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접칼럼] 게임을 게임이라 부르지 못했던 3년 10개월이 주는 교훈 2017-02-24 16:29:37 시몬 (임상훈 기자) 6

국내 게임업계 최대 협회는 홍길동 같은 신세였습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를 수 없고, 형을 형이라 부를 수 없었던 홍길동처럼 이 협회는 게임을 게임이라 부를 수 없었습니다.

 

'호부호형'을 못하던 국내 게임업계 최대 협회가 마침내 호부호형을 하게 됐습니다. 국내 메이저 게임회사들의 모임인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가 지난 23일, 원래의 이름인 '한국게임산업협회'을 다시 쓰기로 결정했거든요.

 

이름을 되찾기까지 3년 10개월이 걸렸습니다. 도대체 이런 얼토당토아니한 일이 왜 벌어졌을까요? 그 출발부터 다시 리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굉장히 길고 모호해서 기사에 적기도 귀찮은 이름으로 협회명이 바뀐 것은 2013년 5월이었습니다. 게임업계가 국회 등 정치권으로부터 유사 이래 가장 센 압박에 시달렸고, 업계인의 자존감이 푹푹 떨어지던 시기였죠.

 

 

2010년 4월 셧다운제(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가결이 신호탄이었습니다. 

 

2011년에 3월에는 게임과몰입 치유에 대한 부담금을 게임업체에 징수하려던 입법 시도가 두 차례나 있었죠.

 

2012년 2월에는 최초로 쿨링오프제도를 요구한 특별법안이 발의됐습니다. 학생은 한 번에 2시간 이상 게임을 하면 안 되고, 하루 4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는 법안이었죠. 베타테스트 참여도 금지되고요.

 

[게임과 권력] ① 게임규제 법안의 역사 (과거형) 

 

2013년 1월에는 소위 '손인춘법안'으로 불리던 두 개의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게임회사로부터 매출 1% 이하의 중독치유부담금과 매출 5% 이하의 과징금을 징수할 수 있는 법안이었죠. 

 

3달 뒤에는 전세계 최초로 게임이 알코올, 마약, 도박과 함께 4대 중독물질/행위로 규정된 '신의진법안'이 발의됐습니다. 게임업계의 분노와 두려움이 최대로 솟구쳤던 시기였습니다.​

 

[게임과 권력] ② 게임규제 법안의 역사 (19대 국회) 

 

일련의 입법 공세의 배경에는 뉴라이트, 일부 개신교, 정신의학 계열 등의 이해관계가 밀접히 연결돼 있었습니다. 정치 무관심이나 무지는 그래서 무섭습니다. 최근 최순실의 농단이 있기 전부터 게임생태계에도 이렇게 거대한 영향을 미쳤으니까요. 

 

[게임과 권력] ③ 뉴라이트와 게임규제 (1/2) 

 

대응책을 찾기 위해 고심하던 게임업계는 정치인의 '힘'에 기대기로 했습니다. 정치인을 게임산업협회의 수장으로 앉히면 정치계의 압박에 좀더 잘 대응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었죠. 

 

 

2013년 2월 남경필 의원을 '모셔' 왔습니다. 일단 5선의 여당 의원이어서 힘이 있었고, 소장파 의원이어서 말이 통했겠죠.

 

당시 회원사 관계자는 "남경필 의원을 협회장으로 추대한 것은 게임업계가 '힘'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임 회장도 어느 정도 문화 산업에 관심이 많았던 만큼 교감이 이루어졌다"고 말했죠.

 

남경필 신임 회장도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의 규제가 많은 나라치고 선진국이 된 나라는 없다. 자율이 우선돼야 한다"며 정부 주도의 게임규제 강화에 대해 반대 의사를 확실히 밝혔고요.

 

정치인 게임협회장에 대한 ‘기대’와 ‘우려’ 

 

기대가 컸습니다. 그러나 2달 뒤 올 게 왔습니다. 협회는 게임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게임을 떼고, 길고 어려운 이름으로 개명하기로 결정했거든요.

 

 

한국게임산업협회는 "게임에만 한정된 소극적 산업의 미지를 탈피하고 증∙가상 현실 및 디지털 융∙복합 추세를 반영하고, 국민적 여가로 격상되는 게임의 문화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명칭이 제안됐다"고 밝혔습니다. 게임회사가 모인 협회가 게임이라는 글자를 떼기로 한 거죠.

 

많은 비판이 있었지만, 결국 그대로 됐습니다. 새로 장을 맡은 사람에게 그 정도의 힘은 실어줘야 한다는 논리가 먹혔죠. 

 

 

[허접칼럼] 게임을 게임이라고 부르고 싶다

 

2015년, 2년 동안 게임을 정치인에게 맡겼던 시기가 끝난 뒤, 강신철 전 네오플 대표가 협회의 수장이 됐습니다. 당시는 저는 신임 협회장에게 개인적인 민원을 넣었습니다. 

 

"협회 이름에 '게임'을 다시 넣어주세요." 

 

협회장은 정중하게 양해를 구했습니다. 

 

"바로 바꾸는 건 전임자에 대한 예우가 아닙니다. 시간을 주세요."

 

그리고 다시 2년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 협회의 이름을 바꾸자는 의견이 회원사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제기됐다고 하더군요. 강신철 협회장의 연임이 결정됐던 13회 정기총회에서 마침내 협회는 '게임'이라는 이름을 되찾게 됐습니다. 명백히 잘못된 일을 고치는데 3년 10개월이나 걸렸습니다.

 

버린 지 3년 만에…. K-iDEA, '한국게임산업협회'로 이름 다시 되돌린다 

 

이 코미디 같은 상황은 게임이 정치에 휘둘리고, 간섭을 받았던 탓입니다.

 

게임이 '불순한' 정치에 더 이상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게임이 '원치 않는' 정치의 간섭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건강한 게임생태계의 구현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국내 게임업계 최대 협회는 홍길동 같은 신세였습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를 수 없고, 형을 형이라 부를 수 없었던 홍길동처럼 이 협회는 게임을 게임이라 부를 수 없었습니다.

 

'호부호형'을 못하던 국내 게임업계 최대 협회가 마침내 호부호형을 하게 됐습니다. 국내 메이저 게임회사들의 모임인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가 지난 23일, 원래의 이름인 '한국게임산업협회'을 다시 쓰기로 결정했거든요.

 

이름을 되찾기까지 3년 10개월이 걸렸습니다. 도대체 이런 얼토당토아니한 일이 왜 벌어졌을까요? 그 출발부터 다시 리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굉장히 길고 모호해서 기사에 적기도 귀찮은 이름으로 협회명이 바뀐 것은 2013년 5월이었습니다. 게임업계가 국회 등 정치권으로부터 유사 이래 가장 센 압박에 시달렸고, 업계인의 자존감이 푹푹 떨어지던 시기였죠.

 

 

2010년 4월 셧다운제(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가결이 신호탄이었습니다. 

 

2011년에 3월에는 게임과몰입 치유에 대한 부담금을 게임업체에 징수하려던 입법 시도가 두 차례나 있었죠.

 

2012년 2월에는 최초로 쿨링오프제도를 요구한 특별법안이 발의됐습니다. 학생은 한 번에 2시간 이상 게임을 하면 안 되고, 하루 4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는 법안이었죠. 베타테스트 참여도 금지되고요.

 

[게임과 권력] ① 게임규제 법안의 역사 (과거형) 

 

2013년 1월에는 소위 '손인춘법안'으로 불리던 두 개의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게임회사로부터 매출 1% 이하의 중독치유부담금과 매출 5% 이하의 과징금을 징수할 수 있는 법안이었죠. 

 

3달 뒤에는 전세계 최초로 게임이 알코올, 마약, 도박과 함께 4대 중독물질/행위로 규정된 '신의진법안'이 발의됐습니다. 게임업계의 분노와 두려움이 최대로 솟구쳤던 시기였습니다.​

 

[게임과 권력] ② 게임규제 법안의 역사 (19대 국회) 

 

일련의 입법 공세의 배경에는 뉴라이트, 일부 개신교, 정신의학 계열 등의 이해관계가 밀접히 연결돼 있었습니다. 정치 무관심이나 무지는 그래서 무섭습니다. 최근 최순실의 농단이 있기 전부터 게임생태계에도 이렇게 거대한 영향을 미쳤으니까요. 

 

[게임과 권력] ③ 뉴라이트와 게임규제 (1/2) 

 

대응책을 찾기 위해 고심하던 게임업계는 정치인의 '힘'에 기대기로 했습니다. 정치인을 게임산업협회의 수장으로 앉히면 정치계의 압박에 좀더 잘 대응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었죠. 

 

 

2013년 2월 남경필 의원을 '모셔' 왔습니다. 일단 5선의 여당 의원이어서 힘이 있었고, 소장파 의원이어서 말이 통했겠죠.

 

당시 회원사 관계자는 "남경필 의원을 협회장으로 추대한 것은 게임업계가 '힘'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임 회장도 어느 정도 문화 산업에 관심이 많았던 만큼 교감이 이루어졌다"고 말했죠.

 

남경필 신임 회장도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의 규제가 많은 나라치고 선진국이 된 나라는 없다. 자율이 우선돼야 한다"며 정부 주도의 게임규제 강화에 대해 반대 의사를 확실히 밝혔고요.

 

정치인 게임협회장에 대한 ‘기대’와 ‘우려’ 

 

기대가 컸습니다. 그러나 2달 뒤 올 게 왔습니다. 협회는 게임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게임을 떼고, 길고 어려운 이름으로 개명하기로 결정했거든요.

 

 

한국게임산업협회는 "게임에만 한정된 소극적 산업의 미지를 탈피하고 증∙가상 현실 및 디지털 융∙복합 추세를 반영하고, 국민적 여가로 격상되는 게임의 문화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명칭이 제안됐다"고 밝혔습니다. 게임회사가 모인 협회가 게임이라는 글자를 떼기로 한 거죠.

 

많은 비판이 있었지만, 결국 그대로 됐습니다. 새로 장을 맡은 사람에게 그 정도의 힘은 실어줘야 한다는 논리가 먹혔죠. 

 

 

[허접칼럼] 게임을 게임이라고 부르고 싶다

 

2015년, 2년 동안 게임을 정치인에게 맡겼던 시기가 끝난 뒤, 강신철 전 네오플 대표가 협회의 수장이 됐습니다. 당시는 저는 신임 협회장에게 개인적인 민원을 넣었습니다. 

 

"협회 이름에 '게임'을 다시 넣어주세요." 

 

협회장은 정중하게 양해를 구했습니다. 

 

"바로 바꾸는 건 전임자에 대한 예우가 아닙니다. 시간을 주세요."

 

그리고 다시 2년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 협회의 이름을 바꾸자는 의견이 회원사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제기됐다고 하더군요. 강신철 협회장의 연임이 결정됐던 13회 정기총회에서 마침내 협회는 '게임'이라는 이름을 되찾게 됐습니다. 명백히 잘못된 일을 고치는데 3년 10개월이나 걸렸습니다.

 

버린 지 3년 만에…. K-iDEA, '한국게임산업협회'로 이름 다시 되돌린다 

 

이 코미디 같은 상황은 게임이 정치에 휘둘리고, 간섭을 받았던 탓입니다.

 

게임이 '불순한' 정치에 더 이상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게임이 '원치 않는' 정치의 간섭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건강한 게임생태계의 구현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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