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허접칼럼] 자율규제와 한목소리, 작은 개발사의 사정과 꼰대

시몬 (임상훈 기자) | 2017-05-30 19:4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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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임산업, 재도약은 가능한가'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는 주제입니다. 5월 30일(화) 아침 7시 30분부터 이런 심각한 주제의 토론이 진행된다는 소식을 접했죠. 관심이 갔습니다. 결정적으로 집과 회사 사이였습니다.

 

패널 참가자들의 면면도 화려했습니다. 국회의원 김병관, 게임산업협회장 강신철,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황성기, <샐리의 법칙>으로 유명한 인디게임 개발사 나날이스튜디오 대표 박민재. 사회는 에드토이 대표 김국현.

 

아침잠을 뿌리치고 굿인터넷클럽 토론회에 갔습니다. 정말 궁금했거든요. 한국 게임산업의 재도약이 가능한지가요.

 

 

 

1. 늘 나오는 목소리: 자율규제

 

토론 초반부터 '자율규제'에 대한 이야기가 화두였습니다. 특히 김병관 의원의 경험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게임업계에 있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두 순간에 대한 이야기였죠. 저도 화가 났습니다.

 

첫 번째 순간은 게임을 개발해 장관상을 받을 때였습니다. "왜 이딴 것 만드느냐"라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는, 정말 충격적인 이야기였죠. 두 번째 순간은 한 언론에서 나온 '게임은 마약이다' 시리즈(2012년 초 조선일보의 '게임, 또다른 마약' 10부작 시리즈_편집자 주)와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그 기사들을 보면서 오랫동안 많이 힘들고 괴로웠다는 합니다.

 

김 의원은 이런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과 그 배경이 되는 규제정책을 게임 산업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실행 중인 '비정상의 정상화'가 인터넷과 게임 산업에도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새로운 정부에서 추진하는 '최소 규제'가 가능하려면 업계에서의 '자율규제'가 잘 진행되어야 한다"고 덧붙였죠.

 

황성기 교수 역시 '최소 규제의 원칙'을 강조했습니다. 게임산업의 현 상황을 더 이상 할 규제가 없는 '규제만렙'으로 정의하며, "기존 규제를 완화하거나, 최소화해야 하고, 특히 강제적 셧다운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황 교수는 법적 근거가 없는 결제한도의 배경에는 '게임은 마약'으로 보는 규제 당국의 관념이 깔려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죠.

 

자율규제를 위해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강신철 협회장도 "규제가 필요하면 해야 한다. 하지만 산업 자체를 '통제와 관리의 대상'으로 보는 관념은 개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번번히 느끼지만, 규제가 게임산업 위기의 모든 원인처럼 비춰지지 않을까 우려됐습니다.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고, 규제가 철폐되면 새로운 창작과 도전의 기회가 생길 것"(강 협회장)이라거나, "비합리적, 비상식적 규제 대신 자율규제가 착근하면 게임산업의 전망은 밝지 않겠느냐"(황 교수)는 기대가 그러했죠.

 

유일하게 소규모 개발사 입장을 대변한 인디개발사 '나날이스튜디오'의 박민재 대표는 '등급분류를 안 받으면 출시를 못하는 제도'와 '분류기준의 모호성'을 지적하며 "등급분류를 좀더 객관화하거나, 사후에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2. 국회의원의 요청: 한목소리

 

김병관 의원은 게임업계가 한 목소리를 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그는 "정치에 들어와서 게임 관련 이야기하는 게 두렵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게임 출신 정치인이어서 목소리를 내야겠지만, 혼자 앞서 가면 업계인에 피해가 될까봐 보폭을 조절하고 있다"며 "업계인들이 한 목소리를 내주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업계가 과거에 수동적, 피동적으로 반응하거나 아예 안 움직여서 문제가 됐다. 업계를 주도하는 큰 형님들이 산업의 목소리를 내주면 좋겠다"고 바랐습니다.

 

 

김 의원은 과거의 사례 두 가지를 이야기하며 이런 주장을 강조했습니다. 그가 사례로 든 것은 과거 '고포류 결제한도'와 최근 '온라인게임 셧다운제와 결제한도' 논란에서 나타난 업체들의 갈라진 입장이었습니다.

 

김 의원은 "고포류 게임의 결제한도는 고포류 업체들이 자율적으로 만든 것이다. 그후 결제한도는 모든 게임업체에 적용됐다. 고포류 업체 외에 다른 게임회사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RPG, 보드게임, 휴대폰 회사들도 나눠지면, 서로 다른 쪽에는 신경을 안 썼다. 웹보드게임을 수준 낮은 사행성 게임으로 보는 순혈주의도 있었다. 그래서 '우리의 문제'라고 보지 않고, '저들의 문제'로 봤고, 모든 게임의 규제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게임당 결제한도였다가, 포털당 결제한도로 이어졌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는 셧다운제와 결제한도가 유예된 모바일게임 회사들이 해당 이슈에 대해 몬소리를 전혀 안 내고 있는 최근 상황에 대해서도 지적했습니다. 김 의원은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게임회사들은 물론 여러 협회들이 공동대응했으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김 의원은 또한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일부 게임업체의 과도한 노동강도 이슈에 대해서도 "기존에도 문제가 됐던 회사다. 모바일게임 개발 기간이 6개월~1년 이상 늘어났음에도 '크런치 모드'를 과거 방식대로 하는 것은 사람과 팀의 문제다. 그런 문제가 불거졌을 때, 그렇지 않은 회사들이 많음에도 외부에서는 게임회사들이 다 그런 것으로 봤다. 특히 전혀 다른 상황인 큰 회사들도 많은데, 그런 업계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우리 목소리를 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한목소리에 대한 김 의원의 바람이 '셧다운제' 등 일부 사안을 넘어 전면적으로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듯합니다. 현재 게임산업협회만 보더라도 메이저 업체들의 이해관계가 다르고 조율이 쉽지 않거든요. 협회는 현재 각 업체 별 이해관계의 최소공배수에 해당하는 영역에만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메이저 업체들과 소규모 회사의 이해관계도 다릅니다. 당장 이날 토론에서도 나날이스튜디오 박민재 대표는 (다른 세 명의 패널은 거의 업급하지 않는) '생존'과 관련된 더 절실한 목소리를 냈으니까요. 

 

 

3. 들어야 할 목소리: 작은 개발사의 사정

 

사회자가 중요한 질문을 했습니다. "게임산업 재도약을 위해 '규제 완화' 외에 다른 요소는 없는가?"

 

모바일게임 성공확률이 떨어지면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환경이 주춤해진 상황과, 그에 따라 이미 성공한 비슷한 스타일에 뻔한 RPG만 만들어지는 현실이 이야기됐습니다. 재도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시도를 얼마나 많이 할 수 있느냐'인데, 실패해도 그런 경험이 쌓여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이상적인 이야기와 그것을 힘들게 하는 '대표 연대 보증' 관행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ICT 업계 전반의 모범적인 이야기 등이 언급됐습니다.

 


사회자가 그때까지 다소 조용히 있던 나날이스튜디오 박민재 대표를 호출했습니다. 나날이스튜디오 홈페이지(http://www.nanali.net/)에 있는 외주작업을 보고 궁금했는지 물어봤죠. "<샐리의 법칙>만으로 회사 운영하기 어려운가?"

 

<샐리의 법칙>은 지난해 구글인디게임페스티벌 톱3에 올랐고, 후보 시절 문재인 대통령이 플레이해서 화제가 됐던 게임입니다. 하지만, 수익은 회사 운영을 담보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오르지 않았습니다. 

 


박 대표는 "게임으로 돈을 벌어본 적이 없는 상태에서 여기서 이야기하는 것이 좀 그렇다"면서도 토론회에 꼭 필요한 소규모 회사 이야기를 해줬습니다."30% 마켓 수수료를 빼고 5,000만~1억 원 수준으로 벌었다. 인턴 개발자와 함께 만들었는데, 월급을 제대로 못 줘서 수익 배분을 많이 해줬다. 중신공(중소기업진흥공단)의 투자를 받고 더 투자를 받지 않았다. 3년차 때 회사를 접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월급 적게 받더라도 만들고 싶은 것 만들자'고 결정해서 만든 게임이 <샐리의 법칙>이다. 우리보다 힘든 업체들이 훨씬 많다. 게임업계 선배들이 다양성이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그는 이런 바람과 함께 규제만 비판하는 메이저 업체들을 비판했습니다. "한국 게임을 별로 안 한다. 규제로 핑계를 대지만 새로운 시도를 많이 안 한 것 아니냐. 새로운 시도가 많이 하는 밑에 있는 다양한 회사들을 지원했으면 좋겠다. 최근 넥슨은 모바일에서 새로운 게임을 많이 시도하는데 좋더라. 다른 선배 기업들은 천편일률적으로 모바일게임을 만들어서, 한국 유저인데도 별로 안 하게 된다. RPG에, 자동전투, 가챠(확률형 아이템) 등 다 비슷하다. 비즈니스 측면으로만 보기엔 석연찮다. 새로운 시도를 해주길 바란다."

 

사회자는 '양극화된 생태계에 울림이 있는 중요한 메시지'라고 표현했습니다.

 

 

4. 갑자기 떠오른, 두려워해야 할 단어: 꼰대

 

박 대표는 토론회 중 잠깐 울컥했던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우리 게임은 한국에서 잘 안 먹히는 것 같다. 사촌형도 '<리니지2: 레볼루션>을 하지, 왜 이런 게임을 하냐'고 하더라. 한국 외에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새로운 게임이 나올 게 없다고 하지만, 해외 인디게임에는 진짜 새로운 게임이 많다. 외주하고 싶어서 외주하는 것이 아니다. 아까 외주 이야기가 나와서 울컥했다."

 

그를 위로하기 위한 순수한 마음이었을 겁니다. 강신철 회장은 바로 "초창기 게임 회사들도 외주 앵벌이하면서 시작했다"고 했고, 김병관 의원도 "제가 그때 넥슨 앵벌이했던 사람"이라고 덧붙였죠. 하지만, 이 순간 저는 갑자기 '꼰대'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최근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는 게임 관련 토론회 정국에서 느끼고 있는 감정 중 하나인데, 이날 토론회에서도 살짝 다가왔거든요. 자율규제를 한꺼번에 완벽하게 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고, 그런 과정을 통해서 개선되겠죠. 너무 성급한 비판에 대해 강신철 회장도 "지켜봐 달라" 또는 "기다려 달라"며 '과정'임을 강조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자율규제에 대한 너그러운 관점에 비해 오늘내일 하는 후배 개발사들의 절박한 상황에 대한 인식은 인색한 듯합니다.

 

최근 노동환경의 이슈에 대해 게임산업이 어떤 산업보다 자기 의견을 피력하고 의지를 펼칠 수 있는 곳이고, 안 되면 어렵더라도 나와서 스타트업을 할 수 있다는 강신철 회장의 이야기에 용기를 얻는 이도 있을 겁니다. 셧다운제의 근본을 올라가면 볼 수 있다는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문제 지적과 이를 개선하자는 김병관 의원의 주장에 동의하는 분도 많을 겁니다. 시장 영역과 정부 영역의 관계 설정과 관련된 거버넌스의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황성기 교수의 주장도 일리 있습니다. 

 

다만, 당장 양극화와 생존을 걱정하는 수많은 소규모 개발자들의 현실에 이런 논의가 어떤 의미로 다가올 것인지, 그게 과연 주저앉은 한국 게임생태계의 재도약에 얼마나 직접적으로 연결된 이야기인지는 의문입니다. '내가 ~했을 때는'과 함께 현재 진행형인 젊은이들의 절박한 상황은 이해하지 못하고 논리적인 진리명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저도 많이 두려워하는) 꼰대의 특징입니다.

 

 

5. 마치며: 머쓱한 웃음

 

토론 마지막에는 질문 두 개가 나왔습니다. 하나는 유저로부터 나왔고, 다른 하나는 아마도 메이저 업계 쪽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합니다.

 

첫 번째 질문은 많은 유저들의 생각을 대변했습니다. "게임산업협회장은 자율규제 과정을 지켜봐달라고 했는데, 그리고 있는 청사진이 무엇인가? 그것을 알아야 유저가 응원해야 할지, 정부에게 규제를 더 해달라고 할지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

 

강신철 협회장은 "질문 고맙다. 관심 가져주시는 게 중요하다. 그런 관심에 귀를 기울이겠다. 한국 게임이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게임 산업도 더 잘 됐으면 좋겠다. 인터넷 산업에는 10년에 한 번씩 새로운 기업들이 나와주는데, 게임 쪽에서도 새로운 기업들이 계속 나와주는 게 게임 산업이 성장하는 게 아닌가"라고 답변했습니다.

 

두 번째 질문은 이랬습니다. "게임업계에 호의적인 상황에서 결제한도 영역 등을 1년 안에 추진해야 하지 않겠냐?"

 

강신철 회장은 "같은 마음이다. 1분, 1초라도 빨리 그랬으면 좋겠다. 빨리 바뀌면 재도약 빨리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김병관 의원은 "빈말이 아니고, 성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협회장이 열심히 뛰어 나고 있다. 새 정부 게임산업 주무부처 논란도 있는데, 문화 콘텐츠라고 생각하면 영화나 소설과 비교되는데, 말도 안 되는 규제가 있다. 산업 관점으로 보면 규제 인정될 수 있는 부분도 있고. 문화 콘텐츠로서 영화와 비교해서 많이 이야기하는데, 실상은 문화 콘텐츠로 인정 못 받고 있다. 주무부처는 다시 논의해봐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회자가 패널들에게 물었습니다. "대한민국 게임 미래 밝죠?"

 

대답은 없었습니다. 패널들은 머쓱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행사는 끝났습니다. 패널들 주변으로 주요 메이저 업계인과 기자 등이 모여들었습니다. 명함을 주고 받고, 인삿말을 나누며 출근길, 혹은 다른 일정의 장소로 총총히 발길을 옮겼습니다. ​ 

'한국 게임산업, 재도약은 가능한가'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는 주제입니다. 5월 30일(화) 아침 7시 30분부터 이런 심각한 주제의 토론이 진행된다는 소식을 접했죠. 관심이 갔습니다. 결정적으로 집과 회사 사이였습니다.

 

패널 참가자들의 면면도 화려했습니다. 국회의원 김병관, 게임산업협회장 강신철,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황성기, <샐리의 법칙>으로 유명한 인디게임 개발사 나날이스튜디오 대표 박민재. 사회는 에드토이 대표 김국현.

 

아침잠을 뿌리치고 굿인터넷클럽 토론회에 갔습니다. 정말 궁금했거든요. 한국 게임산업의 재도약이 가능한지가요.

 

 

 

1. 늘 나오는 목소리: 자율규제

 

토론 초반부터 '자율규제'에 대한 이야기가 화두였습니다. 특히 김병관 의원의 경험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게임업계에 있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두 순간에 대한 이야기였죠. 저도 화가 났습니다.

 

첫 번째 순간은 게임을 개발해 장관상을 받을 때였습니다. "왜 이딴 것 만드느냐"라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는, 정말 충격적인 이야기였죠. 두 번째 순간은 한 언론에서 나온 '게임은 마약이다' 시리즈(2012년 초 조선일보의 '게임, 또다른 마약' 10부작 시리즈_편집자 주)와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그 기사들을 보면서 오랫동안 많이 힘들고 괴로웠다는 합니다.

 

김 의원은 이런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과 그 배경이 되는 규제정책을 게임 산업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실행 중인 '비정상의 정상화'가 인터넷과 게임 산업에도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새로운 정부에서 추진하는 '최소 규제'가 가능하려면 업계에서의 '자율규제'가 잘 진행되어야 한다"고 덧붙였죠.

 

황성기 교수 역시 '최소 규제의 원칙'을 강조했습니다. 게임산업의 현 상황을 더 이상 할 규제가 없는 '규제만렙'으로 정의하며, "기존 규제를 완화하거나, 최소화해야 하고, 특히 강제적 셧다운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황 교수는 법적 근거가 없는 결제한도의 배경에는 '게임은 마약'으로 보는 규제 당국의 관념이 깔려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죠.

 

자율규제를 위해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강신철 협회장도 "규제가 필요하면 해야 한다. 하지만 산업 자체를 '통제와 관리의 대상'으로 보는 관념은 개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번번히 느끼지만, 규제가 게임산업 위기의 모든 원인처럼 비춰지지 않을까 우려됐습니다.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고, 규제가 철폐되면 새로운 창작과 도전의 기회가 생길 것"(강 협회장)이라거나, "비합리적, 비상식적 규제 대신 자율규제가 착근하면 게임산업의 전망은 밝지 않겠느냐"(황 교수)는 기대가 그러했죠.

 

유일하게 소규모 개발사 입장을 대변한 인디개발사 '나날이스튜디오'의 박민재 대표는 '등급분류를 안 받으면 출시를 못하는 제도'와 '분류기준의 모호성'을 지적하며 "등급분류를 좀더 객관화하거나, 사후에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2. 국회의원의 요청: 한목소리

 

김병관 의원은 게임업계가 한 목소리를 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그는 "정치에 들어와서 게임 관련 이야기하는 게 두렵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게임 출신 정치인이어서 목소리를 내야겠지만, 혼자 앞서 가면 업계인에 피해가 될까봐 보폭을 조절하고 있다"며 "업계인들이 한 목소리를 내주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업계가 과거에 수동적, 피동적으로 반응하거나 아예 안 움직여서 문제가 됐다. 업계를 주도하는 큰 형님들이 산업의 목소리를 내주면 좋겠다"고 바랐습니다.

 

 

김 의원은 과거의 사례 두 가지를 이야기하며 이런 주장을 강조했습니다. 그가 사례로 든 것은 과거 '고포류 결제한도'와 최근 '온라인게임 셧다운제와 결제한도' 논란에서 나타난 업체들의 갈라진 입장이었습니다.

 

김 의원은 "고포류 게임의 결제한도는 고포류 업체들이 자율적으로 만든 것이다. 그후 결제한도는 모든 게임업체에 적용됐다. 고포류 업체 외에 다른 게임회사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RPG, 보드게임, 휴대폰 회사들도 나눠지면, 서로 다른 쪽에는 신경을 안 썼다. 웹보드게임을 수준 낮은 사행성 게임으로 보는 순혈주의도 있었다. 그래서 '우리의 문제'라고 보지 않고, '저들의 문제'로 봤고, 모든 게임의 규제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게임당 결제한도였다가, 포털당 결제한도로 이어졌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는 셧다운제와 결제한도가 유예된 모바일게임 회사들이 해당 이슈에 대해 몬소리를 전혀 안 내고 있는 최근 상황에 대해서도 지적했습니다. 김 의원은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게임회사들은 물론 여러 협회들이 공동대응했으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김 의원은 또한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일부 게임업체의 과도한 노동강도 이슈에 대해서도 "기존에도 문제가 됐던 회사다. 모바일게임 개발 기간이 6개월~1년 이상 늘어났음에도 '크런치 모드'를 과거 방식대로 하는 것은 사람과 팀의 문제다. 그런 문제가 불거졌을 때, 그렇지 않은 회사들이 많음에도 외부에서는 게임회사들이 다 그런 것으로 봤다. 특히 전혀 다른 상황인 큰 회사들도 많은데, 그런 업계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우리 목소리를 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한목소리에 대한 김 의원의 바람이 '셧다운제' 등 일부 사안을 넘어 전면적으로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듯합니다. 현재 게임산업협회만 보더라도 메이저 업체들의 이해관계가 다르고 조율이 쉽지 않거든요. 협회는 현재 각 업체 별 이해관계의 최소공배수에 해당하는 영역에만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메이저 업체들과 소규모 회사의 이해관계도 다릅니다. 당장 이날 토론에서도 나날이스튜디오 박민재 대표는 (다른 세 명의 패널은 거의 업급하지 않는) '생존'과 관련된 더 절실한 목소리를 냈으니까요. 

 

 

3. 들어야 할 목소리: 작은 개발사의 사정

 

사회자가 중요한 질문을 했습니다. "게임산업 재도약을 위해 '규제 완화' 외에 다른 요소는 없는가?"

 

모바일게임 성공확률이 떨어지면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환경이 주춤해진 상황과, 그에 따라 이미 성공한 비슷한 스타일에 뻔한 RPG만 만들어지는 현실이 이야기됐습니다. 재도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시도를 얼마나 많이 할 수 있느냐'인데, 실패해도 그런 경험이 쌓여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이상적인 이야기와 그것을 힘들게 하는 '대표 연대 보증' 관행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ICT 업계 전반의 모범적인 이야기 등이 언급됐습니다.

 


사회자가 그때까지 다소 조용히 있던 나날이스튜디오 박민재 대표를 호출했습니다. 나날이스튜디오 홈페이지(http://www.nanali.net/)에 있는 외주작업을 보고 궁금했는지 물어봤죠. "<샐리의 법칙>만으로 회사 운영하기 어려운가?"

 

<샐리의 법칙>은 지난해 구글인디게임페스티벌 톱3에 올랐고, 후보 시절 문재인 대통령이 플레이해서 화제가 됐던 게임입니다. 하지만, 수익은 회사 운영을 담보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오르지 않았습니다. 

 


박 대표는 "게임으로 돈을 벌어본 적이 없는 상태에서 여기서 이야기하는 것이 좀 그렇다"면서도 토론회에 꼭 필요한 소규모 회사 이야기를 해줬습니다."30% 마켓 수수료를 빼고 5,000만~1억 원 수준으로 벌었다. 인턴 개발자와 함께 만들었는데, 월급을 제대로 못 줘서 수익 배분을 많이 해줬다. 중신공(중소기업진흥공단)의 투자를 받고 더 투자를 받지 않았다. 3년차 때 회사를 접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월급 적게 받더라도 만들고 싶은 것 만들자'고 결정해서 만든 게임이 <샐리의 법칙>이다. 우리보다 힘든 업체들이 훨씬 많다. 게임업계 선배들이 다양성이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그는 이런 바람과 함께 규제만 비판하는 메이저 업체들을 비판했습니다. "한국 게임을 별로 안 한다. 규제로 핑계를 대지만 새로운 시도를 많이 안 한 것 아니냐. 새로운 시도가 많이 하는 밑에 있는 다양한 회사들을 지원했으면 좋겠다. 최근 넥슨은 모바일에서 새로운 게임을 많이 시도하는데 좋더라. 다른 선배 기업들은 천편일률적으로 모바일게임을 만들어서, 한국 유저인데도 별로 안 하게 된다. RPG에, 자동전투, 가챠(확률형 아이템) 등 다 비슷하다. 비즈니스 측면으로만 보기엔 석연찮다. 새로운 시도를 해주길 바란다."

 

사회자는 '양극화된 생태계에 울림이 있는 중요한 메시지'라고 표현했습니다.

 

 

4. 갑자기 떠오른, 두려워해야 할 단어: 꼰대

 

박 대표는 토론회 중 잠깐 울컥했던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우리 게임은 한국에서 잘 안 먹히는 것 같다. 사촌형도 '<리니지2: 레볼루션>을 하지, 왜 이런 게임을 하냐'고 하더라. 한국 외에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새로운 게임이 나올 게 없다고 하지만, 해외 인디게임에는 진짜 새로운 게임이 많다. 외주하고 싶어서 외주하는 것이 아니다. 아까 외주 이야기가 나와서 울컥했다."

 

그를 위로하기 위한 순수한 마음이었을 겁니다. 강신철 회장은 바로 "초창기 게임 회사들도 외주 앵벌이하면서 시작했다"고 했고, 김병관 의원도 "제가 그때 넥슨 앵벌이했던 사람"이라고 덧붙였죠. 하지만, 이 순간 저는 갑자기 '꼰대'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최근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는 게임 관련 토론회 정국에서 느끼고 있는 감정 중 하나인데, 이날 토론회에서도 살짝 다가왔거든요. 자율규제를 한꺼번에 완벽하게 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고, 그런 과정을 통해서 개선되겠죠. 너무 성급한 비판에 대해 강신철 회장도 "지켜봐 달라" 또는 "기다려 달라"며 '과정'임을 강조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자율규제에 대한 너그러운 관점에 비해 오늘내일 하는 후배 개발사들의 절박한 상황에 대한 인식은 인색한 듯합니다.

 

최근 노동환경의 이슈에 대해 게임산업이 어떤 산업보다 자기 의견을 피력하고 의지를 펼칠 수 있는 곳이고, 안 되면 어렵더라도 나와서 스타트업을 할 수 있다는 강신철 회장의 이야기에 용기를 얻는 이도 있을 겁니다. 셧다운제의 근본을 올라가면 볼 수 있다는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문제 지적과 이를 개선하자는 김병관 의원의 주장에 동의하는 분도 많을 겁니다. 시장 영역과 정부 영역의 관계 설정과 관련된 거버넌스의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황성기 교수의 주장도 일리 있습니다. 

 

다만, 당장 양극화와 생존을 걱정하는 수많은 소규모 개발자들의 현실에 이런 논의가 어떤 의미로 다가올 것인지, 그게 과연 주저앉은 한국 게임생태계의 재도약에 얼마나 직접적으로 연결된 이야기인지는 의문입니다. '내가 ~했을 때는'과 함께 현재 진행형인 젊은이들의 절박한 상황은 이해하지 못하고 논리적인 진리명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저도 많이 두려워하는) 꼰대의 특징입니다.

 

 

5. 마치며: 머쓱한 웃음

 

토론 마지막에는 질문 두 개가 나왔습니다. 하나는 유저로부터 나왔고, 다른 하나는 아마도 메이저 업계 쪽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합니다.

 

첫 번째 질문은 많은 유저들의 생각을 대변했습니다. "게임산업협회장은 자율규제 과정을 지켜봐달라고 했는데, 그리고 있는 청사진이 무엇인가? 그것을 알아야 유저가 응원해야 할지, 정부에게 규제를 더 해달라고 할지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

 

강신철 협회장은 "질문 고맙다. 관심 가져주시는 게 중요하다. 그런 관심에 귀를 기울이겠다. 한국 게임이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게임 산업도 더 잘 됐으면 좋겠다. 인터넷 산업에는 10년에 한 번씩 새로운 기업들이 나와주는데, 게임 쪽에서도 새로운 기업들이 계속 나와주는 게 게임 산업이 성장하는 게 아닌가"라고 답변했습니다.

 

두 번째 질문은 이랬습니다. "게임업계에 호의적인 상황에서 결제한도 영역 등을 1년 안에 추진해야 하지 않겠냐?"

 

강신철 회장은 "같은 마음이다. 1분, 1초라도 빨리 그랬으면 좋겠다. 빨리 바뀌면 재도약 빨리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김병관 의원은 "빈말이 아니고, 성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협회장이 열심히 뛰어 나고 있다. 새 정부 게임산업 주무부처 논란도 있는데, 문화 콘텐츠라고 생각하면 영화나 소설과 비교되는데, 말도 안 되는 규제가 있다. 산업 관점으로 보면 규제 인정될 수 있는 부분도 있고. 문화 콘텐츠로서 영화와 비교해서 많이 이야기하는데, 실상은 문화 콘텐츠로 인정 못 받고 있다. 주무부처는 다시 논의해봐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회자가 패널들에게 물었습니다. "대한민국 게임 미래 밝죠?"

 

대답은 없었습니다. 패널들은 머쓱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행사는 끝났습니다. 패널들 주변으로 주요 메이저 업계인과 기자 등이 모여들었습니다. 명함을 주고 받고, 인삿말을 나누며 출근길, 혹은 다른 일정의 장소로 총총히 발길을 옮겼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