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이번엔 짝퉁 디지몬? 포켓몬, 디지몬 이미테이션 게임 온라인에서 '말썽'

우티 (김재석) | 2019-01-04 12:4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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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몬>의 IP(지적재산권)를 무단으로 도용한 이미테이션(짝퉁) 게임이 최근 온라인상에서 대대적으로 사전 예약을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 게임은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은 엄연한 불법 게임으로 여러 차례 이름만 바꿔 서비스됐다. 사전 예약을 받고 있는 홈페이지엔 온갖 위법 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것도 확인되었기 때문에 게이머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 명백한 위법 행위로 가득한 사전 예약 홈페이지

문제의 <디지몬> 이미테이션 게임은 '디지몬리턴' 이라는 게임명으로 12월 중순부터 구글 AD 배너 광고를 통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들은 현재 사전 예약 홈페이지를 통해 게이머들의 휴대폰 번호 등의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하지만 사전 예약 홈페이지를 보면 'A부터 Z까지 모두 엉망진창' 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제대로 된 내용이 하나도 없다. 먼저 티저 영상이라고 공개한 것은 반다이남코의 신작 RPG <디지몬 서바이브> 스틸 컷과 TV 애니메이션 속 디지몬 진화 장면을 짜깁기한 영상이다. 이밖에도 TV 애니메이션이나 다른 콘솔 게임 속 '디지몬'의 이미지들을 무단으로 활용해서 홈페이지를 꾸미고 있다. 

 

<디지몬리턴> 홈페이지 속 광고 영상. <디지몬 서바이브>의 광고 장면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디지몬리턴>의 사전 예약 접수 사이트. '공식 카카오톡'을 '공시Katalk'으로 적었다. 또 홈페이지엔 '파티로 즐기는 손끝의 최강전!', '화려한 전투 돌파의 한계!' 같은 정상적인 한국어라고 볼 수 없는 캡션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정체 불명의 게임 사이트가 현재 ‘사전 예약’을 명목으로 유저들의 휴대폰 번호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사이트에는 수집한 정보의 이용 범위 및 사용목적, 개인정보 보호 방안에 대해 어떠한 공지도 나와있지 않다. 이는 명백한 ‘개인정보 보호법’ 및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사항이다. 

 

게다가 이 사이트 어디에도 <디지몬리턴>을 개발한 개발사나 서비스하는 서비스사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없다. 그저 'ldy.kr-ss.hugebirdgames.com'으로 시작하는 도메인을 통해 이들의 정체를 hugebirdgames로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 

 

즉 혹시라도 이 사이트에서 사전 예약을 신청한다면, 유저들은 자신의 소중한 개인정보를 정체를 알 수 없는 집단에 넘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 포켓몬에 디지몬... 죽지도 않고 계속 '리턴'한 짝퉁 게임

<디지몬리턴>은 과거에도 이름만 바꿔서 수차례 서비스를 시도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수 년 전부터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슈퍼디지펫>, <디지펫히어로>, <디지펫어밴저> 같은 식으로 이름만 바꿔가며 서비스를 시도하다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제제를 당하면 이름만 바꿔서 다시 서비스를 시도하는 식으로 수차례 '치고 빠지기'를 반복한 것이다. 

 

게다가 디스이즈게임이 확인한 결과 <디지몬리턴>을 서비스하는 게임사(hugebirdgames. 혹은 hugeeagles)는 ​'디지몬' 외에도 '포켓몬' IP를 무단으로 사용한 짝퉁 게임 또한 다수를 서비스했거나, 서비스를 시도한 것으로도 확인되고 있다. <포켓몬> 짝퉁 게임 또한 지난 수 년 간 <트레이너 리그>, <챔피언 로드>, <몬스터 기지> 같은 이름으로 계속 이름만 바꿔서 치고 빠지기를 반복했으며, 가장 최근에는 <포켓 엘프>라는 게임명으로 대대적으로 사전 예약을 진행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관련기사: 불법 포켓몬 이미테이션 게임, 사전등록 ‘주의’ 필요 (바로가기)

이 중에서도 사전예약 10만 명을 달성했다고 전해지는 <트레이너 리그>는 지난 2017년 7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채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아 스토어에서 내려갔다. 당시 <트레이너 리그> 공식카페의 GM은 불법 논란에 대해 "공식 포켓몬 라이센스 보유사인 닌텐도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디지몬리턴>을 서비스하는 것으로 알려진 게임사는 현재 <포켓몬>의 불법 이미테이션 게임 또한 서비스 중이다

<디지몬리턴>의 네이버 카페 메인 페이지. 이 화면에 보이는 모든 이미지들 또한 불법 도용이다. 

 

# 짝퉁 게임을 서비스하는 회사의 정체는?

한 가지 눈 여겨 볼만한 사실은 <디지몬리턴>이나 <포켓엘프> 같은 짝퉁 게임은 모두 같은 게임을 그저 '디지몬/포켓몬'으로 스킨만 바꿔서 서비스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이들 짝퉁 게임의 '원형'이 되는 게임이 있다는 뜻.

 

그리고 이 짝퉁 게임의 '원형'을 개발한 게임 및 게임사는 과거 양지에 정체를 드러냈던 적이 있다. 바로 룽투코리아가 정식으로 국내에서 서비스했던 <아톰의 캐치캐치>로, 실제로 <아톰의 캐치캐치>와 현재 서비스를 시도하는 <포켓엘프>(트레이너 리그), <디지몬리턴> 등은 모두 같은 게임에 스킨만 서로 미묘하게 다른 것으로 확인이 되고 있다.

 

룽투코리아가 한 때 국내에서 서비스를 진행한 <아톰의 캐치캐치>. 하지만 이 게임 또한 게임 내에 '포켓 몬스터' IP를 무단으로 도용한 캐릭터들이 다수 발견되어 물의를 일으켰으며, 결국 지난 2017년 12월 19일 서비스를 종료했다.

  

당시 룽투코리아가 밝힌 <아톰의 캐치캐치> 개발사는 중국의 지베이게임즈(JIBEI Games, 极贝游戏)다. 그리고 지베이게임즈는 <아톰의 캐치캐치> 서비스 종료 이후에 범람한 이런 포켓몬/디지몬 짝퉁 게임의 개발과 서비스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지베이게임즈는 같은 수법으로 중국, 미국 등에서도 IP 무단 도용 게임으로 많은 매출을 올렸다고 알려져 있다.

참고로 현재 지베이게임즈가 개발한 '원형'을 기반으로 스킨만 바꿔서 서비스를 시도한 불법 게임은 모두 12종 이상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으며, 주요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지베이게임즈 이후에 '개발사/유통사'로 정보가 드러난 hugebirdgames, hugeeaglegames, GOLDEN CHAIN NETWORK TECHNOLOGY CO.,LIMITED​, FanQiang(판창) 같은 회사는 모두 정체를 알 수 없거나 회사명을 도용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디지펫어드벤처'의 공식 사이트에는 GOLDEN CHAIN NETWORK TECHNOLOGY CO.,LIMITED라는 회사가 등장한다. 이 회사는 홍콩 소재의 사기업이지만 실제 회사가 게임과 연관이 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 

 

 

# 스토어에서 제제 받자 공식 카페를 통해 APK 배포 ... ​유저는 '안 하는 게 상책'

당초 <트레이너 리그>, <슈퍼 디지펫> 같은 게임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게임을 배포했지만, 현재 이들 게임은 구글 및 애플의 단속으로 인해 스토어를 통한 배포가 차단된 상태다.

 

하지만 이렇게 되자 게임 유통사는 공식 카페를 통해 직접 APK를 배포하는 방식으로 게임의 서비스를 시도하고 있다. 실제로 <포켓엘프>의 경우 공식 카페를 통해 게임의 APK를 배포하고 있으며, 애플의 경우에는 설치 파일을 다운로드 받고 디바이스에서 "개발자를 신뢰할 수 없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뜰 때 이를 설정의 '프로파일 및 기기 관리'에 들어가 신뢰하는 파일로 만들어 게임을 하게끔 유도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모든 이미테이션 게임이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서비스되고 있다.

 

'디지몬리턴' 공식 홈페이지
'포켓엘프' 공식 홈페이지

하지만 당연하게도 일반 유저 입장에서는 스토어를 거치지 않은 이런 불법 APK를 함부로 받아서 게임을 설치하는 것은 절대로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1. '먹튀'하면 그만

 

돈과 시간을 들여 게임을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게임이 사라질 수도 있다. 보통 정식으로 사업자로 등록된 회사의 게임이라면 환불 같은 유저 보호 조치를 받을 수 있지만, <포켓엘프>나 <디지몬리턴> 같은 경우에는 보상을 받거나, 게임사를 처벌하기가 어렵다. 

 

2. 확률을 조작하고 개인정보 팔아넘겨도 알 길이 없다

 

설령 이들이 '먹튀'를 하지 않고 게임을 서비스하려는 의도가 있다 하더라도 위험요소는 충분히 많다. 

 

게임은 과금 유도 요소가 적잖이 있지만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고지하지 않는다. 이는 정체도 뚜렷하지 않은 회사의 게임의 확률이 얼마든지 조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게임 밸런스의 큰 문제가 되더라도 이들은 데이터를 포맷하고 이름만 바꾼 새 게임을 만들면 그만이다.

 

애초에 이들은 개인 정보 수집 및 보호에 대한 기본적인 법규조차 무시하고 있다. 결제, 서비스 종료 등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여지는 물론 개인 정보가 다른 곳에 넘어갈 수 있다. 게임사의 이름도 제대로 모르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쉽다. 

 

3. 마구잡이로 유포되는 APK가 과연 정상적인 APK일까?

 

APK 안에 가상화폐 채굴기를 비롯한 악성코드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포켓엘프> 페이스북에 올라온 APK를 다운로드한 뒤 바이러스 검사 사이트인 바이러스토탈에 검사한 결과, 시만텍(Symantec)을 비롯한 5개의 안티바이러스 엔진이 실제로 <포켓엘프>의 APK를 바이러스성 파일로 탐지했다.

 


  

# 게임물관리위원회 "불법 여부 조사하겠다"… 반다이남코코리아, 작년 9월부터 골머리

<디지몬리턴>이나 <포켓엘프>는 모두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제제를 당한 이후 자체적으로 APK를 배포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자체 서비스'가 되기 때문에 반드시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게임사는 이조차도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실제로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디스이즈게임과의 통화에서 "위원회 주무부서에서 해당 모바일 게임이 등급 미필 게임물 여부를 검토 할 것"이라며 "불법 게임물로 확인되면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반다이남코코리아가 유통하는 디지몬 IP 활용 모바일 게임 <디지몬 소울 체이서> 운영팀은 작년 9월 이들에 한 차례 입장을 낸 바 있다. 공지사항에 따르면, 당시 디지몬 IP를 도용한 <슈퍼디지펫>의 베타 버전이 구글 스토어에 올라간 상태였고 이에 운영팀은 "구글 측에 적극적으로 IP 불법 도용 게임에 대한 제재 요청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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