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패스 오브 엑자일’, 폐지도 알고 줍자

마루노래 (이준호) | 2019-07-09 12:24:02

<패스 오브 엑자일>을 개발한 회사의 이름은 ‘그라인딩 기어 게임즈’. 여기서 그라인드(Grind)는 ‘갈다’라는 의미고, 기어(gear)는 ‘장비’를 뜻한다. 다시 말해 이 회사의 이름은 한국어로 번역하면 ‘장비 가는 게임 회사’, 한국식으로 번역해보면 ‘폐지 줍는 게임 만드는 회사’ 정도가 되겠다.

 

‘폐지를 줍는다’라는 표현이 어느 정도 부정적인 뉘앙스를 지닌 것도 사실이다. 이 표현은 수없이 쏟아지는 무가치한 아이템의 향연 속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위한 고가치 아이템을 솎아내야하는 플레이어의 고충(?)을 담고 있다.

 

한편 조금 관점을 달리해보면 아이템을 보고 그 가치를 판별하는 행위도 게임플레이의 일부고, 얼마나 빠르게 주워야하는 것과 버려도 되는 것을 구분할 수 있는가 역시 일종의 숙련도다. 그리고 숙련도는 말그대로 하루 이틀만에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 저것 무작정 주워다 팔면서 시간 낭비를 할 수는 없는 법. 이 글이 <패스 오브 엑자일>에서 폐지를 줍고 있는 독자 여러분께 도움이 되길 바란다. /디스이즈게임 이준호 기자

 

 


 

 

 

 

# 돈은 당연히 줍는 것: 각종 오브

 

<패스 오브 엑자일>은 독특한 물물교환 시스템을 차용하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골드’ 같은 형식의 돈이 아니라 각종 ‘오브’를 통해 물건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이들이 화폐 역할을 수행한다. 

 

이 오브는 일반 아이템을 희귀 아이템으로 업그레이드 해준다거나, 아이템에 무작위로 효과를 부여하는 등 나름의 사용처를 가지고 있다. 즉, 교환가치를 지닌 화폐이기 이전에 사용가치를 지닌 소모품이다.

 

유저들이 습득하는 만큼 지속적으로 소모되고, 무엇보다 게임 내 경제가 세 달 주기로 리셋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지 않아 적정한 선에서 그 가치가 유지된다. 특정한 오브의 가치가 갑자기 폭등/폭락하는 일이 쉽사리 일어나지 않는다.

 

화폐(오브)는 종류가 매우 많고 획득이 잦아 정리가 쉽지 않다. 이럴 때 화폐 보관함이 있으면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 

 화폐 보관함의 정가는 75포인트. 10 포인트에 1,100원이니, 현금으로 8,250원 정도로 부담없이 구매할 수 있다.

 

각각의 오브는 서로 다른 효과와 드랍율을 가지고 있으며, 현실 시장법칙과 똑같이 희소도에 따라 가치가 결정되고, 서로 환전도 이루어진다. 특히 중간 정도 희귀도를 가진 카오스 오브가 마치 ‘달러’처럼 기축통화 역할을 수행한다. 실제로도 거래소를 보면 대부분의 아이템이 카오스 오브 몇 개라는 단위로 거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엑잘티드 오브는 카오스 오브의 상위 화폐로, 가치가 매우 높은 이른바 ‘종결템’ 등을 거래할 때에 주로 사용된다. 6월 24일 기준으로 1개의 엑잘티드 오브가 130개의 카오스 오브로 거래되고 있다.

 

가장 드랍율이 낮은 카산드라의 거울, 이른바 ‘미러’는 어떤 아이템이라도 하나를 ‘복제’하는 강력한 기능을 가졌다. 무려 12,000개의 카오스 오브와 맞먹는 가치를 가지고 있어 ‘로또 오브’로도 불린다.

 

 

# ‘신호등’ 세 글자만 기억해주십시오

 

단순히 오브 형태로 드랍되는 것 이외에도 마법(파랑색), 희귀(노란색) 등급의 아이템을 상점에 팔면 오브 조각을 얻을 수 있고, 이 오브 조각은 몇 개 이상 모이면 자동으로 하나의 오브로 변환된다. 하지만 이렇게 아이템을 상점에 팔아 오브를 얻는 방식은 효율이 매우 나쁘다.

 

다만 한 가지 예외가 있으니 바로 ‘신호등’이다. 신호등이란 빨간색, 파란색, 초록색 소켓이 연결되어 있는 아이템을 뜻하는 은어다. 이 아이템은 레벨이나 종류와 무관하게 상점에 팔면 크로마틱 오브를 하나 준다. 6월 24일 기준으로 크로마틱 오브 6개가 1개의 카오스 오브로 거래되어, 같은 개수의 아무 희귀 아이템을 상점에 판매한 것보다 훨씬 효율이 좋다. 폐지로 따지자면 조금 비싼 폐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신호등 아이템의 대표적인 예시. 모든 색깔의 홈이 연결되어 있어야 하며, 아이템의 등급은 상관이 없다. 
색채의 오브는 모아두면 다른 화폐로 환전이 가능할 뿐 아니라 직접 사용할 일도 적지 않다.

 


# 노란 건 모아 팔자: 카오스 레시피

 

<패스 오브 엑자일>에는 벤더 레시피라는 것이 존재한다. 특정한 아이템 조합을 상점에 판매하면 일반적인 방식의 판매와는 다른 보상을 제공한다. 종류가 너무 많아 모두 소개할 수는 없지만,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카오스 레시피’다.

 

카오스 레시피는 Alt키를 눌러 확인 가능한 아이템 레벨 56부터 74 사이의 희귀 아이템 한 세트를 상점에 한번에 판매하면 카오스 오브 2개로 바꿔주는 ‘혜자’ 레시피다. 여기서 한 세트란 플레이어가 착용할 수 있는 전체 장비의 한 세트(머리, 갑옷, 허리띠, 장갑, 신발, 목걸이 1개, 반지 2개, 한손 무기 2개 또는 양손 무기 1개)를 의미한다.

 

 

한 세트를 다 넣으면 대략 이 정도의 부피를 차지한다. 미확인 상태로 팔아야만 카오스 오브 2개를 얻을 수 있다는 점도 주의.

 

희귀 아이템을 최대한 많이 주워 창고에 보관하고, 일정 개수가 쌓이면 한 세트를 맞추어 판매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창고 여유 공간이 있어야 편리하게 카오스 레시피 작업을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카오스 레시피는 아이템 레벨의 제한 덕분에 액트 중반 이후부터 엔드 콘텐츠 초기까지 돈을 버는 선택지로 고려된다. 엔드 콘텐츠 중후반, 캐릭터의 빌드가 어느 정도 궤에 오르면 카오스 레시피의 효율이 그다지 좋지 않다.

 

 

# 주황색? 그거 전설 아냐?

 

<디아블로 3>에서 주황색은 ‘전설’ 등급이지만, <패스 오브 엑자일>에서 주황색 아이템은 ‘고유’(Unique) 등급이다. 희귀도 이하 아이템에서는 볼 수 없는 고유한 능력을 가진 아이템이라는 점에서는 같다. 이러한 고유한 능력은 특정 빌드를 가능하게 만드는 강력한 것들부터 그다지 존재 가치를 알 수 없는 것들까지 다양하다. 

 

베이스 아이템의 능력치를 기반으로 다른 아이템에서는 볼 수 없는 고유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 매력적이고, 옵션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성능이 보장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최종템은 아니더라도 레벨업 단계나 ‘거치는 아이템’으로서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기도 한다.

 

요구 레벨이 낮고 이동속도 증가 옵션이 고정적으로 달려 있어 초반 레벨링 단계에서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울부짖는 독수리’.

 

하지만 각종 스탯과 패시브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져야 최선의 성능을 낼 수 있는 <패스 오브 엑자일>의 시스템에서 고유 아이템이 무조건 좋은 아이템이라고 할 수는 없다. 실제로 높은 DPS를 자랑하는 일부 상위권 캐릭터를 보면 고유 아이템 대신에 엄청난 옵션을 자랑하는 희귀 아이템을 ‘최종템’으로 착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엔드 콘텐츠 단계에서 쓰이는 고성능의 고유 아이템은 획득 방식이 복잡하거나 획득처가 최후반부로 고정되어 있다. 드랍 확률이 매우 늦을 뿐 아니라 일부는 초보자는 접근하기 어려운 특수한 맵의 특수한 보스에게만 얻을 수 있다. 쉽게 말해 레벨업 단계에서 먹는 대부분의 고유 아이템은 가치가 그리 높지 않다.

 

결국 자신이 획득한 고유 아이템의 가치를 확인하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은, 일단 주워서 창고에 넣은 뒤에 거래소에 검색해보는 것이다.

 

최상위권의 고유 아이템은 획득 방식이 정해져있거나 드랍 확률이 매우 낮다. 
다시 말해 대부분의 고유 아이템은 그다지 가치가 높지 않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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