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접칼럼] 여명숙 위원장을 위한 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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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허접칼럼] 여명숙 위원장을 위한 변호

시몬 (임상훈 기자) | 2017-11-23 18:03:34

고백한다. 나는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장을 오해했다. 심약한 나는 대가 세보이는 사람에 취약하다. 지난해 한 행사장에서 같은 테이블에 앉은 적도 있는데, 명함 교환 말고 꼼짝 못했다. 

 

아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의 ‘자뻑’과 속좁음 때문이다. 여 위원장은 어떤 이유인지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가 있는 부산보다 출장지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럼에도 내게 연락 한통 없었다. 대신 경쟁 게임매체와 제휴까지 맺었다. 겉으로 대수롭지 않은 척했지만, 속으로 삐첬음에 틀림없다. 풍문으로 들은 그에 대한 비판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 것도 그런 연유일 터.

 

하지만, 올해 지스타 첫날 그의 한마디가 내 측은지심을 자극했다. 

 

“나는 게임업계 왕따다.”

 

냉정하게 돌아보고, 두루 조사해 봤다. 그에 대한 수많은 비판은 명백히 잘못된 것임을 확신하게 됐다. 이에 그에 대한 비판을 각개격파해 나가겠다. 단언컨대, 이글을 통해 여러분은 그에 대한 비판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알게 되고, 틀림없이 내 생각에 동의하게 될 것이다. /디스이즈게임 시몬

 

 

#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주장은 말도 안 된다.

 

그에게는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많다. 그가 어떤 경력이나 능력 덕분에 게임물관리위원장이 됐는지는 도통 납득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그나마 알려진 그의 부친(여상환 자유지성300인회 공동대표 겸 한국자유총연맹 고문)과 연결해 그를 비판한다. 나는 이런 ‘연좌제적’ 비판에 동의할 수 없다. 물론 그가 이런 배경 덕분에 그 자리에 오른 게 확인되거나, ‘광주민주화운동이 김대중과 김일성이 손잡고 일으킨 내란폭동’이라는 주장에 동의한다면 그건 다른 문제겠지만.

 

그는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사이다 발언’을 통해 인지도와 호감도를 확실하게 올렸다. 하지만, 경력도 일천한 그가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에 오른 것도, 차은택의 후임으로 문화창조융합본부장 자리를 차지한 것도 최순실-차은택 등이 문화계를 주무르던 끔찍한 시절이었다. 일부에서는 그들 또는 그 지인들과 인연 때문에 그를 비판하기도 한다. 나는 이런 진영논리에 동의할 수 없다. 능력 부족과 범법행위는 다른 문제겠지만.

 

내가 이렇게 주장하자, 여전히 여명숙 위원장의 불투명성을 문제삼는 이들은 다른 주장을 내세웠다.

 

“서울로 출장을 갔는데, 출장 신청서를 쓰지 않았다. 이는 근무지 이탈에 해당한다. 국정감사에서 지적당한 바 있다. 또한 노조와 일정 잡았는데도 툭하면 새로운 일정이 생겨서 미팅이 무산되곤 한다. 어떤 일인지는 모른다. 올해 운전기사(게임위 관용차량)가 두 번이나 바뀌었다. 이유는 알 수 없다.”

 

게임위 직원의 증언이다. 업무의 불투명성에 대한 이런 주장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다. 여명숙 위원장이 얼마나 투명한 사람인지는 많은 국민이 알고 있다.

 

​​

 

공공기관장이 헬스클럽 사진을 공개하는 사례를 본 적이 있는가? 여 위원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잔근육까지 국민들에게 보여줄 정도로 투명성 있는 분이다.

 

그는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더 추락시켰다’는 비판에도 게임계 4대 농단 세력을 국회에서 공개했다. 증거도 없고, 팩트는 틀렸지만 말이다. 실상이 불확실했고, 남들에게 피해가 감에도 그는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히 말했다. 우리는 이 사례를 통해 투명성에 대한 그의 남다른 소신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지스타 첫날 그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자신을 “게임업계의 왕따”라고 밝혔다. 왕따 당하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부모에게라도 털어놓는 것은 많은 이들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는 미디어에 통해 그 사실을 대국민에게 대놓고 밝혔다. 이런 인물의 투명성을 어찌 감히 의심할 수 있을 것인가.

 

이렇게 확실한 사례들에 비추어 여명숙 위원장의 투명성 부족을 비판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음이 확실하다.

 

 

#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은 순엉터리다.

 

여 위원장은 임기 초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주변인들로부터 “규제기관이 아닌 진흥기관 수장 같다”는 평가를 들었다. 적극적으로 게임 관련 규제를 풀려고 했기 때문이다. 사행성이 우려돼 월 30만원, 배팅당 3만원으로 묶었던 웹보드게임 결제한도는 그의 임기 중 50만원/5만원으로 올랐다. 관련 논의에서 그는 반대하지 않았다.

 

이런 행보는 올해 초 특히 눈부셨다. 1월 18일 게임산업협회와 공통으로 주최한 포럼에서는 “지난 10여 년간 지속된 규제로 인해 게임산업이 망가지고” 있다며 “결제한도 폐지 또는 완화 이슈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공개적으로 의논”하자고 했다.

 


 

2~3월에는 3주 단위로 국회에서 3번씩이나 직접 포럼(위 사진)을 주관하며 이런 이야기를 했다.

 

“정계에서는 무차별적인 규제를 하고 있고, 업계는 이를 방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놀이와 노름에 인간의 재미라는 공통되는 부분이 있다 보니, 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규제가 가해지는 이상한 상황이 계속되어 왔다.”

 

[관련기사] 허접칼럼: 게임 토론회의 스타들: 게임산업협회, 여명숙, 위정현 (5월 5일)

 

이런 기조는 7월부터 갑자기 바뀐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10월과 11월 국정감사장에서 ‘게임계 4대 농단세력 때문에 모바일게임 확률형아이템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다”는 폭탄 발언을 했다. 화끈한 이슈를 찾는 미디어와 모바일게임 확률형 아이템 때문에 화나 있는 유저들에게 환영을 받았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들은 황당했다. 특정인이나 기관에 대해 팩트부터 틀린 공세였다. 확률형아이템 문제 역시 8월부터 민관 협의체에서 논의 중이던 사안이었다. 그가 추천한 2명(위원 포함)이 참여하고 있고, 게임위 직원 2~3명이 배석해왔다. 국정감사장의 발언으로 협의체도 압력을 받게 됐다.

 

게임위 직원 다수도 멘붕에 빠졌다. 자기 조직 수장의 발언은 그들에게도 뜬금 없었다. 그는 임기 초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규제 완화’를 줄기차게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관성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이는 또다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 말할 수 있다. 잘 안 알려져있지만, 과거 행적을 살펴보면, 그의 투철한 일관성에 깜짝 놀라게 된다. 여러 사례 중 게임위 직원에 대한 가혹한 징계과정만 들여다 보겠다.

 

여명숙 위원장은 2015년 징계위원회를 열고 황 모 사무국장의 징계를 결정했다. 하지만, 황 국장은 재심을 신청했고, 다시 열린 징계위원회는 ‘혐의없음’을 의결했다. 여 위원장의 일관성은 흔들리지 않았다. '일사부재리' 원칙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는 이 징계위원회의 결정을 무효로 하고, 다시 징계위원회를 열었다. 징계를 확정, 통보했다.

 

이에 황 국장은 부산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노동위원회는 징계가 잘못됐다는 판단을 했다. 굴복할 여 위원장이 아니었다. 2017년 외부 법무법인을 선임해 행정소송에 들어갔다. 1심에서 깨끗이 졌다. ‘징계가 잘못됐고, 징계권 남용에 해당할 여지 많다’는 판결(아래 이미지)이 나왔다.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고등법원에 항소했다. 또 패소했다.

 





황 국장만 당한 일이 아니었다. 그와 가까웠던 다른 직원 두 명도 같은 절차를 거쳤다. 두 차례 노동위원회에서 감봉 징계에 대해 무효 판단을 했고, 여 위원장은 일관되게 행정소송으로 대응했다. 1심을 졌지만 멈추지 않았다. 다시 고등법원으로 갔고, 또 패소했다. 

 

“호/불호가 확실한 분이세요. 미운 털이 박힌 직원들은 무리해서라도 지속적으로 불이익을 주거든요.”

 

게임위 직원의 증언이다.

 

▲‘무리수’라는 조직 내의 비판 

▲‘혐의 없다’는 징계위원회의 의결 

▲‘무효’라는 노동위원회의 판정 

▲‘위법하고, 징계권 남용에 해당할 여지 많다’는 법원의 판결 

 

그 어떤 것도 감히 그의 일관성을 막을 수 없었다. ‘게임위 예산 2,090만원(소송비용) 낭비’라는 국회의원의 질책도 그의 일관성에 한치의 영향을 못 미쳤다.

 

이런 확고부동한 사례와 증언에 비춰볼 때 우리는 ‘그에게 일관성이 없다’는 주장이 얼마나 엉터리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게임위 직원들 사이에 회자된다는 '뚱뚱한 사람을 싫어하고, 키크고 날씬한 사람을 선호'하는 그의 취향도 일관성을 증명하는 사소한 사례일 것이다.

 

 

# ’전문성’과 ‘예측성’에 대한 비판은 번짓수가 잘못됐다. 

 

‘전문성 없다’는 주장은 임기 내내 게임업계에서 이어졌는데, 올해에는 ‘예측성이 부재하다’는 비판이 추가됐다. 지난 5월 이후 불거진 <리니지2 레볼루션> 등급 재분류 이슈 때문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서비스되던 <리니지2 레볼루션>에는 ‘개인 간 아이템 거래시스템’이 있었다. 게임위가 뒤늦게 이 시스템에 문제 삼았고, ‘12세 이상’ 등급이 ‘18세 이상’으로 재조정됐다.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취지는 이해됐지만, 갑작스러운 등급 재조정에 게임업계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한순간에 기존 청소년 유저들은 물론 아이폰 성인 유저들까지 게임을 할 수 없게 됐다. (아이폰에서는 18세 이상 게임을 할 수 없다.) 유저가 빠지면 매출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리니지2 레볼루션>만의 일이 아니었다. 1년 이상 서비스되던 게임을 비롯해 수십 개의 게임도 난감한 상황이 됐다.

 

거래시스템은 게임 내 여러 시스템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단기간 수정이 어렵다. 밸런스를 다 뒤엎어야 할 수도 있는 사안이다. 이런 중요한 사안에 관해 사전에 명확한 가이드가 없었다. 재등급 조치에 대응할 충분한 유예기간도 없었다.

 

“행정학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조치였습니다.”

 

게임업계 관계자의 이야기다. 게임 이해도, 정책 예측성 부재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게임의 등급을 부여하는 기관장의 자질을 문제삼는 비판이었다. 비키니와 해녀복의 차이를 각인시켜준 9월의 '벗기기 게임' 발언도 기관장의 자질을 의심케 했다.

 

나는 그의 자질을 문제삼는 비판에 반대한다. 게임물관리위원장을 탓하는 비판은 번짓수가 잘못됐다. 전문성이 부족하고, 따라서 예측성이 부재한 사람에게 그런 중대한 자리를 맡긴 사람의 잘못이다.

 

두산 유격수 김재호 선수는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 올해 한국시리즈에 출전했다. 결정적 에러를 하고, 안타를 하나도 못 쳐 비난을 샀다. 그때 나는 김재호 대신 김태형 감독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여명숙 위원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게임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고, 조직을 이끈 경험도 없다.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직책을 맡은 적도 없다. 행정이나 경영 경험이 전무하다. 대학 연구원 생활과 강사 수준에 가까운 포항공대 대우교수를 3~4년 한 게 다였다.

 

이런 경력의 인물을 국내 게임업계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는 기관장 자리에 앉힌 임명권자가 잘못이다. 그를 임명한 사람은 차은택의 은사로 알려진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다. 그런데, 김 장관은 <울티마 온라인> 폐인으로 알려졌을 만큼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있던 인물이다. 그가 왜 여명숙을 임명했을까?

 

 

“김종덕 장관(가운데)이 재직했고, 차은택(오른쪽)의 모교인 홍익대 재단에서 추천한 것으로 소문이 돌았다.”

 

익명을 요청한 한 공무원이 밝힌 이야기다. 그밖에도 ‘영포라인’부터 시작해 ‘신의진 의원의 전직 보좌관’까지 온갖 루머와 정황이 돈다. 내 깜냥 바깥의 이야기들이다.

 

어쨌든 확실한 건 여 위원장의 전문성과 예측성에 대한 비판은 그가 아니라, 그런 그를 임명한 이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여 위원장은 그런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그가 아케이드게임 업계 특정 인물의 의견을 전적으로 수용하고 설파해 주변인을 갸우뚱거리게 하는 것 역시 그의 역량이 아닌 임명권자와 배후 인물들의 잘못임에 틀림없다.

 

 

# ‘학습능력이 없다’는 비판은 그를 무시하는 것이다.

 

이런 비판을 하는 게임위 직원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깜짝 놀랐다. 그의 증언은 이랬다. 

 

“위원장은 ‘반려’와 ‘재분류’를 여전히 구별하지 못합니다. ‘반려’는 게임에 대해 등급 자체를 줄 수 없다는 것이고, ‘재분류’는 등급을 다시 받으라는 이야기인데, 수십 번 이상 이야기를 해도 이해를 못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그런 작은 것에 깜빡할 수도 있다. 나도 ‘개발새발’과 ‘괴발개발’을 헛갈린다. 이런 작은 사례로 여 위원장의 학습능력을 비판하는 것은 너무했다. 그의 학습능력을 보여주는 강력한 반대 사례가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여 위원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그가 겪은 ‘갑질’과 ‘길들이기’에 대해 비판했다. 그 자체만으로도 용기있는 일이었지만, 그는 그런 행태를 스스로 배워 실천하는 뛰어난 학습능력을 보여줬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여 위원장은 미운 털이 박힌 직원들에게는 징계권 남용에 해당하는 조치들까지 취해가며 압박을 가했다. 또한 잦은 인사이동을 통해 직원들을 길들이려 했다. 올해 경영지원팀장은 한 달 간격으로 두 번이나 팀을 옮겨야 했다. 예산을 고려하지 않고 사업을 벌리는 것에 문제제기를 한 탓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조사관리팀장 역시 어떤 이유에서인지 한 달 간격으로 두 번 이상 인사 조치가 취해졌다. 

 

부산에서만 이런 것은 아니다. 여 위원장은 거의 매주 서울로 올라왔고, 서울 사무소(수도권관리팀) 직원은 수시로 김포공항 도착 시간에 맞춰 위원장 픽업을 하러 가야 했다. 불법 아케이드게임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은 공공기관 직원의 본업과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다. 대부분 퇴근시간 무렵이었다. 직원들 사이에 대표적인 갑질로 꼽힌다.

 


부산에서 만난 게임위 직원(위 사진)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비정규직 직원의 정규직 전환 요청에 대해 ‘왜 정규직으로 들어오지 않았어’라고 답했고, 해고자가 발생할 때 ‘나는 100억이 있어도 자를 사람은 자르겠다’고 말했다. 임신을 못하는 여직원에게는 ‘애를 왜 못 낳아?’ 같은 막말까지 했다고 한다.

 

그는 그가 비판한 ‘갑질’과 ‘길들이기’를 제대로 배워 실천했다. 이런 사례들을 통해 그의 학습능력을 의심하는 것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인가를 알 수 있다. 게임위 노동조합이 9월 단체협약에 굳이 ‘주말과 야간 SNS 금지’ 항목을 넣은 것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여 위원장의 빼어난 학습능력을 의심하지 않을 것이라 의심치 않는다.

 

 

# ‘게임업계의 왕따’라는 발언은 겸손하다.

 

그는 올해 초부터 '위원회 활동과 관계없다'는 내부 팀장들의 반발에도 국회에서 3차례 포럼을 열었다. 국정감사의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업무시간의 상당 시간을 부산이 아닌 서울에서 보냈다. 정치권과 끈을 다지려는 노력이었을 것이다. 유력 게임매체와 제휴를 맺고, 올 여름에는 게임위 사무국에 교육홍보 TF(임시특별팀)를 신설해 홍보활동도 강화했다. 공석이던 콘텐츠진흥원장 자리를 위한 포석이라는 설이 파다했다. 

 

국정감사의 발언을 통해 지원 사실을 밝혔다. 하지만 1차 서류평가에서 떨어졌다.

 

청문회 이후 대부분 우호적이던 여론의 분위기도 10~11월 3차례 국정감사 이후 바뀌었다. 앞서 내가 각계격파한, 사실과 다른 비판들이 게임계를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산에서 열린 지스타 개막식에서 VIP 자리에도 서지 못했다.

 

이런 상황을 겪으며 그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게임업계의 왕따”라고 토로했다. 

 

위에 나온 그에 대한 여러 비판과 달리 이 주장은 사실일뿐만 아니라 겸손하기까지 하다. 여 위원장은 단순히 게임업계만의 왕따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국회와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왕따가 된 듯하다.

 

처음부터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그를 게임위 위원장 자리에 올려준 임명권자와 배후로 추측되는 인물들이 대부분 구속됐기 때문이다. 여 위원장은 최순실의 행태가 들통난 이후 재빨리 라인을 갈아탔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민주당 손혜원 의원과 합을 맞춘 것처럼 시원한 사이다 발언으로 ‘걸크러시’ 화제를 일으켰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여 위원장은 다시 한번 손 의원과 합을 맞춘 듯한 발언을 했다. 하지만, 너무 많이 나갔다. 증거가 없고, 팩트가 틀린 4대 농단세력 발언으로 손 의원과 관계가 금이 간 듯하다.

 

11월 10일 손 의원의 국정감사 발언이다. (아래는 유튜브 화면 캡처)

 

 

“여 원장이 많은 물의를 일으키셨는데, 이 자리에서 지난 번에 사실을 잘못 얘기해서 많은 분들한테 불이익을 주어 정말 불편하게 만들고, 얘깃거리 만든 것에 대해서 사과하시기 바랍니다.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너무 많은 얘기하지 마시고 사과하시고.”

 

그뿐만이 아니었다. 올 9월 국회에서 ‘대한민국 게임포럼’을 발족하며, 현역 의원 중 가장 적극적으로 게임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민주당 조승래 의원 또한 여 위원장을 비판했다. 

 

‘게임 생태계 관계자들이 첫 번째로 원하는 것이 게임 인식 개선이었다. 그런데 (국정감사) 과정을 통해서 게임에 대한 아주 부정적 인식이 더 확산됐다.’

 

업무 시간의 50% 이상 출장나와 있으면서 공들였던 여의도가 등을 돌린 셈이다. 게다가 물은 안과 위에서도 샌다. 게임위 노동조합까지 공개적으로 그의 사퇴를 주장하고 나섰다. 문체부는 그가 국정감사에서 게임콘텐츠사업과를 4대 농단세력이라고 한 발언에 반박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관련기사] 게임위 노동조합이 여명숙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10월 12일)

[관련기사] 문체부 “여명숙 위원장 발언은 사실 아니다… 엄정 조치 할 것” (11월 1일)

 

 

부산에서 열린 지스타에 그는 쭈뼛거리는 처지가 됐다. 지스타 조직위는 그를 위해 11월 16일 개막식 VIP 자리도 준비하지 않았다. 그는 “초청장을 못 받았다”고 했지만, 조직위는 “초청장을 보냈다”고 했다. "전날 게임대상에 불참하겠다고 밝혀서 지스타 개막식 VIP 자리도 마련하지 않았다"는 게 조직위 설명이다.

 

 

# 이로써 잘못된 오해나 비판이 멈추리라 믿는다.

 

임기는 4개월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 벌어진 격변 속에 그는 얼마나 깊은 좌절과 실망, 소외감을 느꼈을까. 스스로를 ‘왕따’라고 고백한 여 위원장에게 측은지심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이 글은 내가 그에 대해 조사한 내용의 극히 일부다. 나 역시 태블릿PC가 없지만, 정황이나 타이밍만으로 주장하지는 않는다. 행적과 증언이 있고, 법원 판결문과 국회 속기록도 있다. 그에 대한 더 많은 오해가 제기된다면, 추후 필요에 따라 조목조목 변호해줄 생각이다.

 

이 정도 구체적 사례와 명백한 논리를 들어 반박을 했으니, 상식적인 수준의 사고를 가진 이라면 여명숙 위원장에 대한 잘못된 오해나 비판을 멈추리라 확신한다.

고백한다. 나는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장을 오해했다. 심약한 나는 대가 세보이는 사람에 취약하다. 지난해 한 행사장에서 같은 테이블에 앉은 적도 있는데, 명함 교환 말고 꼼짝 못했다. 

 

아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의 ‘자뻑’과 속좁음 때문이다. 여 위원장은 어떤 이유인지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가 있는 부산보다 출장지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럼에도 내게 연락 한통 없었다. 대신 경쟁 게임매체와 제휴까지 맺었다. 겉으로 대수롭지 않은 척했지만, 속으로 삐첬음에 틀림없다. 풍문으로 들은 그에 대한 비판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 것도 그런 연유일 터.

 

하지만, 올해 지스타 첫날 그의 한마디가 내 측은지심을 자극했다. 

 

“나는 게임업계 왕따다.”

 

냉정하게 돌아보고, 두루 조사해 봤다. 그에 대한 수많은 비판은 명백히 잘못된 것임을 확신하게 됐다. 이에 그에 대한 비판을 각개격파해 나가겠다. 단언컨대, 이글을 통해 여러분은 그에 대한 비판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알게 되고, 틀림없이 내 생각에 동의하게 될 것이다. /디스이즈게임 시몬

 

 

#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주장은 말도 안 된다.

 

그에게는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많다. 그가 어떤 경력이나 능력 덕분에 게임물관리위원장이 됐는지는 도통 납득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그나마 알려진 그의 부친(여상환 자유지성300인회 공동대표 겸 한국자유총연맹 고문)과 연결해 그를 비판한다. 나는 이런 ‘연좌제적’ 비판에 동의할 수 없다. 물론 그가 이런 배경 덕분에 그 자리에 오른 게 확인되거나, ‘광주민주화운동이 김대중과 김일성이 손잡고 일으킨 내란폭동’이라는 주장에 동의한다면 그건 다른 문제겠지만.

 

그는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사이다 발언’을 통해 인지도와 호감도를 확실하게 올렸다. 하지만, 경력도 일천한 그가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에 오른 것도, 차은택의 후임으로 문화창조융합본부장 자리를 차지한 것도 최순실-차은택 등이 문화계를 주무르던 끔찍한 시절이었다. 일부에서는 그들 또는 그 지인들과 인연 때문에 그를 비판하기도 한다. 나는 이런 진영논리에 동의할 수 없다. 능력 부족과 범법행위는 다른 문제겠지만.

 

내가 이렇게 주장하자, 여전히 여명숙 위원장의 불투명성을 문제삼는 이들은 다른 주장을 내세웠다.

 

“서울로 출장을 갔는데, 출장 신청서를 쓰지 않았다. 이는 근무지 이탈에 해당한다. 국정감사에서 지적당한 바 있다. 또한 노조와 일정 잡았는데도 툭하면 새로운 일정이 생겨서 미팅이 무산되곤 한다. 어떤 일인지는 모른다. 올해 운전기사(게임위 관용차량)가 두 번이나 바뀌었다. 이유는 알 수 없다.”

 

게임위 직원의 증언이다. 업무의 불투명성에 대한 이런 주장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다. 여명숙 위원장이 얼마나 투명한 사람인지는 많은 국민이 알고 있다.

 

​​

 

공공기관장이 헬스클럽 사진을 공개하는 사례를 본 적이 있는가? 여 위원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잔근육까지 국민들에게 보여줄 정도로 투명성 있는 분이다.

 

그는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더 추락시켰다’는 비판에도 게임계 4대 농단 세력을 국회에서 공개했다. 증거도 없고, 팩트는 틀렸지만 말이다. 실상이 불확실했고, 남들에게 피해가 감에도 그는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히 말했다. 우리는 이 사례를 통해 투명성에 대한 그의 남다른 소신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지스타 첫날 그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자신을 “게임업계의 왕따”라고 밝혔다. 왕따 당하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부모에게라도 털어놓는 것은 많은 이들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는 미디어에 통해 그 사실을 대국민에게 대놓고 밝혔다. 이런 인물의 투명성을 어찌 감히 의심할 수 있을 것인가.

 

이렇게 확실한 사례들에 비추어 여명숙 위원장의 투명성 부족을 비판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음이 확실하다.

 

 

#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은 순엉터리다.

 

여 위원장은 임기 초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주변인들로부터 “규제기관이 아닌 진흥기관 수장 같다”는 평가를 들었다. 적극적으로 게임 관련 규제를 풀려고 했기 때문이다. 사행성이 우려돼 월 30만원, 배팅당 3만원으로 묶었던 웹보드게임 결제한도는 그의 임기 중 50만원/5만원으로 올랐다. 관련 논의에서 그는 반대하지 않았다.

 

이런 행보는 올해 초 특히 눈부셨다. 1월 18일 게임산업협회와 공통으로 주최한 포럼에서는 “지난 10여 년간 지속된 규제로 인해 게임산업이 망가지고” 있다며 “결제한도 폐지 또는 완화 이슈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공개적으로 의논”하자고 했다.

 


 

2~3월에는 3주 단위로 국회에서 3번씩이나 직접 포럼(위 사진)을 주관하며 이런 이야기를 했다.

 

“정계에서는 무차별적인 규제를 하고 있고, 업계는 이를 방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놀이와 노름에 인간의 재미라는 공통되는 부분이 있다 보니, 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규제가 가해지는 이상한 상황이 계속되어 왔다.”

 

[관련기사] 허접칼럼: 게임 토론회의 스타들: 게임산업협회, 여명숙, 위정현 (5월 5일)

 

이런 기조는 7월부터 갑자기 바뀐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10월과 11월 국정감사장에서 ‘게임계 4대 농단세력 때문에 모바일게임 확률형아이템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다”는 폭탄 발언을 했다. 화끈한 이슈를 찾는 미디어와 모바일게임 확률형 아이템 때문에 화나 있는 유저들에게 환영을 받았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들은 황당했다. 특정인이나 기관에 대해 팩트부터 틀린 공세였다. 확률형아이템 문제 역시 8월부터 민관 협의체에서 논의 중이던 사안이었다. 그가 추천한 2명(위원 포함)이 참여하고 있고, 게임위 직원 2~3명이 배석해왔다. 국정감사장의 발언으로 협의체도 압력을 받게 됐다.

 

게임위 직원 다수도 멘붕에 빠졌다. 자기 조직 수장의 발언은 그들에게도 뜬금 없었다. 그는 임기 초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규제 완화’를 줄기차게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관성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이는 또다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 말할 수 있다. 잘 안 알려져있지만, 과거 행적을 살펴보면, 그의 투철한 일관성에 깜짝 놀라게 된다. 여러 사례 중 게임위 직원에 대한 가혹한 징계과정만 들여다 보겠다.

 

여명숙 위원장은 2015년 징계위원회를 열고 황 모 사무국장의 징계를 결정했다. 하지만, 황 국장은 재심을 신청했고, 다시 열린 징계위원회는 ‘혐의없음’을 의결했다. 여 위원장의 일관성은 흔들리지 않았다. '일사부재리' 원칙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는 이 징계위원회의 결정을 무효로 하고, 다시 징계위원회를 열었다. 징계를 확정, 통보했다.

 

이에 황 국장은 부산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노동위원회는 징계가 잘못됐다는 판단을 했다. 굴복할 여 위원장이 아니었다. 2017년 외부 법무법인을 선임해 행정소송에 들어갔다. 1심에서 깨끗이 졌다. ‘징계가 잘못됐고, 징계권 남용에 해당할 여지 많다’는 판결(아래 이미지)이 나왔다.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고등법원에 항소했다. 또 패소했다.

 





황 국장만 당한 일이 아니었다. 그와 가까웠던 다른 직원 두 명도 같은 절차를 거쳤다. 두 차례 노동위원회에서 감봉 징계에 대해 무효 판단을 했고, 여 위원장은 일관되게 행정소송으로 대응했다. 1심을 졌지만 멈추지 않았다. 다시 고등법원으로 갔고, 또 패소했다. 

 

“호/불호가 확실한 분이세요. 미운 털이 박힌 직원들은 무리해서라도 지속적으로 불이익을 주거든요.”

 

게임위 직원의 증언이다.

 

▲‘무리수’라는 조직 내의 비판 

▲‘혐의 없다’는 징계위원회의 의결 

▲‘무효’라는 노동위원회의 판정 

▲‘위법하고, 징계권 남용에 해당할 여지 많다’는 법원의 판결 

 

그 어떤 것도 감히 그의 일관성을 막을 수 없었다. ‘게임위 예산 2,090만원(소송비용) 낭비’라는 국회의원의 질책도 그의 일관성에 한치의 영향을 못 미쳤다.

 

이런 확고부동한 사례와 증언에 비춰볼 때 우리는 ‘그에게 일관성이 없다’는 주장이 얼마나 엉터리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게임위 직원들 사이에 회자된다는 '뚱뚱한 사람을 싫어하고, 키크고 날씬한 사람을 선호'하는 그의 취향도 일관성을 증명하는 사소한 사례일 것이다.

 

 

# ’전문성’과 ‘예측성’에 대한 비판은 번짓수가 잘못됐다. 

 

‘전문성 없다’는 주장은 임기 내내 게임업계에서 이어졌는데, 올해에는 ‘예측성이 부재하다’는 비판이 추가됐다. 지난 5월 이후 불거진 <리니지2 레볼루션> 등급 재분류 이슈 때문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서비스되던 <리니지2 레볼루션>에는 ‘개인 간 아이템 거래시스템’이 있었다. 게임위가 뒤늦게 이 시스템에 문제 삼았고, ‘12세 이상’ 등급이 ‘18세 이상’으로 재조정됐다.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취지는 이해됐지만, 갑작스러운 등급 재조정에 게임업계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한순간에 기존 청소년 유저들은 물론 아이폰 성인 유저들까지 게임을 할 수 없게 됐다. (아이폰에서는 18세 이상 게임을 할 수 없다.) 유저가 빠지면 매출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리니지2 레볼루션>만의 일이 아니었다. 1년 이상 서비스되던 게임을 비롯해 수십 개의 게임도 난감한 상황이 됐다.

 

거래시스템은 게임 내 여러 시스템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단기간 수정이 어렵다. 밸런스를 다 뒤엎어야 할 수도 있는 사안이다. 이런 중요한 사안에 관해 사전에 명확한 가이드가 없었다. 재등급 조치에 대응할 충분한 유예기간도 없었다.

 

“행정학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조치였습니다.”

 

게임업계 관계자의 이야기다. 게임 이해도, 정책 예측성 부재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게임의 등급을 부여하는 기관장의 자질을 문제삼는 비판이었다. 비키니와 해녀복의 차이를 각인시켜준 9월의 '벗기기 게임' 발언도 기관장의 자질을 의심케 했다.

 

나는 그의 자질을 문제삼는 비판에 반대한다. 게임물관리위원장을 탓하는 비판은 번짓수가 잘못됐다. 전문성이 부족하고, 따라서 예측성이 부재한 사람에게 그런 중대한 자리를 맡긴 사람의 잘못이다.

 

두산 유격수 김재호 선수는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 올해 한국시리즈에 출전했다. 결정적 에러를 하고, 안타를 하나도 못 쳐 비난을 샀다. 그때 나는 김재호 대신 김태형 감독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여명숙 위원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게임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고, 조직을 이끈 경험도 없다.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직책을 맡은 적도 없다. 행정이나 경영 경험이 전무하다. 대학 연구원 생활과 강사 수준에 가까운 포항공대 대우교수를 3~4년 한 게 다였다.

 

이런 경력의 인물을 국내 게임업계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는 기관장 자리에 앉힌 임명권자가 잘못이다. 그를 임명한 사람은 차은택의 은사로 알려진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다. 그런데, 김 장관은 <울티마 온라인> 폐인으로 알려졌을 만큼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있던 인물이다. 그가 왜 여명숙을 임명했을까?

 

 

“김종덕 장관(가운데)이 재직했고, 차은택(오른쪽)의 모교인 홍익대 재단에서 추천한 것으로 소문이 돌았다.”

 

익명을 요청한 한 공무원이 밝힌 이야기다. 그밖에도 ‘영포라인’부터 시작해 ‘신의진 의원의 전직 보좌관’까지 온갖 루머와 정황이 돈다. 내 깜냥 바깥의 이야기들이다.

 

어쨌든 확실한 건 여 위원장의 전문성과 예측성에 대한 비판은 그가 아니라, 그런 그를 임명한 이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여 위원장은 그런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그가 아케이드게임 업계 특정 인물의 의견을 전적으로 수용하고 설파해 주변인을 갸우뚱거리게 하는 것 역시 그의 역량이 아닌 임명권자와 배후 인물들의 잘못임에 틀림없다.

 

 

# ‘학습능력이 없다’는 비판은 그를 무시하는 것이다.

 

이런 비판을 하는 게임위 직원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깜짝 놀랐다. 그의 증언은 이랬다. 

 

“위원장은 ‘반려’와 ‘재분류’를 여전히 구별하지 못합니다. ‘반려’는 게임에 대해 등급 자체를 줄 수 없다는 것이고, ‘재분류’는 등급을 다시 받으라는 이야기인데, 수십 번 이상 이야기를 해도 이해를 못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그런 작은 것에 깜빡할 수도 있다. 나도 ‘개발새발’과 ‘괴발개발’을 헛갈린다. 이런 작은 사례로 여 위원장의 학습능력을 비판하는 것은 너무했다. 그의 학습능력을 보여주는 강력한 반대 사례가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여 위원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그가 겪은 ‘갑질’과 ‘길들이기’에 대해 비판했다. 그 자체만으로도 용기있는 일이었지만, 그는 그런 행태를 스스로 배워 실천하는 뛰어난 학습능력을 보여줬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여 위원장은 미운 털이 박힌 직원들에게는 징계권 남용에 해당하는 조치들까지 취해가며 압박을 가했다. 또한 잦은 인사이동을 통해 직원들을 길들이려 했다. 올해 경영지원팀장은 한 달 간격으로 두 번이나 팀을 옮겨야 했다. 예산을 고려하지 않고 사업을 벌리는 것에 문제제기를 한 탓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조사관리팀장 역시 어떤 이유에서인지 한 달 간격으로 두 번 이상 인사 조치가 취해졌다. 

 

부산에서만 이런 것은 아니다. 여 위원장은 거의 매주 서울로 올라왔고, 서울 사무소(수도권관리팀) 직원은 수시로 김포공항 도착 시간에 맞춰 위원장 픽업을 하러 가야 했다. 불법 아케이드게임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은 공공기관 직원의 본업과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다. 대부분 퇴근시간 무렵이었다. 직원들 사이에 대표적인 갑질로 꼽힌다.

 


부산에서 만난 게임위 직원(위 사진)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비정규직 직원의 정규직 전환 요청에 대해 ‘왜 정규직으로 들어오지 않았어’라고 답했고, 해고자가 발생할 때 ‘나는 100억이 있어도 자를 사람은 자르겠다’고 말했다. 임신을 못하는 여직원에게는 ‘애를 왜 못 낳아?’ 같은 막말까지 했다고 한다.

 

그는 그가 비판한 ‘갑질’과 ‘길들이기’를 제대로 배워 실천했다. 이런 사례들을 통해 그의 학습능력을 의심하는 것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인가를 알 수 있다. 게임위 노동조합이 9월 단체협약에 굳이 ‘주말과 야간 SNS 금지’ 항목을 넣은 것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여 위원장의 빼어난 학습능력을 의심하지 않을 것이라 의심치 않는다.

 

 

# ‘게임업계의 왕따’라는 발언은 겸손하다.

 

그는 올해 초부터 '위원회 활동과 관계없다'는 내부 팀장들의 반발에도 국회에서 3차례 포럼을 열었다. 국정감사의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업무시간의 상당 시간을 부산이 아닌 서울에서 보냈다. 정치권과 끈을 다지려는 노력이었을 것이다. 유력 게임매체와 제휴를 맺고, 올 여름에는 게임위 사무국에 교육홍보 TF(임시특별팀)를 신설해 홍보활동도 강화했다. 공석이던 콘텐츠진흥원장 자리를 위한 포석이라는 설이 파다했다. 

 

국정감사의 발언을 통해 지원 사실을 밝혔다. 하지만 1차 서류평가에서 떨어졌다.

 

청문회 이후 대부분 우호적이던 여론의 분위기도 10~11월 3차례 국정감사 이후 바뀌었다. 앞서 내가 각계격파한, 사실과 다른 비판들이 게임계를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산에서 열린 지스타 개막식에서 VIP 자리에도 서지 못했다.

 

이런 상황을 겪으며 그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게임업계의 왕따”라고 토로했다. 

 

위에 나온 그에 대한 여러 비판과 달리 이 주장은 사실일뿐만 아니라 겸손하기까지 하다. 여 위원장은 단순히 게임업계만의 왕따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국회와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왕따가 된 듯하다.

 

처음부터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그를 게임위 위원장 자리에 올려준 임명권자와 배후로 추측되는 인물들이 대부분 구속됐기 때문이다. 여 위원장은 최순실의 행태가 들통난 이후 재빨리 라인을 갈아탔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민주당 손혜원 의원과 합을 맞춘 것처럼 시원한 사이다 발언으로 ‘걸크러시’ 화제를 일으켰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여 위원장은 다시 한번 손 의원과 합을 맞춘 듯한 발언을 했다. 하지만, 너무 많이 나갔다. 증거가 없고, 팩트가 틀린 4대 농단세력 발언으로 손 의원과 관계가 금이 간 듯하다.

 

11월 10일 손 의원의 국정감사 발언이다. (아래는 유튜브 화면 캡처)

 

 

“여 원장이 많은 물의를 일으키셨는데, 이 자리에서 지난 번에 사실을 잘못 얘기해서 많은 분들한테 불이익을 주어 정말 불편하게 만들고, 얘깃거리 만든 것에 대해서 사과하시기 바랍니다.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너무 많은 얘기하지 마시고 사과하시고.”

 

그뿐만이 아니었다. 올 9월 국회에서 ‘대한민국 게임포럼’을 발족하며, 현역 의원 중 가장 적극적으로 게임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민주당 조승래 의원 또한 여 위원장을 비판했다. 

 

‘게임 생태계 관계자들이 첫 번째로 원하는 것이 게임 인식 개선이었다. 그런데 (국정감사) 과정을 통해서 게임에 대한 아주 부정적 인식이 더 확산됐다.’

 

업무 시간의 50% 이상 출장나와 있으면서 공들였던 여의도가 등을 돌린 셈이다. 게다가 물은 안과 위에서도 샌다. 게임위 노동조합까지 공개적으로 그의 사퇴를 주장하고 나섰다. 문체부는 그가 국정감사에서 게임콘텐츠사업과를 4대 농단세력이라고 한 발언에 반박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관련기사] 게임위 노동조합이 여명숙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10월 12일)

[관련기사] 문체부 “여명숙 위원장 발언은 사실 아니다… 엄정 조치 할 것” (11월 1일)

 

 

부산에서 열린 지스타에 그는 쭈뼛거리는 처지가 됐다. 지스타 조직위는 그를 위해 11월 16일 개막식 VIP 자리도 준비하지 않았다. 그는 “초청장을 못 받았다”고 했지만, 조직위는 “초청장을 보냈다”고 했다. "전날 게임대상에 불참하겠다고 밝혀서 지스타 개막식 VIP 자리도 마련하지 않았다"는 게 조직위 설명이다.

 

 

# 이로써 잘못된 오해나 비판이 멈추리라 믿는다.

 

임기는 4개월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 벌어진 격변 속에 그는 얼마나 깊은 좌절과 실망, 소외감을 느꼈을까. 스스로를 ‘왕따’라고 고백한 여 위원장에게 측은지심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이 글은 내가 그에 대해 조사한 내용의 극히 일부다. 나 역시 태블릿PC가 없지만, 정황이나 타이밍만으로 주장하지는 않는다. 행적과 증언이 있고, 법원 판결문과 국회 속기록도 있다. 그에 대한 더 많은 오해가 제기된다면, 추후 필요에 따라 조목조목 변호해줄 생각이다.

 

이 정도 구체적 사례와 명백한 논리를 들어 반박을 했으니, 상식적인 수준의 사고를 가진 이라면 여명숙 위원장에 대한 잘못된 오해나 비판을 멈추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