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기울어진 운동장에 불어온 창업 열풍의 아픈 역사 2017-02-07 19:08:48 디스이즈게임 3

​최근 경제 위기의 해법으로 '창업'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대선 후보들도 경제 활성화를 위해 창업 지원 공약을 적극적으로 내세우고 있죠. 그런데 창업이 능사일까요? 오랜 시간 게임생태계를 지켜봐 온 최승훈 님은 '게임의 역사'에서 교훈을 얻을 것을 당부합니다. 그의 글을 통해 지난 5년, 창업 열풍이 불었던 한국 모바일게임의 쓰린 한 단면을 소개합니다. /디스이즈게임 편집자


글쓴이: 최승훈 한국대중문화예술산업총연합 정책보좌역, B&M Holdings 이사



# 창업이 우리 경제의 답이다?

 

'창업이 우리 경제의 답'이라고 얘기하는 대통령 후보들과 전문가들에게 게임산업이 겪은 지난 5년을 들여다보라고 얘기해 주고 싶다.

 

아이폰 판매의 지체로 모바일로 변환할 골든타임을 놓친 국내 게임산업 생태계에선 그야말로 '창업' 열풍이 불었다. 당시 '대세'로 떠올랐던 모바일게임 분야에서 경쟁국보다 늦어버린 게임인들에게 '창업'은 뒤늦은 출발을 만회할 수 있는 묘책으로 떠올랐다. 

 

이번 정부부터 등장한 핫 키워드 '창조경제'.

  

며칠 전 어느 대통령 후보는 "창업을 국가가 주도하지 말고 시장에 맡기라"고 했는데, 그때의 게임산업이 딱 그랬다. 정부가 아니라 시장이 각성해서 창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당시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몰랐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간명하다. 창업 러시는 참담하게 실패했고, 그 결과 산업은 양극화됐다. 문제는 플레이어가 아니었다. 스타트업이 출전하느냐, 중소제작사가 출전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기울어진 운동장'이 문제였다. 

 

기울어진 운동장에 스타트업을 풀어놓은 뒤 정부가 지원을 집중하면 어떻게 되는지... 게임산업을 예로 설명해 보면 이렇다.

 

 

# 창업 열풍 이후 가속화된 게임생태계의 양극화

 

정부가 키워 어느 정도 성공한 스타트업은 중견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대기업에 인하우스 제작 스튜디오로 흡수되면서 수직계열화의 희생양이 된다. 정부가 제작 지원해서 성공시킨 게임의 매출은 스타트업인 제작사에 흡수되어 튼튼한 제작기반이 되기보다는 대부분 대기업이 지배하고 있는 유통구조에 수수료라는 이름으로 빨려 들어간다. 

 

 

플레이스토어(구글), 앱스토어(애플)가 갖는 수수료가 30%다. 카카오가 채널링을 하면 다시 21% 수수료를 내야 한다. 매출 중 남은 액수를 퍼블리셔와 개발사가 일반적으로 6:4로 나눠갖는다. 

 

결국, 정부의 막대한 제작 지원은 고스란히 플랫폼 사업자라 불리는 대기업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정부 지원이 스타트업에 쏠리고, 대기업들은 성공한 스타트업을 인하우스로 수직계열화해서 회춘하는 동안 중소규모의 중견 제작사들은 고사한다. 이 과정이 몇 년 반복되면서 게임산업생태계는 완전히 양극화한다.

 

양극화의 가장 심각한 결과는 산업생태계의 중추를 이루고 있던 제작기반이 와해한다는 점이다. 당연한 결과 아닌가? 중소규모의 제작사들이 더는 버틸 수 없으면 산업 전체의 제작 기반이 무너지는 것이니까.

 

제작기반이 무너지면 결국 대기업들도 무너질 것이기 때문에 대기업들이 제작기반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국내 플랫폼사업자들의 합리적 판단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기에 현실은 그 반대다. 

 

수직계열화한 플랫폼은 인하우스 개발사들을 통해 독점적 이익을 더욱 극대화하는 한편, 무너진 국내 제작기반을 대신할 해외의 싸고 경쟁력 있는 제품들을 찾아 나서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해외 게임의 국내 점유율이 높아졌다고들 한탄하지만, 상당수의 해외 게임들은 국내 플랫폼사, 대기업들이 수입한 게임들이다. 중국 게임의 위협을 얘기하지만, 중국의 IP를 가장 많이 확보한 게임사 중의 하나가 한국의 대기업 게임사들이다.

 

[따끈따끈한 관련 기사] 국내 게임사 중 82%가 연매출 1억 미만... '빈익빈 부익부 심화'

 

 

# 문제는 기울어진 운동장의 '창작 환경'

 

'창업'은 꼬인 우리 경제의 실타래를 푸는 좋은 방법 중 하나다. 그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을 그대로 두고 국가 정책으로 창업을 부르짖으면, 더 나아가 국가가 역할도 하지 않고 시장에 맡겨두면, 창업한 선수들은 몇 발짝 뛰어 보지도 못하고 운동장에 나동그라질 뿐이다. 게임산업이 지금 겪고 있는 위기가 그 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문제는 창업 환경이 아니라 창작 환경이다. 스타트업의 숫자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뛰어놀 수도 없게 운동장이 기울어진 것이 문제이다.

 

사족 같지만 한마디 덧붙이면, 대중문화산업은 순간적인 아이디어가 좌우하는 산업이 아니라 문화적으로 잘 훈련된 사람, 즉 문화예술인의 역량이 좌우하는 산업이다. 이런 산업이 잘 되려면, 아직 배워야 할 직업적 소양이 많은 젊은이를 창업으로 떠미는 것보다 중견 제작사들이 그들을 더 많이 고용해서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제작기반을 튼튼하게 하는 것이 정부가 할 도리다.

 

 




ps. 이 글은 증명해야 할 많은 문제들보다는 주장하고자 하는 바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관점을 부각하기 위해 과장되게 표현한 문제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대기업들의 수직계열화, 플랫폼사업자들을 시장지배적 사업자, 독점사업자로 표현한 부분 등입니다.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다르게 설명할 수도 있는 문제이고, 저 역시 대중문화산업에서 유통/플랫폼사업자들의 수직계열화와 시장지배적 지위 형성은 불가피하고 일면 긍정적인 점이 있다는데 생각을 같이 하고 있다는 점 밝힙니다.​

​최근 경제 위기의 해법으로 '창업'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대선 후보들도 경제 활성화를 위해 창업 지원 공약을 적극적으로 내세우고 있죠. 그런데 창업이 능사일까요? 오랜 시간 게임생태계를 지켜봐 온 최승훈 님은 '게임의 역사'에서 교훈을 얻을 것을 당부합니다. 그의 글을 통해 지난 5년, 창업 열풍이 불었던 한국 모바일게임의 쓰린 한 단면을 소개합니다. /디스이즈게임 편집자


글쓴이: 최승훈 한국대중문화예술산업총연합 정책보좌역, B&M Holdings 이사



# 창업이 우리 경제의 답이다?

 

'창업이 우리 경제의 답'이라고 얘기하는 대통령 후보들과 전문가들에게 게임산업이 겪은 지난 5년을 들여다보라고 얘기해 주고 싶다.

 

아이폰 판매의 지체로 모바일로 변환할 골든타임을 놓친 국내 게임산업 생태계에선 그야말로 '창업' 열풍이 불었다. 당시 '대세'로 떠올랐던 모바일게임 분야에서 경쟁국보다 늦어버린 게임인들에게 '창업'은 뒤늦은 출발을 만회할 수 있는 묘책으로 떠올랐다. 

 

이번 정부부터 등장한 핫 키워드 '창조경제'.

  

며칠 전 어느 대통령 후보는 "창업을 국가가 주도하지 말고 시장에 맡기라"고 했는데, 그때의 게임산업이 딱 그랬다. 정부가 아니라 시장이 각성해서 창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당시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몰랐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간명하다. 창업 러시는 참담하게 실패했고, 그 결과 산업은 양극화됐다. 문제는 플레이어가 아니었다. 스타트업이 출전하느냐, 중소제작사가 출전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기울어진 운동장'이 문제였다. 

 

기울어진 운동장에 스타트업을 풀어놓은 뒤 정부가 지원을 집중하면 어떻게 되는지... 게임산업을 예로 설명해 보면 이렇다.

 

 

# 창업 열풍 이후 가속화된 게임생태계의 양극화

 

정부가 키워 어느 정도 성공한 스타트업은 중견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대기업에 인하우스 제작 스튜디오로 흡수되면서 수직계열화의 희생양이 된다. 정부가 제작 지원해서 성공시킨 게임의 매출은 스타트업인 제작사에 흡수되어 튼튼한 제작기반이 되기보다는 대부분 대기업이 지배하고 있는 유통구조에 수수료라는 이름으로 빨려 들어간다. 

 

 

플레이스토어(구글), 앱스토어(애플)가 갖는 수수료가 30%다. 카카오가 채널링을 하면 다시 21% 수수료를 내야 한다. 매출 중 남은 액수를 퍼블리셔와 개발사가 일반적으로 6:4로 나눠갖는다. 

 

결국, 정부의 막대한 제작 지원은 고스란히 플랫폼 사업자라 불리는 대기업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정부 지원이 스타트업에 쏠리고, 대기업들은 성공한 스타트업을 인하우스로 수직계열화해서 회춘하는 동안 중소규모의 중견 제작사들은 고사한다. 이 과정이 몇 년 반복되면서 게임산업생태계는 완전히 양극화한다.

 

양극화의 가장 심각한 결과는 산업생태계의 중추를 이루고 있던 제작기반이 와해한다는 점이다. 당연한 결과 아닌가? 중소규모의 제작사들이 더는 버틸 수 없으면 산업 전체의 제작 기반이 무너지는 것이니까.

 

제작기반이 무너지면 결국 대기업들도 무너질 것이기 때문에 대기업들이 제작기반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국내 플랫폼사업자들의 합리적 판단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기에 현실은 그 반대다. 

 

수직계열화한 플랫폼은 인하우스 개발사들을 통해 독점적 이익을 더욱 극대화하는 한편, 무너진 국내 제작기반을 대신할 해외의 싸고 경쟁력 있는 제품들을 찾아 나서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해외 게임의 국내 점유율이 높아졌다고들 한탄하지만, 상당수의 해외 게임들은 국내 플랫폼사, 대기업들이 수입한 게임들이다. 중국 게임의 위협을 얘기하지만, 중국의 IP를 가장 많이 확보한 게임사 중의 하나가 한국의 대기업 게임사들이다.

 

[따끈따끈한 관련 기사] 국내 게임사 중 82%가 연매출 1억 미만... '빈익빈 부익부 심화'

 

 

# 문제는 기울어진 운동장의 '창작 환경'

 

'창업'은 꼬인 우리 경제의 실타래를 푸는 좋은 방법 중 하나다. 그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을 그대로 두고 국가 정책으로 창업을 부르짖으면, 더 나아가 국가가 역할도 하지 않고 시장에 맡겨두면, 창업한 선수들은 몇 발짝 뛰어 보지도 못하고 운동장에 나동그라질 뿐이다. 게임산업이 지금 겪고 있는 위기가 그 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문제는 창업 환경이 아니라 창작 환경이다. 스타트업의 숫자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뛰어놀 수도 없게 운동장이 기울어진 것이 문제이다.

 

사족 같지만 한마디 덧붙이면, 대중문화산업은 순간적인 아이디어가 좌우하는 산업이 아니라 문화적으로 잘 훈련된 사람, 즉 문화예술인의 역량이 좌우하는 산업이다. 이런 산업이 잘 되려면, 아직 배워야 할 직업적 소양이 많은 젊은이를 창업으로 떠미는 것보다 중견 제작사들이 그들을 더 많이 고용해서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제작기반을 튼튼하게 하는 것이 정부가 할 도리다.

 

 




ps. 이 글은 증명해야 할 많은 문제들보다는 주장하고자 하는 바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관점을 부각하기 위해 과장되게 표현한 문제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대기업들의 수직계열화, 플랫폼사업자들을 시장지배적 사업자, 독점사업자로 표현한 부분 등입니다.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다르게 설명할 수도 있는 문제이고, 저 역시 대중문화산업에서 유통/플랫폼사업자들의 수직계열화와 시장지배적 지위 형성은 불가피하고 일면 긍정적인 점이 있다는데 생각을 같이 하고 있다는 점 밝힙니다.​

  • 페이스북 공유
  • 트위터 공유
댓글 0
에러
시간
[비밀글] 누구누구님께 삭제된 글입니다 블라인드된 게시물입니다 내용 보기 댓글을 로딩중이거나 로딩에 실패하였습니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