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허접칼럼] 게임 토론회의 스타들: 게임산업협회, 여명숙, 위정현

시몬 (임상훈 기자) | 2017-05-05 12:03:33

당신은 여자입니다. 어떤 남자가 지난 3개월간 당신에게 계속 선물을 줍니다. 그 남자가 누구인지 알아보고, 왜 그러는지 확인해 보시겠죠. 

 

 

우리는 게이머입니다. 지난 3개월 간 유례 없이 많은 게임 정책 관련 토론회와 포럼이 열렸고, 어떤 기관이나 사람이 유독 자주 등장했습니다. 어떤 단체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고, 왜 그러는지 추측해 봐야하지 않을까요?

 

이번 꼭지에서는 지난 3개월 14번의 게임 정책 관련 토론회를 누가 열었고, 누가 자주 마이크를 잡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왜 그러는지도 추측해 볼게요. /디스이즈게임 시몬

 

① [허접칼럼] 누구를 위해 게임 토론회는 열리나? 

② [기획] 2017년 봄, 어떤 게임 토론회와 포럼이 열렸나

③ [기획] '자율규제'로 뒤덮인 2017년 봄 게임 토론회

④ [허접칼럼] 게임 토론회의 스타들: 게임산업협회, 여명숙, 위정현​ ​ 


 

일단 각 행사의 ‘주최’와 ‘주관’을 살펴봤습니다. 다소 헛갈리는 두 단어죠. 국립어학원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 주최: 어떤 일 또는 행사에 대하여 계획하거나 최종 결정을 하며 이에 따르는 책임을 질 때

※ 주관: 어떤 일 또는 행사에 대하여 집행(실무 처리)할 때


자 그럼, 이제 정말 관심 가는 질문. 14번의 토론회가 열린 지난 3개월, 어떤 단체가 가장 많은 행사를 주최하거나 주관했을까요?

 

※ 공동 1위: 한국게임산업협회 (5회)​ 

※ 공동 1위: 게임물관리위원회 (5회)


 

# 첫 번째 주역: 한국게임산업협회(이하 게임산업협회)

 

게임산업협회는 5번의 행사를 주최 또는 주관했고, 4번의 행사를 후원했습니다. 지난 3개월 토론회 정국에서 가장 자주 목격된 단체죠.

 

놀랄 일은 아닙니다. 게임산업협회는 국내에서 가장 크고, 대표적인 게임 관련 단체니까요. 게임 관련 토론회가 열린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건 마땅한 일입니다. 정치권에서 부른다면 불려갈 수 밖에 없는 처지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게임산업협회가 자주 보이는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었습니다.

 

지난 꼭지에서 살펴봤듯 지난 3개월 가장 큰 화두는 ‘자율규제’였습니다. 이는 게임산업협회의 목표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강신철 협회장은 2015년 4월 취임 때부터 줄곧 첫 번째 목표로 ‘자율규제’를 꼽아 왔거든요. 게임산업협회 홈페이지에만 들어가 봐도 알 수 있어요. 아래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네 글자 보이시죠?

 

 

지난 몇 년간 협회가 주장해온 ‘자율규제’의 구체적인 내용은 크게 네 가지 정도 됩니다. 

 

(1) 웹보드게임 결제한도 상향

(2) 온라인게임 결제한도 폐지

(3)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4) 셧다운제 폐지

 

이중 웹보드게임의 결제한도는 지난해 올라갔고, 온라인게임 결제한도는 올해 5월부터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협회는 7월부터 시행될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죠.

 

그런데 말입니다. 왜 게임산업협회는 지난 몇 년간 이렇게 ‘자율규제’ 이슈에 집중하고 있는 것일까요? 한국 게임생태계에 있는 이들이 느끼는 더 급하고, 더 중요한 문제도 꽤 있을 텐데요.

 

그건 아마도 게임산업협회가 이름과 달리 게임 산업에 있는 모든 회사를 위해 만들어진 곳이 아니라, 주로 메이저 회사들을 대변하기 위해 설립된 곳이기 때문일 겁니다.  65개 회원사가 있지만, 주요 의사결정은 회비를 부담하는 부회장사와 이사사가 하는 구조이기도 하고요.

 

※ 부회장사: 네오위즈게임즈, 넥슨, 넷마블게임즈, 스마일게이트, 엔씨소프트, NHN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 이사사: 라이엇게임즈, 게임빌, 블리자드, 액토즈소프트, 카카오​


이게 뭐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매출 규모가 큰 회사들은 정부 정책이나 규제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에 대처하기 위한 활동을 하는 건 당연합니다. 협회 운영을 위한 비용이나 인력을 지원할 수 있는 여력도 갖추고 있을 거고요.

 

부회장사에는 웹보드게임 메이저 3사가 모두 포함돼 있습니다. 주요 온라인게임 회사들도 부회장사 또는 이사사 명단에 올라가 있고요. 협회가 지난 몇 년 웹보드게임과 온라인게임 결제한도에 집중했던 것은 이런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추정합니다. 당장 웹보드게임의 월 결제한도가 3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올라간 이후 관련 회사들의 매출액이 다 늘어났습니다.

 

상황은 알지만 이런 행보에는 조금 아쉬움이 남습니다. 게임산업협회는 국내에서 가장 대표적인 게임 관련 단체이고, 상당수 게이머들은 게임 생태계를 대변하는 곳으로 여기고 있으니까요. 정치권도 협회를 통해 게임 업계 전반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을 거고요.​ 강신철 회장도 협회장이 될 때부터 협회가 업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회원사를 확대해 나갈 것을 천명하기도 했었죠.  

 

 

그런데 그 이후 회원사 수는 오히려 줄었습니다. 게임 생태계 위기로 80여 개의 회원사가 65개로 감소되는 상황에서 협회의 활동이 너무 메이저 업체의 이익에만 치우친 것 아니냐는 비판을 살 소지가 큽니다.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니 그런 비판이 힘을 받을 수 있겠죠.

 

5월 2일 게임산업협회는 더불어민주당과 게임산업 진흥을 위한 협약식을 가졌습니다. 적극적인 행보 응원합니다. 자율규제의 이슈가 어느 정도 매듭지어졌으니, 이제는 메이저 업체뿐만 아니라 게임 생태계의 많은 이들에게 환영받을 수 있는 활동도 강화해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한국게임산업협회가 ‘게임업계의 전경련’으로 불리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 두 번째 주역: 여명숙(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

 

지난 3개월 게임 정책 토론회의 주최와 주관을 가장 많이 한 공동 1위는 게임물관리위원회였습니다. 게임산업협회가 1위에 오른 것은 그럴 수 있다 쳐도,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가 무려 5번이라니, 신기했습니다. 게임위는 부산에 있는, 게임 등급을 심의하는 곳이니까요.

 

 


 

90년대 중반부터 게임 업계에 몸담아 왔던 분들도 처음 보는 일이라고 하네요. 영화나 방송 등 다른 분야에서도 심의를 맡은 공공기관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전례가 없다고 하고요.

 

일반적으로 심의기관은 중립성과 보안성이 무척 중시됩니다. 로비와 그에 따른 영향을 받으면 근간이 흔들니는 거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심의기관은 외부 활동은 자제하는 보수적인 성격을 띕니다. 해당 분야 전문가와 함께 청소년보호나 법률 관련 인사들로 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을 봐도 그 성격을 유추할 수 있겠죠. 현 게임위의 위원 구성도 특별히 다르진 않습니다.

 

자율심의가 올해부터 전면적으로 확대되면서 게임위는 사후 심의 등으로 역할이 축소되는 상황입니다. 그런 기관이 ‘다시쓰는 대한민국 게임 강국 프로젝트 포럼’ 같은 행사를 3차례 시리즈로 개최하는 건 좀 뜬금없습니다. 심의를 당당하는 공공기관이 콘텐츠진흥원 같은 콘트롤타워가 해야 할 행사를 연 거니까요.

 

축사 또는 발표를 가장 많이 한 인물

 

※ 공동 1위: 여명숙 (5회) 

※ 공동 1위: 강신철 (5회)

※ 3위: 위정현 (4회)


이런 파격은 공공기관 본래의 활동이라기보다는 위원장 개인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게임위의 수장은 ‘갓명숙’으로 불리는 여명숙 위원장입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청문회에서 사이다 발언으로 네티즌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던 인물이죠. 

 

 

여명숙 위원장은 2015년 4월부터 3년 임기의 게임위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내년 4월까지 1년 정도 임기가 남았죠. 그런데 그는 왜 이렇게 파격적으로 적극적인 행보를 하는 걸까요?

 

함께 일을 해봤던 사람들과 토론회 등에 참여한 업계인들에게 물어보니, 무척 상반되는 두 가지 의견으로 갈리더군요. 판단은 여러분이 해보세요.

 

첫 번째 의견은 그의 개인적인 기질에 중점을 둔 것이었습니다. 거침없음을 특징으로 하는 기질이나 성격 덕분에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는 것 아니냐는 거죠. 청문회 당시의 발언 스타일처럼 올해 초 트위터에 남겨 화제가 된 ‘이년’ 트윗에서 그런 기질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이른바 ‘걸크러시’한 스타일이죠.​ 인터넷을 통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피트니스장에서의 모습(아래 사진)도 예사롭지 않고요. 청문회의 거침없는 발언을 포함한 이후 그녀의 행보에는 그런 기질이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함께 일을 해봤던 분들도 의견도 비슷합니다. "처음에는 다소 당황스러울 정도로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타입"이라거나 "꽂히면 쭉 전력질주하는 스타일", "주변 사람들이 말려도 My Way로 가는 사람"이라는 평가들은 비슷비슷했습니다. 

 


심의 기관의 기조를 무시하고 게임 토론회를 적극적으로 여는 것에 대해서도 "특별한 목적보다는 거기에 꽂혀서 그런 것" 또는 "계산을 하고 움직이는 사람은 아니다" 같은 의견들이 있었습니다. 

 

이런 거침없는 기질 덕분에 네티즌들의 호응을 얻기도 했지만, 일부에게는 거부감을 준 듯도 합니다. 이어서 나올 여명숙 위원장에 관한 게임업계 일부의 의심이나 비판도 그런 영향이 없지 않겠죠. 한 지인은 "한 번 꽂힌 일에 집중하면 주변 사람들을 신경 안 쓴다"​고 평했습니다.

 

반면 두 번째 의견은 무척 다릅니다. 정치 감각에 중점을 뒀죠. 정무적 감각이 뛰어난 인물이어서 목적을 가지고 적극적인 움직인다는 견해죠. 참고로, 지난해 11월 이후 문화콘텐츠진흥원 원장 자리는 공석입니다.

 

여 의원장은 청문회 스타였지만, 정작 그를 게임위에 추천하고, 임명했던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는 김종덕 장관과 김종 차관이 수장으로 있었습니다. 둘 모두 최순실, 차은택 등의 국정농단에 밀접히 연관된 이들이죠. 

 

게임위 위원장은 위원들끼리 상호투표를 통해 정하는데, 대개는 문화부에서 밀어주는 인물이 맡게 됩니다. 게다가 여 위원장을 차은택 후임으로 창조경제추진단 단장으로 임명한 것도 김종덕 장관이었고요. 아무런 연고가 없다고 보기에는 좀 어려울 듯합니다.

 

  

청문회의 인연일 수도 있겠지만, 국회에서 3번 열었던 ‘다시쓰는 대한민국 게임 강국 프로젝트 포럼’의 주최자를 보며 정치적 감각에 놀란 이들도 있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과 국민의 당 김경진 의원이 공동 주최를 했는데, 도종환 의원은 현재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교문위) 간사입니다. 국정감사나 국정조사를 통해 문화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죠. 청문회에서 여 위원장의 증언을 이끌었던 손혜원 의원 역시 교문위 소속입니다.

 

여 위원장을 옹호하는 이나 의심하는 이들이 모두 같은 의견 준 부분이 있습니다. 여 의원장의 게임에 대한 전문성 부족이었습니다. 여 위원장이 임명됐을 당시 언론에 나온 프로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여 신임위원장은 인지과학 및 가상현실 철학분야 전문가로 게임과 관련해 왕성한 학술연구 활동을 해왔다. 특히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과 공동기획한 ‘게임잼코리아대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등 기능성게임분야에 풍부한 전문지식을 보유하고 있다.


논문 검색 결과 주로 기능성게임과 관련된 내용이 4편 정도 검색됐습니다. 게임잼 행사는 네덜란드에서 다른 이가 기획한 것을 본인이 교수로 있던 대학에서 진행한 정도로 부분적인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한 지인의 평가는 이랬습니다. "어디 줄 대고 그럴 사람은 아니다. 게임은 잘 모르고, 고상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 세 번째 주역: 위정현(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지난 3개월 게임 관련 토론회 정국에서 가장 뜨거운 인물은 위정현 교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발표나 발제를 가장 많이 했고(4차례), 그 내용이 무척 셌으니까요. 위정현 교수는 게이머나 최근 게임 업계에 들어온 이들에게는 낯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업계에 있었던 이라면 익숙한 인물이죠. 신문 지면 등을 통해 무척 왕성하게 활동했으니까요.

 

온라인게임이 융성하던 그 시절, 몇몇 학문 분야에서 게임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국문학과에서 대표적인 인물로는 얼마 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된 이화여대 이인화 교수(본명 류철균)가 있었죠. 게임의 서사 구조에 대한 연구를 했습니다. 경영학과에서는 위정현 교수가 적극적으로 활동했죠. 온라인게임의 비즈니스모델을 거쳐 G러닝(게임을 통한 교육) 분야 등으로 연구 범위를 넓혀갔습니다.

 

​​

2007년 디스이즈게임과 인터뷰 당시 사진

 

저도 개인적으로 그가 쓴 <온라인게임 비즈니스 전략>(2006)이라는 유익한 책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위정현 교수의 대외적인 활동은 지난 수 년간 별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온라인게임 업계도 이런저런 업력이 쌓였고, 게임업계에 들어오는 신규업체도 줄어들면서 그가 제시한 경영이나 전략 관련 연구의 효용이 줄어든 측면도 있을 겁니다.

 

업계 침체기가 오래 되면서 연구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는 업체도 줄어들었을 거고요. 게다가 급속히 변화하는 모바일게임의 변화 속도를 쫓아가며 현장에서 호응할 만한 연구 결과나 통찰을 제시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겠죠. 호흡이 짧고, 크런치 모드에 쫓기는 게임 회사들이 협력하기도 어려웠을 거고요.

 

그런 그의 목소리가 크게 들리기 시작한 것은 올해 1월부터였습니다. 올해 첫 게임 관련 행사인 한국정책학회 기획세미나("전환기 게임산업 재도약을 위한 정책 제언")에서 '차기 정부 게임산업 정책, 어떻게 설계해야 하나'라는 큰 주제로 발표에 나섰죠.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게임 산업의 암흑기가 정책 실패에 따른 것이라고 비판하며, 게임 산업의 주무부처를 문화부로부터 분리하자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그와 함께 민간 주도의 전략 수립 싱크탱크인 '게임산업 전략위원회’(가칭)의 필요성을 강조했죠.

 

갑자기 이런 주장이 나온 배경이 궁금했는데 굼뜬 저는 2월이 되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그가 소장으로 있는 중앙대 콘텐츠경영연구소가 더불어포럼 게임&ICT 분과와 함께 ‘차기 정부 게임산업 정책, 어떻게 설계해야 하나?’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었기 때문이죠.

 


더불어포럼은 지난해부터 준비해 올해 1월 창립한 문재인 후보의 전문가 지지자 모임입니다. 이곳에서 위정현 교수는 게임&ICT 분과장을 맡았죠. 2월 16일 행사의 주체가 더불어포럼 게임&ICT분과이고, 주관이 콘텐츠경영연구소이니, 이 행사는 온전히 위정현 교수가 이끈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다시 한번 “차기정부에서는 문화와 산업을 분리해 산업지원 기능을 다른 곳으로 이관해야 한다”며 “가령 콘텐츠미디어부 같은 곳을 신설해 문체부의 산업지원 기능과 미래부의 미디어 육성 기능을 흡수하는 등 콘텐츠 산업과 미디어를 같이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가 이런 주장을 이렇게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책 관련 인물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정책 아이디어를 놓고 어필과 경쟁이 이뤄지는 과정이 아닌가 하는 추정을 하더군요. 더불어포럼이 전문가 지지자 모임이고, 각 분과가 나름의 정책 아이디어를 내놓기는 하지만, 실제 정책 반영은 그렇게 쉽게 결정될 수는 없습니다. 문재인 캠프에는 선거대책위원회 공식 기구가 된 '민주정책통합포럼'(정책공간 국민성장)라는 싱크탱크도 따로 존재하고, 당 내부의 정책위원회도 있으니까요.

 

문재인 후보 본인이 게임 진흥에 관한 큰 맥락의 입장은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계속 정부조직 개편을 포함한 다양한 의견들이 부딪히거나 조율되고 있는 상황이 아닐까요?

 

4월 17일 차기정부 문화산업정책토론회에서 위 교수는 "4차 산업혁명과 콘텐츠가 결합해 시너지를 내야 하는 만큼 콘텐츠와 ICT를 결합한 일원화된 부처 설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기존 주장과는 살짝 변화된 지점이 보입니다. 캠프 내의 여러 의견들이 충돌, 조율하는 과정에서 나온 게 아닌가 추측합니다.

 

위 교수의 주장에 대해 업계에서는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전문성 부족을 질타하는 견해에는 동의하지만, 부서 이관에 대해서는 시큰둥한 반응이 많더군요. 그게 진짜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이와 더불어 위 교수의 행보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도 일부 존재합니다. 전문성 부재를 질타하는 위 교수 역시 정치권에 가깝지 현장과는 좀 떨어져 있는 분 아니냐는 거죠. 이런 의구심은 토론회에서 그가 했던 이야기들이 수 년 전 인식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과도 이어져 있습니다. 현장은 그 사이 너무 많이 바뀌었다는 거죠.

 

 

위 교수는 5월 1일 게임산업인과 전문가 문재인 후보 지지 선언에 등장했습니다. 게임 관련 여러 협회장 등이 참여했고, 위 교수는 대표로 선언문을 읽었습니다. 소셜미디어의 게임인들 사이에서는 환영하는 분위기와 함께 '게임업계는 참여하지 않았는데... 아쉽네요', '왜 게임 개발자들은 저런 지지선언이 있는 줄도 모르고 참여할 기회도 주지 않나요?' 같은 목소리들도 들렸습니다.

당신은 여자입니다. 어떤 남자가 지난 3개월간 당신에게 계속 선물을 줍니다. 그 남자가 누구인지 알아보고, 왜 그러는지 확인해 보시겠죠. 

 

 

우리는 게이머입니다. 지난 3개월 간 유례 없이 많은 게임 정책 관련 토론회와 포럼이 열렸고, 어떤 기관이나 사람이 유독 자주 등장했습니다. 어떤 단체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고, 왜 그러는지 추측해 봐야하지 않을까요?

 

이번 꼭지에서는 지난 3개월 14번의 게임 정책 관련 토론회를 누가 열었고, 누가 자주 마이크를 잡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왜 그러는지도 추측해 볼게요. /디스이즈게임 시몬

 

① [허접칼럼] 누구를 위해 게임 토론회는 열리나? 

② [기획] 2017년 봄, 어떤 게임 토론회와 포럼이 열렸나

③ [기획] '자율규제'로 뒤덮인 2017년 봄 게임 토론회

④ [허접칼럼] 게임 토론회의 스타들: 게임산업협회, 여명숙, 위정현​ ​ 


 

일단 각 행사의 ‘주최’와 ‘주관’을 살펴봤습니다. 다소 헛갈리는 두 단어죠. 국립어학원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 주최: 어떤 일 또는 행사에 대하여 계획하거나 최종 결정을 하며 이에 따르는 책임을 질 때

※ 주관: 어떤 일 또는 행사에 대하여 집행(실무 처리)할 때


자 그럼, 이제 정말 관심 가는 질문. 14번의 토론회가 열린 지난 3개월, 어떤 단체가 가장 많은 행사를 주최하거나 주관했을까요?

 

※ 공동 1위: 한국게임산업협회 (5회)​ 

※ 공동 1위: 게임물관리위원회 (5회)


 

# 첫 번째 주역: 한국게임산업협회(이하 게임산업협회)

 

게임산업협회는 5번의 행사를 주최 또는 주관했고, 4번의 행사를 후원했습니다. 지난 3개월 토론회 정국에서 가장 자주 목격된 단체죠.

 

놀랄 일은 아닙니다. 게임산업협회는 국내에서 가장 크고, 대표적인 게임 관련 단체니까요. 게임 관련 토론회가 열린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건 마땅한 일입니다. 정치권에서 부른다면 불려갈 수 밖에 없는 처지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게임산업협회가 자주 보이는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었습니다.

 

지난 꼭지에서 살펴봤듯 지난 3개월 가장 큰 화두는 ‘자율규제’였습니다. 이는 게임산업협회의 목표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강신철 협회장은 2015년 4월 취임 때부터 줄곧 첫 번째 목표로 ‘자율규제’를 꼽아 왔거든요. 게임산업협회 홈페이지에만 들어가 봐도 알 수 있어요. 아래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네 글자 보이시죠?

 

 

지난 몇 년간 협회가 주장해온 ‘자율규제’의 구체적인 내용은 크게 네 가지 정도 됩니다. 

 

(1) 웹보드게임 결제한도 상향

(2) 온라인게임 결제한도 폐지

(3)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4) 셧다운제 폐지

 

이중 웹보드게임의 결제한도는 지난해 올라갔고, 온라인게임 결제한도는 올해 5월부터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협회는 7월부터 시행될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죠.

 

그런데 말입니다. 왜 게임산업협회는 지난 몇 년간 이렇게 ‘자율규제’ 이슈에 집중하고 있는 것일까요? 한국 게임생태계에 있는 이들이 느끼는 더 급하고, 더 중요한 문제도 꽤 있을 텐데요.

 

그건 아마도 게임산업협회가 이름과 달리 게임 산업에 있는 모든 회사를 위해 만들어진 곳이 아니라, 주로 메이저 회사들을 대변하기 위해 설립된 곳이기 때문일 겁니다.  65개 회원사가 있지만, 주요 의사결정은 회비를 부담하는 부회장사와 이사사가 하는 구조이기도 하고요.

 

※ 부회장사: 네오위즈게임즈, 넥슨, 넷마블게임즈, 스마일게이트, 엔씨소프트, NHN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 이사사: 라이엇게임즈, 게임빌, 블리자드, 액토즈소프트, 카카오​


이게 뭐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매출 규모가 큰 회사들은 정부 정책이나 규제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에 대처하기 위한 활동을 하는 건 당연합니다. 협회 운영을 위한 비용이나 인력을 지원할 수 있는 여력도 갖추고 있을 거고요.

 

부회장사에는 웹보드게임 메이저 3사가 모두 포함돼 있습니다. 주요 온라인게임 회사들도 부회장사 또는 이사사 명단에 올라가 있고요. 협회가 지난 몇 년 웹보드게임과 온라인게임 결제한도에 집중했던 것은 이런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추정합니다. 당장 웹보드게임의 월 결제한도가 3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올라간 이후 관련 회사들의 매출액이 다 늘어났습니다.

 

상황은 알지만 이런 행보에는 조금 아쉬움이 남습니다. 게임산업협회는 국내에서 가장 대표적인 게임 관련 단체이고, 상당수 게이머들은 게임 생태계를 대변하는 곳으로 여기고 있으니까요. 정치권도 협회를 통해 게임 업계 전반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을 거고요.​ 강신철 회장도 협회장이 될 때부터 협회가 업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회원사를 확대해 나갈 것을 천명하기도 했었죠.  

 

 

그런데 그 이후 회원사 수는 오히려 줄었습니다. 게임 생태계 위기로 80여 개의 회원사가 65개로 감소되는 상황에서 협회의 활동이 너무 메이저 업체의 이익에만 치우친 것 아니냐는 비판을 살 소지가 큽니다.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니 그런 비판이 힘을 받을 수 있겠죠.

 

5월 2일 게임산업협회는 더불어민주당과 게임산업 진흥을 위한 협약식을 가졌습니다. 적극적인 행보 응원합니다. 자율규제의 이슈가 어느 정도 매듭지어졌으니, 이제는 메이저 업체뿐만 아니라 게임 생태계의 많은 이들에게 환영받을 수 있는 활동도 강화해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한국게임산업협회가 ‘게임업계의 전경련’으로 불리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 두 번째 주역: 여명숙(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

 

지난 3개월 게임 정책 토론회의 주최와 주관을 가장 많이 한 공동 1위는 게임물관리위원회였습니다. 게임산업협회가 1위에 오른 것은 그럴 수 있다 쳐도,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가 무려 5번이라니, 신기했습니다. 게임위는 부산에 있는, 게임 등급을 심의하는 곳이니까요.

 

 


 

90년대 중반부터 게임 업계에 몸담아 왔던 분들도 처음 보는 일이라고 하네요. 영화나 방송 등 다른 분야에서도 심의를 맡은 공공기관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전례가 없다고 하고요.

 

일반적으로 심의기관은 중립성과 보안성이 무척 중시됩니다. 로비와 그에 따른 영향을 받으면 근간이 흔들니는 거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심의기관은 외부 활동은 자제하는 보수적인 성격을 띕니다. 해당 분야 전문가와 함께 청소년보호나 법률 관련 인사들로 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을 봐도 그 성격을 유추할 수 있겠죠. 현 게임위의 위원 구성도 특별히 다르진 않습니다.

 

자율심의가 올해부터 전면적으로 확대되면서 게임위는 사후 심의 등으로 역할이 축소되는 상황입니다. 그런 기관이 ‘다시쓰는 대한민국 게임 강국 프로젝트 포럼’ 같은 행사를 3차례 시리즈로 개최하는 건 좀 뜬금없습니다. 심의를 당당하는 공공기관이 콘텐츠진흥원 같은 콘트롤타워가 해야 할 행사를 연 거니까요.

 

축사 또는 발표를 가장 많이 한 인물

 

※ 공동 1위: 여명숙 (5회) 

※ 공동 1위: 강신철 (5회)

※ 3위: 위정현 (4회)


이런 파격은 공공기관 본래의 활동이라기보다는 위원장 개인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게임위의 수장은 ‘갓명숙’으로 불리는 여명숙 위원장입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청문회에서 사이다 발언으로 네티즌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던 인물이죠. 

 

 

여명숙 위원장은 2015년 4월부터 3년 임기의 게임위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내년 4월까지 1년 정도 임기가 남았죠. 그런데 그는 왜 이렇게 파격적으로 적극적인 행보를 하는 걸까요?

 

함께 일을 해봤던 사람들과 토론회 등에 참여한 업계인들에게 물어보니, 무척 상반되는 두 가지 의견으로 갈리더군요. 판단은 여러분이 해보세요.

 

첫 번째 의견은 그의 개인적인 기질에 중점을 둔 것이었습니다. 거침없음을 특징으로 하는 기질이나 성격 덕분에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는 것 아니냐는 거죠. 청문회 당시의 발언 스타일처럼 올해 초 트위터에 남겨 화제가 된 ‘이년’ 트윗에서 그런 기질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이른바 ‘걸크러시’한 스타일이죠.​ 인터넷을 통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피트니스장에서의 모습(아래 사진)도 예사롭지 않고요. 청문회의 거침없는 발언을 포함한 이후 그녀의 행보에는 그런 기질이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함께 일을 해봤던 분들도 의견도 비슷합니다. "처음에는 다소 당황스러울 정도로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타입"이라거나 "꽂히면 쭉 전력질주하는 스타일", "주변 사람들이 말려도 My Way로 가는 사람"이라는 평가들은 비슷비슷했습니다. 

 


심의 기관의 기조를 무시하고 게임 토론회를 적극적으로 여는 것에 대해서도 "특별한 목적보다는 거기에 꽂혀서 그런 것" 또는 "계산을 하고 움직이는 사람은 아니다" 같은 의견들이 있었습니다. 

 

이런 거침없는 기질 덕분에 네티즌들의 호응을 얻기도 했지만, 일부에게는 거부감을 준 듯도 합니다. 이어서 나올 여명숙 위원장에 관한 게임업계 일부의 의심이나 비판도 그런 영향이 없지 않겠죠. 한 지인은 "한 번 꽂힌 일에 집중하면 주변 사람들을 신경 안 쓴다"​고 평했습니다.

 

반면 두 번째 의견은 무척 다릅니다. 정치 감각에 중점을 뒀죠. 정무적 감각이 뛰어난 인물이어서 목적을 가지고 적극적인 움직인다는 견해죠. 참고로, 지난해 11월 이후 문화콘텐츠진흥원 원장 자리는 공석입니다.

 

여 의원장은 청문회 스타였지만, 정작 그를 게임위에 추천하고, 임명했던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는 김종덕 장관과 김종 차관이 수장으로 있었습니다. 둘 모두 최순실, 차은택 등의 국정농단에 밀접히 연관된 이들이죠. 

 

게임위 위원장은 위원들끼리 상호투표를 통해 정하는데, 대개는 문화부에서 밀어주는 인물이 맡게 됩니다. 게다가 여 위원장을 차은택 후임으로 창조경제추진단 단장으로 임명한 것도 김종덕 장관이었고요. 아무런 연고가 없다고 보기에는 좀 어려울 듯합니다.

 

  

청문회의 인연일 수도 있겠지만, 국회에서 3번 열었던 ‘다시쓰는 대한민국 게임 강국 프로젝트 포럼’의 주최자를 보며 정치적 감각에 놀란 이들도 있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과 국민의 당 김경진 의원이 공동 주최를 했는데, 도종환 의원은 현재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교문위) 간사입니다. 국정감사나 국정조사를 통해 문화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죠. 청문회에서 여 위원장의 증언을 이끌었던 손혜원 의원 역시 교문위 소속입니다.

 

여 위원장을 옹호하는 이나 의심하는 이들이 모두 같은 의견 준 부분이 있습니다. 여 의원장의 게임에 대한 전문성 부족이었습니다. 여 위원장이 임명됐을 당시 언론에 나온 프로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여 신임위원장은 인지과학 및 가상현실 철학분야 전문가로 게임과 관련해 왕성한 학술연구 활동을 해왔다. 특히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과 공동기획한 ‘게임잼코리아대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등 기능성게임분야에 풍부한 전문지식을 보유하고 있다.


논문 검색 결과 주로 기능성게임과 관련된 내용이 4편 정도 검색됐습니다. 게임잼 행사는 네덜란드에서 다른 이가 기획한 것을 본인이 교수로 있던 대학에서 진행한 정도로 부분적인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한 지인의 평가는 이랬습니다. "어디 줄 대고 그럴 사람은 아니다. 게임은 잘 모르고, 고상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 세 번째 주역: 위정현(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지난 3개월 게임 관련 토론회 정국에서 가장 뜨거운 인물은 위정현 교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발표나 발제를 가장 많이 했고(4차례), 그 내용이 무척 셌으니까요. 위정현 교수는 게이머나 최근 게임 업계에 들어온 이들에게는 낯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업계에 있었던 이라면 익숙한 인물이죠. 신문 지면 등을 통해 무척 왕성하게 활동했으니까요.

 

온라인게임이 융성하던 그 시절, 몇몇 학문 분야에서 게임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국문학과에서 대표적인 인물로는 얼마 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된 이화여대 이인화 교수(본명 류철균)가 있었죠. 게임의 서사 구조에 대한 연구를 했습니다. 경영학과에서는 위정현 교수가 적극적으로 활동했죠. 온라인게임의 비즈니스모델을 거쳐 G러닝(게임을 통한 교육) 분야 등으로 연구 범위를 넓혀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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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디스이즈게임과 인터뷰 당시 사진

 

저도 개인적으로 그가 쓴 <온라인게임 비즈니스 전략>(2006)이라는 유익한 책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위정현 교수의 대외적인 활동은 지난 수 년간 별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온라인게임 업계도 이런저런 업력이 쌓였고, 게임업계에 들어오는 신규업체도 줄어들면서 그가 제시한 경영이나 전략 관련 연구의 효용이 줄어든 측면도 있을 겁니다.

 

업계 침체기가 오래 되면서 연구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는 업체도 줄어들었을 거고요. 게다가 급속히 변화하는 모바일게임의 변화 속도를 쫓아가며 현장에서 호응할 만한 연구 결과나 통찰을 제시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겠죠. 호흡이 짧고, 크런치 모드에 쫓기는 게임 회사들이 협력하기도 어려웠을 거고요.

 

그런 그의 목소리가 크게 들리기 시작한 것은 올해 1월부터였습니다. 올해 첫 게임 관련 행사인 한국정책학회 기획세미나("전환기 게임산업 재도약을 위한 정책 제언")에서 '차기 정부 게임산업 정책, 어떻게 설계해야 하나'라는 큰 주제로 발표에 나섰죠.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게임 산업의 암흑기가 정책 실패에 따른 것이라고 비판하며, 게임 산업의 주무부처를 문화부로부터 분리하자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그와 함께 민간 주도의 전략 수립 싱크탱크인 '게임산업 전략위원회’(가칭)의 필요성을 강조했죠.

 

갑자기 이런 주장이 나온 배경이 궁금했는데 굼뜬 저는 2월이 되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그가 소장으로 있는 중앙대 콘텐츠경영연구소가 더불어포럼 게임&ICT 분과와 함께 ‘차기 정부 게임산업 정책, 어떻게 설계해야 하나?’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었기 때문이죠.

 


더불어포럼은 지난해부터 준비해 올해 1월 창립한 문재인 후보의 전문가 지지자 모임입니다. 이곳에서 위정현 교수는 게임&ICT 분과장을 맡았죠. 2월 16일 행사의 주체가 더불어포럼 게임&ICT분과이고, 주관이 콘텐츠경영연구소이니, 이 행사는 온전히 위정현 교수가 이끈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다시 한번 “차기정부에서는 문화와 산업을 분리해 산업지원 기능을 다른 곳으로 이관해야 한다”며 “가령 콘텐츠미디어부 같은 곳을 신설해 문체부의 산업지원 기능과 미래부의 미디어 육성 기능을 흡수하는 등 콘텐츠 산업과 미디어를 같이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가 이런 주장을 이렇게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책 관련 인물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정책 아이디어를 놓고 어필과 경쟁이 이뤄지는 과정이 아닌가 하는 추정을 하더군요. 더불어포럼이 전문가 지지자 모임이고, 각 분과가 나름의 정책 아이디어를 내놓기는 하지만, 실제 정책 반영은 그렇게 쉽게 결정될 수는 없습니다. 문재인 캠프에는 선거대책위원회 공식 기구가 된 '민주정책통합포럼'(정책공간 국민성장)라는 싱크탱크도 따로 존재하고, 당 내부의 정책위원회도 있으니까요.

 

문재인 후보 본인이 게임 진흥에 관한 큰 맥락의 입장은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계속 정부조직 개편을 포함한 다양한 의견들이 부딪히거나 조율되고 있는 상황이 아닐까요?

 

4월 17일 차기정부 문화산업정책토론회에서 위 교수는 "4차 산업혁명과 콘텐츠가 결합해 시너지를 내야 하는 만큼 콘텐츠와 ICT를 결합한 일원화된 부처 설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기존 주장과는 살짝 변화된 지점이 보입니다. 캠프 내의 여러 의견들이 충돌, 조율하는 과정에서 나온 게 아닌가 추측합니다.

 

위 교수의 주장에 대해 업계에서는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전문성 부족을 질타하는 견해에는 동의하지만, 부서 이관에 대해서는 시큰둥한 반응이 많더군요. 그게 진짜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이와 더불어 위 교수의 행보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도 일부 존재합니다. 전문성 부재를 질타하는 위 교수 역시 정치권에 가깝지 현장과는 좀 떨어져 있는 분 아니냐는 거죠. 이런 의구심은 토론회에서 그가 했던 이야기들이 수 년 전 인식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과도 이어져 있습니다. 현장은 그 사이 너무 많이 바뀌었다는 거죠.

 

 

위 교수는 5월 1일 게임산업인과 전문가 문재인 후보 지지 선언에 등장했습니다. 게임 관련 여러 협회장 등이 참여했고, 위 교수는 대표로 선언문을 읽었습니다. 소셜미디어의 게임인들 사이에서는 환영하는 분위기와 함께 '게임업계는 참여하지 않았는데... 아쉽네요', '왜 게임 개발자들은 저런 지지선언이 있는 줄도 모르고 참여할 기회도 주지 않나요?' 같은 목소리들도 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