‘희로애락’의 감정을 일으켜 ‘좋은 스토리’라고 평가 받는 것들은 소설이나 만화 등 다른 매체로 출시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 국내에서 가장 ‘핫한’ MMORPG라면 많은 유저들이 <로스트아크>를 꼽을 겁니다. 지난 11월 3일에 오픈베타를 시작한 <로스트아크>는 동시접속자수 35만명 이상을 기록했고, PC방 점유율 순위도 <오버워치>, <메이플스토리> 등 쟁쟁한 작품들을 제치고 3위에 올랐습니다. 

 

간만에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는 국산 MMORPG인 만큼, <로스트아크>는 다양한 부분에서 유저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로스트아크>의 스토리가 관심을 받은 것도 우연은 아니었겠죠. 그런데, <로스트아크>의 스토리에 대해서 많은 유저가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네요. <로스트아크>의 스토리가 어떻길래 다들 그러는 걸까요? 한번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박수민 기자 

 


 

 

이 기사는 <로스트아크>의 스토리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기사는, <로스트아크>를 플레이한 기자의 주관적인 해석이 담겨 있음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로스트아크>의 스토리는 뻔하다

 

<로스트아크>의 스토리를 관심 있게 지켜본 유저들 중 많은 분이 ‘<로스트아크>의 메인 스토리는 지루하다(혹은 뻔하거나, 별로다)’는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기자가 느낀 <로스트아크>의 메인 스토리의 감상도 비슷합니다. (메인 스토리만 봤을 땐) 뻔하고 지루했죠.

 

<로스트아크>는 '아크'의 수호자 '베아트리스'의 부탁을 받은 주인공이 악마의 침공을 막고 7개의 ‘아크’를 찾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합니다. 이 때 주인공은 (메인 스토리에 한하면) 아크를 찾기 위해서라면 ‘짐을 옮겨달라’는 식의 잔심부름도 마다하지 않죠. 

 


기다렸다는 듯이 세계를 구해달라고 말하는 베아트리스

이렇게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들어드립니다’ 같은 캐릭터는 전형적인 ‘정의의 사도’형 캐릭터로 보입니다. 정의를 위해서라면 물불 안가리고 뛰어드는 영웅 캐릭터죠. 자신의 조국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고 뛰어드는 ‘캡틴 아메리카’와 비슷한 구석이 있겠네요.(‘캡틴 아메리카’를 둘러싼 만화나 영화의 이야기가 전형적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오직 캐릭터의 설정만 봤을 때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많은 게임들(특히 RPG장르)은 캐릭터의 성격을 이런 ‘영웅적 인물’로 설정하곤 합니다. 아무래도 캐릭터를 플레이하는 유저가 가장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인물상이거든요. 초반엔 별 것 아니었던 누추한 캐릭터가 성장을 거듭해 세계를 구해낸다! 얼마나 뿌듯하겠습니까. 

 

문제는 이런 ‘영웅적 인물’이 평범하게 세계를 구하는 스토리로는 유저의 흥미를 충분히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평범하게 세계를 구한다’라는 말 자체가 조금 어색한 것 같지만, 영웅이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들은 이미 고대 시절부터 있어왔고, 그런 이야기 자체가 ‘영웅담 구조’라는 구조적 틀로 굳어버렸기 때문에 ‘영웅이 세계를 구한다’는 이야기가 평범해 질 수 있습니다. 

 

나는 또 영웅이 돼 있었다

영웅담 구조에 대해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구조를 설명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비범한 출생(귀족, 난생-알에서 태어남- 등) – 위기 – 조력자와의 만남과 도움 – 위기 극복 – 세계 구원 →이러한 구조는 동 서양을 막론하고 고대 건국설화, 영웅담 등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주몽 설화나 헤라클레스 신화 등이 있죠. 

 

이런 이야기 구조는 현대 소설이나 영화, 연극 등 다양한 작품에도 은연중 녹아있습니다. 물론 대부분 저 구조를 그대로 따라가지 않죠. 최근의 작품들은 이야기의 질을 보다 높이기 위해 입체적인 인물상을 구현하거나, 전형적인 구조를 비트는 등의 방법을 사용합니다. 

 

기자가 보기에는, <로스트아크>의 메인 스토리는 이런 전형적인 영웅담 구조를 따라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 영웅담 구조는 튜토리얼에서 시작해 각 대륙마다 적용되죠. '영광의 벽'으로 유명한 '루테란 동부' 지역 실리안 왕자의 에피소드를 살펴 보면 이런 식으로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 참고: 이야기할 '루테란 지역 에피소드'는 실리안 왕자가 섭정 슈헤리트를 물리칠 때 까지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또한 이러한 해석은 기자 개인의 해석일 뿐이며, 다르게 읽힐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연가문의 당주, 고대 마법사에게 선택받은(미수에 그치긴 했지만) 뛰어난 마법사, 아르데타인의 소문난 해결사, 노예 신분이었지만 어떤 '운명'을 타고난 검투사. 각각 격투가, 마법사, 헌터, 전사 클래스의 출생입니다. 이들은 베아트리스에게 '운명의 선택을 받은 자'라고 일컬어지며 '아크'를 찾아 달라 부탁받죠. 

 

대부분의 지역에서 발생하는 위기들은 아크를 손에 넣기 위한 악마들, 그리고 이 악마들을 통솔하는 '악마군단장'으로부터 비롯합니다. 루테란 성의 이야기는 단순하게 보면 '선한 실리안 왕자가 악한 섭정을 물리치는 이야기'지만 이 섭정은 악마의 꾐에 넘어간 상태였으니까요. 결론적으로 '악마에 의해 위기가 조성'된 셈입니다. 주인공과 아만 사제, 그리고 실리안 왕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악마 군단은 전형적인 악당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후 주인공은 주변 인물들과 신뢰를 쌓으며 자신들을 도와 줄 조력자들을 하나 둘 모으기 시작합니다. 특히 하셀링크는 처음에는 적대적이었다가 이후 실리안에게 가담하는 인물로, 조력자를 대표하는 인물이기도 하죠. 그 다음 결전의 날이 다가오게 되고, 실리안 왕자와 섭정 슈헤리트 군단은 '영광의 벽'에서 맞붙고 승리를 쟁취하게 됩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전형적으로 '비범한 출생' '위기를 맞이함' '조력자와 만나고 도움을 받음' '이를 통해 구원을 행함'이라는 영웅담 구조의 모습을 띠고 있습니다. <로스트아크>의 메인 스토리 대부분은 이런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소인국 '토토이크'를 구할 때에도, 아르데타인과 슈샤이어에서 혁명을 할 때에도 말이죠.

 

새로운 루테란의 건국은 하나의 '구원'으로 볼 수 있다.

 

 

정말 <로스트아크>의 스토리는 형편없을까? 

 

앞서 <로스트아크>의 메인 스토리가 ‘평범하다’고 이야기하긴 했지만, 기자는 <로스트아크>의 세계관을 포함한 전체적인 줄거리에 대해서는 조금 다른 평가를 내리고 싶습니다. <로스트아크>의 사이드 스토리들 때문입니다. 이 사이드 스토리들 덕분에 <로스트아크>의 세계관은 그저 그런 뻔함에서 벗어나 흥미를 불러 일으켰고, 이 때문에 ‘평범한 메인 스토리’조차 다시 보게 했거든요.

 

<로스트아크>를 플레이하다 보면 수많은 사이드 스토리를 접할 수 있습니다. 서브 퀘스트, 숨겨진 이야기, 섬의 마음 퀘스트 까지. 아마 모두 합쳐 보면, 메인 스토리의 분량에 준하거나 그것을 뛰어넘을 지도 모릅니다. 

 

모험의 서에서 확인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야기'와 '숨겨진 이야기'

이렇게 만나는 사이드 스토리들은 앞서 말한 ‘뻔한 영웅담 구조’의 이야기에서 탈피해, 조금 더 낮은 위치(혹은 평범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비유하자면 정사(正史, 정확한 사실의 역사, 또는 그런 기록)와 대비되는 야사(野史, 민간에서 사사로이 기록한 역사)라고 할 수 있겠네요. 

 

<로스트아크>의 사이드 스토리들은 주인공 캐릭터(즉, 유저 분들이 플레이하는 캐릭터가 되겠죠)의 개입이 거의 없습니다. 서브 퀘스트의 경우엔 유저가 일손을 돕는 등 약간의 개입을 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서브 퀘스트는 ‘남의 이야기’입니다. 즉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거죠. 심지어 ‘숨겨진 이야기’의 경우, 이미 일어난 일을 단서를 통해 추적하는 형태로 완전히 주인공의 개입이 배제됩니다. 

 

영웅이 아닌 사람들의 이야기

 

때문에 사이드 스토리들은 앞서 말했던 ‘영웅담 구조’에서 탈피해, 보다 자유로운 이야기 전개가 가능합니다. 지나가던 집 앞에 놓인 해바라기에 얽힌 노부부의 이야기라든가, 먼저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하는 가슴 아픈 이야기, 도박판에 잘못 빠져 죽음을 맞이한 한량의 이야기까지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단편적이면서도 흥미롭습니다. 이런 사이드 스토리들이 흥미로운 이유는, 실제 세계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보다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세계를 구하는 영웅의 이야기는 (그 식상함은 둘째 치고) 분명 매력적인 소재이지만, 아무래도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그런 영웅의 이야기는 어딘가 먼 세상의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그에 반해 사이드 스토리들은 ‘나도 한번쯤 겪어볼 수 있을 만 한’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죠. 

 

메인 스토리 도중이지만 이런 '불공정 계약'도 받아볼 수 있다.

 

이런 이야기들은 쉽고 빠르게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비록 게임 속 이야기긴 하지만 <로스트아크>에 몰입한 유저 입장에서는 은연중에 ‘나에게도 이런 일 정도는 일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그리고 <로스트아크>는 이런 사이드 스토리들을 교묘하게 메인 스토리와 연결시켜 놓았습니다. 

 

숨겨진 이야기 중 몇몇 이야기는 유저가 메인 스토리에서 한 번쯤 만나봤을 법한 인물들에 대해 다룹니다. 대표적인 예로 루테란의 기사인 ‘하셀링크’나 레온하트의 사제 ‘바르투’가 있죠. 이들은 메인 스토리 내에서 ‘뻔한 영웅담 내에서 주인공을 조력해 주는 뻔한 인물’로 이미 한번 인식된 인물들입니다. 

 

신경 쓰지 않았다면 '부하 1'로 남았을 기사 '하셀링크'의 이야기 (숨겨진 이야기 '빌브린의 호랑이')

 

그런데 이들과 관련된 사이드 스토리에는 마치 실제 인물이 겪었을 법 한 소소한 이야기들을 확인할 수 있죠. 뻔하기에 현실성 없었던 인물들이 사이드 스토리를 통해 실제감 있는 인물들로 탈바꿈하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사이드 스토리들은 이미 한 번 지나가 버린 메인 스토리를 다른 각도에서 다시 한번 볼 수 있게 합니다. 이를 통해서 다소 ‘뻔한’ 메인 스토리는 좀 더 사실감 있는 이야기로 탈바꿈하고, <로스트아크> 세계관 전체의 깊이를 더할 수 있는 거죠. 아, 물론 ‘별빛등대의 섬’ 같이, 서브 퀘스트 자체의 스토리가 인상 깊은 경우도 있고요. 

  

"당신이 지켜봐 주지 않겠어? 서툰 우리가…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많은 유저들의 심금을 울렸던 사이드 스토리 '별빛등대의 섬'

 

 

'자세히 보아야 재미있는' <로스트아크>의 스토리

 

앞서, <로스트아크>의 스토리를 메인 스토리와 사이드 스토리로 구분해 각각의 스토리가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메인 스토리만 봤을 때엔 뻔한 이야기 같았지만, 사이드 스토리에서 보이는 의외의 디테일이 <로스트아크>의 스토리를 재밌게 만든다' 정도가 되겠네요. 

 

여기에 유저가 겪는 각각의 이야기들의 '감칠맛'을 더해주는 <로스트아크>의 인상깊은 연출도 스토리가 더 재밌게 느껴지는 데 한 몫 합니다. 상황에 따라서 캐릭터를 클로즈업하거나, 극단적으로 먼 거리에서 화면을 찍어 위압감을 느끼게 하는 등의 역할을 하게 되죠. 

 

기자가 개인적으로 손에 꼽는 연출인 슈샤이어 메인 스토리 엔딩

 

많은 유저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 대표적인 두 장면을 살펴 볼까요? 실리안 왕자가 슈헤리트의 대군에 맞서 공성전을 벌이는 '영광의 벽' 연출의 핵심은 '스케일'이라 볼 수 있습니다. 수많은 군인들이 맞붙고, 그러면서 발생하는 '전쟁의 느낌'을 살리는 게 포인트죠. 

 

따라서 영광의 벽 연출에서는 카메라가 과도하게 먼 곳에서 화면을 촬영해, 수많은 군인들을 비추거나 동시다발적으로 전투가 벌어지는 전장을 유저들이 한 눈에 볼 수 있게 합니다. 여기에 병사들을 순간적으로 비추는 번개는 이런 '대규모 군사'를 효과적으로 부각시켜 주죠. 

 


 

아만 사제가 폭주하는 '남겨진 바람의 절벽'의 연출 포인트는 '대립'입니다. 같은 사제이면서도, 서로 다른 가치관을 지닌 두 인물이 맞붙게 되고, 이 과정에서 한 쪽이 압도적으로 제압당하면서 발생하는 안타까움이 핵심입니다. 

 

연출을 살펴 보면 주요 장면은 카메라를 땅바닥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양 쪽에 서 있는 두 진영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열악한 상황의 인물들이 놓인 곳은 절벽 끝이죠. 자연스럽게 유저들은 두 진영의 힘의 차이를 느끼게 되고, 이런 와중에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발악하고 끝내 폭주하게 되는 아만 사제를 동정하게 됩니다. 

 


이 때의 연출은 '대비'를 극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두 진영이 서로 마주보는 장면이 많다

 

이런 식으로, <로스트아크>는 세계관을 풀어내는 여러가지 방법들을 통해 유저에게 스토리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로스트아크>에는 현재 레온하트부터 슈샤이어까지 꽤 긴 분량의 메인 스토리가 있습니다. 거기에 딸린 숨겨진 이야기들과 갖가지 설정들을 모두 모으면 상당한 분량이죠. 

 

이 기사에서는 이러한 스토리들을 모두 다루지 못했습니다. 언급하지 못했지만 '혁명'을 주제로 한 매력적인 아르데타인의 메인 스토리도 있고, 어찌 보면 뻔하디 뻔한(그래서 단순히 '심부름'만 기억에 남는) 서브 퀘스트들도 있죠. 게다가 이 글은 기자가 느낀 '주관적인 감상'을 적은 것이기 때문에, 다른 시각에서 다른 해석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생각할 만한 것은, '지루하고 뻔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로스트아크>의 스토리가, 자세히 보면 꽤 흥미로운 설정들과 단편들로 가득하다는 겁니다. 

 

혹시 'G'버튼(대화 넘기기 단축키)을 마구 누르다가 이러한 이야기를 놓치지는 않으셨나요? 아니면 '숨겨진 이야기'를 파밍할 때 대화창을 읽지 않고 스킵하셨나요? 그렇다면 이번엔 여유를 가지고 <로스트아크> 안의 이야기들을 읽어 보는건 어떨까요? 때로는 익살맞고, 때로는 분노를 부르며, 때로는 슬픈 이야기들이 숨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MMORPG는 많은 요소들이 결합돼 유저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게임 장르입니다. 그 중에서도 게임 내 이야기 ‘스토리’는 많은 유저들이 중요시하는 요소 중 하나죠. 구성이 알차고 ‘희로애락’의 감정을 일으켜 ‘좋은 스토리’라고 평가 받는 것들은 소설이나 만화 등 다른 매체로 출시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 국내에서 가장 ‘핫한’ MMORPG라면 많은 유저들이 <로스트아크>를 꼽을 겁니다. 지난 11월 3일에 오픈베타를 시작한 <로스트아크>는 동시접속자수 35만명 이상을 기록했고, PC방 점유율 순위도 <오버워치>, <메이플스토리> 등 쟁쟁한 작품들을 제치고 3위에 올랐습니다. 

 

간만에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는 국산 MMORPG인 만큼, <로스트아크>는 다양한 부분에서 유저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로스트아크>의 스토리가 관심을 받은 것도 우연은 아니었겠죠. 그런데, <로스트아크>의 스토리에 대해서 많은 유저가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네요. <로스트아크>의 스토리가 어떻길래 다들 그러는 걸까요? 한번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박수민 기자 

 


 

 

이 기사는 <로스트아크>의 스토리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기사는, <로스트아크>를 플레이한 기자의 주관적인 해석이 담겨 있음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로스트아크>의 스토리는 뻔하다

 

<로스트아크>의 스토리를 관심 있게 지켜본 유저들 중 많은 분이 ‘<로스트아크>의 메인 스토리는 지루하다(혹은 뻔하거나, 별로다)’는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기자가 느낀 <로스트아크>의 메인 스토리의 감상도 비슷합니다. (메인 스토리만 봤을 땐) 뻔하고 지루했죠.

 

<로스트아크>는 '아크'의 수호자 '베아트리스'의 부탁을 받은 주인공이 악마의 침공을 막고 7개의 ‘아크’를 찾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합니다. 이 때 주인공은 (메인 스토리에 한하면) 아크를 찾기 위해서라면 ‘짐을 옮겨달라’는 식의 잔심부름도 마다하지 않죠. 

 


기다렸다는 듯이 세계를 구해달라고 말하는 베아트리스

이렇게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들어드립니다’ 같은 캐릭터는 전형적인 ‘정의의 사도’형 캐릭터로 보입니다. 정의를 위해서라면 물불 안가리고 뛰어드는 영웅 캐릭터죠. 자신의 조국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고 뛰어드는 ‘캡틴 아메리카’와 비슷한 구석이 있겠네요.(‘캡틴 아메리카’를 둘러싼 만화나 영화의 이야기가 전형적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오직 캐릭터의 설정만 봤을 때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많은 게임들(특히 RPG장르)은 캐릭터의 성격을 이런 ‘영웅적 인물’로 설정하곤 합니다. 아무래도 캐릭터를 플레이하는 유저가 가장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인물상이거든요. 초반엔 별 것 아니었던 누추한 캐릭터가 성장을 거듭해 세계를 구해낸다! 얼마나 뿌듯하겠습니까. 

 

문제는 이런 ‘영웅적 인물’이 평범하게 세계를 구하는 스토리로는 유저의 흥미를 충분히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평범하게 세계를 구한다’라는 말 자체가 조금 어색한 것 같지만, 영웅이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들은 이미 고대 시절부터 있어왔고, 그런 이야기 자체가 ‘영웅담 구조’라는 구조적 틀로 굳어버렸기 때문에 ‘영웅이 세계를 구한다’는 이야기가 평범해 질 수 있습니다. 

 

나는 또 영웅이 돼 있었다

영웅담 구조에 대해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구조를 설명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비범한 출생(귀족, 난생-알에서 태어남- 등) – 위기 – 조력자와의 만남과 도움 – 위기 극복 – 세계 구원 →이러한 구조는 동 서양을 막론하고 고대 건국설화, 영웅담 등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주몽 설화나 헤라클레스 신화 등이 있죠. 

 

이런 이야기 구조는 현대 소설이나 영화, 연극 등 다양한 작품에도 은연중 녹아있습니다. 물론 대부분 저 구조를 그대로 따라가지 않죠. 최근의 작품들은 이야기의 질을 보다 높이기 위해 입체적인 인물상을 구현하거나, 전형적인 구조를 비트는 등의 방법을 사용합니다. 

 

기자가 보기에는, <로스트아크>의 메인 스토리는 이런 전형적인 영웅담 구조를 따라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 영웅담 구조는 튜토리얼에서 시작해 각 대륙마다 적용되죠. '영광의 벽'으로 유명한 '루테란 동부' 지역 실리안 왕자의 에피소드를 살펴 보면 이런 식으로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 참고: 이야기할 '루테란 지역 에피소드'는 실리안 왕자가 섭정 슈헤리트를 물리칠 때 까지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또한 이러한 해석은 기자 개인의 해석일 뿐이며, 다르게 읽힐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연가문의 당주, 고대 마법사에게 선택받은(미수에 그치긴 했지만) 뛰어난 마법사, 아르데타인의 소문난 해결사, 노예 신분이었지만 어떤 '운명'을 타고난 검투사. 각각 격투가, 마법사, 헌터, 전사 클래스의 출생입니다. 이들은 베아트리스에게 '운명의 선택을 받은 자'라고 일컬어지며 '아크'를 찾아 달라 부탁받죠. 

 

대부분의 지역에서 발생하는 위기들은 아크를 손에 넣기 위한 악마들, 그리고 이 악마들을 통솔하는 '악마군단장'으로부터 비롯합니다. 루테란 성의 이야기는 단순하게 보면 '선한 실리안 왕자가 악한 섭정을 물리치는 이야기'지만 이 섭정은 악마의 꾐에 넘어간 상태였으니까요. 결론적으로 '악마에 의해 위기가 조성'된 셈입니다. 주인공과 아만 사제, 그리고 실리안 왕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악마 군단은 전형적인 악당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후 주인공은 주변 인물들과 신뢰를 쌓으며 자신들을 도와 줄 조력자들을 하나 둘 모으기 시작합니다. 특히 하셀링크는 처음에는 적대적이었다가 이후 실리안에게 가담하는 인물로, 조력자를 대표하는 인물이기도 하죠. 그 다음 결전의 날이 다가오게 되고, 실리안 왕자와 섭정 슈헤리트 군단은 '영광의 벽'에서 맞붙고 승리를 쟁취하게 됩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전형적으로 '비범한 출생' '위기를 맞이함' '조력자와 만나고 도움을 받음' '이를 통해 구원을 행함'이라는 영웅담 구조의 모습을 띠고 있습니다. <로스트아크>의 메인 스토리 대부분은 이런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소인국 '토토이크'를 구할 때에도, 아르데타인과 슈샤이어에서 혁명을 할 때에도 말이죠.

 

새로운 루테란의 건국은 하나의 '구원'으로 볼 수 있다.

 

 

정말 <로스트아크>의 스토리는 형편없을까? 

 

앞서 <로스트아크>의 메인 스토리가 ‘평범하다’고 이야기하긴 했지만, 기자는 <로스트아크>의 세계관을 포함한 전체적인 줄거리에 대해서는 조금 다른 평가를 내리고 싶습니다. <로스트아크>의 사이드 스토리들 때문입니다. 이 사이드 스토리들 덕분에 <로스트아크>의 세계관은 그저 그런 뻔함에서 벗어나 흥미를 불러 일으켰고, 이 때문에 ‘평범한 메인 스토리’조차 다시 보게 했거든요.

 

<로스트아크>를 플레이하다 보면 수많은 사이드 스토리를 접할 수 있습니다. 서브 퀘스트, 숨겨진 이야기, 섬의 마음 퀘스트 까지. 아마 모두 합쳐 보면, 메인 스토리의 분량에 준하거나 그것을 뛰어넘을 지도 모릅니다. 

 

모험의 서에서 확인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야기'와 '숨겨진 이야기'

이렇게 만나는 사이드 스토리들은 앞서 말한 ‘뻔한 영웅담 구조’의 이야기에서 탈피해, 조금 더 낮은 위치(혹은 평범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비유하자면 정사(正史, 정확한 사실의 역사, 또는 그런 기록)와 대비되는 야사(野史, 민간에서 사사로이 기록한 역사)라고 할 수 있겠네요. 

 

<로스트아크>의 사이드 스토리들은 주인공 캐릭터(즉, 유저 분들이 플레이하는 캐릭터가 되겠죠)의 개입이 거의 없습니다. 서브 퀘스트의 경우엔 유저가 일손을 돕는 등 약간의 개입을 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서브 퀘스트는 ‘남의 이야기’입니다. 즉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거죠. 심지어 ‘숨겨진 이야기’의 경우, 이미 일어난 일을 단서를 통해 추적하는 형태로 완전히 주인공의 개입이 배제됩니다. 

 

영웅이 아닌 사람들의 이야기

 

때문에 사이드 스토리들은 앞서 말했던 ‘영웅담 구조’에서 탈피해, 보다 자유로운 이야기 전개가 가능합니다. 지나가던 집 앞에 놓인 해바라기에 얽힌 노부부의 이야기라든가, 먼저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하는 가슴 아픈 이야기, 도박판에 잘못 빠져 죽음을 맞이한 한량의 이야기까지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단편적이면서도 흥미롭습니다. 이런 사이드 스토리들이 흥미로운 이유는, 실제 세계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보다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세계를 구하는 영웅의 이야기는 (그 식상함은 둘째 치고) 분명 매력적인 소재이지만, 아무래도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그런 영웅의 이야기는 어딘가 먼 세상의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그에 반해 사이드 스토리들은 ‘나도 한번쯤 겪어볼 수 있을 만 한’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죠. 

 

메인 스토리 도중이지만 이런 '불공정 계약'도 받아볼 수 있다.

 

이런 이야기들은 쉽고 빠르게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비록 게임 속 이야기긴 하지만 <로스트아크>에 몰입한 유저 입장에서는 은연중에 ‘나에게도 이런 일 정도는 일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그리고 <로스트아크>는 이런 사이드 스토리들을 교묘하게 메인 스토리와 연결시켜 놓았습니다. 

 

숨겨진 이야기 중 몇몇 이야기는 유저가 메인 스토리에서 한 번쯤 만나봤을 법한 인물들에 대해 다룹니다. 대표적인 예로 루테란의 기사인 ‘하셀링크’나 레온하트의 사제 ‘바르투’가 있죠. 이들은 메인 스토리 내에서 ‘뻔한 영웅담 내에서 주인공을 조력해 주는 뻔한 인물’로 이미 한번 인식된 인물들입니다. 

 

신경 쓰지 않았다면 '부하 1'로 남았을 기사 '하셀링크'의 이야기 (숨겨진 이야기 '빌브린의 호랑이')

 

그런데 이들과 관련된 사이드 스토리에는 마치 실제 인물이 겪었을 법 한 소소한 이야기들을 확인할 수 있죠. 뻔하기에 현실성 없었던 인물들이 사이드 스토리를 통해 실제감 있는 인물들로 탈바꿈하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사이드 스토리들은 이미 한 번 지나가 버린 메인 스토리를 다른 각도에서 다시 한번 볼 수 있게 합니다. 이를 통해서 다소 ‘뻔한’ 메인 스토리는 좀 더 사실감 있는 이야기로 탈바꿈하고, <로스트아크> 세계관 전체의 깊이를 더할 수 있는 거죠. 아, 물론 ‘별빛등대의 섬’ 같이, 서브 퀘스트 자체의 스토리가 인상 깊은 경우도 있고요. 

  

"당신이 지켜봐 주지 않겠어? 서툰 우리가…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많은 유저들의 심금을 울렸던 사이드 스토리 '별빛등대의 섬'

 

 

'자세히 보아야 재미있는' <로스트아크>의 스토리

 

앞서, <로스트아크>의 스토리를 메인 스토리와 사이드 스토리로 구분해 각각의 스토리가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메인 스토리만 봤을 때엔 뻔한 이야기 같았지만, 사이드 스토리에서 보이는 의외의 디테일이 <로스트아크>의 스토리를 재밌게 만든다' 정도가 되겠네요. 

 

여기에 유저가 겪는 각각의 이야기들의 '감칠맛'을 더해주는 <로스트아크>의 인상깊은 연출도 스토리가 더 재밌게 느껴지는 데 한 몫 합니다. 상황에 따라서 캐릭터를 클로즈업하거나, 극단적으로 먼 거리에서 화면을 찍어 위압감을 느끼게 하는 등의 역할을 하게 되죠. 

 

기자가 개인적으로 손에 꼽는 연출인 슈샤이어 메인 스토리 엔딩

 

많은 유저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 대표적인 두 장면을 살펴 볼까요? 실리안 왕자가 슈헤리트의 대군에 맞서 공성전을 벌이는 '영광의 벽' 연출의 핵심은 '스케일'이라 볼 수 있습니다. 수많은 군인들이 맞붙고, 그러면서 발생하는 '전쟁의 느낌'을 살리는 게 포인트죠. 

 

따라서 영광의 벽 연출에서는 카메라가 과도하게 먼 곳에서 화면을 촬영해, 수많은 군인들을 비추거나 동시다발적으로 전투가 벌어지는 전장을 유저들이 한 눈에 볼 수 있게 합니다. 여기에 병사들을 순간적으로 비추는 번개는 이런 '대규모 군사'를 효과적으로 부각시켜 주죠. 

 


 

아만 사제가 폭주하는 '남겨진 바람의 절벽'의 연출 포인트는 '대립'입니다. 같은 사제이면서도, 서로 다른 가치관을 지닌 두 인물이 맞붙게 되고, 이 과정에서 한 쪽이 압도적으로 제압당하면서 발생하는 안타까움이 핵심입니다. 

 

연출을 살펴 보면 주요 장면은 카메라를 땅바닥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양 쪽에 서 있는 두 진영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열악한 상황의 인물들이 놓인 곳은 절벽 끝이죠. 자연스럽게 유저들은 두 진영의 힘의 차이를 느끼게 되고, 이런 와중에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발악하고 끝내 폭주하게 되는 아만 사제를 동정하게 됩니다. 

 


이 때의 연출은 '대비'를 극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두 진영이 서로 마주보는 장면이 많다

 

이런 식으로, <로스트아크>는 세계관을 풀어내는 여러가지 방법들을 통해 유저에게 스토리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로스트아크>에는 현재 레온하트부터 슈샤이어까지 꽤 긴 분량의 메인 스토리가 있습니다. 거기에 딸린 숨겨진 이야기들과 갖가지 설정들을 모두 모으면 상당한 분량이죠. 

 

이 기사에서는 이러한 스토리들을 모두 다루지 못했습니다. 언급하지 못했지만 '혁명'을 주제로 한 매력적인 아르데타인의 메인 스토리도 있고, 어찌 보면 뻔하디 뻔한(그래서 단순히 '심부름'만 기억에 남는) 서브 퀘스트들도 있죠. 게다가 이 글은 기자가 느낀 '주관적인 감상'을 적은 것이기 때문에, 다른 시각에서 다른 해석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생각할 만한 것은, '지루하고 뻔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로스트아크>의 스토리가, 자세히 보면 꽤 흥미로운 설정들과 단편들로 가득하다는 겁니다. 

 

혹시 'G'버튼(대화 넘기기 단축키)을 마구 누르다가 이러한 이야기를 놓치지는 않으셨나요? 아니면 '숨겨진 이야기'를 파밍할 때 대화창을 읽지 않고 스킵하셨나요? 그렇다면 이번엔 여유를 가지고 <로스트아크> 안의 이야기들을 읽어 보는건 어떨까요? 때로는 익살맞고, 때로는 분노를 부르며, 때로는 슬픈 이야기들이 숨어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