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6개 키워드 통해 살펴보는 이재홍 신임 게임물관리위원장의 ‘각오’

세이야 (반세이) | 2018-09-07 18:30:50

9월 7일, 성남산업진흥원 대강당에서 이재홍 신임 게임물관리위원장의 언론사 대상 소통 간담회가 열렸다. 지난 8월 8일 취임한 이 위원장은 서강대 게임교육원 디지털스토리텔링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한국 게임학회 학회장을 역임하는 등 게임과 관련된 경력을 이어왔다. 

 

이 위원장은 본격적인 간담회에 앞서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관위)가 규제에 집중하는 기관이라는 선입견이 있는 것 같다”라며 “게관위는 게임이 이름에 들어간 유일한 공공기관으로 게임과 함께 조용히 성장해 왔다”라고 말했다. 이어 “외부적으로는 중국 게임업계의 추격, 내부적으로는 사행성과 청소년 보호 문제 등이 산재돼 있다”라며 많은 책임감을 느낀다라고 취임 소감을 전했다. 

 

디스이즈게임이 간담회장에서 언급된 내용을 핵심 키워드별로 분류해 정리했다. 사안에 대한 위원장의 설명에 기자들의 관련 질문을 덧붙였다. /디스이즈게임 반세이 기자

 

이재홍 제3대 게임물관리위원장 

 

 

키워드 1) 등급 분류 표준화 및 등급 분류 경위 공개

이재홍 위원장은 현재 6개 세부 기준(선정성, 폭력성, 범죄 및 약물, 부적절한 언어, 사행성, 공포)에 따라 매겨지는 게임 등급의 분류 과정을 표준화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게임을 서비스하려면 반드시 등급 분류를 받아야 하지만, 그간 게관위는 기준 적용이 객관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고무줄 분류’라는 조롱을 받기도 했다.

 

게관위는 이러한 등급 분류 표준화와 관련해 업체, 또는 개인이 미리 등급을 산정해 볼 수 있는 설문 시스템을 개발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스템은 등급 분류를 받고자 하는 업체나 개인이 설문 항목을 받아 서비스하고자 하는 게임의 등급을 미리 예상해 볼 수 있는 것으로, 설문 항목은 총 7개로 구성된다고 게관위 관계자는 밝혔다.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의 등급 분류 기준 

 

또한 게관위는 이 자리에서 “보다 실제적이고 납득 가능한 등급을 책정하기 위해 민간 출신 등급 분류 위원의 안착을 지원하고 외부 전문가의 자문을 충실하게 반영하겠다”라고 말했다.

 

등급 분류 경위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도록 그 과정과 내용을 공개해달라는 요구에 이재홍 위원장은 “관련된 정보는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도록 지침을 정비하겠으나 회의록의 경우 원문 공개시 공정한 업무 수행에 지장을 받을 우려가 있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Q. 등급 분류 경위 공개는 계속해서 요구돼 왔다. 또한, 과거에도 정보 공개와 관련된 기준은 있었다. 투명한 정보 공유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생각인가?

 

사실 등급 분류 관련 정보 공개 문제도 등급 분류 자체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같은 사안에 대해 이건 되고 이건 안 되고, 이건 공개되고 이건 안 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문제라고 본다. 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위원회가 가장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예술과 포르노는 백짓장 한 장 차이지 않나. 내가 위원장으로 취임한 이상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지탄받지 않도록 합리적인 구조를 만들겠다.

 

Q.​ 1인이나 소규모 개발팀의 경우 게임을 심의받는데 소모되는 비용 부담이 크고, 절차가 복잡하다는 의견이 많다. 

 

개인이나 인디팀을 위해서는 현재 간소화 된 등급 분류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수수료는 플랫폼, 게임 용량에 따라 책정되는데 이 수수료 적용 기준이 상당히 오래됐다. 물가 수준도 반영돼 있지 않다. 과거와 달리 게임의 용량도 많이 커져서 수수료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해진 것은 사실이다. 개발자들의 창작 활동을 돕기 위해 등급 분류 절차 간소화에 대한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연구 중에도 이런 부분이 포함돼 있다.

 

또한, 오는 10월 12일 서울 강남역에서 인디게임 개발자들을 위한 행사를 열 생각이다. 우리 위원회가 너무 딱딱한 이미지, 규제하는 기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인디게임 개발자들에게 등급 분류에 대해서도 좀 더 상세히 소개하고, 맥주도 한 잔 하면서 그 분들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듣고자 한다. 추후 안내할 예정이지만 열려있는 행사니 누구나 편하게 참석할 수 있다. 

 

 

 

키워드 2) 확률형 아이템

확률형 아이템 문제는 최근 몇 년간 업계를 뜨겁게 달궈온 이슈였다. 이재홍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부분유료화 모델을 택하기 때문에 불거지는 문제”라며 “업계의 수익성도 중요하지만 너무 과한 사안의 경우는 이용자 보호 차원에서 엄격하게 보지 않을 수 없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게관위는 이와 관련해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된 청소년 보호 방안’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Q. 과도한 확률형 아이템은 엄격하게 보겠다고 했는데, 과도하다는 것은 어느 정도인가? 

 

속임수를 써 이용자들이 마냥 지갑을 열게 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본다. 그런 이유로 이용자들이 멀어진다면 업계의 손실이기도 하다. 업체가 어느 정도 상식적인 수준의 확률을 제시한다면 이용자들도 납득할 것이다. 마냥 지갑을 열게 하는 확률형 아이템 문제가 방치되면 생태계가 위험해 진다. 

 

Q. 게관위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실질적 제재 권한이 없는 것으로 아는데, 제재 권한이 부여될 것이라 봐도 되나? 진행하고 있다는 연구는 어떤 내용인가? 

 

이용자 보호 차원에서 우리가 실행할 수 있는 대책들에 대한 연구다. 산업의 발목을 잡으려고 한다는 인식을 받을 수 있는데,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세부적 기준을 마련하거나 어떤 결론을 도출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간 확률형 아이템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돼 왔음에도 위원회에서 심도있는 조사를 진행한 적이 없다. 민간의 자율 규제 움직임을 높게 평가하며, 공공기관 입장에서 이용자 보호를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하는 것이다.

 

 

 

 

키워드 3) 게임 결제 한도 상한

현재 PC 온라인게임 이용자는 월 최대 30만원까지 결제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에 대해 업계 등은 개인이 자유롭게 소비할 권리를 제한한다는 이유로 개선을 요구해 왔다. 이재홍 위원장은 이에 대해 “PC 온라인 게임 결제 한도 개선 요구에 원칙적으로 공감한다”라며 “향후 주무부처 및 관련 단체와 논의해 합리적인 정책 방향을 만들겠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Q. 결제 한도를 얼마나 상향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나? 아니면 아예 상한을 폐지하는 게 낫다고 보나?

 

게임학회 시절부터 성인의 합리적인 게임 소비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금액을 말할 수는 없지만 업체, 부처와 협의해 합리적인 지점을 찾겠다.

  

 

키워드 4) 블록체인 게임

이재홍 위원장은 “블록체인 이슈는 세계적, 국가적으로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라며 본질적으로 함께 논의되는 암호화폐에 대한 위원회의 염려를 전했다. 이 위원장은 “블록체인을 게임 내 콘텐츠에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위원회는 사행성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게임산업진흥에 대한 법률, 등급 분류 규정과 함께 정부 및 유관 기관과의 협의와 법률, 실무적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Q. 블록체인 게임 관련한 게관위의 논의는 얼마나 진행된 상태인가.

 

가상화폐를 다루는 게임에 대해 최근 검토하고 있다. 가상화폐가 가지는 본질적인 문제가 연초에 이슈가 됐는데, 우리 내부에서도 많이 공부 중이다. 복수의 법률 기관과 계약을 맺고 자문을 받고 있으며 금융위원회와도 얘기를 나누고 있다. 지금 등급 분류를 신청한 업체들도 있는데 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양해해 줬으면 좋겠다. 이 부분은 신중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키워드 5) 선정적인 광고

이재홍 위원장은 최근 이슈가 된 선정적인 게임 광고 문제에 대해 “심의 받을 당시의 게임물 내용과 다른 내용의 게임 광고가 노출돼 문제가 된 것으로 안다”라며 “플랫폼 사업자, 광고 게시 사이트에 삭제를 요청했다”라고 게관위의 대처를 설명했다. 또한 현재 경력 단절 여성과 장애인 등으로 구성된 100명 규모의 모니터링 조직을 200명 규모로 늘리고, 주무부처와도 협의해 유해 광고가 노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Q. 모니터링 인원을 2배로 늘리겠다고 했는데 직원들의 처우는 어떻게 되나. 지금은 계약직이라고 하던데,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하고 노하우를 쌓아야 전문성도 높아지는 것 아닌가. 

 

정부 정책적으로도 고용 안정이 큰 화두다. 경력 단절 여성들은 4시간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필요한 분들이다. 자녀들이 오후에는 집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모니터링 업무의 질적 향상을 위해 내부에서도 잘 하시는 분들은 새로 오시는 분들을 가르치는 형태의 수직적 구조를 만들고 있다.

 

또한, 게임에 대한 더 많은 지식과 경험을 가진 청년 모니터링 요원을 30명 정도 고용할 예정이며 모니터링 요원들이 본 것을 청년 모니터링 요원들이 다시 보고, 청년들이 본 것을 위원회 내부의 경력 직원들이 또 검토하는 수직적 조직 형태도 구축할 예정이다.

 

덧붙여 이 부분은 위원회가 아주 중요하게 고민 중인 이슈다. 양적인 모니터링 방식에서 질적인 모니터링으로 나아가는 것의 핵심은 교육이라고 본다. 단순 모니터링이 아니라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전문가를 양성하고, 그렇게 길러진 전문가가 다시 교육하는 구조를 만들겠다.  

 

최근 각종 플랫폼에서 문제가 된 선정적인 게임 광고
 

 

키워드 6) 사행성 게임장

이재홍 위원장은 사행성 게임장 이슈에 대해 “위원회가 가장 어렵게 가져가는 숙제다”라며 취임하자 마자 문화체육관광부, 경찰청과 ‘불법 사행성 게임장 근절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간담회에서는 세 기관이 집중 단속을 진행하자고 의견을 모았으며 현장 단속 경찰에 대해서도 법률 정보 공유를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게관위는 서울과 부산 경찰청의 요청으로 단속 경찰관에 대한 교육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홍 위원장은 끝으로 합리적이고 건강한 게임 생태계를 강조했다. 전임 위원장을 포함해 지금까지는 미진했다고 볼 수도 있는 내외부 소통을 더욱 강화하겠으며, 어떤 현안이든 소통을 통해 풀어나가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또한 이용자 없이 산업은 존재할 수 없으며, 산업이 없으면 위원회도 존재할 수 없다며 이용자 보호와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내년 상반기 중 새로운 발전 방안 구상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이 위원장은 “교수, 학회장으로 살다가 공공기관 위원장으로 발령받고 지금까지 해 온 말을 생각해 보니 ‘그간 철이 없었다’는 생각도 든다”라며 합리적이고 신뢰받는 기관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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