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카드뉴스] "도저히 떠오르지 않습니다. 하프라이프, 그 이상의 게임 말입니다"

너부 (김지현) | 2017-08-10 18: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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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하프라이프 2>로 극찬을 받고 있던 밸브는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그들의 히트작, <하프라이프 2>를 뛰어넘는 게임이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 새로운 아이디어를 갈구하던 그들이 해답의 실마리를 얻은 곳은 의외의 장소였습니다. ​/ 디스이즈게임 김지현 기자


 

 

2004년, <하프라이프 2>로 극찬을 받고 있던 밸브는 깊은 고민에 빠져있었다.

 

"도저히 떠오르지 않습니다. 하프라이프, 그 이상의 게임 말입니다."

 

기존 시리즈의 후속작만 제작해도 성공은 보장돼 있었지만, 그런 방식은 그들에게 맞지 않았다. 밸브를 틀면 물이 콸콸 쏟아지듯, 항상 새롭고 혁신적인 게임을 추구했던 밸브. 


그들에게 <하프라이프 2>는 자신들이 세운 거대한 장벽이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갈구하던 개발팀이 해답의 실마리를 얻은 의외의 장소는 다름 아닌 '대학교'. 

 

미국의 어느 공과대학 학생들의 졸업 발표가 있던 날이었다. 대형 게임사 못지않은 신선한 아이디어와 열정이 담긴 수많은 게임 중, 밸브의 눈을 사로잡은 게임 하나.

 

벽에서 벽으로, 바닥에서 천장으로 문을 만들어 차원을 이동하는 이 퍼즐 게임은 이제껏 볼 수 없었던 독특한 게임 방식으로 밸브에 엄청난 충격을 준다.

 

수소문 끝에 학생들을 만난 밸브는 그들을 사무실로 초대했고, 데모 게임을 본 게이브 뉴웰은 그 자리에서 파격적인 제안을 한다.

"당신들 같은 인재를 찾고 있었습니다. 저희와 함께 일해보지 않겠습니까?"

 

밸브는 그들이 아이디어를 맘껏 표출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의 주도권은 넘기고 오로지 기술과 인력만 지원하기로 약속한다.

 

아마추어에게 프로젝트의 권한을 준다는 것은 대형 기업에서는 이례적인 일.

 

게임의 핵심 아이디어인 공간 이동은 유지하고, 그래픽과 스토리에 살을 더하는 등. 2년의 개발 기간 끝에 탄생한 게임은 <포탈>

 

총으로 적을 쏘고, 물건을 때려 부수는 등 액션 중심의 당시 FPS와 달리, 물리법칙을 고려해 포탈을 만들며 적으로부터 도망가야 했던, 기존에 없었던 FPS.

 

일반적인 FPS가 요구하는 순발력이 아닌, 한 수 앞을 내다보는 사고력을 더해, 이전에 존재했던 'FPS=전투' 라는 공식을 깨부수는 데 성공. 

 

<포탈>은 짧은 플레이 타임에도 불구하고 신선한 게임 방식으로 많은 유저와 언론으로부터 큰 주목을 받았으며, 후속작을 통해 또 한 번 극찬을 받으며 밸브의 메인 타이틀로 자리 잡게 된다.

 

항상 신선한 아이디어를 추구했던 밸브와, 창의적 실험정신을 가졌던 대학생 인디 개발자. 이들이 혁신을 위한 도전이 아닌, 결과가 보장된 안정적인 방향만을 고수했다면, 서로의 도전을 존중하는 배려와 적절한 지원이 없었다면

 

<포탈>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며, 혁신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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