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영상) 2018년 최다 'GOTY' 수상작, '갓 오브 워'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하이쌤 (오시영) | 2019-05-22 11:3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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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이후 많은 사랑을 받았던 게임 <갓 오브 워>(2018)의 제작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공개됐다.

 

플레이스테이션 코리아는 지난 5월 16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God of War 다큐멘터리 - Raising Kratos'를 공개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지난 2018년 4월 20일 출시된 후 좋은 평가를 받은 <갓 오브 워>의 5년간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고 있다. 현재 유튜브에서 누구나 무료로 시청할 수 있으며, 한국어 자막도 지원한다.​ 

 

<갓 오브 워>는 출시 3일만에 310만 장이 판매됐고, 현재까지 1,000만 장 이상이 팔릴 만큼 상업적으로도 성공한 게임이다. 우선 영상을 통해 산타 모니카 스튜디오가 이 게임을 제작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들을 살펴보자.

 



 

돌아온 디렉터 코리발록​, 새로운 '크레토스'를 만들다

<갓 오브 워: 어센션> 이후 사람들 사이에서 '크레토스는 이제 질렸다'는 의견이 확산됐다. 지난 2008년 산타 모니카 스튜디오를 떠난 이후 돌아온 디렉터인 코리 발록(Cory Barlog)과 개발진도 이런 의견에 동의하며 <갓 오브 워> 개발을 시작했다. 기존의 <갓 오브 워> 시리즈를 단지  답습하기만해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코리 발록이 '크레토스가 진정한 아버지 역할을 한다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냈다. 아이와 함께 모험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전 작에서 크레토스가 아버지로서 한 역할은 가족을 살해했던 것 밖에 없었고, 이는 사람들을 다소 멈칫하게 만드는 내용이다. 따라서 이런 변화는 유저에게 새롭게 느껴질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이후 아이는 크레토스에게 '인간'이 되는 법을 알려주고, 크레토스는 아이에게 '신이 되는 법을 가르쳐준다는 게임의 주제도 정했다. 단순히 극한의 폭력성과 남성의 매력을 표방하는 갓 오브 워, 뭔가를 끊임없이 죽이고 그 피로 목욕하는 크레토스에서 벗어나 발전한 모습을 보이게 된 것이다.

<갓 오브 워>에서는 '아버지' 크레토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


항상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을 품고 살아가는 제작진


위에서 이야기한 '아버지'로서의 크레토스의 이야기에는 실제로 스튜디오를 떠난 사이 아버지가 된 코리 발록의 경험이 녹아있다. 코리 발록은 게임 제작 초기에는 가족과 멀리 떨어져 살았기 때문에 그들과의 거리가 멀어지게 되기도 했지만 직장의 모든 사람을 가족이라고 여기고, 가족을 스튜디오에 데려오며 그 간격을 해소했다.

 

이런 부분은 다른 제작진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에게도 어린 자식, 사랑하는 남편과 아내가 있는 경우가 많았지만, 게임 개발을 위해 가족에게 많이 신경쓰지 못하는 부분이 항상 마음에 걸렸다. 산타 모니카 스튜디오의 수장인 섀넌 스터드스틸(Shannon Studstill)은 가족 이야기가 나오자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할 정도였다.

 

섀넌은 가족 이야기가 나오자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극에 몰입한 배우,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다.

 

이번 다큐멘터리에서는 인게임 플레이에 반영하기 위한 모션 캡쳐 제작 과정이 생생하게 잘 드러나 있다. 배우의 활약이 게임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사실 모션 캡쳐 배우들이 처음 오디션을 볼 때만 해도 '비디오 게임'에서 연기한다는 사실이 익숙하지 않았다. 자신의 연기가 어떻게 비디오 게임으로 재탄생되는지도 의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연기를 시작하자 영화나 TV 시리즈나 다름 없다고 느낄 정도로 몰입했다. 크라토스를 연기한 크리스토퍼 저지(Christopher Judge)는 자신의 연기 생활 동안 아이들을 돌보지 못한 점이 크레토스와 비슷하다고 생각해 더 배역에 몰입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프레야를 연기한 다니엘 비서티(Danielle Bisutti) 또한 이혼 절차를 밟고 있던 당시 상황 덕에 프레야 역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개발 초기의 어려움과 역사적인 2016 E3 발표


개발 초기, 개발팀이 아직 게임 제작 대한 기초 작업을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같은 회사의 'Internal 7'이라는 다른 게임을 제작하던 팀이 와해되어 이 팀에서 110명 이상의 인력이 갑자기 넘어왔다. 이들은 물론 이후에 추가될 인력들이었지만 기존 개발팀 입장에서는 시기가 너무 빨라 당황스러웠고, 다른 팀 입장에서는 진행된 일이 하나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흩어진 팀을 한 데 모으는 일이 우선이었다. 코리 발록은 이 사람들에게 맞는 일을 주고 팀을 나누는 일부터 시작했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 산타 모니카 스튜디오는 새로운 건물로 이사를 가기도 했다. 하지만 개발 초기에는 의욕만 넘쳐 '난장판'이 되어버렸고, 요시다 슈헤이 ​SIE 월드와이드 스튜디오 대표가 방문한 뒤 '충격받고' 부정적인 피드백을 남기기 까지한다.

 

하지만 개발팀은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고 계속 노력했다. 위에서 언급한 '새로운 크레토스'와 북유럽 신화라는 새로운 배경을 우선 정했다. 이후 이를 게임에 철저하게 반영하기 위해 제작진이 직접 북유럽을 누비기며 황홀한 풍경과 환경을 느끼기도 하고, 생존 학교에서 '바이킹 이전의 삶'을 체험해보기도 할 정도였다. 하지만 여전히 제작진은 '바뀐 크레토스와 갓 오브 워를 사람들이 좋아해줄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갓 오브 워>를 개발하던 도중 2016년 E3에서 게임 트레일러를 공개하는 날이 왔다. 웅장한 음악 속에서 크레토스가 걸어나오는 순간 수많은 게임팬이 카메라가 흔들릴 정도로 환호했고, 제작진은 짜릿함을 느꼈다. 곧이어 코리 발록이 게임을 직접 시연하면서 유저의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반가운 얼굴 크레토스가 등장하자, 사람들은 카메라가 흔들릴 정도로 환호했다



'갓 오브 워', 수많은 어려움을 딛고 '갓겜'이 되다


그러나 일이 생각처럼 쉽게 풀리지만은 않았다.

 

이후 진행된 포커스 테스트에서 생각보다 많은 문제점이 노출됐기 때문이다. 물론 적의 회피 모션 등을 칭찬받기도 했지만, 적들을 무자비하게 베어넘기며 달리는 것을 선호하는 기존 <갓 오브 워> 플레이어에게는 크레토스의 아들인 아트레우스가 짐처럼 느껴졌다. 또한 개발 과정에서 아트레우스를 많이 고려하지 않다보니 아트레우스가 의미 없게 느껴지거나 '사기 캐릭터'처럼 느껴지는 경우도 있었다.

 

개발자들은 그야말로 '모든 것'을 걸고 게임을 제작하기 때문에 그만큼 부담감을 크게 느끼며, '의심'이라는 덫에 빠지기 쉽다. 코리 발록은 제작 기간에 실패를 겪었을 때, 팀원이 의심에 빠지지 않게 하면서 원래의 목표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게임에서 가장 힘든 것은 개발 기간이라고 설명했다. <갓 오브 워>의 경우 4년에서 5년 동안 모든 개발자가 게임에 모든 정성을 쏟아 부었지만, 출시이후 '축제' 아니면 '굶주림'의 극단적인 결과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출시 직전까지도 수많은 버그와 부정적인 시선, 촉박한 날짜 등이 개발자들을  괴롭혔다. 하지만 제작진은 모든 어려움을 딛고 마침내 '갓겜'이라고 평가받는 <갓 오브 워>를 세상에 내놓는데 성공한다.

 

 


이후 모두가 알고 있듯 <갓 오브 워>는 엄청난 호평을 받게 되고, '2018 올해의 게임'(GOTY)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

 

다큐멘터리는 말미에 메타크리틱 점수를 처음 확인하는 코리 발록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 ​올해의 게임을 수상하는 제작진의 모습과 함께 끝을 맺게 된다. 

두 시간 정도 길이의 이 영상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운 일이지만, 그것을 만드는 일이 얼마나 고되고 힘든 일인가를 잘 담고 있다.  <갓 오브 워>의 팬이 아니더라도, 게임 개발 과정에 대한 호기심이 있는 게이머라면 이번 영상을 통해 오늘 한 번 쯤 그들의 노고를 확인해보는 것은 어떨까.

높은 메타크리틱 점수(94점)를 확인하고 눈물을 흘리는 코리 발록

'2018 올해의 게임'을 수상한 <갓 오브 워> 제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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