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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보다 깊이 기억돼야 할 수요일, 위안부 문제 다룬 겜브릿지 신작 '웬즈데이'

홀리스 (정혁진) | 2019-08-16 17: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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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밝혀져야 할 역사적 사실이기에 털어놓기로 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28년 전인 1991년 8월 14일 수요일, 전 세계 최초로 일본 위안부 피해 문제를 알린 이가 있다. 바로 대한민국의 고 김학순 할머니. 그날은 태평양전쟁에서 일본이 저지른 끔찍한 위안부 만행이 세상에 처음으로 알려진 날이었다. 

 

 

고 김학순 할머니가 1991년 8월 14일, 위안부 생존자 최초로 위안부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한 모습.

 

1992년 1월 8일 수요일 첫 집회가 열린 뒤, 27년 뒤인 지난 2019년 8월 14일도 어김없이 집회가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렸다. 안타깝게도, 27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위안부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일본 아베 정부는 여전히 공식 사과를 하지 않는 상황이다.

 

국내 게임사 어디도 시도하지 않던 '네팔 지진'을 게임으로 제작한 겜브릿지가 일본 위안부 문제를 소재로 한 신작 <웬즈데이>를 지난 14일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에 공개했다. 게임의 명칭은 처음으로 위안부 문제가 알려진 날, 첫 위안부 집회가 열린 날인 '수요일'을 뜻한다.

 

게임은 기존 문화 콘텐츠들이 위안부 피해를 사실적으로 표현했던 것과 다르게, 조금 더 대중적으로 접근했다. 그리고 정의기억연대를 비롯해 국내외 관련 자료를 꼼꼼히 살펴 사실적인 고증을 통한 정보 전달에도 주력했다.

 

이들은 위안부 문제가 전 세계에 걸쳐 저지른 만행인 만큼 젊은 세대가 더 많은 관심을 두고 확산시키는 목소리에 함께 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단지 '위안부 문제=일본이 사과해야 하는 문제'로 치부될 것이 아니라 우리가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서도 게임을 통해 조금 더 관심가져 주기를 바랐다. <웬즈데이>를 공개한 겜브릿지를 오랜만에 만났다. / 디스이즈게임 정혁진 기자

 

 



 

디스이즈게임: 근 1년 만에 만나는 것 같다. 다시 뵈어 반갑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근황에 관해 말해달라.

 

도민석 대표: 반갑다. 지난 인터뷰 이후 <애프터 데이즈> 후속작을 준비 중이다. 다만, 네팔 지진 사태가 이제 어느 정도 관심이 소강된 상태이기도 하다 보니 개발비 수급이 쉽지는 않더라.

 

또, <애프터 데이즈>를 개발하면서 개발력을 보완해야 하겠다는 생각도 들어서 대학연구실과 협력 사업을 하거나 개발 사업을 하면서 개발력도 올리고, 팀 인원도 추가 영입하면서 정비하는 시간도 가졌다.

 

 

회사도 많이 성장했다고 들었다.

 

도민석 대표: 인터뷰 당시는 본인을 포함해 3명이었는데, 지금은 총 10명까지 늘어났다. 사무실도 작년 11월 스마일게이트 서초 오렌지팜으로 옮겨서 개발 환경도 좋아졌다. 입주사도 모두 IT 기반 업체들이어서 정보 교류를 하기에도 좋다. 스마일게이트에도 자문을 구할 수도 있고.

 

작년 11월 이전부터 우리가 해온 결과와 목표, 비전을 가지고 'SOPOONG'이라는 엑셀러 기업에게 지분투자를 받아서 운영 자금을 활용하고 있다. 2019년 사업 방향을 같이 목표 재설정하고 회사 운영 방안 계획도 수립했다. 신작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기능성 게임개발 사업비를 지원받아서 인력을 추가 영입해 개발 중이다. 작년 12월부터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원 뇌과학 연구실과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개발비도 확보하고 있다.

당시 본지와 인터뷰를 했을 때 향후 다루고 싶은 소재 중 '위안부 문제'를 얘기했다. 오늘 만나게 된 이유도 이를 다룬 신작 때문인데, 여러 소재 중 이 문제를 게임으로 만들게 된 이유가 듣고 싶다.


도민석 대표: 앞서 말했듯이 원래는 <애프터 데이즈> 후속작을 준비 중이었다. 올해 상반기에 공개하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그러던 도중 위안부 생존자분들이 작년 연말까지 21명이 생존해 계신다는 얘기를 접했다.

 

평균 연령 90세지만 여전히 일본 정부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도 못하고 28년 동안 길에서 집회하시는 것을 보고 '올해가 아니면 시도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를 다룬 신작을 개발하기로 했다.

 

마냥 기다린다고 해서 될 상황이 아니다. 하루가 급한 이슈다. 작년 인터뷰를 했을 때 소재에 대한 생각은 가지고 있었지만, 당시에는 부담감이 컸다. 아직 준비가 덜 됐다는 생각 때문에 결정이 쉽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그들에 대한 상황을 계속 접하면서 생존자 분들이 얼마 남지 않아 직접 증언을 할 시간도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다른 문화 콘텐츠를 보면 일본의 전쟁 범죄를 다룬 것이 제법 많지만 유독 게임은 그런 시도가 없다. 하지만 겜브릿지의 창업 목적이 사회적인 문제를 게임화해서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함이기도 하고, 지금 상황에서 올해 만들어야 할 차기작을 생각했을 때 일본군의 전쟁범죄 중 전시 성폭력 문제,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 것이 적합하겠다 생각해서 진행하게 됐다.

 

1992년 1월 8일 첫 수요집회의 모습(출처: 정의기억연대).
올해 8월 14일 열린 1400차 수요 집회.

 

제작자 입장에서, '위안부 문제'를 게임화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어땠는지 궁금하다.

 

김선민 PD: 꽤 묵직하면서 센 주제다. 우리가 '위안부 문제'라는 것을 바라볼 때 보편적으로 하는 생각, 이를 깨고 대중적인 새로운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기나 트렌드를 봤을 때 게임화하기에 적절한 소재라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콘텐츠화해서 판매 단위까지 가기에는 쉽지 않다는 생각도 가졌다. 많이 고민했다. 그래도 겜브릿지가 추구하는 점 등을 봤을 때 어떻게 보면 이 위안부 문제는 꼭 다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명' 같은.

 

황유정 작가: 처음 위안부 문제를 소재로 하는 게임을 제안받았을 때 처음에는 고사했다. 위안부 문제와 게임을 합친다는 것이 잘 떠올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충분히 하고 있기도 했고, 이후 겜브릿지에게 이 문제를 게임화하기 위한 방식을 들으면서 신선한 접근이라는 생각이 들어 참여하게 됐다. 할머니들의 꿈을 꼭 이뤄드리고 싶기도 했다.

 

 

민감하기도 하고, 또 상세하게 다뤄야 할 것 같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도 어려웠을 것 같고.

 

김선민 PD: 고증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2015년에 나온 '사울의 아들'이라고 유대인 수용소를 다룬 해외 영화가 있는데 감독이 5년간 관련 자료를 분석해서 작품을 만들었다더라. 

 

우리가 개발하는 신작은 그 정도 오랜 시간 고증을 거친 것은 아니지만, 정의기억연대와 함께 관련 자료를 참고하기도 했고 자체 자료 조사 및 검증, 증언 등을 연구해 사실관계가 절대 어긋나지 않도록 신경 썼다.

 

황유정 작가: 정의기억연대에서 낸 책을 비롯해 그들과 인터뷰를 하며 자문도 얻었다. 방송이나 각종 콘텐츠, 논문, 김숨 소설가가 고 김복동 할머니의 증언을 기반으로 만든 소설 '숭고함은 나를 들여다보는 거야'도 보기도 했고. 할머니들의 증언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물리적으로 길지 않은 시간이기는 했지만, 최선을 다해 고증했다고 말할 수 있다. 게임이 약간 판타지적인 요소가 있다 보니 고증이 철저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스토리가 붕 뜰 수가 있기에 주의했다. 당시 일본군에게 당한 일들을 보면 같은 여성으로서 정말 끔찍하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그런 것을 볼 때마다 게임을 더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영문자료도 수도 없이 검증했다. 해외로 끌려간 할머니도 계시다 보니 인도네시아 지역에서 일어난 일도 알아봐야 했다. 우리나라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를 상대로 저질러진 일본군의 전쟁범죄 사례를 철저히 고증해 전 세계 유저에게 알리고 싶다.

 

 

게임으로 다루면서 자칫 무거운 주제가 옅어지지 않을까 하는 것도 고려했을것 같다. 

 

김선민 PD: 대중적으로는 위안부 문제가 안타깝고, 가슴 아픈 만행이라는 것이 잘 알려졌지만 생각보다 피해는 심각하다. 관련 조사를 하면서 알고 싶지 않을 정도로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안됐다'라는 표현으로는 끝날 문제가 아니다.

 

이를 위해, 문제의 심각성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일본군이 만든 참상을 알기 위한 진입장벽을 낮추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군이 저지른 참상을 전 세계 더 많이 알리기 위해서.

 

김선민 CSO: 수용소 안에는 정말 끔찍한 일이 많았다. 식인이나 강간은 물론이고 신체 훼손까지. 그것도아주 심하고 잔인하게... 그래서 대중적인 영역으로 접근하기 위해 이러한 끔찍한 이야기는 최대한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12세 이용가를 목표로 하기도 했고. 중요한 것은 순이 할머니가 당시 동료들을 어떻게 구출하고 일본군의 전쟁범죄를 알리는가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신작 이름이 '웬즈데이'라고 들었다. 어떤 뜻을 담고 있나?

 

도민석 대표: 우리가 응집할 수 있는 시기가 매주 수요일,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진행하는 수요집회가 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하시는 수요집회에 대한 관심을 모으기 위해서 '수요일'이라는 뜻의 영문명을 땄다.

 

1991년 8월 14일  김학순 할머니가 위안부 문제를 처음 세상에 알린 날도 '수요일'이기도 하다. 여러모로 수요일은 의미 있는 날이다.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서 글로벌 미래세대가 위안부 문제의 심각성을 공감하고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수요집회가 하루라도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현재 수요집회는 동일한 주제로 열린 최장기간의 시위로 기네스북에도 올랐다고 하더라. 집회를 한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인데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그렇게 했음에도 들어야 할 사람은 귀를 다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인 14일도 어김 없이 집회가 열려서 다녀왔는데, 매주 오는 사람의 얘기를 들어 보면, 대사관 유리창 안으로 화장실에서 이를 닦으며 수요집회를 아무렇지 않게 보는 사람도 있다더라. '그냥 하나보다' 정도로 여기는 거지.

 

최근 일본의 행동에 분노를 느끼는 상황이기도 하고 14일이 1400회다 보니 집회에 다른 때보다 많은 사람이 모였는데, 그전까지만 해도 할머니들이 외롭게 집회를 하셨다. 우리가 함께 목소리를 내서 빨리 끝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웬즈데이>도 도움을 드렸으면 좋겠다.

 

 

다루기 힘든 소재인 만큼, 어떤 방식으로 위안부 문제를 게임으로 다루기로 했는지 듣고 싶다.

 

김선민 PD: 위안부 문제 소재를 가지고 브레인스토밍 했을 때 다양한 의견이 나왔는데, 무엇보다 1) 위안부 문제를 대중이 거부감 없이 바라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과 2) 국내를 비롯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공감대를 얻을 수 있도록 할 것에 중점을 뒀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낸 것이 '타임 리프'. 시간을 이동한다는 콘셉트를 선택했다. 기존 선보인 영화나 소설 등은 위안부 피해의 상황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집중했다. 그러다 보니 필연적으로 가슴 아픈 상황이 보여졌다.

 

<웬즈데이>는 게임 플랫폼인 만큼 대중적인 특성을 활용하기 위해 이런 특징을 활용했고, 현시대에 있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과거로 시간 이동을 해서 피해를 입고 사망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구한다는 방식을 적용했다. 여기에 당시 일본군이 제2차 세계대전에 어떤 만행을 저질렀는지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황유정 작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콘텐츠가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이것이 피해자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위안부 문제의 피해를 제대로 알리는 것이 우선 단계였으니까. 지금은 그 단계는 어느 정도 올라왔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제 그다음 콘텐츠를 생각해 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과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필요했던 것, 원하는 것이 무엇이었을까에 초점을 맞췄다. 그런 결과, 과거 고 김복동 할머니가 "내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친구들을 구하고 싶어"라고 말씀하셨던 것에 착안해 게임의 진행 방식을 설정했다.

 

 

게임에 대한 설정이나 진행 방식을 말해주면 좋겠다.


김선민 PD: <웬즈데이>의 무대는 실존 장소인 인도네시아의 암바라와 수용소를 모티프로 한 '사트긴 섬'이라는 가상의 섬에 존재하는 수용소의 일을 다루고 있다. 주인공은 '순이'라는 할머니로 시간 이동으로 과거로 돌아간 할머니가 당시 몰랐던 섬의 비밀을 파헤쳐간다는 내용이다. 물론, 이 비밀은 일본군이 저지른 전쟁범죄를 말하는 것이다. 스토리를 진행할수록 전쟁범죄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있다.

 

주인공 '순이' 할머니의 과거 모습(위 이미지)와 현재 모습(아래 이미지).

 

게임이다 보니 반복적인 메커니즘이 중요하다. 보통 게임은 갈등 요소를 해결하고 경험치를 얻고 성장하는 구조인데, <웬즈데이>는 주제 특성상 이를 적용하기 힘들다. 영웅적인 성장 구조를 택할까도 고려했지만 물론 맞지 않았다.

 

그래서 당시 위안부 소녀로서 상징성을 그대로 보존, 평범한 소녀로 설정했다. 여기에 진행을 하기 위해 정보수집 방식을 선택했다. '키워드 해독'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당시에 몰랐던 정보를 현재로 가져와서 현시대의 자료와 기술로 이를 순이 할머니와 유저 모두 알게 된다. 당시 상황을 최대한 체계적으로 알도록 구성했다. 이후 해독한 자료는 순이 할머니의 수첩에 스크랩돼, 이것만 읽어도 일본군의 전쟁범죄의 상황을 알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동료를 어떻게 구할까'는 목적도 있지만, 우리가 일본의 사과를 받아 내기 위해 전쟁 중 있던 피해 증거를 확보하려 했던 행동과도 연결되어 있다. 게임에서도 플레이를 하며 그런 자료를 계속 모으게 되어 있다. 키워드를 획득하면 실제 고증 사례를 바탕으로 수첩에 기록되고 기록이 완성되면 다음 스토리로 넘어가는 방식으로.

인도네시아 암바라와 수용소_실제모습.

 

 

다양한 방법, 경로를 통해 정보를 습득할 것 같은데,

 

김선민 PD: 물리적인 저항보다 당시 있던 일에 대한 증거를 수집해 현재로 돌아와 당시 알지 못한 사실을 풀어가는 구조가 좋겠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과거 미군 포로가 했던 말을 당시에는 영어여서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현시대 언어 능력이 해결된 상황이라는 설정을 가지고 과거로 가서 미군 포로의 얘기를 들어 독립청년단에게 이 정보를 전달해줄 수 있다. 이러면서 사건을 해결하는 실마리를 연결 시켜준다는 목적을 부여했다. 똑똑하게 일본을 교란시키기도 하고.

 

 

황유정 작가: 위안부 피해자들은 성노예 취급을 당하기도 했지만 강제징용을 당하기도 했다. 사트긴 섬은 1) 포로수용소, 2) 위안소, 3) 그리고 향후 회차를 거듭해서 만나는 독립청년단과의 조우가 핵심 포인트다. 순이 할머니는 3개 지역을 돌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해 현재로 돌아와서 이를 해석하게 되며, 점점 회차를 반복하며 여러 지역을 다니며 동료를 탈출시킬 방안을 찾는 것이다.

 

정보를 습득한다는 행위는 일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증언을 통해서 참고했다. 당시 피해를 당한 할머니 중, 일부는 내가 어디에 있었는지도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여러 차례 이동했다고 증언했다. 이 증언의 행방에 난항을 겪다가, 시간이 지나 전문가의 도움으로 이 할머니가 남태평양의 '트럭섬'이라는 한 섬까지 가셨다는 것이 밝혀졌다.

 

당시 말도 통하지 않았던 시대기도 했다 보니 당할 수밖에 없는 답답함이 있었다고 말씀하셨다. 정보의 부재로 힘들었다는 어려움을 듣고 이를 통해 게임의 진행 방식을 설정했다.

 

영화나 드라마, 다큐멘터리와 다르게 게임은 캐릭터를 움직여 스토리를 진행하고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 <웬즈데이>도 유저가 순이 할머니와 함게 정보를 습득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각인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용소 내 병실 모습.

 

 

'타임 리프'라는 방식이 독특하다. 어떤 식으로 시간을 이동하나?

 

김선민 PD: 처음에는 평범해 보였던 소재나 장소가 사실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회차를 반복하며 알아가게 된다. 사트긴 섬이라는 한정된 공간이지만 점차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정보가 갱신되면서 내용이 확장된다. 왜 동료들이 사라지고 나도 모르게 죽었는지에 대한 비밀을 점점 파헤칠 수 있다.

 

영화 '나비효과'는 주인공이 일기장을 통해 자신이 가고자 하는 날짜를 설정할 수 있다. 처음 <웬즈데이>도 그런 방식을 선택할까 했는데, 이보다는 순차적으로 과거로 돌아가는 방식을 선택했다.

 

현재 시대의 순이 할머니의 침실.

 

1회차 때는 모든 동료가 죽은 날로, 2회차 때는 그 전날, 이런식으로 총 5회차까지 점점 그 전날로 돌아간다. 최초 과거로 돌아가는 시점은 1945년 1월 7일이며, 5회차까지 과거로 돌아가게 되면 1월 2일이 된다.

 

반대로 순이 할머니가 등장하는 현재 시점은 1992년 1월이다. 왜냐하면 1992년 1월 8일부터 수요집회가 열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1991년 8월 14일 한국인 최초로 위안부 피해사실을 공개 증언한 이후, 다음 해 1월 8일 주인공 순이 할머니가 외롭게 주한일본대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설정부터 시작된다.

 

스포일러일 수도 있겠지만, 순이 할머니가 과거로 돌아가며 동료들을 한 명씩 구출하면 과거가 바뀌므로 당연히 현재도 바뀌겠지. 흐름을 기억하며 게임을 처음 시작했을 때 1인 시위 시점과 마지막 바뀐 현재를 통해서 하는 시위의 모습은 사뭇 다를 것이다. 시위하는 모습을 보면 꽤 가슴에 와닿으리라 생각한다.

 

 

 

앞에서 다양한 고증 작업을 거쳤다고 얘기했다. 피해 사실을 알면서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면?

 

황유정 작가: 위안부 피해자는 보통 우리나라와 중국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네덜란드, 호주, 인도네시아 원주민 등 여러 국가가 피해를 입었다. 731부대가 자행한 생체시험처럼 미군 포로도 당하기도 했고. 그야말고 인종과 국가를 가리지 않고 자행한 것이다.

 

또 생포된 포로 중 사망률을 보면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에 잡힌 미군 포로들보다 일본군에 잡힌 연합군 포로들의 사망률이 훨씬 높다. 포로로서 항복한 목숨 따위 필요 없다는 일본의 생각 때문이다. 제네바 협약도 지키지 않고 포로를 학대하고, 잔인한 방법으로 살인하는 전쟁범죄를 저질렀는데 생각보다 이러한 것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김선민 PD: <웬즈데이>를 만들면서 유대인 수용소도 많이 참고했는데, 일본 쪽 역시 잔인하고 비인간적으로 피해자들을 학대했다.

 

게임 내 위안부 피해자 중 네덜란드 NPC로 등장하는 '리사'가 있다. 실제로 암바라와 배경 지역이 1942년까지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다. 인도네시아였지만 열강들의 식민지로 존재하다가 1942년 2월부터 일본군이 점령하면서 여기 있던 네덜란드인도 일본군의 식민지 지배를 받게 됐다.

 

위안소 내부 모델링.

 

네덜란드의 위안부 피해자가 증언하기를 "일본은 서구사회가 위안부 문제를 깊이 관심 가지고 언론으로 확산되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했다. 그런 점에 있어 이 NPC가 서구사회가 관심을 두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731부대의 이시이 시로 부대장을 모티프로 만든 '사토'라는 캐릭터도 게임 내 등장한다. 나중에 전범 재판 전에 생체실험 결과를 미군에게 팔아서 사면돼 현재 일본 내 존경받는 의학자로 여겨지는 인물이다.

 

일본군 '사토' NPC와 '기무라' NPC의 모습.

 

 

<웬즈데이>는 그밖에 어떤 특징들이 있나?

 

도민석 대표: 화려한 그래픽보다는 당시 어두운 배경과 분위기에 초점을 맞췄다. 당시 암바라와에는 네덜란드군이 지었던 요새를 일본이 개조해서 수용소로 사용하곤 했다. 물론 열악한 환경이다 보니 전체적으로 어둡기도 하다. 분위기를 생각하며 게임을 플레이 하면 좋겠다.

 

황유정 작가: 앞서 말한 네덜란드 NPC가 중요한 인물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이 NPC의 이름은 '리사'인데, 실존 인물 '얀 루프 오헤른' 님의 증언을 참고로 만든 캐릭터다. 이분은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 '미첼' 역으로 '옥분(나문희 분)' 할머니와 함께 의회에서 증언하는 역할의 인물로 나오기도 했다. 이분도 위안부 피해를 당하고도 침묵하다가 한국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증언하는 것을 보고 감명받아 증언을 시작한 분이다.

 


 

게임은 언제, 어느 플랫폼으로 출시되나?

 

김선민 PD: PC 스팀 플랫폼으로 출시되며, 현재는 PC 전용으로 생각하고 있다. 총 플레이 타임은 3~5시간 정도 될 것 같다. 처음에는 모바일도 고민했으나 스팀으로 조금 더 많은 유저가 이 게임을 플레이하고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PC를 선택했다.

 

연말 11월쯤 초반 부분 정도 담은 버전을 일부 공개할 수 있을 것 같다. 텀블벅 펀딩도 계획하고 있다. 출시는 내년 초 의미 있는 날(?)에 내놓을 수 있도록 하겠다.

 

 

모바일 플랫폼도 아예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김선민 PD: 아마 모바일로 출시한다면 메커니즘을 다르게 적용할것 같다. <웬즈데이>는 게임의 메커니즘을 최소화하는 대신 캐릭터의 대사나 키워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만약 모바일로 내놓는다면 조금 더 라이트하지만 가볍게, 대중적으로 내놓도록 할 것 같다. 최근 BIC에 출품한 <언폴디드> 처럼.

 

 

언폴디드 : 참극 (개발사: COSDOTS)

 

도민석 대표: 일단 플랫폼 확대보다 잘 만드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좋을것 같다. 참고로 바람이 있다면, PC로 택한 이유 중 하나는 사용자 경험도 경험이지만 확산 차원에서도 고려했다. 현재 여러 콘텐츠 크리에이터 분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웬즈데이>를 다루면서 이들이 확산자로서 역할을 맡아주시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정의기억연대도 유튜브와 같은 뉴미디어로 문제를 좀 더 넓은 연령층과 전 세계에 알려야 하는데 계속 전통적인 방식으로 내보내다 보니 젊은 층에 알리는 것이 고민이라고 하더라. <웬즈데이>가 그 역할을 맡을 수 있으면 좋겠다.


 

게임을 통해 전 세계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도민석 대표: 앞서 말한, 젊은 세대가 위안부 피해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확산시키는 목소리에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러한 반인륜적인 범죄가 더 이상 일어나서는 안 되고, 왜 일본이 우리에게 정식으로 사과해야 하는지를 젊은 세대가 확실하게 알고 나섰으면 좋겠다.

 

김선민 PD: 서구 사회에서 역사 교육을 진행할 때 이 위안부 문제를 자세하게 가르칠 수 있기를 바란다. 당시 일본군의 문제를 자세하게 알리고 전 세계가 일본의 사과를 촉구하는데 초석이 됐으면 한다.

 

황유정 작가: 게임이 다른 문화 콘텐츠보다 체험 성격이 강한 만큼, 단순하게 흘러간 이야기가 아닌 체험을 하면서 지금도 우리에게 남은 문제고 해결해야 할 숙제임을 알 수 있었으면 한다.

 

제 1000차 수요시위 및 평화비 건립 모습(출처: 정의기억연대).

 

 

회사 설립 후 '사회적 메시지'를 담는다는 목표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여러 NGO 파트너와 협업하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는데, 현황은?

 

도민석 대표: 지금은 협업 프로젝트로 <웬즈데이>만 주력하고 있다. 앞서 여러 차례 언급한 정의기억연대에 자문을 얻고 있다. <애프터 데이즈2>는 '아름다운 커피'와 진행하고 있는데, 올해 <웬즈데이>에 주력하는 만큼 개발이 잠시 중단됐다. 아름다운 커피 역시 깊이 공감하고 이해해 주셨다.

 

 

UN이 제시한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주제로 여러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도민석 대표: 물론이다. <웬즈데이> 역시 '인권'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결이 같다. 우리가 하는 '임팩트 게임 사업'은 연속성을 두고 진행할 것이다.

 

현재 확정된 것은 <웬즈데이> 제작을 마친 후 그 시점부터 <웬즈데이>를 서비스하면서 확장팩 준비를 할 것 같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가 매우 많아 단편으로 끝내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후 새로운 IP는 현재 미정이다.

 

 

회사가 성장한 만큼 하고 싶은 일이나 해야 할 일도 많아졌을 것 같다. 향후 계획이나 바람이 있다면.

 

도민석 대표: 인터뷰 초반에 말했던 대로 회사의 방향성을 재설정했다. 하나는 '임팩트 게임' 사업을 강화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연세대학교, 서울대학교 같은 B2B 기관 협력 사업도 있다. 그 밖에 올해 사업 중 카이스트와 컨소시엄을 맺어서 시니어 게이머를 위한 지원기술연구사업도 수행하고 있다. 평균 게이머 연령대를 벗어난 고령자, 인지장애가 있는 시니어를 위한 게임이다. 현재는 이 3개가 회사의 큰 방향이다.

 

김선민 PD: 무엇보다 이러한 임팩트 게임을 의미 있는 게임으로 만들면서, 동시에 지속해서 게임을 개발할 능력이 되도록 수익적으로도 가치 있는 게임을 만드는 회사가 되기를 바란다. 안정적으로 게임을 만드는 구조를 안착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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