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카드뉴스] 이 게임의 개발자가 생각하는 게임 속 '11가지 좌절'

너부 (김지현) | 2018-01-26 10: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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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스트리머가 30시간의 도전 끝에 클리어한 지옥의 게임이 있습니다. 고의로밖에 보이지 않는 악랄한 난이도와 사악한 함정들. 수십, 수백 명의 게이머들을 분노에 차게 한 이 게임 <Gettiong Over it> 이 게임의 개발자인 '베넷 포디'에게는 게임을 개발할 때 중요시 하는 '좌절'에 대한 철학이 존재합니다. 그가 생각하는 게임 속 '11가지 좌절'에 대해 알아볼까요?/ 디스이즈게임 김지현 기자




1) 끝날 듯하면서 아슬아슬하게 못 깰 때

몇 시간에 걸쳐 노력한 끝에 당신은 목적지에 다다르기 일보 직전입니다. 당신의 심장은 뛰기 시작합니다.
조금만 더 하면 지긋지긋한 이 게임을 클리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ㅇ..!!! 
...
이런 종류의 반복적인 좌절감은 희소하고도 순수한 최고의 좌절감 중 하나입니다! 제가 아주 좋아하죠.


2) 다시 시작하는 것

예 맞아요. 여러분들이 잘 알고 있는 항아리 게임의 메인 컨셉입니다. 한순간의 실수로 최초 마을로 돌아가는 것. 마치 최종 보스 격파까지 얼마 남지 않은 순간 갑자기 게임이 멈춰버린 느낌과 비슷하죠.


3) 와보니 다시 그 자리

이것은 여러분이 차근차근 진행해 온 모든 것을 무효로 만드는 '강력한 좌절감'입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볼까요? <드래곤퀘스트 8>에서는 눈에 보이는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심지어 지평선 너머의 마을도 갈 수 있죠.

하지만 세계가 너무 넓고 보이는 풍경도 비슷하다 보니 아무리 걸어도 나아가지 않은 듯한 허무한 느낌을 주곤 합니다. ^;;)


4) "도대체 얼마나 더 가야 해요?"

이런 종류의 좌절감은 유저가 예상하는 퀘스트 완료 시간과 실제 걸리는 시간의 차이로 생겨납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더 서지>가 있죠. 맵의 구조가 복잡하고 길에 대한 안내가 없어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선 계속해서 지역을 헤매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외에도 지나친 반복 이동이나 늘어지는 전투 등 게임 진행 속도가 더뎌지면 좌절감을 못 이기고 게임을 그만두는 이들이 있죠.


5)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가끔 몇몇 게임들이 유저에게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주는 '좌절감'입니다. 인디게임 <Grave>가 그렇습니다. 게임을 켜면 무덤 속 캐릭터를 보여주고 조작키를 알려주죠.

하지만 유저는 아무 조작도 못 합니다. <Grave>가 주는 이런 좌절감은 삶의 무력감이라는 게임의 주제를 전달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입니다.


6) 갈 수 없는 지역

게임을 하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왜 저 책은 눈앞에 있는데 읽지 못하지?" "앞에 장애물도 없는 데
왜 저 문은 열 수 없는 걸까?"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계속해서 도전하게 만드는 그리고 우리가 어떤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몸소 체감했을 때 우린 격렬한 좌절감을 느낍니다.


8) 다른 사람들은 잘 하는데, 왜 나는 안되죠?

게임 중에는 유저에게 ‘숙련된 기술’을 요구하는 게임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잘 하는데 나는 못 하는 이런 종류의 게임들이요.

사람들은 이런 게임들을 잘 하고 싶어서 에너지와 시간을 소모하곤 하지만 굴욕적이고 끔찍한 패배를 연달아 마주하면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는 감정을 느끼곤 하죠.


9) “드디어 깼다!! 그런데.. 뭐가 더 있네?’

수십 시간을 투자해 고도의 컨트롤을 익히고 간신히 최종 보스를 물리쳐 만렙을 찍고 뿌듯해 하는 순간! 수 많은 만렙 콘텐츠와 이미 그들만의 리그를 펼치고 있는 천상계 유저들이 당신을 반긴다면...?

어쩌면 다시 게임을 켜는 게 무의미하다거나 지금까지 게임을 했던 것을 바보같은 짓이라 느낄 수도 있습니다.


10) 뭘 해야 하는지 전혀 모를 때

‘퀘스트의 중간이 아닌 시작이 막막한 것’ 유저들 중에는 가끔 이런 종류의 좌절감에 두려움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스팀에 출시된 <TIS-100>이 그중 하나인데요. 유저는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 삼촌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그의 유품인 어떤 장치 하나를 수리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기계를 수리하려면 ‘어셈블리어’로 프로그램을 작성해 퍼즐을 풀어야 합니다. 즉 프로그래밍 지식이 없으면 절대 게임을 할 수 없다는 것이죠.


11) 클리어하고 또 클리어해야 할 때

최근의 많은 게임이 이런 류의 플레이를 유도합니다. 하지만 최대한 다른 경험을 주려고 하죠. 예를 들어 어떤 게임은 3번 클리어해야만 전체 스토리를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각각의 플레이는 모두 다른 캐릭터의 입장에서 전개되고요.

하지만 유저들이 받아들이기는 다릅니다. 어떤 유저는 그저 지겨울 수 있고 누군가는 엔딩을 봤을 때 오히려 허무함과 좌절을 느낄 수 있죠.

제가 생각하는 11가지 좌절 포인트 몇 가지 공감하시나요? 혹시 여러분이 생각하는 또 다른 좌절 포인트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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