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김두일 칼럼 (5) 퍼블리셔와 개발사의 역할

모험왕 | 2017-01-31 15:08:34

전편에서 한국 모바일게임 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뤄봤다. 이번엔 퍼블리셔와 개발사에 대한 바람을 이야기해봤다. /퍼틸레인 고문 & 한중 게임 전문가 김두일(디스이즈게임 필자 모험왕)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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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일 칼럼 (6) 즐거운 게임 생태계를 위하여 [보러가기]​

 


 

 

2. 퍼블리셔의 역할

 

모바일게임 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은 퍼블리셔가 차지하게 됐다. 그들이 유통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유통을 지배하는 플랫폼은 논외로 하겠다. 사실 플랫폼 수수료는 유통 수수료의 개념보다는 거의 세금과 같은 개념이 되어 버렸으니까 말이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있는 그들은 호황기에는 게임산업발전을 주도했다. 기업의 수익성이라는 측면에서도 투자자들에게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호황기가 지나버린 작금의 상황에서 한국 게임산업 위기가 대두될 때 가장 먼저 책임론에 마주하게 되는 대상이자, 극복에 있어 가장 적극적인 해결 주문을 받는 입장에 처한 것이 퍼블리셔다.

 

모든 산업의 발전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당연히 제품(혹은 서비스)이다. 게임 산업의 발전에 있어서도 역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게임이다. 모든 퍼블리셔들도 동일하게 판단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그 판단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졌을 때, 그 실행 방법이 산업발전뿐만 아니라 회사의 수익을 위해 올바른 방향인지는 다소 의심스럽다.

 

적당할지 모르겠으나 필자는 개발사를 생선, 퍼블리셔를 어부로 비유하고 싶다. 최근 몇 년 사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서해안 중국 어선 불법조업의 이유는 중국 근해에는 더 이상 생선을 잡을 수 없기 때문인데 중국 근해에는 거의 모든 어종이 씨가 말라 버렸다. 눈앞에 이익을 위해 내년도의 수확을 담보할 작은 치어들까지 싹 잡아 들여서 생긴 현상이다. 

 

그러다 보니 그들은 생존을 위해 혹은 더 높은 이익추구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남의 나라 영토를 불법으로 침범하고, 하지 말아야 곳에서 조업을 한다. 이는 한국 서해안에서만 있는 현상이 아니라 남중국해 등 거의 모든 중국 주변의 해역에서 발생하는 일이다.

 

최근 한국의 퍼블리셔들은 게임 프로젝트를 대형화하고, 개발 스튜디오들을 인하우스화하고, 해외 게임을 수입해서 서비스하고 있다. 당장의 수익 극대화를 위한 방편이다. 이런 흐름이 계속된다면, 퍼블리셔들은 근해 어종의 씨가 말라 불법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들과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 같다.

  

 어부의 심정으로... 

 

제품이 곧 경쟁력이고, 게임이 곧 제품인 게임산업에서 게임을 개발하는 개발사는 어부에게 있어 바닷속 어종만큼이나 퍼블리셔에게 소중한 자원이다. 최종 수요자인 유저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그 소중한 자원이 살아 숨쉬는 생태계가 무너지도록 방관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필자는 퍼블리셔에게 다음 몇 가지 부탁하고 싶다.

 

첫째, 과도한 마케팅 경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품의 경쟁력을 우선시 삼아야지 마케팅 경쟁력을 우선 삼아 이익을 창출하다 보면 유저들은 금방 식상해지고 결제는 줄어들 것이다. 또한 과도한 마케팅 비용의 부담은 과도한 개발비, 과도한 인앱결제 유도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이것은 개발사, 퍼블리셔, 게임 유저 모두에게 불행한 결과다. 

 

둘째, 인앱결제 설계에 있어 소수의 유저에게 고액을 뽑아내기 보다 다수의 유저에게 소액을 뽑아내는 설계를 추천한다. 게임을 즐기는 다수 유저들은 취미 삼아 혹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플레이하는데 게임 속에서도 일상에서 느끼는 것과 유사한 스트레스(가령 부익부 빈익빈, 과금 유저만이 이기는 룰)를 받는다면 결국 게임을 점점 떠날 것이다. 

 

멀티플레이 게임은 타인과 함께 즐기는 소셜 커뮤니티 기능이 중요한데 시간 투자와 유저 간의 상호교감보다 오직 결제에 의지한 승부욕을 자극하는 게임성이라면 취미로서 게임이 가지는 재미와 가치는 반감될 수 밖에 없다. 현재 노골적인 결제유도에 대한 모바일게임 유저들의 피로도는 극에 달했다고 보여진다. 즐거워서 하는 것이 아니라(소중한 취미생활의 일환으로서), 관성적으로 결제를 하는 유저들이 대부분이라 여겨지는데 이게 길어지면 언제든 취미를 갈아탈 수 있다. 

 

따라서 다수가 적당한 결제와 여가 시간의 투자를 통해 즐길 수 있는 설계가 필요하다. 편의성을 제공하는 것이 결제의 주 목적이 되어야 한다. 밸런스 자체를 돈으로 설계하는 것은 대단히 우려스럽다. 떠난 뒤에 후회하지 말고 떠나기 전에 있는 유저를 소중히 여기고 잘 챙겼으면 좋겠다. 

 

셋째, 적자인 퍼블리셔야 어쩔 수 없다지만 시장에서 괜찮은 수익을 거두는 퍼블리셔의 경우 전체 라인업에서 20% 정도는 새로운 시도에 투자해 보는 것이 어떨까? 모든 퍼블리셔가 서비스 라인업을 ‘유명 IP기반의 대작 RPG’로만 채워 넣는다면 그만큼 지루한 일도 없을 것이다. 유저의 취향은 다양한데 하나의 장르로 편중된 스타일로만 시장에 내놓는다면 유저들에게는 괴로운 일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현재 시장에서는 트렌드를 쫓는다는 명목으로 유사한 게임들이 넘쳐나고 있다. 반면 새롭고 창의적인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 의욕 있는 개발사는 고사되거나, 시도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의 강요에 의한 게임 과몰입 치료의 투자보다 업계 스스로가 건전한 게임산업 육성을 위해 게임 과몰입 치료에 투자하며 명분을 쌓았듯 새롭고 창의적인 시도를 하는 중소 개발사의 발굴, 인디 게임 육성 등 게임 생태계의 보존이라는 명분을 위해 나서주기를 바란다. 이러한 투자는 다시 그들에게 새로운 시장을 열어주고, 때로는 더 괜찮은 수익으로 돌아올 것이다.  

 

 우리 창의력을 발휘해 볼까? 

 

넷째, 현재 한국의 대형 퍼블리셔들은 해외 게임을 들여오기 위한 경쟁을 하고 있다. 그런데 적어도 한국 시장에서 자신들의 게임의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판단하는 순간 외국 회사는 직접 한국에 들어온다. 

 

현재 중국에서 적정 규모의 매출 실적을 이룬 회사 중에 한국 진출을 고민하지 않는 회사는 거의 없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페이퍼컴퍼니 수준의 규모로 법인을 설립하고, 적정 마케팅 예산만을 써서 돈을 벌어가는 회사의 사례들이 있다 보니 그들 중 상당수의 회사들은 최소한의 투자를 통해 최대한의 이익을 뽑아가는 목적으로 한국 게임시장 학습에 심취해 있다. 그 속에 서비스의 철학이나 유저에 대한 배려는 없다. 

 

그런 움직임에 대한 견제는 고사하고 한국의 퍼블리셔나 플랫폼들이 앞다투어 중국게임 수입과 서비스에만 열중한다면 그 또한 꽤 우려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미 중국 게임의 매출실적이 한국 시장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시대가 됐다. 우리가 원하는 장기적인 파트너쉽이 아니라 그들을 학습시켜 시장을 통째로 넘기는 것이 아닌지 한 번쯤 고민해 볼 노릇이다. 

 

사실 이러한 조언은 후발 주자일수록 더 해당되는 게 많은 내용 같다. 모두가 시장 1등인 넷마블처럼 할 수는 없다. 그런데 후발 주자들이 너도나도 허겁지겁 선두 주자의 전략을 따라가다 보니 시장의 구조가 지금처럼 획일적이고 우울해진 것일 수도 있겠다. 힘들수록 정도가 무엇인지 고민했으면 한다.

 

 

3. 개발사의 역할

 

모바일게임 산업이 위기의 시대에 접어들고,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개발사에게 딱히 섣부른 조언을 할 생각은 없다. 다만 필자도 개발사를 설립해서 경영했던 선배 개발자로서 몇 가지 경험을 전해주고 싶을 뿐이다. 최대한 꼰대스럽지 않게 작성하려 신경 썼는데 그렇게 보인다면 미리 사과한다

 

충분히 생각하라, 열심히 도전하라, 결과에 순응하라.

 

지금 와서 고백하지만 필자가 게임 개발사를 설립한 것은 숭고한 도전정신이나 사명감 혹은 성공해 돈을 벌고 싶다는 욕망에서 비롯되지는 않았다. 90년대 후반 IMF로 힘들던 시절, 원하던 대기업 취업이 녹록지 않으니 ‘내가 좋아하는 게임을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해 개발사를 설립하는 무시무시한 결과까지 가게 됐다. 

 

적당한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어쩌다 보니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하고 있었다’는 표현이 적당해 보인다. ‘그게 얼마나 힘든 길이었는지 알았다면 도전하지 않았을 것 같다’는 것이 나중에 든 생각이다.

 

필자는 중국에서 두 번째 게임개발사에 도전했다. 직접 회사를 설립해서 운영했다. 그 때는 중국 시장에 대한 도전정신과 성공에 대한 욕망도 충분했다 생각했지만 역시 훗날 돌이켜보니 그렇게 힘든 길인 줄 알았다면 도전하지 않았을 것 같다. 이 정도로 게임개발은 힘든 일이다. 충분한 생각 없이 도전하면 낭패를 겪기 십상이다. 

 

지금은 과거보다 나아졌다고 해도 게임 개발사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배고픈 일이기도 하다. 엔씨소프트나 넥슨처럼 급여 수준도 높고, 복지도 좋은 회사도 있지만 대다수 개발사는 성공한 게임이 나오기 전까지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 본인이 그런 안정되고 좋은 회사에 들어갈 만한 능력이 안 된다면 대다수의 개발사가 겪고 있는 여유롭지 않은 개발 환경에서 넉넉하지 않게 사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게다가 이 길은 성공이 담보되지 않는 리스크가 많은 길이기도 하다.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속해있는) 실패한 프로젝트의 개발팀이 통째로 날라갈 수도 있고, 내가 다니던 회사가 폐업할 수도 있다. 야근도 많고 업무 스트레스도 높은 직종이다. 팀워크가 중요하다 보니 인간관계도 일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고 때문에 신경 써야 한다.

 

게임 개발자가 되기를 원한다면 혹은 더 나아가 직접 개발팀을 꾸려 개발사 대표가 되기를 희망한다면 우선 충분히 생각하라. 편하게 살기를 원한다면 절대 적당하지 않은 직업이다. 그런 어려움과 위험을 감수할 만큼 내가 이 일을 정말로 좋아하는 것인지를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 어떤 일이든 그렇겠지만 이 일이야 말로 좋아하지 않으면 정말로 하기 힘든 일이다. 

  

 생각하라.

 

다음으로는 어떤 것을 개발하고 싶은지 그 개발을 통해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돈, 명예, 불후의 명작, 자기만족 등)인지도 생각해야 한다. 대중적 성공을 목적으로 돈을 많이 벌기를 희망한다면 어떤 것이 시장에서 잘 팔리고 유저들이 좋아하는지, 나는 그런 것을 만들 능력이 있는지, 혹은 만들 의지가 있는 지 등 생각할 것이 너무 많다. 하지만 생각하라. 

 

그런 충분한 생각의 과정을 거친 후 게임 개발자가 되었다면 혹은 개발사의 일원이 되었다면 그야말로 열심히 도전해라. 잘 만들고도 실패한 게임은 있어도, 대충 만든 게임이 성공하는 일은 없다. 성공의 첫 단추는 결국은 잘 만드는 일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열심히 만들어야 한다. 성실함은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영역에서 진리에 해당되는 영역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하고 잘할 수 있도록 우리는 노오오오오력을 해야 한다. 이후에 비로소 행운도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도전하라.

 

마지막으로 열심히 노력했다면 설령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았더라도 겸허하게 받아 들여라. 그런 후에 다시 생각하면 된다. 왜 우리 게임은 투자자나 퍼블리셔에게 선택 받지 못하는 것일까? 왜 우리 게임은 유저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한 것일까? 왜 우리 회사에는 유능한 개발 인재가 오지 않는 것일까? 이런 모든 질문과 상황에 대해 답변할 수 있고, 다시 게임개발에 도전할 수 있는 물질적 준비와 정신적 자세가 되어 있다면 그것이 힘든 고행의 길이 될지라도 다시금 도전할 수 있는 것이다.

 

부끄럽지만 필자는 그렇게 20년 동안 게임개발 혹은 게임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중이다. 성공한 게임도 있고, 실패한 게임도 있지만 현재 은퇴해도 될 만큼 여유로운 인생이 아닌지라, 그리고 여전히 게임에 대한 열정이 있다 보니 도전이 계속되고 있다. 필자의 도전이 올바른 판단인지 자신할 수 없지만 적어도 열심히 도전했고 결과에 순응했던 것만큼은 분명하기에 여전히 진행형의 삶을 살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순응하라.

 

지금도 열심히 게임개발을 하는 업계 후배들에게 조언을 고하니 충분히 생각하고, 열심히 도전하라. 그리고 그 결과에 순응하라. 그러다 보면 성공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아도 최소한 자기만족은 할 수 있다.​ 

전편에서 한국 모바일게임 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뤄봤다. 이번엔 퍼블리셔와 개발사에 대한 바람을 이야기해봤다. /퍼틸레인 고문 & 한중 게임 전문가 김두일(디스이즈게임 필자 모험왕)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두일 칼럼 (1)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의 우려 그 원인은?​ [보러가기]

김두일 칼럼 (6) 즐거운 게임 생태계를 위하여 [보러가기]​

 


 

 

2. 퍼블리셔의 역할

 

모바일게임 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은 퍼블리셔가 차지하게 됐다. 그들이 유통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유통을 지배하는 플랫폼은 논외로 하겠다. 사실 플랫폼 수수료는 유통 수수료의 개념보다는 거의 세금과 같은 개념이 되어 버렸으니까 말이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있는 그들은 호황기에는 게임산업발전을 주도했다. 기업의 수익성이라는 측면에서도 투자자들에게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호황기가 지나버린 작금의 상황에서 한국 게임산업 위기가 대두될 때 가장 먼저 책임론에 마주하게 되는 대상이자, 극복에 있어 가장 적극적인 해결 주문을 받는 입장에 처한 것이 퍼블리셔다.

 

모든 산업의 발전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당연히 제품(혹은 서비스)이다. 게임 산업의 발전에 있어서도 역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게임이다. 모든 퍼블리셔들도 동일하게 판단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그 판단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졌을 때, 그 실행 방법이 산업발전뿐만 아니라 회사의 수익을 위해 올바른 방향인지는 다소 의심스럽다.

 

적당할지 모르겠으나 필자는 개발사를 생선, 퍼블리셔를 어부로 비유하고 싶다. 최근 몇 년 사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서해안 중국 어선 불법조업의 이유는 중국 근해에는 더 이상 생선을 잡을 수 없기 때문인데 중국 근해에는 거의 모든 어종이 씨가 말라 버렸다. 눈앞에 이익을 위해 내년도의 수확을 담보할 작은 치어들까지 싹 잡아 들여서 생긴 현상이다. 

 

그러다 보니 그들은 생존을 위해 혹은 더 높은 이익추구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남의 나라 영토를 불법으로 침범하고, 하지 말아야 곳에서 조업을 한다. 이는 한국 서해안에서만 있는 현상이 아니라 남중국해 등 거의 모든 중국 주변의 해역에서 발생하는 일이다.

 

최근 한국의 퍼블리셔들은 게임 프로젝트를 대형화하고, 개발 스튜디오들을 인하우스화하고, 해외 게임을 수입해서 서비스하고 있다. 당장의 수익 극대화를 위한 방편이다. 이런 흐름이 계속된다면, 퍼블리셔들은 근해 어종의 씨가 말라 불법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들과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 같다.

  

 어부의 심정으로... 

 

제품이 곧 경쟁력이고, 게임이 곧 제품인 게임산업에서 게임을 개발하는 개발사는 어부에게 있어 바닷속 어종만큼이나 퍼블리셔에게 소중한 자원이다. 최종 수요자인 유저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그 소중한 자원이 살아 숨쉬는 생태계가 무너지도록 방관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필자는 퍼블리셔에게 다음 몇 가지 부탁하고 싶다.

 

첫째, 과도한 마케팅 경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품의 경쟁력을 우선시 삼아야지 마케팅 경쟁력을 우선 삼아 이익을 창출하다 보면 유저들은 금방 식상해지고 결제는 줄어들 것이다. 또한 과도한 마케팅 비용의 부담은 과도한 개발비, 과도한 인앱결제 유도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이것은 개발사, 퍼블리셔, 게임 유저 모두에게 불행한 결과다. 

 

둘째, 인앱결제 설계에 있어 소수의 유저에게 고액을 뽑아내기 보다 다수의 유저에게 소액을 뽑아내는 설계를 추천한다. 게임을 즐기는 다수 유저들은 취미 삼아 혹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플레이하는데 게임 속에서도 일상에서 느끼는 것과 유사한 스트레스(가령 부익부 빈익빈, 과금 유저만이 이기는 룰)를 받는다면 결국 게임을 점점 떠날 것이다. 

 

멀티플레이 게임은 타인과 함께 즐기는 소셜 커뮤니티 기능이 중요한데 시간 투자와 유저 간의 상호교감보다 오직 결제에 의지한 승부욕을 자극하는 게임성이라면 취미로서 게임이 가지는 재미와 가치는 반감될 수 밖에 없다. 현재 노골적인 결제유도에 대한 모바일게임 유저들의 피로도는 극에 달했다고 보여진다. 즐거워서 하는 것이 아니라(소중한 취미생활의 일환으로서), 관성적으로 결제를 하는 유저들이 대부분이라 여겨지는데 이게 길어지면 언제든 취미를 갈아탈 수 있다. 

 

따라서 다수가 적당한 결제와 여가 시간의 투자를 통해 즐길 수 있는 설계가 필요하다. 편의성을 제공하는 것이 결제의 주 목적이 되어야 한다. 밸런스 자체를 돈으로 설계하는 것은 대단히 우려스럽다. 떠난 뒤에 후회하지 말고 떠나기 전에 있는 유저를 소중히 여기고 잘 챙겼으면 좋겠다. 

 

셋째, 적자인 퍼블리셔야 어쩔 수 없다지만 시장에서 괜찮은 수익을 거두는 퍼블리셔의 경우 전체 라인업에서 20% 정도는 새로운 시도에 투자해 보는 것이 어떨까? 모든 퍼블리셔가 서비스 라인업을 ‘유명 IP기반의 대작 RPG’로만 채워 넣는다면 그만큼 지루한 일도 없을 것이다. 유저의 취향은 다양한데 하나의 장르로 편중된 스타일로만 시장에 내놓는다면 유저들에게는 괴로운 일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현재 시장에서는 트렌드를 쫓는다는 명목으로 유사한 게임들이 넘쳐나고 있다. 반면 새롭고 창의적인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 의욕 있는 개발사는 고사되거나, 시도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의 강요에 의한 게임 과몰입 치료의 투자보다 업계 스스로가 건전한 게임산업 육성을 위해 게임 과몰입 치료에 투자하며 명분을 쌓았듯 새롭고 창의적인 시도를 하는 중소 개발사의 발굴, 인디 게임 육성 등 게임 생태계의 보존이라는 명분을 위해 나서주기를 바란다. 이러한 투자는 다시 그들에게 새로운 시장을 열어주고, 때로는 더 괜찮은 수익으로 돌아올 것이다.  

 

 우리 창의력을 발휘해 볼까? 

 

넷째, 현재 한국의 대형 퍼블리셔들은 해외 게임을 들여오기 위한 경쟁을 하고 있다. 그런데 적어도 한국 시장에서 자신들의 게임의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판단하는 순간 외국 회사는 직접 한국에 들어온다. 

 

현재 중국에서 적정 규모의 매출 실적을 이룬 회사 중에 한국 진출을 고민하지 않는 회사는 거의 없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페이퍼컴퍼니 수준의 규모로 법인을 설립하고, 적정 마케팅 예산만을 써서 돈을 벌어가는 회사의 사례들이 있다 보니 그들 중 상당수의 회사들은 최소한의 투자를 통해 최대한의 이익을 뽑아가는 목적으로 한국 게임시장 학습에 심취해 있다. 그 속에 서비스의 철학이나 유저에 대한 배려는 없다. 

 

그런 움직임에 대한 견제는 고사하고 한국의 퍼블리셔나 플랫폼들이 앞다투어 중국게임 수입과 서비스에만 열중한다면 그 또한 꽤 우려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미 중국 게임의 매출실적이 한국 시장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시대가 됐다. 우리가 원하는 장기적인 파트너쉽이 아니라 그들을 학습시켜 시장을 통째로 넘기는 것이 아닌지 한 번쯤 고민해 볼 노릇이다. 

 

사실 이러한 조언은 후발 주자일수록 더 해당되는 게 많은 내용 같다. 모두가 시장 1등인 넷마블처럼 할 수는 없다. 그런데 후발 주자들이 너도나도 허겁지겁 선두 주자의 전략을 따라가다 보니 시장의 구조가 지금처럼 획일적이고 우울해진 것일 수도 있겠다. 힘들수록 정도가 무엇인지 고민했으면 한다.

 

 

3. 개발사의 역할

 

모바일게임 산업이 위기의 시대에 접어들고,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개발사에게 딱히 섣부른 조언을 할 생각은 없다. 다만 필자도 개발사를 설립해서 경영했던 선배 개발자로서 몇 가지 경험을 전해주고 싶을 뿐이다. 최대한 꼰대스럽지 않게 작성하려 신경 썼는데 그렇게 보인다면 미리 사과한다

 

충분히 생각하라, 열심히 도전하라, 결과에 순응하라.

 

지금 와서 고백하지만 필자가 게임 개발사를 설립한 것은 숭고한 도전정신이나 사명감 혹은 성공해 돈을 벌고 싶다는 욕망에서 비롯되지는 않았다. 90년대 후반 IMF로 힘들던 시절, 원하던 대기업 취업이 녹록지 않으니 ‘내가 좋아하는 게임을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해 개발사를 설립하는 무시무시한 결과까지 가게 됐다. 

 

적당한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어쩌다 보니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하고 있었다’는 표현이 적당해 보인다. ‘그게 얼마나 힘든 길이었는지 알았다면 도전하지 않았을 것 같다’는 것이 나중에 든 생각이다.

 

필자는 중국에서 두 번째 게임개발사에 도전했다. 직접 회사를 설립해서 운영했다. 그 때는 중국 시장에 대한 도전정신과 성공에 대한 욕망도 충분했다 생각했지만 역시 훗날 돌이켜보니 그렇게 힘든 길인 줄 알았다면 도전하지 않았을 것 같다. 이 정도로 게임개발은 힘든 일이다. 충분한 생각 없이 도전하면 낭패를 겪기 십상이다. 

 

지금은 과거보다 나아졌다고 해도 게임 개발사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배고픈 일이기도 하다. 엔씨소프트나 넥슨처럼 급여 수준도 높고, 복지도 좋은 회사도 있지만 대다수 개발사는 성공한 게임이 나오기 전까지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 본인이 그런 안정되고 좋은 회사에 들어갈 만한 능력이 안 된다면 대다수의 개발사가 겪고 있는 여유롭지 않은 개발 환경에서 넉넉하지 않게 사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게다가 이 길은 성공이 담보되지 않는 리스크가 많은 길이기도 하다.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속해있는) 실패한 프로젝트의 개발팀이 통째로 날라갈 수도 있고, 내가 다니던 회사가 폐업할 수도 있다. 야근도 많고 업무 스트레스도 높은 직종이다. 팀워크가 중요하다 보니 인간관계도 일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고 때문에 신경 써야 한다.

 

게임 개발자가 되기를 원한다면 혹은 더 나아가 직접 개발팀을 꾸려 개발사 대표가 되기를 희망한다면 우선 충분히 생각하라. 편하게 살기를 원한다면 절대 적당하지 않은 직업이다. 그런 어려움과 위험을 감수할 만큼 내가 이 일을 정말로 좋아하는 것인지를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 어떤 일이든 그렇겠지만 이 일이야 말로 좋아하지 않으면 정말로 하기 힘든 일이다. 

  

 생각하라.

 

다음으로는 어떤 것을 개발하고 싶은지 그 개발을 통해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돈, 명예, 불후의 명작, 자기만족 등)인지도 생각해야 한다. 대중적 성공을 목적으로 돈을 많이 벌기를 희망한다면 어떤 것이 시장에서 잘 팔리고 유저들이 좋아하는지, 나는 그런 것을 만들 능력이 있는지, 혹은 만들 의지가 있는 지 등 생각할 것이 너무 많다. 하지만 생각하라. 

 

그런 충분한 생각의 과정을 거친 후 게임 개발자가 되었다면 혹은 개발사의 일원이 되었다면 그야말로 열심히 도전해라. 잘 만들고도 실패한 게임은 있어도, 대충 만든 게임이 성공하는 일은 없다. 성공의 첫 단추는 결국은 잘 만드는 일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열심히 만들어야 한다. 성실함은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영역에서 진리에 해당되는 영역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하고 잘할 수 있도록 우리는 노오오오오력을 해야 한다. 이후에 비로소 행운도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도전하라.

 

마지막으로 열심히 노력했다면 설령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았더라도 겸허하게 받아 들여라. 그런 후에 다시 생각하면 된다. 왜 우리 게임은 투자자나 퍼블리셔에게 선택 받지 못하는 것일까? 왜 우리 게임은 유저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한 것일까? 왜 우리 회사에는 유능한 개발 인재가 오지 않는 것일까? 이런 모든 질문과 상황에 대해 답변할 수 있고, 다시 게임개발에 도전할 수 있는 물질적 준비와 정신적 자세가 되어 있다면 그것이 힘든 고행의 길이 될지라도 다시금 도전할 수 있는 것이다.

 

부끄럽지만 필자는 그렇게 20년 동안 게임개발 혹은 게임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중이다. 성공한 게임도 있고, 실패한 게임도 있지만 현재 은퇴해도 될 만큼 여유로운 인생이 아닌지라, 그리고 여전히 게임에 대한 열정이 있다 보니 도전이 계속되고 있다. 필자의 도전이 올바른 판단인지 자신할 수 없지만 적어도 열심히 도전했고 결과에 순응했던 것만큼은 분명하기에 여전히 진행형의 삶을 살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순응하라.

 

지금도 열심히 게임개발을 하는 업계 후배들에게 조언을 고하니 충분히 생각하고, 열심히 도전하라. 그리고 그 결과에 순응하라. 그러다 보면 성공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아도 최소한 자기만족은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