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카드뉴스] 이 게임은 누가 하라고 만들었나요?

토망 (장이슬) | 2016-09-30 16: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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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병에 걸렸으니 나을 때까지 외양간에서 자. 병 옮기니까 학교도 가지 마. 씻지 마. 아픈 곳은 나뭇잎이나 모래로 어떻게 해봐." 소녀는 건강합니다. 생리를 할 뿐입니다. <모힘>(Mohim)은 앞서 말한 미신으로 고통 받는 소녀들을 위해, 파키스탄의 사회운동가가 만든 게임입니다. 게임을 하면서 지식도 얻고 스스로 행동을 바꿀 수 있도록 동기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포부였는데요. 정말 그렇게 되었을까요? 

 


 

 

 

<모힘> 발매 후 한 달하고 보름이 지났지만 앱스토어 성적은 나아질 기미가 없습니다. 일부 사회운동가는 사회 혁신의 도구로 스마트폰 게임 제작에 관심을 보이지만, 훌륭한 조건을 가졌던 <모힘>의 성적만 보면 아직 먼 이야기입니다. 

 

KOTRA 2014년 통계에 따르면, 파키스탄의 휴대폰 이용자는 약 1억 5백만 명, 그것도 나날이 증가 추세입니다. 그런데도 <모힘>은 왜 널리 퍼지지 않았을까요? 파키스탄의 휴대폰 이용자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은 고작 21%이며, 2~40대 중산층입니다. 그리고 대부분 안드로이드 기기를 선호합니다. 구매력이 낮은 사람들은 2G폰 이용자고, 문자를 읽고 쓸 줄 아는 사람도 적습니다. 

 

미신과 비위생적인 환경 때문에 고통 받는 소녀와 가족은 이 조건에 맞지 않습니다. <모힘>이 가장 필요할 것 같은 사람​은 스마트폰이 없고, 설령 있더라도 안드로이드나 2G폰이며 심지어 글자를 읽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름다운 의도로 만들었지만 정작 필요한 사람에게는 닿지 못한 셈입니다. 사실 <모힘> 하나만 겪는 특이 사례는 아닙니다. 한두 가지를 잘못 생각해 알려지지 못하고 사라지는 게임은 영리, 비영리를 막론하고 무수히 많습니다. 

 

물론 정교한 구성으로 찬사를 받은 게임도 많습니다. <스펜트>(Spent), <디스 워 오브 마인>(This War of Mine), 그리고 지금은 서비스를 종료했지만 <나누별 이야기>도 좋은 평가를 받은 게임입니다. 이 작품이 단순 운이 좋았거나 기술이 뛰어나 이름을 알린 것은 아닐 겁니다. 

 

누가 우리 게임을 할까?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떤 사람이 우리 게임을 해야 할까? 어떻게 사는 사람일까? ​"게임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게임은 문화다" 라는 구호가 그저 맥없는 말로 그치지 않으려면 다른 측면, 보다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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