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카드뉴스] 이 게임의 개발자는 정말로 이상하다

찰스 (황찬익) | 2017-05-12 11: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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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7일, 한국에 PS4로 정식 발매된 스퀘어 에닉스의 게임, <니어: 오토마타>. 시원한 액션과 감각적인 캐릭터 디자인, 어두운 스토리와 분위기로 국내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번 게임 <니어: 오토마타>​는 이전작 <니어>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개발자 '요코 타로'가 제작을 맡았는데요. 그런데 이 개발자, 이상합니다. 살짝 이상한 것도 아니고 좀 많이 이상합니다. 요코 타로의 어디가 어떻게 이상한지, 한 번 카드뉴스로 만나보시죠. / 디스이즈게임 황찬익 기자


 

 

 

<이 게임의 개발자는 정말로 이상하다> 

 

자, 생각해보자.

 

당신이 방금 사람을 죽였다.

 

칼로 / 총으로 / 자기 손으로

 

당신에게 살해당한 사람은 피범벅의 차가운 시체가 되어 바닥에 뒹군다.

당신은 말없이 시체를 넘어 다음 방으로 향한다.

 

방 안에는, 사랑하는 당신의 연인.

당신은 다가가 입을 맞춘다.

 

어떤가? 당신은 이런 일을 태연하게 해낼 수 있는 사람인가?

사람을 죽이고도, 동요하지 않고 맨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까?

 

“프로 킬러도, 싸이코패스도 아니고 그럴 리가 있나?”

 

그런데, 이 남자는 말한다.


“아닌데? 당신 매일 그러고 있잖아?”


어디서?

 

“게임 속에서.”

 

“매일 매일 그러고 있잖아, 아니야?”

 

이렇게 말하는 이 남자는 누굴까?


그는 바로 지난 4월 27일, 한국에서 정식 발매된 PS4용 액션게임

<니어: 오토마타>의  디렉터

 

‘요코 타로’

 

어느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게임에서 주인공이 적을 죽이기만 반복하다가

엔딩에서 미녀랑 키스한다는 건 정말 말도 안된다.

‘살인’은 그런 게 아니다.

살인은, 훨씬 더 비극적인 것이다.”

 

“예를 하나 들겠다.

어느 한 용사가 위대한 사명을 수행하려 노력하던 중 용에게 죽었다고 치자.

이건 플레이어에게는 그냥 '게임오버'다.”

 

“그러니까 다시 '컨티뉴'를 누르고 용을 죽인 뒤 공주를 구하면된다.

그리고 행복하게 살아가겠지? 그런데…”

 

“되살아난 용사 말고 컨티뉴를 누르기 전,

그 순간에 이미 죽었던 용사의 삶은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본인 역시 게임 디렉터면서,

이미 죽은 캐릭터의 삶과 의미에 의문을 갖는 이 남자

 

‘이상하다.’   

 

이 남자의 이상한 점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2015년 E3, <니어> 시리즈의 최신작 발표를 위한 자리.

요코 타로는 난데없이 자기 게임 등장인물 가면을 쓰고 나타난다.

 

뿐만 아니라, 인터뷰 내내 코를 파서 먹는 시늉을 한다던가(...)

의도적으로 괴상한 행동을 일삼는다.


이후, 가면과 기이한 행동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

언론에 노출될 때는 언제나 이런 식으로 등장했다.

 

그가 만드는 게임 역시, 굉장히 많이 이상하다.

게임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어둡고, 뒤틀려있으며, 자기파괴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어느 엔딩에서는, 유저가 여태까지 플레이한 데이터를 모두(!) 날려버리기도 한다.

물론, 이는 단순한 장난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스토리 진행에 따른, 자신이 이룬 모든 것을 무(無)

로 되돌리겠다는 주인공의 ‘선택’인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뭐냐면, 요코 타로는 자기 주인공들의 이런 결말에 대해 모두 ‘해피 엔딩’이라고 여기고 있다.

 

“나한테 '해피 엔딩'이란 인물이 추구하던 욕구를 달성한 상태를 뜻하기 때문이다.


나는 누군가의 목표가 천하에 없을 쓰레기짓이라 해도, 자기 의지로 이뤄낸다면 그는 행복할 거라고 굳게 믿는다. ”

 

“물론 그 인물이 달성하고자 했던 목표가 우리한테는 어두움과 우울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

 

왜 일까, 이 남자는.

왜 이렇게 삶의 어두운 면에 집착하나?

 

“이 세상은 위선과 욕망으로 가득 차있는 주제에, 거기에 대해서는 숨기고 금지하고 있다.”

 

“남녀 간의 사랑, 가족의 사랑은 이야기하면서 섹스에 대해서는 절대 말하지 않는다.

미(美)와 젊음, 성장에 대해서는 계속 말하면서 늙음과 죽음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나는 그런 것들이 모두 위선이라고 느꼈고, 그런 종류의 거짓말에 재능이 없었다.”

 

“나 자신한테 솔직한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요즘 나오는 게임을 봐라.

남을 죽이고 정복하는 것에 재미와 기쁨을 누리는 게임이 차고 넘친다.


영화도, 소설도, 전쟁과 운동경기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쓰고 있는 가식의 가면을 걷어내면,

그 안에 차별과 죽음을 추구하는 우리가 있을 거라고 나는 믿는다.”

 

이렇게 믿는 사람이 만드는 게임이니, 결과물이 저럴 수 밖에 없다.

이번에 새로 나온 신작, <니어: 오토마타> 역시 예외는 아니다.

 

“니어: 오토마타는 거칠고, 불평등하고, 비합리적인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마치 이 세상을 비추는 거울과 같다.

나는 사람들이 이 끔찍한 세상에서 어떻게 사는지를 말하고 싶다.”

 

“이것은 내가 게임을 만들기 시작한 초창기부터 내내 생각했던 것이다.

내가 만든 게임의 대부분은 정상에서 비틀려있다.

내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 역시 정상에서 벗어난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종류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버리거나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류는 결국 전부 같은 종류의 생물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이 지점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그가 평소 가면을 쓰고 다니는 것 역시 사실은 모두 자신의 게임 완성도,

어둡고 뒤틀린 세계관을 확립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나는 내면이 뒤틀리고 어두운 인간이지만, 가면 뒤의 모습은 평범한 아저씨에 불과하다.

내 게임의 어두운 면을 좋아하던 사람이, 내 얼굴을 보고 실망하는 결과를 원치 않는다.”

 

이토록 자기 게임에 진지하고, 어둡고, 이상한 남자, 요코타로.

그가 바라보는 인류는 어떨까? 과연 ‘해피 엔딩’을 맞이할 수 있을까?

 

“인간이란 존재는 2000년 넘게 다른 것들을 살육해왔다.”

 

“해피 엔딩을 맞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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