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경쟁 다음은 뭘까? 흥행작들로 본 역대 모바일 MMO 트렌드 분석

다미롱 (김승현) | 2017-03-03 10:50:59

바야흐로 모바일 MMORPG 천하입니다. 

<리니지2: 레볼루션>은 출시 1달 만에 매출 2,060억 원을 버는 기염을 토했고, <뮤 오리진>은 출시 2년이 다돼가는 지금까지도 매출 TOP 10 안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론칭을 준비 중인 중량급 모바일 MMORPG는 무려 15개에 달합니다. 대형 개발사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들고 있는 작품만 추려도 이정도입니다.

과연 모바일 MMORPG의 어떤 재미가 사람들을, 그리고 게임사를 사로잡은 것일까요? 그리고 이 시장은 앞으로 변해갈까요? 디스이즈게임은 그동안 한국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모바일 MMORPG의 주요 사례와 특징을 통해 그간의 흐름과 앞으로의 전망을 짚어봤습니다. 


# MMO 규모로 펼쳐지는 무한경쟁. <뮤 오리진>이 알린 흥행공식

한국에서 모바일 MMORPG가 주목받게 된 계기는 2015년 <뮤 오리진>의 흥행입니다. <뮤 오리진>은 출시 첫날 동시 접속자 8만 명을 모아 업계를 놀랬습니다. 매출 순위도 1년 넘게 TOP 5를 수성했고,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여전히 TOP 10 안에 있습니다. 웹젠은 2015년, <뮤 오리진> 하나 만으로 9개월 동안 약 500억 원을 벌었죠. <뮤 오리진>은 한국에서 최초로 ‘대박’낸 모바일 MMORPG였습니다.

<뮤 오리진>의 무기는 ‘MMORPG와 승자독식’ 구조의 결합이었습니다. 과격한 경쟁이나 독점, 노골적인 약육강식 모델을 보면 어떤 의미에서는 초창기 PC MMORPG를 닮았습니다.

사실 <뮤 오리진>의 기본 구조는 이전에 나온 중국형 RPG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플레이는 버튼 하나로 거의 모든 것이 해결되는 ‘자동전투’ 중심이었고, 캐릭터 레벨이든 장비 레벨이든 ‘성장’을 체감할 수 있는 장치도 많았습니다. 여기에 캐시를 사용하면 빼먹은 일일 퀘스트도 완료할 수 있고, 경험치도 더 얻을 수 있는 등 중국 특유의 과금 모델까지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모델이 MMORPG 특유의 수백 수천 규모의 유저풀, 그리고 <뮤 오리진>의 승자독식형 보상 구조와 맞물리자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뮤 오리진>에선 강한 유저 몇 명만 고급 던전에 들어갈 수 있고, 그 안에서도 보스에게 가장 많이 피해를 준 사람이 보상을 독차지합니다. 독차지한 유저는 필드에선 구경하기도 힘든 에픽 장비를 몇 개씩 얻어 장비하고, 남으면 경매장에 ‘캐시’로 팔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유저는 이 캐시를 통해 더 빨리 성장을 합니다.

이런 승자독식 방식의 콘텐츠가 유저가 다른 수백, 수천 명의 유저들을 볼 수 있는 MMORPG에 등장했습니다. 유저들은 더 빨리 크기 위해, 그래서 더 많은 혜택을 얻기 위해 게임에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뒤처지는 유저들은 새로운 서버로 이주해 새로운 ‘지존’을 노리며 달렸습니다. 그 결과, <뮤 오리진>은 출시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매출 TOP 10 안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MMORPG 특유의 유저 간 교류, 그리고 승자 독식 방식의 보상 모델, 그리고 중국 RPG 특유의 pay to win 방식 비즈니스 모델이 무지막지한 시너지를 만들어낸 셈이죠. 그리고 이러한 <뮤 오리진>(혹은 중국식 모바일 MMORPG)의 성공 공식은 지금까지도 많은 게임에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 <천명>이 던진 ‘관계’라는 화두

<뮤 오리진>의 흥행은 많은 게임사들에게 기대와 고민을 안겼습니다. 기대는 과거 PC MMORPG 시절이 그러했듯이, 모바일 MMORPG만 제대로 흥행시키면 오랫동안 제대로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이었죠. MMORPG는 다른 장르에 비해 유저들의 애착도 크고 쏠림 현상도 강하니까요. 더군다나 모바일 MMORPG는 PC에 비해 비즈니스 모델도 더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고요.


고민은 시장에 이미 <뮤 오리진>이라는 역대급 흥행작이 존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MMORPG가 흥행하기 위해선 게임성 못지 않게, 충분한 유저풀이 필수입니다. <뮤 오리진>이 차지한 유저를 가져오기 위해서라도, <뮤 오리진>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 유저들을 가져오기 위해서라도 자신만의 장점이 필요했습니다. 게임사들은 <뮤 오리진>이 미처 잡지 못한 PC MMORPG 요소들에서 이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2016년 3월 출시된 <천명>은 <뮤 오리진> 이후 오랜만에 등장한 모바일 MMORPG 흥행작입니다. 비록 <뮤 오리진>처럼 톱을 노릴 정돈 아니었지만, 출시 후 반년 가까이 매출 순위 20위권 내에 머무르며 꾸준하게 성과를 냈죠.

<천명>의 성장 또한 <뮤 오리진>처럼 투자하는 만큼 강해지고, 보상이 커지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얻은 강함은 다른 이들과의 경쟁에 쓰입니다. 단, <천명>은 이 경쟁의 대상을 유저와 유저가 아닌, 집단과 집단으로 틀을 바꿨습니다. 

<천명>은 최대 500 vs 500 규모의 RVR을 메인 콘텐츠로 내세운 게임입니다. 유저는 서울·경기·충청 등 실제 지명을 딴 ‘국가’에 속해 대규모 국가전에 참여할 수 있죠. 국가전에서 이기면 진영 단위로 많은 혜택을 얻을 수 있고요.



게임은 이 덕에 <뮤 오리진>에 부족했던 다른 이들과 ‘함께’ 한다는 느낌을 더 강하게 보여줬습니다. <뮤 오리진>의 경우 협업 요소가 없진 않았으나, 보상 구조 때문에 플레이 대부분은 남보다 더 빨리 강해져 보상을 독점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상대가 유저라는 것을 제외하면, 플레이 경험 자체는 싱글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았죠. 

하지만 <천명>은 매주 열리는 국가전이라는 100 단위 RVR 콘텐츠, 그리고 이를 통한 국가 단위 보상 덕에 상대적으로 다른 이들과 함께 무언가를 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선사했습니다. (대규모 RVR 덕에 강함에 대한 박탈감이 비교적 적다는 부수입도 있었습니다) 또한 국가의 구분을 실제 지역 기준으로 해 유저 간의 교류도 보다 활발하게 일어나도록 의도했고요.

<뮤 오리진>이 기존 모바일 RPG 문법에 MMO라는 볼륨이 결합했을 때의 파급력을 보여줬다면, <천명>은 MMORPG가 만들 수 있는 관계·커뮤니티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천명>의 국가전 스크린샷


# 모바일 MMORPG가 아니라 MMORPG를…. <검과마법>

2016년 5월 출시된 <검과마법 for Kakao>(이하 검과마법)는 <천명>과는 다른 관점에서 MMORPG를 해석했습니다. <검과마법>이 신경쓴 것은 MMORPG의 콘텐츠가 아니라, PC MMORPG의 ‘느낌’이었습니다.

<검과마법> 이전에 한국에 출시된 모바일 MMORPG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편의성과 그래픽, 구성 등을 가졌습니다. 작은 화면에서 플레이하기 쉽게 시야를 제한했고 시스템도 단순화했습니다. 필드는 작았고 파트는 정말 고레벨 콘텐츠에서만(그나마도 대부분은 댐딜 위주로)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모바일 MMORPG는 PC MMORPG를 몰랐던 유저들에게, 혹은 1세대 PC MMORPG를 즐기던 유저들에겐 먹힐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까지 PC MMORPG를 즐겼던 유저들에게 모바일 MMORPG는 어디서나 할 수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PC MMORPG의 마이너 카피였습니다.



<검과마법>의 고민은 이 지점에서 시작됐습니다. 게임은 PC MMORPG의 문법, 아니 느낌을 충실히 구현하는데 집중했습니다. 그래픽은 (현지 출시 기준으로) 최상급으로 끌어 올렸고, 게임을 하면 이동과 별개로 시야를 돌려가며 이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배경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자동전투가 있더라도 최소한 보스만은 직접 조작이 필요했고, 인스턴스 던전에선 유저가 탱·딜·힐 직업구성을 고민해야 했습니다. 

도시에는 다른 유저와 ‘꼭’ 호흡 맞춰야만 깰 수 있는 일일퀘스트를 넣었고, 필드에는 수많은 일일 퀘스트를 넣어 유저들이 움직일 동선을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도시에 가면 사람들이 같이 일일 퀘스트를 하자고 하고, 필드에선 퀘스트를 하려는 사람들이 (똑같은 동선이 아니라) 저마다 따로 움직입니다. 

콘텐츠의 방식으로나, 실제로 보이는 느낌으로나, 적어도 내가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은 제대로 줬죠. <뮤 오리진>이 IP와 일부 장치들로 1세대 PC MMORPG 유저들의 향수를 자극했다면, <검과마법>은 게임 자체의 외형과 시스템으로 PC MMORPG 유저들을 유혹한 셈입니다.


다른 유저를 안고 그 유저에게 보이는 장소로 이동하는 일일 퀘스트. 안긴 유저는 채팅으로만 장소를 설명해야 한다.


# 그래픽부터 경쟁, 관계까지. 강자들의 무기를 집대성한 <리니지2: 레볼루션>

현재 양대 마켓 1위를 기록 중인 <리니지2: 레볼루션>은 앞서 말한 모바일 MMORPG들의 강점을 한데 모은 게임입니다.

<리니지2>라는 IP가 가진 힘에 대해선 따로 설명이 필요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리니지2: 레볼루션>은 이 이름값을 모바일에서 원작 특유의 화풍을 원작 이상의 그래픽으로 되살리며 훌륭하게 이어 받았습니다.

‘MMO급 경쟁’이라는 요소는 원작 특유의 느낌으로 재해석했습니다. <뮤 오리진>의 경쟁이 추가적인 강함과 혜택을 위한 경쟁이라면, <리니지2: 레볼루션>의 경쟁은 기초적인 성장 딴에서부터 이뤄집니다. 게임은 유저의 성장보다 몬스터가 더 빨리 강해지는 스타일입니다. 유저는 1~2일차부터 성장의 벽을 느끼죠.

벽을 넘으려면 강해야 하는데, 하루에 강해질 수 있는 기회는 한정돼 있습니다. 벽을 빨리 넘기 위해선, 빨리 강해지기 위해선 다른 이들을 밟아가며 성장 기회를 빼앗아야죠. 물론 장비 뽑기로 빠르게 강해지는 것도 방법입니다. 하지만 장비 뽑기를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성장 기회를 빼앗으면 더 빨리 클 수 있습니다. 빠른 성장을 위해선 투자와 경쟁이 필수입니다. 


<리니지2: 레볼루션>에는 채집 던전, 정수 수집 등 제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성장 콘텐츠가 다수 존재한다.

<리니지2: 레볼루션>을 이 경쟁을 개인이 아니라, 집단 간의 것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아무리 장비가 좋아도 혼자서 여럿을 이길 수 없고, 여럿의 효율을 넘어설 수 없습니다. 또한 어지간히 장비가 좋지 않는 한 언젠가는 혼자서 넘을 수 없는 벽을 만나게 되죠. 게임은 자연히 유저를 파티, 혈맹이라는 커뮤니티로 이끕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다른 이들과 함께 한다는 느낌을 받고, 다른 이들과 관계를 맺게 됩니다.

이 커뮤니티의 끝이라고 할 수 있는 ‘혈맹’은 궁극적으로 요새나 성을 차지해 추가 혜택을 얻는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유저는 더 빨리 강해지기 위해 이런 이익 집단에 속하고, 다시 집단의 목표를 위해 강해지려 합니다. <천명>의 그것과 다른 점은, 집단의 크기가 작아 관계가 더 끈끈하고 이익에 눈에 더 잘 들어온다는 것이죠. 

<리니지2>라는 역대급 IP, 그리고 소규모 관계를 통한 ‘경쟁의 가속화’가 핵심인 셈이죠. 그리고 <리니지2: 레볼루션>의 이런 노림수는 첫 달 매출 2,060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일종의 미니 공성전이라 할 수 있는 '요새전' 중개 이미지


# PC MMO 그대로부터 모바일 만의 움직임까지, 모바일 MMO의 미래는?

그렇다면 다음 왕좌를 노릴 모바일 MMORRPG들은 어떤 것을 무기로 할까요? 당장 나왔거나 앞으로 나올 작품들을 통해 미래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가장 많이 보이는 움직임은 PC MMORPG 콘텐츠의 ‘재현’입니다. 비록 <리니지2: 레볼루션>이 혈맹이라는 소규모 커뮤니티를 통해 끈끈한 사람 간의 관계를 재현하긴 했지만, 콘텐츠 딴에서 PC MMORPG와 같은 ‘경험’을 줬다고 하긴 거리가 있죠. 그래서 그럴까요? 최근 출시된 모바일 MMORPG부터 출시를 준비 중인 모바일 MMORPG까지, 상당수의 게임이 PC MMORPG와 같은 콘텐츠를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일례로 28일 출시된 <의천도룡기 for Kakao>는 모바일 게임로선 이례적일 정도로 유저에게 ‘직접’ 다른 이들과 협동·경쟁할 것을 권합니다. 

성장 중에는 필드에서 다른 유저의 습격을 막아가며 호위 퀘스트를 하거나, 다른 유저들과 경쟁하며 필드에서 '직접' 장비 재료를 채집해야 합니다. 엔드 콘텐츠로는 실시간으로 8인 레이드나 100단위 진영전(RVR)이 있고요. 주력 콘텐츠 대부분이 PC 시절처럼 유저가 직접 다른 이들과 상호작용해야 하는 방식입니다. 

이 경향은 출시될 작품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공개된 <이카루스 모바일>은 탱·딜·힐 필요한 던전, 탈것을 타고 공중 레이드를 하는 등 원작(이카루스)의 주요 콘텐츠를 모바일서 그대로 살릴 예정입니다. <미르 모바일>는 한발 더 나아가 필드에서 생활형 콘텐츠는 물론, 숨겨진 퀘스트나 보물까지 찾을 수 있게 개발 중이고요. 2분기 출시될 <리니지 M>은 아예 <리니지>의 콘텐츠를 그대로 모바일에 옮길 예정이죠.


<의천도룡기>의 공격대 던전 이미지

다음 움직임은 모바일 MMORPG IP의 탈 PC화입니다. 그동안 PC MMORPG에 국한된 IP 또한 모바일 흥행작으로까지 확장될 예정입니다. 넷마블은 올해 1월, <세븐나이츠 for Kakao>를 모바일 MMORPG로 만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한달 뒤, 컴투스 또한 자사의 글로벌 히트작 <서머너즈 워>를 모바일 MMORPG로 만들겠다고 밝혔고요.

기존 IP 활용 모바일 MMORPG들이 원작(PC MMORPG)의 향수에 기대며 당시 주요 경험을 모바일로 옮겼던 것을 생각하면 주목할만한 시도입니다. 이 두 작품은 유저들이 기대할 MMORPG같은 경험이 없으니까요. 이 말은 곧 PC MMORPG 문법에서 벗어나, ‘모바일 MMORPG만의’ 문법과 콘텐츠를 기대할 수도 있다는 말이죠. 

IP 이슈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얘기지만, PC MMORPG 시절과는 전혀 다른 문법을 시도하는 타이틀도 있습니다. 넥슨의 왓스튜디오에서 개발 중인 <야생의 땅: 듀랑고>가 그 주인공입니다. <야생의 땅: 듀랑고>는 모바일은 물론 PC에서도 주류에서 벗어난 '생존형' MMORPG를 추구해 마니아들의 많은 기대를 받고 있죠.

PC MMORPG 경험의 구현부터 모바일만의 MMO 경험, 그리고 제 3의 길까지…. 과연 모바일 MMORPG의 다음 왕좌는 어떤 무기를 쥔 게임이 차지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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