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BIC 2019] 한중 게임 전문가가 말하는 "중국, 인디 개발자의 오아시스?'

백야차 (박준영) | 2019-09-05 23:43:19

소규모 인디 게임 개발자들이 중국 게임 시장에 직접 진출하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설명하는 강연이 5일, 부산 BIC 2019 컨퍼런스에서 개최되었다.

 

한중 게임 전문가인 차이나랩 김두일 대표는 '중국시장은 인디 게임 개발자들에게 새로운 오아시스가 될 수 있을까?' 라는 제목의 강연을 통해 중국 게임 시장의 최신 정보는 물론, 소규모 인디 게임 개발자들의 중국 진출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디스이즈게임은 이번 강연을 강연자 시점에서 정리해봤다.  /디스이즈게임 박준영 기자

 

차이나랩 김두일 대표

 

# 중국 인디 게임 시장과 중국에서 가장 성공한 인디 게임 <중국식 가정>

우선 중국 인디 게임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하겠다. 중국 인디 게임 시장은 최근 들어 계속해서 성장하는 추세다. 전 세계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중국 역시 크게 보면 개발자, 퍼블리셔, 플랫폼, 게이머까지, 크게 보면 4가지 축이 기본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중국 게임 시장은 중국 플랫폼과 해외 플랫폼이 혼재하며, 게임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인디 게임과 상업 게임 간 구분은 점점 모호해지는 추세다. 인디 게임은 퀄리티 보다는 플레이 방식에 조금 더 중점을 두기 마련인데, 최근에는 상업 게임이 가진 장점을 흡수해 이에 못지 않은 퀄리티를 자랑하는 인디 게임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중국 시장은 특히 2017년부터 2018년 사이에 큰 폭으로 성장했다. 중국 인디 게임 시장은 2016년까지만 하더라도 5,000만 위안(약 90억 원) 수준이었지만, 그 후 꾸준히 성장해 2017년 2억 위안(약 360억 원), 2018년 2.1억 위안(약 378억 원) 수준으로 성장했다. 

 

중국 인디 게임 유저 역시 2016년, 약 1.6억 명에서 매년 2,000만 명씩 증가해 2018년에는 2억 명을 돌파했다. 뉴스에서 인디 게임을 다루는 비율 역시 올랐으며 2018년에는 2017년 대비 852%가 늘었다는 통계도 있다.  

 

참고로 중국에서 가장 성공한 인디 게임을 말한다면 <중국식 가장>이라는 게임을 꼽을 수 있다. 이는 중국에서 가장 크게 화제가 됐던 캐주얼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아이가 태어나 대학 입시까지 이어지는 성장기를 그리고 있다. 게임은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켜 중국 인민일보에 보도되는 등 중국 인디 게임 시장 성장에 기여했다.

 


 

 

# 중국 시장은 인디 게임 개발사에게 정말 오아시스일까? '장밋빛 미래'만 있지는 않아

여기서부터는 중국 인디 게임 시장은 대체 왜 크게 성장했는가에 대한 내용이다. 사회적 입장에서 볼 때 인디 게임은 상업 게임에 비해 '과금'이라 부르는 부분들의 비율이 낮거나 없는 수준이다.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 가능성 역시 적다고 볼 수 있다. 시장 입장에서도 문제를 일으킬 확률이 낮기에 정부 입장(판호)에서 봤을 때도 긍정적이며, 여러 규제를 피해 서비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중국의 일반적인 상업 게임은 유저를 확보하기 위한 마케팅 비용이 상상 이상으로 높다. 그렇지만 인디 게임은 유저 확보에서 마케팅 비용을 덜 쓰고도 많이 플레이하게 만들 수 있다. 텐센트 같은 거대 기업이 인디 게임을 만드는 이유 역시 기업 입장에서 도전할 만한 여건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게이머 입장에서도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은 게임에서 벗어나 각자 원하는 스타일이나 장르의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인디 게임을 환영한다.

 

정리하자면 중국 인디 게임 시장은 거대함은 물론이고, 매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상업 게임들이 매년 커져가는 마케팅 비용이나 다양한 규제로 인해 주춤하는 사이 대안 게임으로 부상하고 있다. 게다가 유저들은 기존 게임에 질려 새로운 게임을 요구하는 상황인 만큼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여기까지만 봤을 때 중국 인디 게임 시장은 굉장히 희망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꼭 마냥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먹고 사는 문제, 즉 돈이다. 스웨덴이나 핀란드 같은 나라 개발자들은 코딩을 잘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해당 국가 개발자들이 일을 잘 할 수 있는 이유는 사회복지가 잘 되어 있어 몇 년간 직업이 없어도 먹고 사는 문제에 구애받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 등 대다수 국가는 그렇지 않다. 1년 정도는 헝그리 정신으로 개발할 수 있다지만 그 이후 어려운 상황에 무너지기 마련이다. 게임 개발 역시 과거와 다르게 아무리 작은 규모의 게임이라고 해도 3~4개월 만에 뚝딱 만들어 수익을 내는 시기는 지났다.

 

 

인디 게임 발전을 막는 요소들도 많다. 이 중 대표적인 것을 꼽자면 역시나 '해적판'이다. 개발자는 해적판을 막을 수 있는 법적, 기술적 능력을 아직 갖추지 못했다. 대기업 역시 해적판을 막기 힘든데 인디 게임 개발자들은 오죽할까? 

 

<더 스크롤 오브 타이우>(The Scroll of Taiwu, 太吾绘卷)라는 게임이 있다. 이는 중국 신화를 다룬 유료 게임으로 지난해 가을 스팀에 발매되어 57~68 위안에 판매됐다. (약 9,000원~11,000원) 그런데 스팀에서 반응이 좋자 곧바로 해킹 버전인 해적판이 출시됐으며 가격은 3~5 위안이었다. (약 500~800원)​ 정식 출시 후 인기를 끌자 해킹 버전이 출시되고 유통되며 정식 버전 매출 추락이라는 악순환이 이어진 것이다. 중국 게임 시장은 다른건 몰라도 이러한 해킹 버전의 유통 만큼은 최고라 해도 좋을 정도로 발달해있다. 

 

 

 

# 중국에 인디 게임을 출시하려면?

만약 한국 인디 게임이 중국에 서비스를 한다고 하면, 역시나 넘어야 할 거대한 벽이 있다. 바로 판호다. 판호는 일종의 출반 서비스 번호로, 중국에서 모든 게임은 판호를 받아야만 유통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돈도 많이들 뿐 더러 보통 6개월 정도 기간이 소요되고, 외자 판호는 이보다 더 걸린다. 최근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는 조만간 풀린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여전히 발급되지 앟고 있기에 인디 개발사가 무조건 판호 발급을 기다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출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iOS로 선출시 하는 방법이다. 이는 중국에 게임을 출시하는 방법 중 어찌 보면 편법이기는 하지만,  이 방법을 쓰면 판호를 받지 않아도 애플 앱스토어에 게임을 등록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다만 앞에서 말했듯 실제로 중국 시장에 게임을 출시한다면 해적판을 비롯해 저작권 보호에 힘을 써야만 한다. 

 

  

참고로 중국에서 인디 게임은 보통 인게임 광고, 유료 다운로드, IP 라이선스, 인앱 결제 등의 BM을 채택하지만, 이중 1차 결제 모델의 경우 유료 다운로드 비율이 53%로 편중되있다.

 

그리고 중국 시장에서 유저는 어떻게 확보하게 될까? 기 퍼블리싱, 플랫폼 지원, 제품 자체 IP 파워 등 다양한 요소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입소문'이다. 때문에 게임 평점이나 반응을 신경 쓰고 좋은 입소문을 어떻게 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라이브 방송 효과도 신경 쓰는 게 좋다. 중국에서는 '트위치' 못지않게 '비리비리'가 큰 인기를 끌고 있고 이를 통해 소개된 게임에 대한 홍보 효과도 뛰어나다. 특히, 인플루언서들이 다루는 게임들은 메이저 게임뿐 아니라 종류가 다양하며, 정식 서비스되지 않은 게임이 방송 되도 유저들은 흥미를 느끼곤 한다.

 

 

마지막으로 중국 게이머들의 현재 상태에 관해 이야기 하겠다. 현재 중국 유저들은 할 게임이 없다고 말하는 상태다. 복제 게임이 넘처남, 유명한 게임의 외형만 바꾼 리스킨 게임도 많다. 이렇다 보니 유저들은 마켓에서 새로운 게임을 받을 이유가 사라진 상황이다. 때문에 마켓 '피처드'에 새로운 게임이 올라오면 환호하며 이를 다운받는다. 만약 중국에 진출할 생각이라면 이러한 시장의 특성과 게이머들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전략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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