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칼럼] 게임산업 생태계의 위기, 정말 규제 때문일까? 2017-03-08 15:19:13 디스이즈게임 24

국내 게임산업은 통계적으로 봤을 때 미약하게나마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매년 수출액과 수출 비중이 견조하게 증가하고 있죠. 그런데, 오로지 통계자료만으로 게임산업이 성장하고 있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요? 게임산업 생태계를 지켜봐 온 최승훈 님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의 게임산업 시장 현황에 대한 견해를 디스이즈게임에 옮겨 소개합니다. /디스이즈게임 편집자


글쓴이: 최승훈 한국대중문화예술산업총연합 정책보좌역, B&M Holdings 이사


# 게임산업은 성장하고 있다?

 
1~2년 전만 해도 게임산업이 위기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렇게 질문하는 이유가 궁금해서 "왜 그렇게 생각하시냐"고 되묻곤 했다. 나는 진심으로 "게임산업의 성장률이 정체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여전히 산업이 견조하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위기는 아니다"라고 믿었다.

 

뒤늦은 반성이지만, 내가 틀렸다. 게임산업은 위기다. 
 

통계자료의 양적 측면만 보고 '산업이 계속 성장하고 있는데, 위기라고 보는 것은 과장이다'라고 얘기하는(했던) 것은 현장의 상황을 모르고 떠드는 한가한 얘기일 뿐이다.

 

위기의 양상은 너무나 분명하다. 지난 10여 년간 한국게임산업을 떠받쳐 왔던 중소제작사의 창작 역량, 한국 게임산업의 제작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이는 역사적으로, 이론적으로만 그런 것이 아니라 통계적으로, 현장에서 느껴지는 흐름으로도 분명히 그렇다. 

 

산업의 엔진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긴 것이니, '위기'라 부르는 것은 당연하다. 달리 어찌 불러야 할까?

 

 


통계적으로만 봤을 때 게임산업은 분명 견조하게 성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출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보러가기

 

 

# 게임산업 위기의 원인, 정말 규제때문인가?

 

위기의 원인을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있을 수 있다. 보통 규제를 이유로 많이 든다. 특히 문화부가 규제만 해서 게임산업이 위기를 맞았다는 얘기인데... 

 

나는 소위 "규제발 위기론"은 사실과는 많이 다른 주장이라 생각한다. '규제발 위기론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셧다운제, 게임중독법, 법정등급분류제도, 웹보드게임 규제, 확률형아이템 규제 등을 근거로 든다. 팩트를 체크해 보면 알겠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셧다운제는 국회발 규제이고, 민주당 최영희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이 통과된 것이다. 문화부는 당연히 반대했다. 규제의 효과는... 다 아시다시피 제한적이다. 

 

게임법의 선택형 셧다운제에 대해 문화부의 책임을 거론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입법 당시의 상황에서 이 법은 강제적 셧다운제를 막기 위한 고육책이지 게임산업을 더 규제할 목적의 입법은 아니었다.

 

선택형 셧다운제는 강제적 셧다운제를 막기 위한 고육책일 뿐이다.

 

 

또 다른 예로 드는 일련의 게임중독법, 소위 신의진법, 손인춘법 등은 입법되지 못했다. 입법되지 않은 법 때문에 산업이 위기에 빠졌다는 주장은 동의를 구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그나마 이 역시 문화부는 반대했다.

 

사전등급분류제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게임은 이제 업계가 마음만 먹으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모든 게임물을 자체등급분류(self-rating)할 수 있는 제도적 상태가 되었다. 모든 콘텐츠 장르에서 법정등급분류제도에서 가장 자유로운 장르가 바로 게임이다. 

 

이 역시 문화부가 주도적으로 한 일이니 문화부를 탓할 일은 아니다. 그런데도 사전등급분류제도를 이유로 드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제 남는 것은 웹보드게임 규제와 확률형아이템 규제 정도인데, 생각이 좀 다를 수 있는 문제라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나는 이 두 문제에 대해 문화부가 제대로 규제를 하지 않는 것이 문제이지 규제를 많이 해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먼저 웹보드게임 규제 문제는 문화부가 하위법령을 개정하여 과도한 규제를 신설했다는 주장인데, 그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면 웹보드게임에서 현금 5만 원 베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 등이 골자이다. 내가 '제한'이라 하지 않고 '허용'이라 한 것은 이유가 있다. 

 

왜냐하면, 과거에는 그것이 10원이든 100원이든 게임머니가 현금성을 띠면 사행성게임물로 등급거부를 할 수 있었는데, 문화부가 한 판당 5만 원까지는 현금성이 있는 게임머니로 베팅할 수 있도록 허용해 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웹보드게임 규제와 확률형아이템 규제 문제 역시 '규제를 하지 않는 것'이 문제이지 '규제를 많이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자세히 설명하면 복잡한 문제이니, 여기까지만 정리하자면 문화부가 웹보드게임의 사행성을 전면 금지하던 게임법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게임법 하위법령을 개정하여 어느 정도까지 사행성을 법으로 인정해 주었다고 해석할 여지도 있다는 얘기다. 

 

솔직히 이는 굉장히 위험한 정책이다. 우리나라 사행산업 관리체계는 만성적인 과잉수요, 공급 부족을 전제하고 있다. 따라서 약한 고리가 생기면 그곳에 사행산업 수요가 몰리게 된다. 게임에 예외를 만들면 게임에 몰리게 된다. 

 

<바다이야기>가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주지 않았나? 또다시 게임에 한 판당 5만 원하는 식으로 예외를 만들면 그 고리는 끊어지기 마련이다. 더 많은 예외를 허용해 달라고 아수라장이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아닌가?

 

확률형아이템 문제는 아직 제도적 규제가 결정되지 않은 사안인데, '제도적 규제 도입의 가능성' 때문에 규제를 공격하는 사례이다. 확률형아이템을 규제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을 여러 번 얘기한 적이 있기 때문에 여기서 반복하지 않겠다. (나의 입장은 입법적 자율규제, 공동규제이다.)

 

하지만 확률형아이템을 규제하지 말라는 주장은 일방의 주장이라는 사실은 밝혀둘 필요가 있겠다. 중소게임사 중에는 확률형아이템이 적절하게 규제되기를 바라는 분들도 많다.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위한 환경을 법으로라도 만들어 달라는 얘기이다. 

 

소비자들은 압도적으로 확률형아이템의 법적 규제를 원한다. 왜 그럴까? 나는 거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에 설명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게임산업 위기론.... 단순치 않은 문제이지만 내 생각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1. 게임산업은 위기인가? 그렇다. 게임산업은 분명 위기다.

2. 어떤 위기인가? 좋은 게임을 제작할 수 있는 역량 그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 중소제작사와 산업생태계의 제작 역량이 와해 중이다. 심각한 위기다. ​

3. 위기는 규제 때문인가? 위기의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문화부 등 정부의 규제 때문에 산업이 망해가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규제를 완화해서, 적절히 규제하지 않아서 문제라고 할 수도 있다. ​

4. 그러면 위기의 원인은 무엇인가? 여러 가지 학설이 있고 지금 공부 중이지만... 게임도 다른 대중문화산업과 동일하게 양극화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 지점에서 위기론이 다시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

5. 게임산업은 위기의 원인을 남이 아니라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 산업 생태계를 꼼꼼히 둘러 보자.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최승훈
현 B&M 홀딩스 이사
현 한국대중문화예술산업총연합 정책보좌역
전 NHN(주) 문화콘텐츠 정책실 실장

전 한국게임산업협회 정책실장/사무국장
전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이용지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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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게임산업은 통계적으로 봤을 때 미약하게나마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매년 수출액과 수출 비중이 견조하게 증가하고 있죠. 그런데, 오로지 통계자료만으로 게임산업이 성장하고 있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요? 게임산업 생태계를 지켜봐 온 최승훈 님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의 게임산업 시장 현황에 대한 견해를 디스이즈게임에 옮겨 소개합니다. /디스이즈게임 편집자


글쓴이: 최승훈 한국대중문화예술산업총연합 정책보좌역, B&M Holdings 이사


# 게임산업은 성장하고 있다?

 
1~2년 전만 해도 게임산업이 위기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렇게 질문하는 이유가 궁금해서 "왜 그렇게 생각하시냐"고 되묻곤 했다. 나는 진심으로 "게임산업의 성장률이 정체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여전히 산업이 견조하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위기는 아니다"라고 믿었다.

 

뒤늦은 반성이지만, 내가 틀렸다. 게임산업은 위기다. 
 

통계자료의 양적 측면만 보고 '산업이 계속 성장하고 있는데, 위기라고 보는 것은 과장이다'라고 얘기하는(했던) 것은 현장의 상황을 모르고 떠드는 한가한 얘기일 뿐이다.

 

위기의 양상은 너무나 분명하다. 지난 10여 년간 한국게임산업을 떠받쳐 왔던 중소제작사의 창작 역량, 한국 게임산업의 제작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이는 역사적으로, 이론적으로만 그런 것이 아니라 통계적으로, 현장에서 느껴지는 흐름으로도 분명히 그렇다. 

 

산업의 엔진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긴 것이니, '위기'라 부르는 것은 당연하다. 달리 어찌 불러야 할까?

 

 


통계적으로만 봤을 때 게임산업은 분명 견조하게 성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출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보러가기

 

 

# 게임산업 위기의 원인, 정말 규제때문인가?

 

위기의 원인을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있을 수 있다. 보통 규제를 이유로 많이 든다. 특히 문화부가 규제만 해서 게임산업이 위기를 맞았다는 얘기인데... 

 

나는 소위 "규제발 위기론"은 사실과는 많이 다른 주장이라 생각한다. '규제발 위기론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셧다운제, 게임중독법, 법정등급분류제도, 웹보드게임 규제, 확률형아이템 규제 등을 근거로 든다. 팩트를 체크해 보면 알겠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셧다운제는 국회발 규제이고, 민주당 최영희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이 통과된 것이다. 문화부는 당연히 반대했다. 규제의 효과는... 다 아시다시피 제한적이다. 

 

게임법의 선택형 셧다운제에 대해 문화부의 책임을 거론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입법 당시의 상황에서 이 법은 강제적 셧다운제를 막기 위한 고육책이지 게임산업을 더 규제할 목적의 입법은 아니었다.

 

선택형 셧다운제는 강제적 셧다운제를 막기 위한 고육책일 뿐이다.

 

 

또 다른 예로 드는 일련의 게임중독법, 소위 신의진법, 손인춘법 등은 입법되지 못했다. 입법되지 않은 법 때문에 산업이 위기에 빠졌다는 주장은 동의를 구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그나마 이 역시 문화부는 반대했다.

 

사전등급분류제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게임은 이제 업계가 마음만 먹으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모든 게임물을 자체등급분류(self-rating)할 수 있는 제도적 상태가 되었다. 모든 콘텐츠 장르에서 법정등급분류제도에서 가장 자유로운 장르가 바로 게임이다. 

 

이 역시 문화부가 주도적으로 한 일이니 문화부를 탓할 일은 아니다. 그런데도 사전등급분류제도를 이유로 드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제 남는 것은 웹보드게임 규제와 확률형아이템 규제 정도인데, 생각이 좀 다를 수 있는 문제라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나는 이 두 문제에 대해 문화부가 제대로 규제를 하지 않는 것이 문제이지 규제를 많이 해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먼저 웹보드게임 규제 문제는 문화부가 하위법령을 개정하여 과도한 규제를 신설했다는 주장인데, 그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면 웹보드게임에서 현금 5만 원 베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 등이 골자이다. 내가 '제한'이라 하지 않고 '허용'이라 한 것은 이유가 있다. 

 

왜냐하면, 과거에는 그것이 10원이든 100원이든 게임머니가 현금성을 띠면 사행성게임물로 등급거부를 할 수 있었는데, 문화부가 한 판당 5만 원까지는 현금성이 있는 게임머니로 베팅할 수 있도록 허용해 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웹보드게임 규제와 확률형아이템 규제 문제 역시 '규제를 하지 않는 것'이 문제이지 '규제를 많이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자세히 설명하면 복잡한 문제이니, 여기까지만 정리하자면 문화부가 웹보드게임의 사행성을 전면 금지하던 게임법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게임법 하위법령을 개정하여 어느 정도까지 사행성을 법으로 인정해 주었다고 해석할 여지도 있다는 얘기다. 

 

솔직히 이는 굉장히 위험한 정책이다. 우리나라 사행산업 관리체계는 만성적인 과잉수요, 공급 부족을 전제하고 있다. 따라서 약한 고리가 생기면 그곳에 사행산업 수요가 몰리게 된다. 게임에 예외를 만들면 게임에 몰리게 된다. 

 

<바다이야기>가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주지 않았나? 또다시 게임에 한 판당 5만 원하는 식으로 예외를 만들면 그 고리는 끊어지기 마련이다. 더 많은 예외를 허용해 달라고 아수라장이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아닌가?

 

확률형아이템 문제는 아직 제도적 규제가 결정되지 않은 사안인데, '제도적 규제 도입의 가능성' 때문에 규제를 공격하는 사례이다. 확률형아이템을 규제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을 여러 번 얘기한 적이 있기 때문에 여기서 반복하지 않겠다. (나의 입장은 입법적 자율규제, 공동규제이다.)

 

하지만 확률형아이템을 규제하지 말라는 주장은 일방의 주장이라는 사실은 밝혀둘 필요가 있겠다. 중소게임사 중에는 확률형아이템이 적절하게 규제되기를 바라는 분들도 많다.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위한 환경을 법으로라도 만들어 달라는 얘기이다. 

 

소비자들은 압도적으로 확률형아이템의 법적 규제를 원한다. 왜 그럴까? 나는 거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에 설명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게임산업 위기론.... 단순치 않은 문제이지만 내 생각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1. 게임산업은 위기인가? 그렇다. 게임산업은 분명 위기다.

2. 어떤 위기인가? 좋은 게임을 제작할 수 있는 역량 그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 중소제작사와 산업생태계의 제작 역량이 와해 중이다. 심각한 위기다. ​

3. 위기는 규제 때문인가? 위기의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문화부 등 정부의 규제 때문에 산업이 망해가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규제를 완화해서, 적절히 규제하지 않아서 문제라고 할 수도 있다. ​

4. 그러면 위기의 원인은 무엇인가? 여러 가지 학설이 있고 지금 공부 중이지만... 게임도 다른 대중문화산업과 동일하게 양극화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 지점에서 위기론이 다시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

5. 게임산업은 위기의 원인을 남이 아니라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 산업 생태계를 꼼꼼히 둘러 보자.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최승훈
현 B&M 홀딩스 이사
현 한국대중문화예술산업총연합 정책보좌역
전 NHN(주) 문화콘텐츠 정책실 실장

전 한국게임산업협회 정책실장/사무국장
전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이용지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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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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