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카드뉴스] 상상하하좌우좌우BA

하노 (김규현) | 2017-05-15 12:3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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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게임에 영향을 주고, 반대로 게임이 현실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현실에 들어간 게임문화는 자신의 추억을 너머 다른 사람들과 게임의 기억을 공유하게 만든다. 하물며 치트키도 그런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것은 30년을 넘긴, 오랜 게임 유저들과 기네스 세계기록이 인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치트키의 이야기이다. /디스이즈게임 김규현 기자


 

 캐나다 국립은행의 건국 150주년 기념

10달러 신권 홍보 웹사이트에는 비밀이 있다.

 

↑↑​↓↓​←→←→​BA

홈페이지 화면에서 위의 순서대로 자판을 입력하면​, (이 때 소리를 켜는 것을 추천한다.)

하늘에서 10달러가 빗발친다. 

 

오랜 게이머라면 이미 눈치챘을

이 입력의 정체는 바로  ‘코나미 커맨드’ 

31년 전, 그 시작은 누군가의 고통이었다.

 

코나미의 개발자 하시모토 카즈히사는

아케이드 게임 <그라디우스>를

패미컴(NES)으로 옮기던 중 문제를 만났다.​ 

 

게임 전체를 플레이 해 버그를 잡아야 했는데,

게임이 너무 어려워 클리어가 불가능했던 것  ​ 

 

이에 하시모토는 본인만 아는 치트를 만들어

전체 플레이 테스트를 마쳤고,

 

그렇게 패미컴(NES) 버전 <그라디우스>는

이 치트키가 남겨진 채 출시된다.

 

치트가 남겨진 이유는 개발자 실수라고도  하나,

당시 게임 추세와 관련 있어 보인다.

 

사실 <그라디우스> 뿐 아니라 

패미컴 게임 상당수는 (더럽게) 어려웠고, 신조어까지 탄생시킬 정도였다.​

*Nintendo Hard: '말도 안 되게 어렵다' (속어)

 

이에 개발자들은 이런 게임을 쉽게 깰 수 있는 

비법이나 치트를 몰래 숨겨놓곤 했는데,

 

유저들은 직접 또는 지인과 게임잡지의 도움으로

치트를 찾았고, 그 수요가 게임 매출에도

영향을 주면서 치트는 유행이 된다.

 

이에  <그라디우스>의 ‘치트’ (코나미 커맨드)도 

게임 잡지에 소개되어 알려지기 시작하는데,

 

본격적인 유행은 1987년 출시된 슈팅게임, 

<콘트라>가 북미에서 인기를 끌면서부터였다.​ 

 

<콘트라>에는 라이프 30개를 주는 치트가 있었고,

그 입력법이 <그라디우스>와 동일했다.

 

그리고 이 치트는 닌텐도가 무료로  300만 부 돌린

공식 잡지에 실리면서 더욱 잘 알려진다.​ 

 

유저들은 코나미 게임마다 같은 치트 입력법을 발견, 

코나미의 신규 게임에도 시험해 보았고,​

 

이런 유저의 호응을 의식해서인지

이 치트가  ‘전통처럼’ 게임에 등장해

코나미 커맨드라는 이름을 얻는다.​ 

 

이 커맨드는 이후 치트뿐 아니라 

유저를 웃기거나 놀리는데도 활용되었고,​ 

 

코나미가 사실상 묵인하는 가운데

다른 회사 게임에도 사용되기 시작한다.​ 

 

이러다 보니 커맨드는 여러 게임의  공공연한 비밀이 되었고​

모두 담기엔 카드뉴스의 여백이 부족하므로

더 자세한 소개는 생략한다.

 

시간이 지나 코나미 커맨드는 게임 밖을 나선다.​

 

게임 공식 홈페이지나 위키, 게임 언론 사이트는 물론,​

게임이 소재가 된 다른 예술 장르에서도 오마주 되었으며,

게임과 관련 없어 보이는 곳에도 뜬금없이 등장해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2016년 11월, 아마존 홈페이지에서는 신작 게임의 할인쿠폰이 되기도 했다.​

 

물론 코나미 커맨드는 재미 ‘만’을 위해 쓰이진 않았다.​

 

2013년, 천재 프로그래머 애런 스워츠는 

학술 논문을 대량 유출한 혐의로 고발당했다.

 

이에 미 검찰이 중형(1백만 달러 벌금, 징역​ 35년)을 구형하자, 판결을 앞두고

스워츠는 불과 26세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러자 고인의 자유 인터넷 운동을 지지하던

어나니머스 소속 해커들은 항의에 나섰는데,

 

미국의 여러 사법기관 사이트를 해킹,

코나미 커맨드를 입력하면 게임을 할 수 있게 만들어버렸다.

 

30여 년 전에 비해 최근의 게임은

대체로 쉬워지고 재미(...) 요소가 다양해졌다.

 

또 한편으론 게임 내 불법 플레이가 늘면서

과거 필요악인(?) 치트의 설 자리는 좁아진다.​ 

 

이런 현실에서 코나미 커맨드가 

문화적 영향력 있는 치트키로 남은 건

단순히 조작감과 인지도 때문만은 아니다.

 

유저들의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게임들이

게임 개발자의 손에서 계속 태어나고,

 

그 게임에서 자신만의 재미를 찾을

게이머들이 앞으로도  계속 나타날 것이기에​ 

 

(이밖에 코나미 커맨드가 들어간 게임이나

사이트, 문화 콘텐츠가 있으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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