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출시 7년차 게임, 패스 오브 엑자일은 어떻게 유저 지갑을 열었나?

무균 (송주상) | 2019-06-12 18: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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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패스 오브 엑자일>은 작년 스팀 탑 셀러(TOP SELLERS) 골드 등급을 받았다. 개발사 '그라인딩기어게임즈(GGG)'가 정확한 매출 수치를 공개한 적은 없지만, 스팀 이외에도 자체 서비스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하면 게임 매출은 결코 적은 수준이 아님을 추측할 수 있다. <패스 오브 엑자일> 상점은 어떻게 성공적으로 유저의 지갑을 무려 7년 동안 열었을까.

 

GGG의 상점 구매 타깃은 '신규 유저'가 아니다. '오랫동안 게임을 즐길 유저'를 주요 타깃인 GGG는 핵 앤 슬래시 장르에 대한 높은 이해와 완성도 높은 구현을 바탕으로 <패스 오브 엑자일> 과금 요소를 설계했다. 다시 말해, GGG는 <패스 오브 엑자일>을 통해 핵 앤 슬래시에 대한 유저들의 갈망부터 만족시켰다.

 

▲ <패스 오브 엑자일> 게임 내 포인트 아이템 상점. 포인트는 <패스 오브 엑자일> 유일의 화폐이기도 하다.

 


 

# Grind to Win : GGG는 먼저 '핵앤슬래시 장르'의 근본인 재미를 살렸다

 

핵 앤 슬래시 장르는 사냥과 보상이 반복적이고 즉각 이루어진다. 이 흐름은 장르의 근본적인 매력이자 재미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반복 요소가 강한 나머지 지루함으로 느껴져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GGG 개발진은 이러한 요소를 극복하기 위해 고민했고, 반복적인 요소 자체를 조금 더 깊게 파고들게 하면서 각각의 요소에 보다 많은 의미를 부여했다.

먼저, 수 많이 고민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다른 게임에서 보기 힘든 수백 개의 노드와 잼으로 구성된 스킬 시스템을 준비했다. 신규 유저 유입과 기존 유저 동기 부여를 위해 약 3개월마다 시작하는 '리그'로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했다.

▲ 다른 장르에서는 찾아 보기 힘든, 핵 앤 슬래시 장르만의 매력이다.

▲ 캐릭터 특징을 크게 바꾸는 '패시브 스킬 노드 시스템'과 약 3개월마다 새롭게 시작되는 리그는 동기와 흥미를 모두 제공한다. 

'폐지 줍기'라 불리며 필드에 드롭하는 수 많은 아이템을 획득하는 행동도 마찬가지다. 소켓이나 아이템 종류 등 다양한 조합에 따라 NPC에게 판매하면 게임 내 화폐 개념인 '커런시'를 얻을 수도 있다. 특정 좋은 등급만 집고 나머지를 버려서는 커런시를 수월하게 벌기 어려울 정도다.

유저들은 다양한 성장, 그리고 커런시를 위한 조합식을 공유하기 위해 커뮤니티를 찾았고 이는 커뮤니티의 활성으로 이어졌다. 국내에서도 정식 서비스 이전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정보가 공유되는 것을 보면 GGG의 의도는 잘 먹혀든 셈이다.

그렇다고, GGG는 '페이 투 윈(Pay To Win, 이기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것)’ 요소를 게임에 도입하지 않았다. 그들이 고민한 부분을 희석시키기 때문이다.

대신, 회사는 <패스 오브 엑자일>을 즐기는 유저, 특히 오래 즐길 유저에게 확실한 '가치'가 있을 만한 콘텐츠로 상점을 채웠다. 나아가 상점에서 판매되는 콘텐츠를 통해서도 <패스 오브 엑자일>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그라인드 투 윈’을 장려했다. 

Grind To Win (그라인드 투 윈) :

 

(게임) 'Grind'는 직역하면, ‘(곡식 등을) 갈다, (갈거나 빻아서) 생산하다’이지만, 영미권 게이머에게는 보상을 얻기 위해 반복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행위로 승리하는 게임을 일컬어 '그라인드 투 윈'이라 칭한다. 

 

대표적인 반복적인 행동에는 경험치 또는 아이템을 위한 무한 사냥이나 무한 던전 콘텐츠 수행 등이 있다.  대표적인 게임으로 <데스티니 가디언즈>,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디아블로2>가 있다.

 

 

# 오래 즐길 유저에게 확실한 '가치'를 제공하는 상점

 

'페이 투 윈'을 포기한 게임사가 선택할 수 있는 게임 과금 모델은 많지 않다. 그중 하나가 특정 캐릭터의 능력치가 아닌 외형만 제공하는 ‘스킨 판매’가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 <도타2>,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과 같은 AOS 장르의 주요 매출은 여기에서 나온다.

▲ AOS게임 역시 무료 게임이지만, 어마어마한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하나 빼고...

 

<패스 오브 엑자일>의 상점 판매 콘텐츠는 대부분 단 한 번의 구매로 유저가 영구적인 소유권을 갖는다. 시각적인 효과나 편의가 뚜렷하게 발전해, 구매자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이는 잠시 즐기는 콘텐츠가 아닌, 오래 즐기도록 하는 확실한 '가치'를 판매하는 것과 같다. 그 가치는 핵 앤 슬래시 장르만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고, 오히려 풍미를 더하며 유저 경험 역시 깊게 만들었다.

 

▶ '보관용 탭'은 계속해서 사냥-보상을 이어나가게 한다
▲ 보관용 탭은 구매한 유저에게 사냥과 보상이라는 즐거움만 최대한 남긴다. (출처 : 어벤져스 엔드게임)

 

필드에서 치열하게 사냥한 뒤 가득 찬 인벤토리를 마을에서 정리하는 일은 여간 수고스러운 것이 아니다. 스무 종이 넘는 화폐와 카드, 젬, 쥬얼 등 보관 할 것도 많고, 게다가 판매 조합에 따라 얻는 특수 오브들도 있다 보니 판매하기 전에 생각도 해야 한다.


이러다 보니, '화폐 보관함 탭'은 <패스 오브 엑자일>을 하는 유저들 사이에서 필수 상품으로 꼽힌다(프리미엄 탭도 마찬가지). 화폐부터, 맵, 에센스 등 다양한 요소를 보기 쉽게 자동으로 정리한다. 물론, 보관함 탭이 사냥과 보상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마을 체류 시간을 최소화해 유저가 더 사냥에 집중하고, 보상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마치, 먹고 남은 치킨 뼈를 빠르게 정리해주는 장치처럼.

▲ 같은 화폐를 가지고 있지만, 보관용 탭의 유무에 따라 편리함 차이가 크다. 심지어 탭은 커런시를 자동으로 분류도 한다.

75포인트, 약 8천 원 정도로​ 저렴한 가격도 구매요인에 한몫을 한다. 게다가 계정 내 생성하는 모든 캐릭터에 적용되며, 새로운 시즌을 시작할 때도 당연히 적용된다. 이는 특정 캐릭터, 계정에만 한정 짓는 국내 일부 게임사의 수익 구조와 대조되는 모습이다.
 

 

▶ '스킨'은 마침내 유저를 주인공으로 느껴지게 만든다

앞서 말했듯, '탭' 아이템은 한 번 구매하면 영구 소장하는 단발성 판매 아이템이기에, 회사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수익을 노리기는 어렵다. 이러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 GGG는 각종 캐릭터 스킨을 주기적으로 선보이는 형태를 선택했다.

 

<패스 오브 엑자일>에서 유저가 선택 가능한 캐릭터는 총 7종이지만, 커스터마이징을 지원하지 않는다. 장착한 아이템에 따라 외형이 변하기는 하나 범위가 꽤 제한적이어서 극적인 외형의 변화는 좀처럼 기대하기 힘들다. 유저들이 선호하는 일부 공통된 아이템도 있다 보니 계정만 다를 뿐 외형은 거의 판박이 수준이나 다름없다.

 

 

▲ 모두 '망령 검'이라는 아이템을 바탕으로, 무작위로 결정된 능력치가 붙었다. 당연히 외형은 같다. 


그러나 게임에서 마련한 꾸미기 장치를 거치면 꽤 다양한 것들을 표현할 수 있다. 캐릭터 외형부터 캐릭터 주변 효과 부여, 펫, 그리고 이동 시 불이 붙는 효과(물론 성능은 없다), 그리고 마을 복귀 시 열리는 포털의 외형까지. 유저가 자신만의 캐릭터를 뽐낼 수 있는 출구를 제공했다.

 

여기에 타 유저를 만나도록 각 액트(장)마다 거점이 되는 마을을 배치한 GGG의 설계도 눈에 띈다. 장르 특성상 다른 유저를 쉽게 만날 수 없지만, 마을을 통해 자연스럽게 유저가 만나도록 유도했다.​ 이를 통해 타 유저의 외형도 보며 자연스럽게 외형 꾸미기에 대한 인식을 갖게 된다. 

 

'유료' 커스터마이징은 단순히 어깨, 몸통 등 부위별 스킨에서 끝나지 않고, 애완동물, 스킬 이펙트, 발자국 등 '변화'를 확실히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종류로 구성됐다. 게다가, 모든 외형 아이템은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하지만, 여러 캐릭터가 동시에 같은 아이템을 착용할 수는 없다).

 

▲ <패스 오브 엑자일> 스킨은 확실한 변화가 특징이다. 각각 왼쪽이 스킨 착용한 모습이며, 오른쪽 두 사진은 같은 스킬이다.
▲ 스킨이 없다면, 외형은 일반 NPC보다 못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 GGG는 유저의 갈증을 충족시키고 있다

 

장르적 완성도가 높은 게임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유저 지갑을 여는 일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 모두를 성취하는 것은 훨씬 어려운 일이지만, 7년 동안 GGG는 <패스 오브 엑자일>을 통해 '완성도'와 '매출'을 어느 정도 성취했다.

 

 


그 중심에는 핵 앤 슬래시 장르에 대한 '존중'이 있다. GGG는 장르의 원초적인 재미를 중심으로 게임 완성도를 높였다. 오랜 기간 유저가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유저가 계속해서 '가치' 있다고 느낄만한 콘텐츠를 팔았다. <패스 오브 엑자일>의 가치 있는 콘텐츠는 핵 앤 슬래시 유저의 경험을 더 풍요롭게 만들었고, 게임에 대한 만족감은 상승했다.

 

<패스 오브 엑자일>은 먼저 완성도 높은 게임을 통해 재미를 제공하고, 과금을 통해 유저가 더 원하는 부분을 자발적으로 채운다. 누군가는 유저의 아쉬움을 볼모로 잡고 구매를 강요하는 동안, <패스 오브 엑자일>은 유저에게 더 큰 만족감을 제공하며 이를 수익으로 연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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